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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라진 영혼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3:10:42

“죽은 사람인데…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야.”

회복실 공기가 순간적으로 가라앉았다.

민영은 태겸을 봤다.

태겸은 농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피곤하게 웃지도 않았고, 과장된 제스처도 없었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래서 더 불길했다.

“무슨 뜻이야.”

민영이 낮게 물었다.

태겸은 입술을 한번 눌렀다.

“나도 설명 못 해. 근데… 아까 영안실 내려가기 전에 시신 확인했거든. 보호자 동의 때문에.”

“그래서?”

“보통 사람이 죽으면 남는 느낌 있잖아.”

“무슨 느낌.”

“그냥…”

태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죽은 사람 느낌.”

민영은 말없이 그를 봤다.

응급실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안다.

죽은 몸에는 살아 있는 몸과 다른 정적이 남는다.

체온이 식고, 숨이 멈추고, 근육의 긴장이 풀린 뒤 남는 종류의 공기.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매번 설명만으로 끝나지는 않는 감각.

태겸은 낮게 말했다.

“근데 그 시신은 이상했어. 비어 있는 껍데기 같았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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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에서 온 레지던트   80. 저승을 다녀왔냐고 물었다

    도화준에 대한 소문은 오후가 되자 조금 더 커졌다.응급실에서는 말이 돌고, 수술방에서는 손이 돌았다. 공식적인 이야기는 단순했다. 박성재 환자는 응급 개흉 후 수술방으로 올라갔고, 외상외과와 흉부외과가 출혈을 잡았다. 도화준은 환자 상태임에도 수술방에 잠깐 들어가 보조 의견을 냈다.그러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도화준 선생님이 딱 집었다더라.”“영상에도 잘 안 보였던 부위라며.”“사고 당하고 더 잘해진 거 아니야?”“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감이 생기나?”농담처럼 시작된 말들은 금방 기묘한 빛을 띠었다.‘저승 갔다 온 거 아니냐.’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누군가는 웃었다.그러나 웃음 뒤에 침묵이 붙었다.민영은 그 말을 복도 끝에서 들었다.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저승.단어가 너무 쉽게 튀어나왔다. 그러나 민영에게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도화준이 처음 눈을 떴을 때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여기가 이승인가.민영은 손끝을 꽉 쥐었다.그때 뒤에서 흉부외과 교수가 그녀를 불렀다.“서 선생.”민영은 바로 돌아섰다.“네, 교수님.”교수는 수술 모자를 벗은 상태였다.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눈은 예리했다.“도화준 상태는 어때.”“출혈 조금 있었지만 다시 드레싱했고, 활력징후는 안정적입니다. 통증 조절 중입니다.”“그래. 환자가 수술방 들어온 것부터 말이 안 되긴 하는데…”교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손은 좋더라.”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예전에도 감이 나쁜 애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달랐어. 너무 달라서 이상할 정도로.”민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사고 후 각성 상태라 집중력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을 수도 있습니다.”교수는 그녀를 바라봤다.“서 선생, 너 그 말 믿어?”민영은 잠시 숨을 멈췄다.교수는 더 추궁하지 않았다.“박성재 환자는 일단 중환자실로 갔다. 아직 위험하지만, 수술방까지 간 것 자체가 기적이야. 보호자 설명은 외상외과에서 했고, 나중에 추가 설

  • 저승에서 온 레지던트   79. 민영 선생님을 아프게 하지 마라

    그녀는 의심하면서도 담요를 덮어주고, 화를 내면서도 드레싱을 갈아주고,묻고 싶어 하면서도 환자라는 선을 놓지 않았다.도진은 그것이 이상하게 견디기 어려웠다.“교수님께는 제가 말하겠습니다.”그가 낮게 말했다.민영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지금 말 많이 하면 안 돼요.”“필요한 말입니다.”“필요한 말도 몸이 버틸 때 해야죠.”태겸이 헛웃음을 흘렸다.“와, 이젠 내가 할 말이 없네.”민영은 그를 보지 않았다.“태겸아, 교수님한테는 일단 내가 설명할게. 수술 기록은 외상외과 쪽에서 정리할 거고, 화준 선생님은 환자 상태로 회복실에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야. 중간에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보조 의견 정도로 정리할 수 있어.”“진짜 그렇게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해?”“덮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문을 막는 거야.”태겸은 한참 민영을 보았다.그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았다. 도화준을 지키려는 것이다. 아직 정체 모를 변화가 있더라도, 병원 안에서 소문이 되면 그는 환자로서도, 의사로서도 보호받기 어려워진다.“너 벌써 편들고 있어.”태겸이 낮게 말했다.민영의 손이 멈췄다.“그런 거 아니야.”“그럼 뭔데.”“의료진으로서 정리하는 거야.”“민영아.”태겸은 피곤하게 웃었다.“너는 거짓말 못 해.”민영은 입을 다물었다.회복실 안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진은 민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화난 듯 보였지만, 그 아래에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부끄러움인지, 혼란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감정인지 도진은 구분하지 못했다.다만 하나는 알았다.태겸의 말이 그녀를 찔렀다.“태겸.”도진이 불렀다.태겸은 그를 봤다.“왜.”“민영 선생님을 탓하지 마라.”그 말은 조용했지만, 예상보다 단단했다.민영이 놀라 도진을 봤다.태겸의 얼굴도 굳었다.“내가 언제 탓했는데.”“방금 말은 민영 선생님을 아프게 했다.”태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영은 더 놀랐다.도진은 정말로 그렇게 느낀 듯했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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