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1 화

Author: 블루
뜨거운 박수가 연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계 기업인들이 겹겹이 인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 사이에는 화려하게 꾸민 예쁜 여자애 세 명도 섞여 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만 봐도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되어 보였다.

딱 봐도 어느 집안의 귀한 딸들이었다.

혜니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조용히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

...

혜니가 막 문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려던 때였다.

하이엔드 맞춤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혜니 앞을 막아섰다.

“한인우 대표님 비서죠?”

“안녕하세요.”

혜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곧장 수표 한 장을 내밀었다.

“한인우 대표님의 앞으로 한 달 일정이 필요해요. 이건 사례비고요.”

혜니는 수표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6천만 원.

손이 참 컸다.

그리고 혜니는 곧 눈앞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Q시 민씨 가문의 외동딸, 민은유.

신생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죄송하지만, 한 대표님의 사생활을 지키는 건 비서의 기본 원칙입니다.”

“적어요?”

은유가 비웃듯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손목에 차고 있던 값비싼 팔찌를 풀어냈다.

“이거 2억 원대 제품이에요. 이것도 줄게요. 한 달 일정만 있으면 돼요.”

혜니가 문득 웃었다.

혜니는 손을 들어, 제 목에 걸린 찬란한 블루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건드렸다.

“주얼리 업계에 계신다면, 제가 목에 건 이 물건이 어느 정도 가치인지 알아보시겠네요.”

은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혜니의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깊은 바다처럼 짙은 푸른빛.

흠잡을 데 없는 커팅.

전설처럼 떠돌던 ‘블루 하트’였다.

“말도 안 돼요! 진짜일 리가 없어요!”

은유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혜니는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몸을 돌렸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 있는 척하는 것도 꽤 통쾌하네.’

은유는 멀어지는 혜니의 뒷모습을 독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고작 비서 주제에 저런 목걸이를 어떻게 해?’

‘설마... 한인우 침대에 오르기라도 한 거야?’

‘천한 것. 그래서 일정을 안 넘기겠다는 거였어? 한인우를 독차지하려고?’

은유는 손짓으로 남자 웨이터 하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그대로 웨이터의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

혜니가 다시 홀 안으로 돌아오자, 등 뒤에서 낮고 자성 있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윤 비서, 남의 위세를 빌리는 솜씨가 꽤 괜찮던데.”

혜니의 가슴이 철렁했다.

‘들었나?’

혜니는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완벽한 업무용 미소를 걸고 있었다.

혜니는 인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표님은 지금 N시의 신 같은 분이시잖아요. 제가 비서인 이상, 그 빛을 조금쯤 빌려 쓰는 건 당연하죠.”

혜니는 몰랐다.

자신은 살짝 고개를 든 채 눈빛을 반짝이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인우에게 얼마나 위험하게 보이는지...

인우는 당장이라도 혜니를 품에 가둬 버리고 싶었다.

4년이었다.

인우는 4년을 참았다.

이번에 돌아온 이상, 더는 그렇게 살 생각이 없었다.

인우는 몸속에서 들끓는 열기를 억지로 눌러 삼켰다.

그때 또 다른 기업인이 다가왔다.

“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하동테크의 하동승입니다.”

인우는 고개를 돌려 혜니에게 말했다.

“가서 뭐라도 좀 먹어. 이따가 내가 찾아갈 테니까.”

“네.”

혜니는 몸을 돌려 케이터링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사실 혜니는 꽤 배가 고팠다.

샴페인을 든 웨이터가 지나가자, 혜니는 자연스럽게 한 잔을 집어 들었다.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정갈하게 놓인 작은 디저트 몇 개를 접시에 담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하더니, 이상한 열기가 몸 안쪽에서부터 번져 올라왔다.

‘취했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9 화

    경서는 윤모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대놓고 도발하듯 웃었다.경서도 제정신은 아니었다.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었다.“왜, 심 대표. 내 말이 그렇게 어려워?”턱을 살짝 들었다.도도한 표정은 자존심 센 고양이 같았다.“나랑 상민 오빠, 이미 잤다고.”“친구 여자한테 손대면 안 된다는 기본 정도는 알지?”경서는 일부러 ‘친구 여자’라는 말을 또박또박 강조했다.“지금 심 대표가 나한테 이러는 거 소문나면 상류층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보겠어?”“심씨 집안이 N시에서 웃음거리 되는 건 싫을 거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8 화

    “응.”경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안전벨트를 맸다.차는 하씨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한 뒤 경서는 안전벨트를 풀었다.먼저 상민 쪽으로 몸을 기울여 볼에 빠르게 입 맞췄다.그러고는 문을 열어 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불이 환하게 켜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답답함이 밀려왔다.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경서의 걸음이 멈췄다.윤모였다.윤모는 거실의 상석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마치 이 집 주인 같았다.아버지 하동승은 잔뜩 웃는 얼굴로 직접 차까지 따라 주고 있었다.비위를 맞추는 모습이 눈에 거슬릴 정도였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7 화

    저녁 무렵.인우는 혜니의 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키가 크고 반듯한 몸에는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단추를 맨 위까지 단정하게 잠근 모습은 절제된 분위기였지만, 깊은 눈에는 만족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배부르게 원하는 걸 다 얻은 사람 특유의 여유가 몸 전체에서 묻어났다.혜니의 볼은 아직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거의 인우에게 기대어 내려오는 중이었다.인우가 고개를 숙였다.뜨거운 숨이 혜니의 귓가를 스쳤다.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조금 있다 너는 나래랑 먼저 저녁 먹어. 난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6 화

    상민의 심장이 크게 내려앉았다.“다친 데는?”경서는 상민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눈물로 젖은 얼굴로 자기 어깨를 가리켰다.“여기. 칼에 베였어.”상민의 표정이 바로 싸늘해졌다.“누가 했어?”“내 사촌동생 하은서, 그 정신 나간 년!”경서는 이를 악물었다.“오늘 찾아가서 갚아 주려고 했는데 심윤모 그 자식이 하은서를 감싸더라. 복수도 못 하게 막았어.”상민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경서의 눈물을 닦아줬다.“됐어. 울지 마.”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내가 대신 갚아 줄게.”경서가 훌쩍이며 올려다봤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5 화

    혜니는 인우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한 대표님, 우리 엄마부터 설득하고 말씀하시죠.”“연습은 먼저 해도 되잖아.”인우의 말투는 당연하다는 듯 단단했다.“한 번에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혜니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점심식사가 끝난 뒤 인우는 집사에게 나래를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혜니의 손을 잡아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안방에 들어서자 뒤로 문을 잠갔다.밤에는 혜니가 나올 수 없었다.그렇다면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혜니는 문에 등을 댄 채 인우에게 가로막혔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304 화

    “이 일은 아직 조사 중이야. 정말 은서 씨가 한 건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어.”경서는 화가 치밀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심 대표, 오늘 끝까지 은서 편들겠다는 거야?”은서는 윤모의 허리께 셔츠 자락을 작은 손으로 꽉 붙잡았다. 온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경서 언니가 저 수사기관에 끌고 가려고 해요... 저 가기 싫어요... 심 대표님, 무서워요...”윤모는 은서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걱정하지 마. 아무도 함부로 널 데려가지 못해.”경서는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가가

  • 전남편은 ‘나’바라기   6 화

    혜니는 그 순간 생각했다.인우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이제 이 남자는 깨끗하지 않다고.인우가 돌아왔을 때, 인우는 그저 일이 바빴다고만 말했다.그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혜니는 이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혜니의 눈가는 무섭도록 붉어져 있었다.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내 눈물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한인우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다음 날, 혜니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우의 호출이 내려왔다.혜니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문이

  • 전남편은 ‘나’바라기   5 화

    “아!”혜니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떴다.시야가 뒤집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인우가 혜니를 단번에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단단한 어깨가 몸을 눌러 와 아플 정도였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 한인우!”혜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공중에 뜬 두 다리가 허둥지둥 버둥거렸다.우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러다 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서야, 온몸이 움찔 굳었다.한인우.소문으로만 듣던 A국 금융계의 거물.수십 조 원대 자산을 손에 쥔 남자였다....혜니는 끌려가는 내내 버둥거렸다.하이힐

  • 전남편은 ‘나’바라기   4 화

    혜니는 이를 악물고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이나 더 들여다보았다.그렇게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보고서 검토를 끝낼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오류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혜니는 보고서를 챙겨 다시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정중히 올려놓았다.“검토 끝났습니다.”인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고서를 한 번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 윤 비서. 내가 잘못 본 것 같다.”혜니는 할 말을 잃었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3 화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