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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Auteur: 마루콩
구희라가 강이주를 데리고 구기빈을 찾아왔다.

문을 막 열었을 때, 문틈 사이로 구기빈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고 묻는 꽤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뭐라고?’

구희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눈만 깜빡거렸다.

‘오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왜 내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구희라는 가슴속에서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빠의 연애 이야기를 제일 앞자리에서 듣고 싶은 마음이 벌써부터 들썩거렸다.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이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구희라는 흥분한 채 강이주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더니 제일 앞자리에서 소식을 듣겠다는 듯이 강이주를 끌고 VIP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구희라는 뒤에 있는 강이주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왜 나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을까?’

강이주는 당연히 구기빈이 좋아하는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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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주는 구희라와 느긋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강이주의 태연한 태도는 심순남과 지정애의 시선을 끌었다.지정애가 심순남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이주 쟤가 왜 저렇게 안 흔들리지?”처음에는 지정애도 심순남과 같은 생각이었다.강이주가 그런 큰돈을 마련할 리 없다고 여겼다.그런데 지금 강이주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심순남은 강이주를 한 번 흘끗 본 뒤, 눈을 감고 앉았다.“기다려 봐. 저렇게 태연한 척해 봐야 소용없어.”그 말을 듣고도 지정애는 여전히 불안했다.“그래도 이주가 정말 그 돈을 마련하면? 그럼 진짜 강중그룹 지분을 넘겨줄 거야?”어렵게 틈을 타서 손에 넣은 지분이었다.겨우 3년 쥐고 있다가 넘긴다면, 아무리 계산해도 손해였다.지정애는 전부터 강중그룹이 약해진 지금, 차라리 완전히 집어삼키는 게 가장 이득이라고 말해 왔다.그런데 심씨 집안 안에서도 그 일을 막는 사람이 있었다.그 생각을 하자 지정애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생각할수록 속이 불편했다.심순남이 목소리를 낮췄다.“상황이 오면 맞춰서 처리하면 돼. 왜 먼저 흔들려?”흔들릴수록 상대에게 틈을 보이기 쉬웠다.심순남의 말에 지정애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지정애는 옆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강이주는 늦어도 40분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임설이 커다란 현금 가방들을 들고 강씨 집안에 도착했다.임설이 상자 몇 개를 열자, 안에 빼곡히 들어찬 현금이 드러났다.심순남과 지정애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두 사람은 강이주가 정말 돈을 준비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이주는 테이블 위에 엎어 두었던 서류와 현금을 함께 심순남 쪽으로 밀었다.“서명하세요.”이제 돈은 준비됐다.남은 건 심씨 집안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였다.강이주의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눈앞의 장면에 놀라 할말을 잃은 장숙연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이주를 바라봤다.“이주야, 이 돈...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마련한 거야?”“제가 번 돈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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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숙연은 오늘 일을 떠올릴수록 속이 끓었다.처음에는 심씨 집안이 진심으로 강씨 집안을 도와주는 줄 알았다.그래서 그렇게 믿고 맡겼다.하지만 알고 보니, 가장 교묘하게 뒤에서 움직인 쪽은 심씨 집안이었다.당시 구씨 집안은 분명하게 거절했고, 말끝마다 비꼬듯 상처를 줬다.그 일 때문에 장숙연은 지금까지 구씨 집안에 앙금이 있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진짜 나쁜 쪽은 심씨 집안이었다.심씨 집안은 처음부터 판을 짜 두고 있었다.은혜를 내세우면서 강씨 집안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했다.지난 3년 동안 자신이 강씨 집안을 위해 딸에게 심씨 집안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장숙연은 속이 뒤집혔다.‘내가 눈이 멀었지. 내가 어리석었어.’장숙연은 거칠게 혀를 찼다.자신이 잘못한 건 맞았다.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없었기에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강이주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자신의 큰 실수 때문에 강이주가 많은 것을 짊어져야 했다고 생각하니, 장숙연은 분을 참지 못했다.결국 지정애와 맞붙어서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물러서지 않았다.여자들의 말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심순남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심순남은 기다리고 있었다.강이주가 돌아오기를.심순남은 강이주에게 직접 해명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강이주가 집에 도착했을 때, 장숙연과 지정애는 겨우 지친 듯 말을 멈춘 상태였다.두 사람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엄마.”강이주는 빠르게 장숙연 곁으로 다가갔다.이어 차가운 시선으로 지정애와 심순남을 바라봤다.목소리에는 싸늘함이 묻어 있었다.“두 분은 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사랑채’에서 심원후를 마주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쾌했다.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심순남과 지정애까지 봐야 하다니.강이주는 이 상황이 더없이 지긋지긋했다.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장숙연은 강이주를 붙잡고, 두 사람이 들어온 뒤 어떤 식으로 굴었는지 말했다.화가 많이 난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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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구기빈이 웃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말을 듣고 보니까, 이주 씨한테 꽤 관심이 생기는데.”“너...!!”“이주 씨는 지금 혼자잖아. 나한테도 이주 씨를 좋아할 권리는 있지. 다시 한번 고맙다, 심 대표. 네가 기회를 만들어 줬으니까.”구기빈의 웃음이 짙어졌다.“일이 잘되면 나중에 나랑 이주 씨 결혼식에 꼭 청첩장 보낼게. 그때 축의금 두둑하게 넣어서 축하해라.”구기빈은 사람 속을 긁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에 심원후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화가 치밀어 오른 심원후는 피라도 토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지금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이주가 어떻게 구기빈 같은 차가운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할 수 있어?’‘절대 아니야. 이주가 구기빈을 좋아할 리 없어.’심원후는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심원후는 아직 몰랐다.강이주와 구기빈이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쳤다는 사실을.구기빈의 말은 은근한 자랑이었다.심원후 앞에서 일부러 그렇게 말하며, 혼자 조용히 통쾌함을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심원후만은 구기빈이 일부러 자신을 도발한다고 생각했다.심원후가 막 받아치려던 때, 구기빈은 의미심장한 눈길을 한 번 던지고는 그대로 돌아섰다.구기빈의 발걸음은 조금 전보다 한결 가벼웠다.심원후가 아직 혼인신고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자, 구기빈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구기빈은 핸드폰을 꺼냈다.방금 심원후가 자신만만하게 떠들던 말을 강이주에게 전송했다.강이주가 그저 화가 난 것뿐이고, 언젠가는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말하던 그 대목이었다.사실 심원후가 뻔뻔하게 자기합리화를 늘어놓을 때, 구기빈은 이미 조용히 핸드폰의 녹음을 켜 두었다.구기빈은 심원후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게 꽤 재미있었다.구기빈에게는 그저 우스운 구경거리였다.물론 혼자만 즐거울 수는 없었다.자신의 기분이 좋아졌으니, 강이주에게도 조금은 웃을 일을 나눠 줘야 했다.그 시각 강이주는 강씨 집안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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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기빈은 궁금했다.심원후가 혼인관계증명서를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지금 구기빈과 강이주의 혼인신고 사실이 드러나면, 강이주가 앞으로 하려는 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었다.구기빈에게는 강이주보다 중요한 일이 없었다.심원후는 ‘구청’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구기빈은 사람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를 줄 알았다.결국 그 말은 심원후가 약속을 어긴 덕분에 구기빈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었다.심원후의 기억 속에서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늘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구기빈은 강이주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에, 심원후는 속으로 부정했다.‘구기빈이 이주를 좋아할 리 없어.’그건 심원후가 직접 떠본 결과라고 믿고 있었다.사실 심원후가 처음 강이주에게 접근한 이유는 구기빈 때문이었다.심원후와 구기빈은 어릴 때부터 맞지 않았다.구기빈은 늘 어른들이 말하는 모범적인 아이였다.심원후의 할아버지는 심원후 앞에서 자주 구기빈을 칭찬했다.구기빈이 얼마나 훌륭한지, 심원후도 구기빈을 좀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심원후는 언제나 구기빈에게 한발 밀렸다.거기에 할아버지한테도 늘 구기빈을 본받으라는 말을 들었다.그때부터 심원후는 구기빈을 병적으로 싫어하게 됐다.그러다 구기빈이 강이주를 유난히 챙기는 걸 알아차렸고, 심원후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생각이 피어났다.심원후는 일부러 구기빈 앞에서 강이주에게 다가갔다.구기빈이 늘 자신을 눌렀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구기빈이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겠다고 생각했다.심원후는 결국 해냈다.강이주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지켜봤고, 언제나 가장 먼저 강이주 곁에 나타났다.나중에 강이주와 가까워진 뒤에는, 강이주 앞에서 일부러 구기빈의 좋지 않은 면을 드러냈다.결과는 심원후가 바라던 대로였다.강이주는 구기빈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구기빈과 멀어졌다.구기빈 쪽도 마찬가지였다.심원후는 구기빈이 차가운 눈으로 강이주를 대하는 걸 볼 때마다, 두 사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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