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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웃음광란
추월녀는 유봉진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

그녀가 예전처럼 위로해주지 않자 유봉진은 다소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추월녀가 위로의 말이라도 몇 마디 건넬 줄 알았다. 어쨌거나 그동안 그녀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니까.

사내들은 대부분 마음이 쉽게 변했지만 유봉진은 적어도 그러지 않았기에 세상의 그 어떤 사내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했다.

추월녀는 끝내 화를 내지 않았다.

유봉진은 추월녀의 성격이 좋아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마음을 진정하고 나면 결국 그를 용서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기운 내거라. 잘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다오.”

그러고는 그제야 만족한 듯 떠나버렸다.

그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진 순간 추월녀의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몸을 돌려 자운선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자운선이 침상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몸이 아직 아픈 것이냐?”

추월녀의 눈빛이 변하더니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운선은 고개를 내저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씨, 방금 다 들었습니다. 대군 나리께서...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찌 아씨를 이리 대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사실 그날 선우원영이 유봉진을 빌어먹을 놈이라고 했는데도 유봉진은 그 호칭이 익숙한 듯 화도 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자운선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다.

추월녀조차 유봉진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데 이것만 봐도 진왕 대군이 선우원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아씨, 대군 나리께서 마음을 돌릴 거라고 믿으십니까?”

뜻밖에도 창밖을 내다보는 추월녀의 눈빛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대군 나리께서 선우원영을 잊든 말든 더 이상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운선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아씨...”

“상대가 돌아와 가끔 자신을 봐주기를 기다리면서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는 없다. 이미 내게서 멀어졌으니 나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9년 동안 품어온 마음을 하루아침에 떨쳐버릴 수는 없겠지만 한 번 금이 간 거울은 나중에 아무리 갈고 닦아도 예전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미 깨진 사이는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몸을 잘 추스르거라. 도성으로 돌아가야지.”

추월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

“먼저 오라버니한테 다녀오마.”

자운선은 뭔가 말하려다가 더는 말하지 않고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만 조용히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추월녀가 성격이 유순해서 함부로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가 누구보다 굳세고 강한 여인이라는 걸 자운선은 알고 있었다.

충용후 부부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추월녀의 할아버지인 선대 국공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추소하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었다. 그런데 가장 연약해 보이는 추월녀가 홀로 충용후 부부의 모든 장례를 치렀다.

그녀가 보기엔 연약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왕 대군 또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위로를 구하러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점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추월녀는 계속 집에만 머물며 부상당한 오라버니와 자운선을 직접 돌보았다.

유봉진은 그녀가 울지도 않고 억지도 부리지 않자 이미 그와 선우원영의 일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하고 안심했다.

연이어 7일 동안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7일 후 대군이 정비를 마쳤고 도성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간신히 상처를 치료한 추소하가 병사들을 이끌고 앞장섰고 추월녀의 옆에는 이젠 자운선만 남게 되었다.

올 땐 진왕 대군이 그녀의 옆을 지켰고 두 사람의 사이 좋은 모습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하지만 돌아갈 때 진왕 대군의 옆에는 다른 여인이 있었다.

자운선은 속으로 씁쓸함이 밀려왔다. 반면 추월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종일관 담담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병사들이 이미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진왕 대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반 시진 정도 더 기다리고 나서야 대군의 마차가 멀리서부터 성문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시끄러운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다.

“이미 저 여인과 혼약을 맺었으면서 나를 도성으로 데려가는 연유가 무엇이냐? 내가 저 여인처럼 명예와 지위를 위해 존엄까지 버릴 거라고 생각하느냐? 똑똑히 말하는데 난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난 다른 여인과 한 남자를 공유할 생각이 전혀 없느니라. 일생에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없다면 날 건드리지 말고 저리 썩 꺼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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