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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화

Author: 블루
이 목걸이는 오후에 혜니가 직접 받아 온 바로 그 목걸이였다.

무려 112억 원대.

혜니가 감히 목에 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망가지기라도 하면, 혜니는 평생 인우의 노예처럼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혜니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때 읽었던 유명한 단편 하나가 스쳤다.

제목이 하필이면 ‘목걸이’였다.

“대표님, 이건 너무 귀한 거예요. 저는 못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망가지면 정말 감당 못 합니다.”

혜니는 명절에 어른이 억지로 쥐여 주는 세뱃돈을 끝까지 사양하는 사람처럼 두 손으로 밀어냈다.

“고의로 망가뜨린 것만 아니면 변상 안 시켜.”

인우가 혜니를 못마땅하게 내려다보았다.

“내 파트너가 이렇게 별 볼 일 없게 차려입고 나타나면, 내 체면은 어쩌라고.”

혜니가 멈칫했다.

‘그래...’

혜니는 가난했다.

당연히 이번 시즌 하이엔드 드레스를 살 돈도 없었다.

지금 입은 드레스도 작년에 대표를 따라 만찬에 참석할 일이 있어, 눈물을 머금고 산 것이었다.

가격만 1,700만 원이 넘었다.

그마저도 딱 한 번 입은 게 전부였다.

“그럼... 행사 끝나면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혜니는 더는 밀어내지 못했다.

어쨌든 이건 인우의 체면과도 관련된 일이었다.

인우가 다시 몸을 숙여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따뜻한 숨결이 혜니의 목덜미에 닿았다.

남자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피부를 스쳐 지나가자, 혜니의 어깨가 아주 잘게 떨렸다.

인우는 붉어진 혜니의 귓가를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윤혜니.”

“지난 몇 년 동안 아직도 나 못 잊고 산 건 아니지?”

혜니는 인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정한 전남편을 뭐 하러 못 잊어요?”

하늘만 알 것이다.

혜니는 그동안 소개팅을 열일곱 번이나 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인우라는 남자가 남긴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지독했다.

“말투에 사적인 감정이 섞였는데.”

인우는 혜니를 자극하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한테 미련이 남은 것 같은데?”

“대표님, 착각도 병입니다. 제대로 된 전남편이 되는 법, 모르세요?”

혜니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사라져 주는 거.’

“대표님 정도 몸값이면, 줄 서서 다가오는 여자들도 꽤 많을 텐데요?”

혜니는 차갑게 웃으며, 사람 홀리게 잘생긴 인우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인우가 여유롭게 물었다.

“번호표라도 뽑을래? 윤 비서라면 우선권도 줄 수 있는데.”

혜니가 눈을 치떴다.

“저는 상사랑 선 넘는 취향 없습니다. 회사에서까지 인생 꼬이게 할 생각은 없거든요.”

“그럼 외로울 땐 어떻게 해결하지?”

혜니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우리 지금 이런 얘기를 나눌 사이가 맞아?’

혜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럴 땐 적당한 사람 만나면 되죠. 체력 좋고, 감각 있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윤 비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노네.”

인우의 시선이 혜니의 붉은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그 순간 인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혜니에게 닿지 못했다는 것을.

벌써 4년이었다.

혜니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만 하겠어요? 사흘 밤낮 동안 연락 끊고 재미있게 노셨던 분이...”

인우의 눈빛에 희미한 흥미가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그 얘기를 꺼내?”

낡은 상처를 들추겠다는 건가.

인우가 느리게 웃었다.

“그럼 전남편은 어때?”

“다시 한번 만나 볼 생각 없나?”

혜니가 대답하기도 전에, 인우의 큰 손이 갑자기 다가와 혜니의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그대로 혜니를 제 쪽으로 끌어당긴 인우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덮었다.

“읍...”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혜니는 그대로 정신이 흔들렸다.

이어 두 손으로 인우의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인우는 다른 손으로 혜니의 손목을 붙잡았다.

입맞춤은 거칠고 깊었다.

“한인... 읍...”

인우는 혜니의 숨결까지 삼켜 버릴 듯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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