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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웃음광란
“그러니까 대군 나리의 뜻은 저와의 혼인을 무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추월녀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침착했다. 하지만 소매 속에 감춘 주먹을 아무도 모르게 꽉 쥐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 살갗에 박혀 따끔거렸지만 심장의 고통 때문에 손바닥의 작은 아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혼자는 괴로운 표정으로 다른 여인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그를 위로해달라고 했다.

‘세상에 정말 별의별 일들이 다 있네. 어이가 없어서 원.’

혼인을 무르겠냐는 추월녀의 질문에 유봉진은 갑자기 심장이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럴 리가. 난 절대 혼인을 무르지 않을 것이다. 너와 평생을 함께하겠다.”

흥분한 유봉진이 다시 추월녀의 손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힘주어 잡았다.

추월녀의 손톱이 원래 손바닥을 향해 있었는데 그가 움켜쥔 순간 손톱 전체가 살갗에 깊숙이 박혀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몹시 아팠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듯 유봉진을 보면서 차분하게 물었다.

“그럼 이 밤에 무슨 말씀을 하려고 찾아오신 겁니까?”

“월녀야, 제발 이리 차갑게 대하지 말거라.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감정이 고작 이 정도의 작은 파도에도 휩쓸려갈 만큼 보잘것없었단 말이냐?”

유봉진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술병을 들더니 단숨에 반병이나 들이켰다.

그러고는 술병을 탁자에 내던진 다음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도 내가 어이하여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 계집은 얼굴도 못생겼고 몸도 왜소해서 너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데 밤마다 눈을 감으면 그 계집의 눈이 떠오른다. 커다란 눈망울이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더구나. 나를 보고도 오만방자하게 구는데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리석은 계집이다.”

분명 듣기 거북한 욕설을 내뱉고 있었으나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유봉진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괴로워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만났던 여인들과 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내게 아첨하지도, 순종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반항할 때마다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느니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잊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추월녀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월녀야, 내게 시간을 좀 주면 아니 되겠느냐? 꼭 잊도록 하마. 난 평생 너만을 사랑하겠다고 약조했었다.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니 날 믿어다오.”

“알겠습니다.”

추월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손을 빼내고는 오랫동안 연모했던 눈앞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여덟 살 되던 해에 그는 불길 속에서 그녀를 구해냈다. 그날부터 그녀는 그가 아니면 평생 혼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유봉진은 열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어린 영웅이었다. 자유분방하고 활기 넘치는 그를 추월녀는 진심으로 연모했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함께 나아가기 위해 추월녀는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다.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은 물론이고 전장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익혔다.

하지만 유봉진은 다정하고 여린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여 추월녀는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그의 앞에서는 자랑하지 않았고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의 눈에 그녀는 언제나 조신하고 지적이고 사려 깊으며 연약하기 그지없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만하고 안하무인인 어린 계집을 연모하게 되었다고 했다...

추월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취한 유봉진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서 마음을 잘 정리하도록 하세요.”

“아직 화가 안 풀렸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월녀야, 난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유봉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달빛 아래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간을 좀 다오. 내 반드시 그 여인을 잊고 널 다시 마음에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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