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경서는 윤모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대놓고 도발하듯 웃었다.경서도 제정신은 아니었다.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었다.“왜, 심 대표. 내 말이 그렇게 어려워?”턱을 살짝 들었다.도도한 표정은 자존심 센 고양이 같았다.“나랑 상민 오빠, 이미 잤다고.”“친구 여자한테 손대면 안 된다는 기본 정도는 알지?”경서는 일부러 ‘친구 여자’라는 말을 또박또박 강조했다.“지금 심 대표가 나한테 이러는 거 소문나면 상류층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보겠어?”“심씨 집안이 N시에서 웃음거리 되는 건 싫을 거
“응.”경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안전벨트를 맸다.차는 하씨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한 뒤 경서는 안전벨트를 풀었다.먼저 상민 쪽으로 몸을 기울여 볼에 빠르게 입 맞췄다.그러고는 문을 열어 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불이 환하게 켜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답답함이 밀려왔다.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경서의 걸음이 멈췄다.윤모였다.윤모는 거실의 상석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마치 이 집 주인 같았다.아버지 하동승은 잔뜩 웃는 얼굴로 직접 차까지 따라 주고 있었다.비위를 맞추는 모습이 눈에 거슬릴 정도였다.
저녁 무렵.인우는 혜니의 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키가 크고 반듯한 몸에는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단추를 맨 위까지 단정하게 잠근 모습은 절제된 분위기였지만, 깊은 눈에는 만족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배부르게 원하는 걸 다 얻은 사람 특유의 여유가 몸 전체에서 묻어났다.혜니의 볼은 아직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거의 인우에게 기대어 내려오는 중이었다.인우가 고개를 숙였다.뜨거운 숨이 혜니의 귓가를 스쳤다.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조금 있다 너는 나래랑 먼저 저녁 먹어. 난
상민의 심장이 크게 내려앉았다.“다친 데는?”경서는 상민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눈물로 젖은 얼굴로 자기 어깨를 가리켰다.“여기. 칼에 베였어.”상민의 표정이 바로 싸늘해졌다.“누가 했어?”“내 사촌동생 하은서, 그 정신 나간 년!”경서는 이를 악물었다.“오늘 찾아가서 갚아 주려고 했는데 심윤모 그 자식이 하은서를 감싸더라. 복수도 못 하게 막았어.”상민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경서의 눈물을 닦아줬다.“됐어. 울지 마.”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내가 대신 갚아 줄게.”경서가 훌쩍이며 올려다봤다.
혜니는 인우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한 대표님, 우리 엄마부터 설득하고 말씀하시죠.”“연습은 먼저 해도 되잖아.”인우의 말투는 당연하다는 듯 단단했다.“한 번에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혜니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점심식사가 끝난 뒤 인우는 집사에게 나래를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혜니의 손을 잡아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안방에 들어서자 뒤로 문을 잠갔다.밤에는 혜니가 나올 수 없었다.그렇다면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혜니는 문에 등을 댄 채 인우에게 가로막혔다.
“이 일은 아직 조사 중이야. 정말 은서 씨가 한 건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어.”경서는 화가 치밀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심 대표, 오늘 끝까지 은서 편들겠다는 거야?”은서는 윤모의 허리께 셔츠 자락을 작은 손으로 꽉 붙잡았다. 온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경서 언니가 저 수사기관에 끌고 가려고 해요... 저 가기 싫어요... 심 대표님, 무서워요...”윤모는 은서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걱정하지 마. 아무도 함부로 널 데려가지 못해.”경서는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가가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뜨거운 박수가 연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계 기업인들이 겹겹이 인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그 사이에는 화려하게 꾸민 예쁜 여자애 세 명도 섞여 있었다.손목에 찬 시계만 봐도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되어 보였다.딱 봐도 어느 집안의 귀한 딸들이었다.혜니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조용히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혜니가 막 문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려던 때였다.하이엔드 맞춤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혜니 앞을 막아섰다.“한인우 대표님 비서죠?”“안녕하세요.”혜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여자
묵직하게 내려앉은 손끝은 아무렇게나 닿은 듯했지만, 닿는 곳마다 혜니의 감각을 흐트러뜨렸다.‘4년만이야...’4년 만의 키스는 거칠고 익숙했다. 김 기사는 재빨리 차 안의 파티션을 올렸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귀머거리이자 장님이었으면 했다.혜니는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이를 악물 듯 세게 깨물자,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번졌다.그제야 인우가 혜니를 놓아주었다.“한인우, 너 진짜 뻔뻔해.”인우는 뜻을 이룬 사람처럼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너도 꽤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혜니는 말문이 막혔다.‘이 개
이 목걸이는 오후에 혜니가 직접 받아 온 바로 그 목걸이였다.무려 112억 원대.혜니가 감히 목에 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혹시라도 망가지기라도 하면, 혜니는 평생 인우의 노예처럼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혜니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때 읽었던 유명한 단편 하나가 스쳤다.제목이 하필이면 ‘목걸이’였다.“대표님, 이건 너무 귀한 거예요. 저는 못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망가지면 정말 감당 못 합니다.”혜니는 명절에 어른이 억지로 쥐여 주는 세뱃돈을 끝까지 사양하는 사람처럼 두 손으로 밀어냈다.“고의로 망가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