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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섬기는 하녀
죄를 섬기는 하녀
Penulis: 파란별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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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파란별1001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0 01:54:17

이른 아침, 저택 내에 있던 모든 하녀와 하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맡을 구역과 저택 내의 주의사항이 하나씩 전달됐다.

 

하녀장 앤부인의 시선이 유독 튀는 섬세한 은발 머리카락을 단정히 틀어 올리고 푸른 눈망울을 깜박이는 하녀에게서 멈췄다.

​

“그리고, 엘리,”

​

나는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네.”

“오늘은 별관을 맡도록 해라.”

별관이라는 말이 떨어진 순간, 늘어지던 분위기가 묘하게 굳으며 시선들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별관이라고?”

“이제 오셨나 봐.”

“엘리는 신입이잖아. 그러니까 보내는 거지.”

“하아….정말 찍히지 않으면 다행인데.”

​

그들이 수군거리든 말든,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는 중이라 돈이 더 절실했으니까.

​

일반적으로 귀족가의 하녀는 오래 일할 사람을 더 선호하지만 짧게 일할 사람이라도 하녀 경력이 있으면 더 시급을 높게 준다는 말에 고민 없이 이력서를 밀어 넣었다.

​

모든 일 자체는 지극히 평범했다. 황궁과 마탑에 비하면 따분할 정도로.

하녀들 간의 힘 다툼도 없고, 다들 잘 해주었다. 하인들과도 이렇다 할 로맨스가 없는 평범한 직장생활이었다.

여느 메이드 일처럼 다 하고 부엌일과 빨래까지 거들다 보니 친해진 하녀들도 생겼지만, 오늘이 이곳이 마지막이었다.

​

‘내일…, 아침에 항구에 가서 벨제브로 가는 배만 타면, 먹튀오빠도 찾지 않겠지.’

​

 

어제저녁, 앤부인은 엘리를 따로 불러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별관을 맡으면, 하루 일당도 퇴직금도 2배가 되는데 해보겠니?”

“네, 좋아요. 그 일만 끝으로 전 나가는 거죠?”

“…그렇지.”

​

오히려 앤의 반응이 어딘가 미묘하긴 했다.

그래도 일당과 퇴직금이 두배 라는 말에 그 정도의 불안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오늘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다들 별관을 안 가려고 하지?‘

월급도 더 많은데.

이상하네.

​

하녀장의 지시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수군거리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엘리를 향한 시선엔 동정이 서려 있었다.

‘별관 가는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일이 많은 별관인 줄 알았다.

한명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반응이 모두 같았으면 처음부터 거부했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아니, 그 유명한 리하르텐 공작가에서 갑자기 기간제 하녀를 구할 때부터 의심했어야 하는 게 맞았을지도.

​

아침에 별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몇 주간, 몇 번이나 본 장미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역시 리하르텐 공작가의 장미가 유명하다더니,

세상의 모든 장미가 다 있는 거 같네.’

​붉은색, 핑크색, 노란색,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

장미를 지나 키 큰 나무가 듬성듬성 늘어진 작은 숲길이 나왔다. 울창하지는 않아도 저런 굵은 나무 뒤라면 성인 둘 정도는 무슨 짓거리를 하든 충분히 가려질 것 같았다.

​

나는 괜히 그쪽을 한번 흘끗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

“식사는 본관에서 보내주고, 청소도 아침에 한 번 해준다고 했는데.”

그럼, 내가 할 일은 공작님의 지시사항을 따르면 되는 정도라고?

그것도 내일이면 없을 내가 할 수 있으려나.

​

음….그런데, 공작님이 누구길래?

또 다른 미친놈인가?

​하늘 아래 미친놈이 왜 이리 많은지.

순간, 마탑에서 순수하게 XX에 쳐 돌아버린 멀쩡하게 생긴, 한때는 한 집에 살았던 먹튀 오빠라는 작자가 떠올랐다.

진짜 황금이면 더 좋았을 금발 머리를 가진 로이드.

황금이었다면, 머리를 박박 밀어서 먹튀한 값 다 받을 수 있는데.​

부모님이 우연히 쓰러진 로이드를 데리고 와, 없는 살림에 먹이고 키우며 하나뿐인 오빠로 따랐는데…

딸랑 쪽지 하나 남기고 간 먹튀한 가짜 오빠 놈.

마탑에서 돈을 철철 버는 거면, 진작 키워주고 재워주고 한 값은 치뤄야지!

​

으….오랜 만에 생각해서 그런지 등골이 서늘했다.

어렴풋이 로이드가 진짜 집을 찾아서 간 거 라고, 성을 이야기 해줬는데 뭐였더라?

분명 들었는데, 까먹었네.

별,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보네.

​

어느새 별관 앞에 도착해 있었다.

​

고풍스런 3층짜리 별관.

웅장한 본관보다는 아담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평민 기준으로는 아담이 아니고 여전히 으리으리 였지만.’

​

현관 앞에 서 있는 기사들이 그새 보고받았는지 나를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별관 입구에 기사가 있는 거…처음 보는데.’

​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든 순간,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별관이 갑자기 으스스하게 보였다.

거대한 덫 앞에 선 기분이었다.

‘아냐, 내일이면 나갈 건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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