Home / 로맨스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 EP 80. 새로운 남자친구

Share

EP 80. 새로운 남자친구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05:39:14

욕실 문이 열리며 부드러운 안개와 함께 라벤더 향이 거실로 밀려 나왔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진은 물기 어린 머리칼을 타월로 툭툭 털어내며 걸음을 옮겼다.

몸에 걸친 것은 오직 얇디얇은 화이트 실크 가운 한 장뿐.

젖은 수건 사이로 떨어진 물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내렸고, 은은하게 밴 열기 탓에 가운 자락이 매끄러운 나신 위로 차갑게 찰싹 감겨붙었다.

유진이 소파 쪽으로 다가서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선호가 은빛 트레이를 그녀의 가녀린 무릎 위로 툭 안겨주었다.

차가운 금속 감촉이 피부에 닿자 유진이 자그마하게 소름을 피워 올렸다.

트레이 위에는 묘한 조합의 디저트가 올려져 있었다.

“이거 뭐야?”

유진이 동그란 헤이즐넛 빛 눈동자를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선호는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앉은 채, 가운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벌어진 유진의 매끄러운 다리를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훑어 올렸다.

묵직한 온기가 피부를 따라 기어오르자 그녀의 가슴팍이 얕게 들썩였다.

그는 입술에 닿을 듯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9. 12년의 지옥의 끝. 이혼

    46세. 아이가 14세가 되던 해.요스케는 마침내 아내와 이혼을 했다.서로의 목줄기를 옥죄며 이어오던 그 지긋지긋했고 잔인했던, 그녀와의 악연이 자그마치 21년 만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것이었다.껍데기뿐이었던 12년의 형식적인 결혼 생활.아무런 온기도, 교감도 없이 서로를 멸시하며, 지옥 속에서 버텨온 세월의 끝은 허무하리만치 허탈했다.하필이면 아이가 가장 예민하고 날카롭게 날이 서 있던 사춘기.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먼저 요스케의 앞에 이혼 서류를 내밀며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해 왔다.새로운 남자가 생겼다고 했다.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새로운 사내의 품으로 떠나야겠으니 자신을 놓아달라고 했다.서류 위에 떨어진 아내의 이기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요스케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허무감에 몸이 떨렸다.이렇게 쉽게, 허망하게 자신을 놔줄 거였다면, 왜 지난 세월 동안 그토록 자신을 옥죄고 괴롭히며 지옥 속에 가두려 발악했던 것이었는지 허탈한 실소가 새어 나왔다.자신의 유일한 연인인 유진은 저 아이의 행복과 가정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과 스스로 헤어져 지옥을 자처해 주었는데……정작 아이의 친엄마라는 여자는 자식이 사춘기의 방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오직 자신의 감정과 찰나의 정욕이 가장 중요했다.요스케는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 서류 위에 서명을 했다.자신을 놔주겠다고 먼저 저렇게 온몸으로 발악을 하며 출구를 열어주는데, 평생을 갈구해 온 이 절대적인 해방의 기회를 그가 놓칠 리 없었다.이혼 서류가 접수되던 날.그의 가슴속에는 찰나의 행복감이 주홍빛 노을처럼 아주 잠깐 스며들었다.이 지옥의 족쇄가 풀렸으니, 이제 유진에게 조금 더 빨리,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8. 다시 혼자가 되다

    서른네살. 유진의 인생에 또다시 눈부신 청혼을 받았다.솔직히 고백하자면.8년이라는 기나긴 유예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자신의 심장이 여전히 류만을 향해 뛰고 있을지는 유진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감정의 감옥 속에서 유진은 너무나도 지쳐 있었고.지난 2년간 선호가 내어준 조건 없는 사랑과 따뜻한 안정감 속에서 과분한 행복을 누렸다.그리고 선호의 다정한 온기 속에서 유진은 요스케라는 지독한 이름을 잊어버리기도 했었다.그만큼 지옥 같은 갈증을 잊게 해줄 만큼 선호와의 현실은 달콤했다.그런데 잔인하게도.선호에게 결혼 반지를 받아 든 그 찬란한 청혼의 순간에 유진의 뇌리를 가장 먼저 스치고 지나간 것은 여전히 '8년’ 뒤에 대한 막막한 두려움이었다.8년 남은 유예가 끝나고.마침내 그가 다시 나타난다면, 정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스스로에게 던진 잔혹한 질문에 대한 결론은...... 결국 '모르겠다'였다.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프로포즈를 받고도.온전히 눈앞의 남자만을 향하지 못하는 자신의 분열된 시선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그것은 순결한 청혼을 갉아먹는 잔인한 기만이었다.[이제…… 그와도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더 이 남자를 힘들게 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유진은 그가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워준 결혼 반지를 가만히 빼냈다.금속 링이 살결을 긁으며 떨어져 나가는 촉감이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유진은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앉은 선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그에게 고백했다.“고마워. 날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그리고 나도 네 말에 동조하고 싶고 너와 함께 하고 싶어.”유진의 나직한 고백에 선호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일순간 반짝였다.그의 기대를 마주하는 유진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유진은 반지가 빠져나가 차갑게 비어버린 왼손을 꽉 움켜쥐며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미안해. 나… 못하겠어. 왜냐면, 이건 순전히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니까. 나…… 아직은 자신이 없어. 그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면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7. 이별 대신 아들

    서유진. 그녀와 다시 헤어졌다.지독하게도 아름답고 잔인했던 그 산다칸의 보름달 아래에서.그녀는 그의 심장과 영혼, 그리고 육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가져가 버렸다.그리고 12년 뒤에, 자신의 아들이 18세가 되는 생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장소도 시간도 정하지 않았다.그저 날짜 하나.그건 영원한 이별과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요스케는 그 불타는 독배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그저 12년이란 허울 좋은 변명을 내세워, 두 사람의 파멸적인 이별을 잠시 유예했을 뿐이었다.그렇게 심장이 도려 나간 채로 혼자 싱가포르의 잿빛 현실로 돌아왔다.그리고 매일 밤.어둠이 짙게 깔린 자신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유진만을 상상했다.뜨겁게 달아올라 자신의 품 안으로 파고들던 그녀의 새하얀 나신.자신의 전부를 가득 품은 채.아찔한 절정의 비명을 지르며 바르르 떨던 그녀의 뜨겁고 좁은 내벽의 가파른 수축감.그리고 땀에 젖어 귓가를 어지럽히던 들뜬 신음과 끈적한 살결의 마찰음까지.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밤들이 미치도록 그리웠다.터틀 아일랜드에서의 그 농밀하고 치명적이었던 시간만이.암흑 같은 지옥에서 그를 겨우 지탱해 주는 유일한 생명줄이자 신앙이었다.그리고 그리움에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요스케는 지독하게 일만 했다.낮과 밤의 경계를 지워버렸다.그 광기 어린 워커홀릭의 결과로, 그의 커리어는 아시아 태평양 총괄 부사장이라는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마치 악마와의 거래처럼.그녀를 잃고 지옥에서 사는 대신, 그의 부와 명예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갔다.그렇게 4년이라는 세월을 버텼다.이제 간신히 숨을 꼴딱이며 살지 않을 정도만큼은 괜찮아졌다.그래서 그는 단언했다. 남은 8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그런데 잔인한 비극이 SNS의 저주를 타고 날아들었다.유진이 자신과의 약속을, 그 지독한 12년의 기다림을 그새 참지 못하고 포기해 버렸다.그는 가차없이 그녀에게로 달려갔다.그리고 4년 만에 그녀를 봤다.미치도록 그리웠던 그녀를…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6. 저주의 SNS 알고리즘

    말레이시아 터틀 아일랜드의 그 지독했던 해변에서.그녀와 다시 헤어진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이제야 겨우 숨이 쉬어졌다.이제는 매일 그녀를 꿈꾸지 않았다.흐릿한 창밖의 잿빛 하늘을 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남은 8년을.그런데 신의 장난인지 혹은 악마의 저주인지.어느 순간 자신의 SNS 계정에 '친구 추천' 목록 맨 상단에.심장이 멎을 듯 익숙한 프로필 한 줄이 불쑥 튀어 올랐다.서유진.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그는 그녀의 현재 대한민국 연락처도 이메일 주소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당연히 지난 4년간 그 어떤 SNS 검색창에도 그녀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입력한 적이 없었다.그녀의 흔적을 마주하는 순간.밀려올 통제 불능의 독점욕과 정욕이 두려워 갈증으로 미칠지언정 애써 눈을 감고 피해왔었다.하지만 스마트폰 속 미친 알고리즘은 두 사람의 과거 흔적들을 기어이 찾아내어 잔인하게도 그녀의 현재를 그의 눈앞에 강제로 대령했다.순간.요스케는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물리적인 압박감에 다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손가락 끝이 미친듯이 떨려왔다.누르면 안 된다는 이성의 경고는 터질 듯 팽창한 갈증 앞에 무력하게 찢겨 나갔다.결국 그는 액정 화면 위를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그리고 펼쳐진 그녀의 타임라인 맨 상단에 올려진 게시물.그것은 그녀의 결혼 소식이었다.그 찰나, 요스케의 세상이 밑바닥부터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몸 안에 흐르던 뜨거운 피가 일순간 얼어붙었다.지독한 파선음이 대뇌를 강타했다.이성을 상실한 미친 짐승처럼, 그는 그 길로 가장 빠른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창밖으로 펼쳐진 잿빛 구름을 바라보며, 요스케는 이빨을 악물고 폭발하는 소유욕을 짓씹었다.[난 널 놓을 수 없어. 네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는 걸 볼 수가 없다고……!]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요스케는 가차 없이 유진이 최근 이직한 서울 한복판의 새 직장 빌딩 앞으로 향했다.그는 잿빛 사냥꾼의 눈을 하고 기다렸다.마침내, 멀리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5. 2번째 프로포즈

    지난 아침.거울 속 유진의 안색은 핏기가 가셔 하얗게 질려 있었다.생리가 예정일보다 무려 2주나 늦어지고 있었다.단 한 번도 규칙적인 궤도를 벗어난 적 없던 신체의 시계가 멈춰 선 순간,유진의 겁이 덜컥 났다.그녀의 신체적 변화와 초조하게 떨리는 눈빛을,매일 밤 그녀를 품에 안은 선호가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혹시……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선호가 묵직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그의 눈동자가 유진의 표정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유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붉은 입술을 올려 생긋 웃어 보였다.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감추려 따스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요즘 이직하고 좀 스트레스 받았다고 몸이 반항하나봐.”선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찻잔에 서린 투명한 김 너머,유진의 흔들리는 헤이즐넛 빛 눈동자를 잠시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그의 고요한 침묵이 방안의 공기를 무겁게 압박했다.얼마나 고요가 흘렀을까,선호의 날렵한 턱선이 빳빳하게 굳어지더니,이내 가슴 깊이 결심이 선 듯 무겁게 입술을 뗐다.“만약……”순간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그의 굵은 목줄기가 크게 출렁였다.“우리…… 결혼 하자.”순간 유진의 뇌리로 거대한 번개가 내리친 것만 같았다.시야가 일순간 핑 돌며 숨통이 턱 막혔다.결혼이라니.선호의 사정없는 직진에, 유진이 얼어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유진의 앞으로 다가왔다.순간 그의 커다란 실루엣이 유진의 하얀 시야 위로 짙은 음영을 드리웠다.“만약……. 임신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나이가 있으니까. 넌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 널 닮은 아이…… 여자로서 욕심나지 않아?”선호의 날카로운 질문이 유진의 가슴 정중앙을 잔인하게 찔렀다.그의 말이 100% 맞았다.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이었다.서른넷이라는 나이.만약 인생에서 아이라는 축복을 원한다면.생물학적으로 자연 임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이 맞았다.

  •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EP 84. 운명의 올가미

    새까만 밤바다는 잔인하리만치 고요했다.머리 위로 쏟아지는 풀문(Full Moon)의 달빛은 차가운 백색이 아니라.밤바다 전체를 피로 물들이려는 듯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선홍빛 붉은색이었다.산다칸의 그 밤이었다.유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그 붉은 밤바다의 해변 위에 누워 있었고.그녀의 위를 완벽하게 덮쳐 누른 것은 거대하고 단단한 사내의 구릿빛 실루엣이었다.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이성의 끈이 완전히 찢겨 나간 야수성만이 번득이고 있었다.사내의 거칠고 두꺼운 손아귀가 유진의 가녀린 골반을 움켜쥐어 강제로 위로 쳐올렸다.하얀 살결 위로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찰나.터질 듯 팽창한 그의 뜨겁고 거대한 존재가 유진의 좁고 깊은 속살 안으로 단숨에 사정없이 박혀 들었다.윽, 하는 단발의 비명 섞인 교성이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찢고 터져 나왔다.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난폭하고 밀도 높은 결합의 충격.유진은 숨통이 막혀 사내의 단단한 어깨에 매달렸다.좁고 연약한 내벽이 남자의 중심을 부서져라 조여 물었고.살과 살이 무자비하게 교착하며 터지는 끈적한 파선음이 해변의 파도에 부딪혀 거칠게 깨어졌다.그때 시야가 어두운 동굴 속으로 확 바뀌어 버렸다.유진을 뒤로 돌려 안은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아 강제로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무자비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그는 유진의 뜨겁고 좁은 내벽 안쪽 끝까지 자신의 중심을 꾹꾹 박아 넣으며, 절정을 향해 미친 듯이 허리를 쳐올렸다.온몸을 관통하는 아찔한 고열과 짜릿한 경련.마침내 뜨겁고 점도 높은 진득한 남자의 온도가 유진의 가장 깊은 궁 안쪽 세포 하나하나까지 세차게 밀려들어 왔다.아악!극상의 황홀경 속에 점멸하듯 까무러치며 유진은 마침내 지독한 절정의 파고 속으로 침몰해 들어갔다.“하아......! 하악...... 윽......”순간, 유진은 비명 같은 숨을 집어삼키며 번쩍 눈을 떴다.붉은 풀문도 끈적했던 열대의 밤바다 앞 까만 동굴도 없었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