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100화. 말해도 되는 아침여섯 번의 삶 동안 한 번도 먼저 말할 수 없었던 문장을, 일곱 번째 아침에 그녀는 소리 내어 말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벽 너머에서 누군가 세 번 문을 두드렸다. • 창밖에서 새가 울었다.셀레스티아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한참 천장을 보았다. 잠이 깨자마자 입술이 근질거렸다. 여섯 번의 삶 내내 마음속에 걸려 있던 말이었다."……아드리안.""응."곁에서 낮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저, 해 볼 게 있어요.""무엇을.""규칙이요."그녀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진실을 먼저 말하는 자는 상대의 기억을 잃게 한다」. 아델리아가 걸어 둔 규칙이었다."전부 다 기억이 돌아왔으니 아마 제약도 풀렸을 거예요. 그래도 이제 확인은 해야죠.""……위험하다.""그래서 폐하 손을 잡고 할 거예요."셀레스티아가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드리안이 작게 웃었다. 셀레스티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저는 일곱 번째 삶을 살고 있어요. 첫 번째 삶에서 당신이 저를 구하다 죽었고, 두 번째 삶에서 저는 신전 광장에서 불에 탔어요. 그리고…… 모든 삶이 그랬어요.""셀리아.""끝까지 들어 주세요. 여섯 번째에서 저는 당신을 그 광장에서 기다리며 웃었어요. 전부 말했어요. 이제 좀 어때요?"아드리안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낮게 말했다."……그대의 이름은 셀레스티아 에르벤. 아명은 셀리아. 열여섯. 지금 내 앞에서 귀 끝이 붉다.""……귀는 폐하가 더 붉어요.""둘 다다.""그럼 기억이.""하나도 안 사라졌다."아드리안의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셀레스티아는 그의 단단한 가슴에 이마를 대고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점점 커져서 어깨가 떨렸고, 끝에는 울음이 섞였다."……여섯 번이었어요.""안다.""여섯 번 동안 한 마디를 못 했어요. 이렇게나 쉬운 건데.""쉬운 게 아
99화. 되풀이하는 6번째의 삶과 마지막 선택문 안에 남은 마지막 덫은 두 사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돌아서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여섯 번의 죽음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순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손을 놓지 않았다. • 연회장이 무너졌다.샹들리에가 검게 부서지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안개로 흩어졌다. 바닥이 갈라진 자리로 어둠이 올라왔다. 아드리안은 한 손에 케이크 접시를, 다른 손에 셀레스티아의 손을 쥐고 있었다."폐하, 놓지 마세요!""절대 놓지 않는다!"어둠 속에서 서로를 부르면서 셀리스티아는 아드리안의 손을 불안한 듯 꼭 쥐자 아드리안은 손을 잠시 놓고 셀리스티아를 안아든다.깊은 어둠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 처음 보인 것은 차가운 겨울 눈 내리는 밤이었다."……이건."셀레스티아가 숨을 멈췄다. 하얀 눈 위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서 피가 번지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이 눈에 젖었다. 그를 끌어안은 백발의 소녀가 울부짖었다.『안 돼요. 제발, 이번에는, 제가……』그 전생들이 서로 교차되어 나오는 꿈의 장면이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이어졌다. 쓰러진 남자가 소녀의 뺨을 쓸며 웃었다.『울지 마라. 그대가 살아 있으면, 나는 몇 번이고 다시……』"……."그 전생의 열아홉의 아드리안이 자신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숨이 가빠졌다. 손이 떨렸다. 그러나 곁에서 셀레스티아가 자신을 안고 있는 아드리안의 손을 더 꽉 쥐었다. 그리고 더 안겼다"보고 있어요. 저도 같이 보고 있어요.""……그대는 저때, 저렇게 울었군.""네.""미안하다.""아니요. 이제는 같이 봐요."또 다른 전생으로 장면이 바뀌었다.성국으로 향하던 길의 칼날. 그를 따라 스스로 삼킨 독. 전쟁터의 눈 위에서 서로를 부르던 목소리. 장면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죽음을 한 번씩 번갈아 지켜보았다. 눈물이 마르고 다시 흘렀다.그 전생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죽음이 차례로 지나갔다.신전 광장. 장작더미.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98화. 기억의 문 앞에서아홉 살의 소년은 열 해 동안 같은 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열아홉의 그는 처음으로,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열아홉의 황제와, 열 해 전의 작은 아이가 마주 서는 밤이었다. 그리고 문 안에서 또 한 사람이, 셀리아의 뒤에서 아홉 살의 소년이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있었다.달빛으로 된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문틈으로 연회장의 금빛 샹들리에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아드리안은 열쇠를 잡으려던 손을 거두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오빠, 케이크 싫어요?』여섯 살의 셀리아가 접시를 든 채 고개를 갸웃했다. 작은 손에 반으로 쪼갠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 뒤, 기둥 그림자 속에서 아홉 살의 아드리안이 소매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어깨가 떨렸다. 소리 없이 우는 법을 일찍 배운 아이의 울음이었다.⁃ 저게 나인가.⁃ 저 아이가, 십 년 동안 거기 있었던 건가.가슴 안쪽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아드리안?"셀레스티아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이 벽의 문에 닿았다. 그리고 문틈 사이의 작은 소녀에 닿았다. 숨이 멎었다."……저건.""그대다.""……아니에요. 저건 제가.""그대의 여섯 살이다."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문은 아주 느리게, 스스로 더 열리려 하고 있었다. 열쇠가 공중에서 떨며 문 쪽으로 끌려갔다."혼자 열면 안 돼요.""안다."셀레스티아가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곁에 섰다. 맨발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찾아 깍지를 꼈다. 아드리안의 손이 아주 잠깐 떨렸다."무서워요.""나도다.""그래도 열어요.""……같이.""네, 같이."두 사람은 동시에 열쇠를 잡았다.문이 열렸다.빛이 쏟아져 나왔다. 눈을 뜬 순간, 두 사람은 침전이 아니라 연회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샹들리에, 춤추는 사람들, 은쟁반 위의 잔 부딪히는 소리. 아무도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기억이야."
97화. 돌려주러 가는 길마지막 구슬이 말한 두려움은, 문 뒤가 아니라 문을 여는 순간에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침전의 벽에 문 하나가 생겨났다. • 뿌리의 문을 나서자 숲은 새벽빛에 잠겨 있었다.검붉은 기둥은 흔적도 없었다. 북쪽 하늘이 처음으로 맑은 쪽빛이었다. 아드리안은 셀레스티아를 안은 채 걸었고, 에일라와 레이먼드가 말고삐를 쥐고 뒤를 따랐다."……내려 주세요. 걸을 수 있어요.""안 된다.""폐하.""아니, 아드리안이라고 불러 준다면 내려 주겠다."셀레스티아의 귀가 붉어졌다. 에일라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삼켰고, 레이먼드의 말이 괜히 크게 투레질을 했다. • 대신관이 쓰러진 자리에서 굴러 나온 구슬은 에일라가 주워 왔다."마마님, 이게 아직 따뜻해요."금이 간 붉은 구슬이 셀레스티아의 손바닥에서 낮게 깜박였다. 키리안 어머니의 구슬이 곁에서 같은 박자로 응했다.『아가, 놀라지 말려무나. 그건 해로운 것이 아니란다.』"누구의 목소리죠?"『오래된 사람이다. 대신관이 천 년 동안 구슬 속에 가두어 두었던.』금이 간 구슬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천천히 풀려 나왔다. 갈라진 나무껍질 같던 의지의 목소리와 달리, 깊고 느릿한 저음이었다.『……나는 드 발티미르.』아드리안의 걸음이 멎었다.『천 년 전 첫 계약을 맺은 로드의 마지막 그림자다. 대신관이 나를 먹고 남은 찌꺼기를 구슬에 가두어 두었지.』"당신이 지난번 문 앞에서 말한."『그렇다. 기억의 문 뒤에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고 했지. 그 말을 끝맺으러 왔다.』바람이 멎었다.『문 뒤에 있는 건 적이 아니다. 너희 두 사람이 여섯 번 맞이한 죽음이다. 문을 열면 그 전부가 한꺼번에 돌아온다. 불에 타던 순간도, 칼에 맞던 순간도.』셀레스티아의 손이 아드리안의 옷깃을 쥐었다.『아델리아가 규칙을 건 이유가 그것이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채 기억이 돌아오면 사랑은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일곱 번째에는 먼저 사랑을 다시 쌓게 했다.』"그럼 이제는."『쌓였다. 사랑하
96화. 일곱째 날의 해가 지고마지막 한 줄기 빛이 꺼지는 순간, 황제는 자신이 거부했던 이름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천 년을 산 사람은, 자신이 먹은 시간만큼 한꺼번에 늙어 갔다. •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졌다.공동에는 금빛 수액이 낮게 흐르는 소리만 남았다. 대신관은 맨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제복도, 미소도 없었다. 지친 노인의 정수리가 희게 드러나 있었다."천 년 전, 나는 계약을 맺었소. 이제 그것을 끝내고 싶소.""끝낸다는 건."아드리안이 검을 쥔 채 낮게 물었다."계약자를 거두는 방법은 하나뿐이오. 계약의 후계가 청하고, 그 후계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것. 78화의 뿌리가 말했던 그대로요."그의 시선이 천천히 셀레스티아에게 올라갔다."성녀. 내 가슴에 손을 얹어 주시오. 그것으로 끝나오."셀레스티아의 손목에서 문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품속의 구슬이 날카롭게 울었다.『아가, 속지 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손이 닿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알아요.⁃ 무릎을 꿇은 건 항복이 아니라 거리를 줄이려는 거예요.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드리안이 소매를 붙잡았다."가지 마라.""걸어가는 게 아니에요. 말하러 가는 거예요." • "먼저 하나만 물어볼게요."셀레스티아가 대신관 앞에 섰다. 손은 내밀지 않았다."제가 심장에 손을 대면, 당신은 죽는 건가요. 아니면 옮겨 오는 건가요."대신관의 어깨가 아주 작게 떨렸다."…….""천 년의 생명이 제게 돌아온다고 하셨죠. 그건 선물이 아니에요. 그릇이 바뀌는 것뿐이에요. 제 몸 안에서 당신이 눈을 뜨는 거예요."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노인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참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천 년 동안 쓰던 얼굴이 돌아오고 있었다."……열 수를 읽는다는 말이 사실이었군.""한 수를 열 번 의심했을 뿐이에요.""그러나 한 가지는 틀렸소."대신관이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검게 뒤집혀 있었다."손을 대지 않아도, 문
95화. 일곱째 날의 일몰, 마계의 왕인질로 끌려온 동생은 형이 검을 뽑기 전에 스스로 일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해가 지기 전, 한 사람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 "그 손 놓아라."아드리안의 목소리가 공동 전체를 눌렀다. 붉은 기운이 눈동자 안쪽에서 치솟았다. 부대신관은 키리안의 목덜미를 쥔 채 온화하게 웃었다."진정하시지요, 폐하. 마탑주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폐하께서 현명하시다면 계속 그렇겠지요.""원하는 게 뭐냐.""세 번째 질문의 답입니다. 본체를 정화의 자리에서 꺼내십시오. 뿌리의 의지에게 청하시면 됩니다. 계약의 후계가 청하면 들어주실 테니.""그러면 그자는 풀려난다.""예. 그리고 마탑주는 폐하께 돌아옵니다."셀레스티아의 손이 아드리안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다. 분노가 끓고 있었다. 증오는 먹이였다. 그녀가 아주 낮게 속삭였다."폐하. 숨을 한 번만 더 쉬어요.""…….""한 번이면 돼요."아드리안이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붉은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금빛은 맑았다."거절한다.""……뭐라 하셨습니까.""동생도 내놓지 않고, 그자도 꺼내지 않는다. 이것이 내 답이다."부대신관의 미소가 한순간 일그러졌다."그럼 마탑주는.""그건 네가 정하는 일이 아니다."아드리안이 검을 뽑았다. 금빛 불꽃이 칼날을 타고 번졌다. 부대신관이 키리안을 방패처럼 앞세우려는 순간, 셀레스티아가 손을 내밀었다."지금!"구슬이 번쩍였다. 키리안의 품에서 두 어머니의 자장가가 터져 나왔다. 부대신관의 손이 순간 움찔했다. 그 틈에 아드리안이 한 걸음에 거리를 좁혔다. • 싸움은 순식간에 번졌다.부대신관의 소매에서 검은 안개가 쏟아져 공동을 채웠다. 감정을 빨아들이는 안개였다. 닿은 곳마다 뿌리가 시들고 수액이 말랐다. 아드리안의 검이 안개를 베었지만, 베인 곳마다 안개는 더 짙게 모였다."소용없습니다. 분노도 슬픔도 사랑도, 폐하의 마음이 있는 한 먹을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