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은 미리 도착한 오민을 향해 소리쳤다.“이리로 가져 와!”“네.”오민은 땅에 버려진 종이상자를 민지훈한테 내밀었다.“열어.”오민이 종이상자를 여는 순간, 붉은색으로 물든 수의가 나타났고 또 작은 인형이 있었다.민지아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고, 즉시 민지훈의 뒤에 숨어서 덜덜 떨며 말했다.“이 작은 인형에 엄마 이름이 있어. 엄마를 저주하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나는 냄새가 너무 익숙해.”민지훈이 오민을 향해 눈짓을 보냈고, 오민은 즉시 옷에서 향기가 나는지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확실히 향기가 납니다.”그러자 민지아가 재빨리 외쳤다.“맞아! 이건 연아 언니 담배 냄새야! 오빠한테서도 똑같은 냄새가 나. 오빠랑 언니 같이 있었던 거야?”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옷을 집어 들었고, 확실히 조연아의 몸에서 나던 냄새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범인이 연아 언니 아니야? 엄마를 미워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 엄마 때문에 연아 언니 애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납치한 거 아니냐고! 당장 연아 언니 찾아갈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따질 거라고! 이건 범죄잖아!”민지아는 이성을 잃은 채 조연아한테 가려고 집을 나서려 했다.“막아!”민지훈의 명령에 오민은 단숨에 민지아의 앞길을 막았다."오빠, 막지 마. 꼭 물어봐야 해. 도대체 엄마를 어디에 숨겼는지, 왜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한 건지! 우리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성에 차는지! 오빠, 내가 친딸은 아니지만 엄마는 나를 친딸처럼 대해줬어. 우리한테 엄마는 한 명뿐이잖아! 잘못되면 안 된다고!”민지아는 서럽게 통곡했다.“너 지금 이성을 잃었어. 그만 해.”“오빠, 지금 그 언니 편을 드는 거야? 연아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 오빠는 살벌하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언니를 싫어했잖아! 지금 또 왜 감싸고 도는데?”민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민지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내가 연아를 감싸는 말을 한 적 있어?”그의 단호한 말투에 민지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도련님, 날이 밝기도 전에 눈보라를 맞으면서 가셨어요. 밖에 눈이 많이 와서 산길을 내려가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 좀 더 머무르라고 했는데도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다급하게 가시더라고요. 오히려 상관하지 말라고 화를 내셨어요.”민지훈이 매섭게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민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정말 그 언니랑 같이 있었던 거야?”민지아는 실눈을 뜨며 낮은 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 언니랑 정말 잘되고 있는 거야? 그 언니 분명 일부러 판을 짜놓은 걸 거야. 오빠랑 잘 되면 오빠가 자기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알리바이가 확실해지니까 말이야! 엄마를 납치한 사람이 잡혀도 그 언니가 돈만 들이밀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악독할 수가 있어? 우리 엄마 어떡해? 지금 무사하기는 한 거겠지?”곧바로 굉음과 함께 민지훈은 휴대전화를 바닥에 힘껏 내리쳤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의 표정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짐승과도 같았다.“조연아의 행적을 알아야겠어!”오민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른 아침, 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연아는 홀로 쌓인 눈을 밟으며 조인 주업까지 갔다.그때,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조연아가 고개를 들자, 눈을 쓸고 있는 조연준을 발견하고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연준이니?”“누나! 지금 오는 거야?”조연준은 그녀가 고개를 들자 곧 빗자루를 내려놓았고, 재빨리 자동 철문을 열고는 다시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누나, 오늘 아침에 퇴원했잖아. 여섯 시밖에 안 됐는데......”“어제 조기 퇴원했어.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너 얼굴 좀 보려고 왔어.”“나 괜찮아. 튼튼해! 어제 눈 많이 와서 직원들이랑 눈 쓸었어. 운동도 하고 좋지.”조연준은 말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 맞다. 누나, 주혁이 형 말로는 누나 곧 떠
“누난 너 믿어.”속없이 미소 짓는 조연아와 달리 연준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누나, 조심해. 그쪽 주주들도 다들 누나 지분만 노리고 있을 거야.”어리게만 생각했던 남동생의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조연아였다.“남매끼리 아침부터 무슨 작당모의실까?”“형, 안녕. 누나 데리러 온 거야?”고주혁을 발견한 조연준이 환하게 웃었다.“응, 8시 항공편이라 지금 떠나야 할 것 같아.”“형, 앞으로 우리 누나 잘 부탁해.”진지한 얼굴로 부탁하는 조연준의 모습에 고주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형 못 믿어?”“믿지. 내가 형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아, 그리고 우리 누나 이제 솔로인 거 알지?”“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건방지게 어디서 형한테 훈계질이야.”조연준의 이마를 툭 건드린 고주혁이 조연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제 가야겠다.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어. 짐은 더 안 챙길 거야?”달랑 핸드백 하나를 챙긴 조연아를 훑어보던 고주혁이 물었다.“응.”어차피 조연아의 물건들 중 대부분은 민지훈의 집에 있으니 이미 전부 내다 버렸을 게 분명했고 설령 그대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굳이 챙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새로운 곳에서 완벽한 새 물건들과 함께 새 시작을 하고 싶었으니까.“그래. 양주에 가서 전부 다 새 걸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오빠도 알잖아. 나 이제 빈털터리인 거.”조연아는 괜히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오빠가 다 새 걸로 사줄게. FW시즌 신상으로, 오케이?”“풉.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오라버니.”이렇게 환하게 웃는 조연아를 보는 게 얼마 만인지.한때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달콤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고주혁의 입가에도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이제 가자.”차에 탄 조연아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액정에 찍힌 부재중 전화번호를 만지작거리던 조연아는 고개를 저었다.‘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했잖아.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이젠 정말 끝
“민 대표님, 그만하시죠.”고주혁이 민지훈 앞을 막아섰다.“그쪽이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건방지게...”발걸음을 멈춘 민지훈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그와 동시에 롤스로이스 뒤를 따르던 지프차에서 장명 네댓명이 내리더니 고주혁과 차량 주위를 둘러쌌다.바로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한 고주혁이 매서운 눈으로 민지훈을 노려보았다.“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당신 이미 연아랑 이혼까지 했잖아요.”하지만 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민하준이 조수석 문을 벌컥 열었다.“네가 알아서 내릴래 아니면 내가 끌어내릴까?”어젯밤 친절하던 민지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차가운 목소리에 조연아의 가슴이 아릿하게 저렸다.‘역시... 그날은 억지로 내 장단에 맞춰준 거였나...’찬 바람이 차로 흘러들고 정신이 번쩍 든 조연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여기서 오빠까지 끌어들일 순 없어.’“연아야, 내가 차에 있으라고 했잖아.”당황한 고주혁이 그녀에게 다시 다가가려 했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민지훈의 경호원들을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오빠, 괜찮아.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먼저 공항으로 가.”조연아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주혁도 나름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변호사였지만 민하그룹 민지훈 대표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그의 말 한 마디면 그 어떤 로펌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그녀 때문에 은인같은 고주혁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길 순 없었다.“연아야...”“괜찮아. 조금 있다가 봐.”“얘기 끝났어?”터벅터벅 다가온 민지훈은 거칠게 조연아의 손목을 낚아채곤 돌아섰다.“민지훈! 이거 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조연아의 외침에도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던 민지훈은 그녀를 억지로 차 안으로 쑤셔 넣었다.“탁.”“지금 이게 뭐... 읍...!”차문이 닫히고 좌석에 드러눕다시피 한 조연아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거친 키스에 잠식되었다.두 손으로 가슴을 내리치는 조연아의 반항이 우습다는 듯 민지훈은 한 손으로 그녀의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조연아의 턱을 꽉 부여잡았다.“납치범 주제에 어딜 도망치려고.”턱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보다 황당한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납치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민지훈은 대답 대신 상자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열린 상자 틈 사이로 붉게 물든 인형 하나가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이... 이게 뭐야?”“끝까지 발뺌을 하시겠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조연아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떨리는 손으로 인형을 집어 든 조연아는 다시 기겁하며 인형을 던져버렸다.핏빛 액체로 물든 인형의 옷에 “송진희” 세 글자가 기괴하게 수놓아져 있었다.“설마... 내가 어머님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 어제 저녁 내내 당신이랑 같이 있었잖아. 당신도 나랑 같이 있다가 아가씨 전화 받고 어머님이 납치됐다는 걸 알게 된 거잖아. 그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정말 깜박 속을 뻔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로 내 곁에 있으면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민지훈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마지막은 좋은 추억으로 장식하고 싶어서, 그래서 추운 겨울밤 별장까지 찾아간 거였는데... ‘뭐? 알리바이 조작?’하지만 더 기가 막히는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잔인한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자기 자신이었다.눈물을 머금은 조연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래, 나 어머님 싫어해. 아니, 끔찍해. 우리 아기 어머님 때문에 유산된 거니까. 나도 어머님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까. 그래도 나 복수 같은 거 할 생각 안 했어. 당신 어머니니까. 엄마 잃은 자식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엄마 없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외롭고 슬픈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당신은... 당신은 그런 고통 모르고 살길 바랐으니까...”하지만 진심 어린 고백에 돌아온 건 민지훈의 비웃음뿐이었다.“조연아, 넌 항상 이런 식이야. 세상 가련한 척 날 바라보
“그래.”차갑지만 단호한 한마디가 비수처럼 조연아의 가슴에 꽂혔다.‘조연아, 잘 봐. 네가 사랑하는 이 남자를. 저 남자가 네게 줄 수 있는 건 상처뿐이야. 기대를 품었다 실망하고 절망하고... 천번, 만번도 겪은 일이면서 왜... 왜 자꾸만 기대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답을 바라는 거야... 네가 원하는 말, 절대 해줄 리가 없다는 걸 알잖아...’“하긴, 당신 눈에 난 항상 그런 사람이었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독한 여자. 그게 나잖아? 이해해. 날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날 의심하는 거겠지.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말 믿어준 적 없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나 혼자 착각하고 나 혼자 상처받고 그런 거였지 뭐.”“됐고. 네가 결백하다는 증거 찾기 전까지 어디든 못 가니까 그런 줄 알아.”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눈빛에도 조연아는 겁먹지 않았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결백한 그녀였으니까.“증거 있어? 내가 납치를 사주했다는 증거 있냐고? 그딴 얄팍한 심증으로 날 가둬두겠다고? 당신이 뭔데!”“내가 조인주업 최대주주니까.”민지훈이 파일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양조장 개조 프로젝트”, 조연아는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파일 커버에 적힌 글자를 바라보았다.“미쳤어? 양조장을 리조트로 개조한다고? 조인주업은 조인그룹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야. 이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게 뭔데!”아무리 그녀가 싫다지만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민지훈이 이런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왜? 그 양조장이 소중하긴 한가 보지?”조인주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던 양조장, 추연이 벽돌 하나하나까지 골라가며 세운 양조장이니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네가 뭔데 이딴 종이 쪼가리 하나로 거길 엎어버려.”입술을 꽉 깨문 조연아의 손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런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당황한 조연아가 옷깃을 여며쥐려 하지만 힘으로 민지훈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이거 놔...”그녀의 의미 없는 반항은 또다시 거친 키스와 함께 자취없이 사라졌다...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목적지에 도착한 건지 차량이 멈추고 운전기사는 눈치껏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정장 재킷으로 반라상태인 조연아를 감싼 민지훈이 번쩍 그녀를 안아 들었다.‘여긴 어디지...?’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의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거세게 흔들렸다.아직 대외적으로 분양을 시작하지도 않은 민하그룹 산하의 별장, 민하준의 의도를 알아챈 조연아가 그의 품속에서 버둥거렸다.“날 여기 가둬둘 셈이야?”“당연한 거 아니야? 용의자를 도망치게 둘 순 없으니까.”별장에 들어선 민하준은 조연아를 짐짝 부리듯 침대에 휙 던졌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가둬! 이건 범죄야!”“네게 선택할 권리 따윈 없어.”단번에 조연아를 제압한 민지훈이 오싹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조장도 네 동생도 지키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럼,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차가운 경고를 날리곤 방을 나서려던 민지훈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전에 말이야... 네가 했던 그 말 사실이야?”“무... 무슨 말?”조연아가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내가 너랑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는 그 말.”“뭔, 뭔가 기억난 거야?”민지훈의 질문에 벌떡 일어난 조연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아니.”차가운 대답만을 남긴 민지훈이 돌아서고 조연아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몸에 걸친 정장 재킷에서 민지훈의 향수 냄새만이 은은하게 퍼지며 그녀의 코끝을 간질였다.점점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조연아의 마음은 다시 차가운 지옥으로 추락했다. 난방이 잘 되어 있는 방임에도 차갑게 식은 그녀의 마음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혼자 남겨진 조연아는 바로 창가로 달려갔다.임천시에서 가장 끝내주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별장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경 따윈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탄탄한 유리창은 아무리 봐도 그
조연아의 부탁에 장연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건...”“제발요. 한 통이면 되니까 부탁 좀 드릴게요.”간절한 그녀의 표정에 주위를 살피던 장연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가씨, 저도 아가씨를 도와드리고 싶지만, 이 별장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요. 몰래 통화하시는 건 불가능합니다.”그녀의 말에 역시나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가 피식 웃었다.‘하긴... 아줌마 한 명 달랑 남겨두고 갈 리가 없지.’“도청도 되고 있는 건가요?”깊은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한 장연자가 국그릇을 그녀 앞으로 살짝 밀어주었다.“식기 전에 얼른 들어요.”혼자 남겨진 조연아는 젓가락을 더 세게 꽉 움켜쥐었다.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단절된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송진희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왜...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애초에 어머님이 왜 납치된 거지?’식사를 마치고 다시 2층 방으로 돌아온 조연아는 커다란 침대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제발... 제발 하루빨리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그 뒤로 며칠이 흘렀을까? 그동안 민지훈은 다시 별장을 찾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혔다가 식사 시간 때만 잠깐 거실로 나오는 게 전부인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말 그대로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송진희는 무사한 걸까? 언제쯤이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끝없이 그녀를 괴롭혔다....한편, 민하준의 본가.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민지아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오빠! 엄마야!”민지아가 건넨 휴대폰을 받아 든 민지훈이 영상통화 수락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다음 순간,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읍읍 소리만 내고 있는 송진희의 모습이 액정에 나타났다.“엄마!”입을 틀어막은 민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엄마... 엄마 괜찮아? 걱... 걱정하지 마. 우리가... 우리가 엄마 구해줄게.”“민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며칠 동안 사모님 잘 먹고 잘 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