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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화

Author: 블루
‘내가 취한 건가?’

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

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

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

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

“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혜니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혜니를 억지로 후문 쪽으로 끌고 갔다.

후문 밖은 정원과 귀빈 휴게실로 이어져 있었다.

혜니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제대로 버틸 힘조차 나지 않았다.

“놔요!”

혜니는 힘껏 남자를 밀어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밀어도 소용없었다.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남자의 다른 손이 혜니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았다.

“읍... 읍읍...!”

혜니는 공포에 질려 버둥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혜니를 그대로 끌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정원 쪽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심윤모가 그 장면을 스치듯 보았다.

윤모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네 여자, 누가 물고 갔다.”

통화가 끝난 지10초도 지나지 않아, 인우가 서늘한 기운을 몰고 뛰쳐나왔다.

“어디야?”

윤모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 휴게실로 들어갔어.”

윤모는 곧장 달려가려는 인우의 팔을 붙잡았다.

“설마 이렇게 빨리 그 여자한테 넘어갈 생각은 아니지? 예전에 네가 그 여자 아버지 때문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거, 잊었어?”

“그런데 그 여자는 너한테 이혼하자고 난리 치고, 가난하다고 버렸잖아.”

인우는 윤모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쉽게 나를 갖게 해 줄 생각 없어.”

인우는 한마디를 더 던졌다.

“뒷일은 네가 처리해.”

인우는 곧장 그쪽으로 달려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혜니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누구야! 저리 가! 놓으라고!”

인우는 망설임 없이 방문을 걷어찼다.

쾅!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인우의 이성이 그대로 끊어질 듯했다.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혜니를 소파 위에 짓누르고 있었다.

한 손은 이미 혜니의 긴 드레스 자락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인우는 분노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남자의 멱살을 움켜쥔 채 몇 차례 주먹을 날리자,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혜니야!”

인우는 곧장 혜니에게 다가가 일으키려 했다.

혜니의 뺨은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라 있었고, 눈빛은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그녀는 인우를 보자 구명줄이라도 붙잡은 사람처럼, 실은 유일한 해답을 찾은 사람처럼 그에게 매달렸다.

“자기야...”

혜니는 작게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인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남자의 턱끝에 입술을 묻고, 약하게 깨물었다.

세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간지러운 자극이었다.

이어 혜니의 뜨거운 숨결이 아래로 내려가... 인우의 목덜미에 닿았다.

흐트러진 움직임 하나하나가 위험할 만큼 노골적인 신호처럼 보였다.

인우의 심장이 거세게 흔들렸다.

4년이었다.

혜니가 인우의 턱에 입을 맞춘 것도, 벌써 4년 전 일이었다.

인우는 몸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고, 낮게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혜니! 지금 네가 뭘 하는지 알아?”

인우는 혜니를 떼어 놓으려 했다.

목소리에는 꾸짖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혜니의 흐려진 이성이 아주 잠깐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혜니는 다시 인우에게 바짝 달라붙어, 두 팔로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인우의 가슴팍에 비비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이상해... 너무 힘들어...”

인우의 머릿속이 요란하게 울렸다.

‘약을 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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