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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어떤 모습이 진짜지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5.08.2026 13:59:07

20화

젖은 옷보다 머릿속이 더 엉망이었다. 아직도 귓가에 그의 낮은 목소리가 맴도는 듯했다.

“연회 얘기는 꺼내 보지도 못 했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

프레데리크는 타운하우스로 돌아오자,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초대장을 보고 보좌관에게 말했다.

“초대장 알아서 회신해.”

그러자 랑베르가 곤란한 표정으로 답했다.

“대부분 황녀 전하와 함께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입니다. 황녀 전하께도 이미 전달되었을 것이고, 각하께서 동행하지 않으시면 황녀 전하께서 혼자 참석하신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

프레데리크는 대답을 미룬 채, 젖은 옷부터 갈아입겠다며 침실로 들어섰다. 시종에게 옷을 건네고는 맨몸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찬물로 몸을 씻어낸 그는, 미로정원에서 황녀가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삼켰던 순간을 떠올렸다.

집무실로 돌아온 프레데리크는 랑베르에게 지시했다.

“황녀에게 어떤 초대에 응할 건지 물어.”

랑베르가 잠시 머뭇거렸다.

“동행하신다고 전해도 되겠습니까?”

프레데리크는 고개를 잠시 숙였다. 그것이 단순한 의무감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놓치기 싫어서인지, 그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전해.”

문득, 정원에서 생각이 많은 듯 같은 자리를 맴돌던 황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모습이 진짜지?’

정원에서의 고요한 눈빛, 연회장에서의 단호한 어조, 꿀벌 앞에서 당황하던 얼굴까지.

황녀는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 모든 모습이 다 진짜일까. 가면을 쓰기엔, 지나치게 솔직했다.

사치와 화려함에만 탐닉한다던 황녀치고는 정치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다. 황실 내 정보에도 밝고, 매사에 생각이 깊어 보였다.

꼭 황태녀라도 된 듯이.

꿀벌에 놀라던, 조금은 귀엽다 싶은 표정도 머릿속을 스쳤다. 프레데리크는 애써 그 기억을 떨쳐냈다.

“각하.”

눈앞에는 또 다른 보좌관 피엘 디비나가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북부에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프레데리크는 잠시 미간을 좁혔다. 북부라면 그가 태어난 곳이자, 평생 목줄이 매여 있던 곳이었다. 지금은 지키면서도, 동시에 버리려 하는 곳. 심중이 고요하지 않았다.

피엘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대공을 볼 때마다 되뇌었다. ‘이 자는 모든 걸 버릴 준비가 돼 있다.’ 가신들에게 그것은 배신과 다름없었다.

겉으로는 모두 충성을 맹세했으나, 가신들은 이미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랑베르가 속한 충성파는 어떻게든 대공의 후계자가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었고, 피엘과 같은 강경파는 대공이 북부를 버리기 전에 후계 생산의 책무부터 다하라 압박하고 있었다.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성인이 된 뒤로도 결혼을 미루던 대공이 드디어 황녀와 약혼했다지만, 어디까지나 정략혼이었다. 대공이 후계자를 두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피엘은 북부 가신회의에서 내려온 최종 결정문을 대공에게 전달했다.

프레데리크는 서신을 펼치자마자 얼굴을 사정없이 찌푸렸다.

베라트 가문의 충신들은 더 이상 후계자 부재를 묵과할 수 없으니, 황녀 전하와의 결혼식을 마친 후 수도에서 초야를 치르고 북부에서 후사 생산에 협조하라는 내용을 적나라하게 적어 보냈다.

‘나를 종마로 쓰겠다고?’

순간 책상을 뒤엎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지만, 그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피엘은 대공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다시 못 박듯 말했다.

“황실에 초야를 확인하는 절차를 갖추도록 건의해 두었습니다. 북부로 돌아가시면, 가신들이 정한 시일에 반드시 합방하셔야 합니다.”

프레데리크의 날카로운 시선이 피엘을 짓눌렀다.

피엘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외쳤다.

“시간이 없습니다! 북부는 베라트 가문에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종마로 쓰고, 내 아이를 또 종마로 쓰겠다고?”

“베라트 가문의 핏줄이 끊기면 제국의 심장이 멈춘다는 신탁을 잊으셨습니까? 다음에는 압박이 아니라 강제가 될 겁니다.”

피엘은 신전과 북부 가신들만이 아는 무거운 진실을 들이밀며, 이 짐을 외면할 것이냐 되묻고 있었다.

프레데리크는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황녀와 한 방에 든다 해도, 실제로 치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모두 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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