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혜니는 인우의 몸이 굳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인우가 허리를 숙였다. 단단한 팔로 혜니를 조심스레 안아 올려 소파에 내려놓았다.“여보, 고마워.” 인우의 눈에 짙은 감정이 어렸다.“뭐가 고마운데?” 기분이 좋은 혜니가 장난스럽게 인우의 뺨을 꼬집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제법 괜찮았다.“아기 낳기로 해 줘서.”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줘서.”혜니가 웃으며 인우의 미간을 손끝으로 살며시 쓸었다.“앞으로 잘해.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돼 줘.
배수자가 웃었다. “초기 석 달은 남한테 말 안 하는 거 알아.”“그래도 술은 절대 안 돼. 아기를 생각해야지. 마시고 싶어도 조금만 참으렴.”결국 경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밖에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배수자는 영문을 모른 채 따라 나왔다.정원으로 이어진 회랑에서 경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 임신 안 했어요.”배수자가 그 자리에 굳었다.한참 뒤에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럼, 그 임신 테스트기는...”“혜니 거예요. 혜니가 임신한 거예요.” 경서가 솔직하게 밝혔다.곱게 관리한 배수자의 얼굴
“지금 돈을 얼마나 벌고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는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딸을 또 조금이라도 서럽게 하거나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하면.”“가진 걸 전부 잃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 줄 걸세.”인우는 잡아먹을 듯한 장모의 눈길을 정면으로 받으며 똑바로 섰다.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눈이었다.“어머니, 제가 가진 모든 걸 걸고 약속드립니다.”“앞으로 혜니가 흘릴 눈물은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일 겁니다.”“엄마...” 혜니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돈 때문이
다음 날은 한씨 집안에서 혜니에게 예물을 보내기로 정한 길일이었다.동이 틀 무렵, 혜니가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인우가 먼저 눈을 떴다.인우의 품에는 혜니가, 혜니의 품에는 향긋하고 보드라운 나래가 안겨 있었다. 세 식구 모두 편안히 잠든 아침이었다.인우는 누구도 깨우지 않게 조심조심 몸을 빼내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래층으로 가서는 혜니가 좋아하는 채소죽 재료를 준비해서 직접 약한 불에 올렸다.지난밤에는 혜니를 향한 갈망이 유난히 거셌다.그래도 임신 초기에는 아내와의 관계를 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결국 혜니가 다
진정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발길질을 두 번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려던 때에 다른 무리가 들이닥쳤다. 앞서 온 청부업자들을 완전히 제압했다.그 뒤로 남자 하나가 느긋하게 들어섰다.눈에 띄는 흰 정장을 입었다. 얼굴은 지나치게 잘생겼지만 눈에는 가시지 않는 사나움이 배어 있었다.엉망이 된 방을 훑더니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주비야, 오랜만이다.”주비는 얼굴을 보자 온몸이 굳었다.‘남혁?’‘죽은 거 아니었어? 안 죽었으면 5년 동안 왜 숨어서 안 나타난 거야?’인우가 마지막 남자를
혜니가 인우를 세게 밀어내고 돌아서려 했다.인우가 뒤에서 다시 안았다. 몸에 박아 넣을 듯 두 팔을 바짝 조였다.“그날 밤 남주비를 만났어.”낮고 힘겨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남주비가 나한테 약을 먹였어.”몸부림치던 혜니가 그대로 굳었다.그 자리에 멈춰 놀란 눈으로 돌아봤다. 흘리던 눈물도 잊었다.인우가 팔에 더 힘을 주고 정수리에 턱을 기댔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의 기억이 피 흘리는 상처처럼 다시 벌어졌다.호화롭지만 휑한 별장에서 주비가 흰 원피스를 입고 애원했다.“인우야, 나 안 가. 정말 네 곁을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뜨거운 박수가 연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계 기업인들이 겹겹이 인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그 사이에는 화려하게 꾸민 예쁜 여자애 세 명도 섞여 있었다.손목에 찬 시계만 봐도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되어 보였다.딱 봐도 어느 집안의 귀한 딸들이었다.혜니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조용히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혜니가 막 문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려던 때였다.하이엔드 맞춤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혜니 앞을 막아섰다.“한인우 대표님 비서죠?”“안녕하세요.”혜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여자
묵직하게 내려앉은 손끝은 아무렇게나 닿은 듯했지만, 닿는 곳마다 혜니의 감각을 흐트러뜨렸다.‘4년만이야...’4년 만의 키스는 거칠고 익숙했다. 김 기사는 재빨리 차 안의 파티션을 올렸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귀머거리이자 장님이었으면 했다.혜니는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이를 악물 듯 세게 깨물자,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번졌다.그제야 인우가 혜니를 놓아주었다.“한인우, 너 진짜 뻔뻔해.”인우는 뜻을 이룬 사람처럼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너도 꽤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혜니는 말문이 막혔다.‘이 개
이 목걸이는 오후에 혜니가 직접 받아 온 바로 그 목걸이였다.무려 112억 원대.혜니가 감히 목에 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혹시라도 망가지기라도 하면, 혜니는 평생 인우의 노예처럼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혜니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때 읽었던 유명한 단편 하나가 스쳤다.제목이 하필이면 ‘목걸이’였다.“대표님, 이건 너무 귀한 거예요. 저는 못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망가지면 정말 감당 못 합니다.”혜니는 명절에 어른이 억지로 쥐여 주는 세뱃돈을 끝까지 사양하는 사람처럼 두 손으로 밀어냈다.“고의로 망가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