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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Author: 경옥
심정우는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었다.

“오숙모,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사랑채를 나섰다. 계연수는 더 물으려던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심씨 노부인은 서둘러 멀어지는 심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아이는 아직도 저렇게 침착하지 못하구나. 묻던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가 버리다니.”

노부인은 답답한 듯 다시 말했다.

“회덕이 대체 어디인지, 그곳에서 경성까지 며칠이나 걸리는지도 똑똑히 말해 주지 않았다.”

회덕이라는 지명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름조차 낯선 것을 보면 여전히 경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 듯했다.

계연수는 심정우가 사라진 문 쪽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물러가겠다고 했다.

용춘은 계연수의 팔을 조심스럽게 받쳐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복도를 걷던 그녀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헌데 어째서 후작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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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독약 들고 온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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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62화

    노부인은 계연수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름진 손이 가늘게 떨리며 계연수의 뺨을 감쌌다.“너는…”슬픔에 잠긴 목소리가 힘겹게 이어졌다.“너는 지금… 괜찮은 게냐…”계연수는 그 손의 온기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니, 지금은 무엇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감각마저 무뎌져 있었다.심서준을 생각할 때마다 밀려오는 슬픔도 가슴 가장 깊은 곳에 눌러 두었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자신을 내맡길 수 없었다. 마음껏 울어 볼 시간조차 계연수에게는 없었다.빛이 옅어진 눈으로 노부인을 바라보며 나직이 답했다.“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노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계연수의 얼굴을 살폈다. 이제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이 아이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울고 쏟아 내도 가슴에 맺힌 슬픔은 덜어지지 않았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안부를 묻고 몸을 살폈다. 하나같이 지극히 효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 비위를 맞추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말없이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사람은 계연수뿐이었다.정작 큰일이 닥쳤을 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계연수였다.노부인은 끝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계연수의 품에 기대어 통곡했다.“나는 믿을 수가 없구나. 내 아들… 내 아들이.”“어려서부터 그리 뛰어난 아이였는데, 어찌 이렇게…”계연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에게도 남은 힘이 얼마 없었다. 노부인을 달랠 기력조차 없이 몸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곁을 지키던 방 어멈이 다가와 노부인을 달래며 다시 침상에 기대도록 부축해 준 덕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계연수는 노부인이 조금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손을 꼭 쥐었다.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어머님 곁의 벽월과 양아, 두 시녀뿐입니다. 다른 시녀들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머님께서 시집오실 때부터 데려와 오래 지켜보신 이들은 믿고 쓰셔도 될 듯합니다. 당분간 약과 음식은 그처럼 속속들이 아는 사람

  • 주문춘귀   제1161화

    노부인은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계연수의 어깨에 기대어 숨을 헐떡였다.“내가 그 고생을 하고, 내 아들만 바라보며 사십 년을 살았거늘… 어찌 그 아이가 나보다 먼저…”“이제는 손자마저 이리되었으니, 이 늙은 것이 무슨 낙으로 살겠느냐. 나도 너와 함께 입궁하겠다. 폐하께서 심씨 가문에 합당한 답을 주지 않으시면, 그 앞에서 머리를 찧고 죽을 게야. 심씨 가문이 폐하를 어떻게 보필했는데! 폐하께서 어찌 은혜를 저버리시는지 온 천하가 알게 하겠다.”노부인은 말을 할수록 격해져, 기어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쇠약해진 몸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계연수가 받쳐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침상 아래로 굴러떨어졌을 터였다.계연수는 힘겹게 노부인을 부축해 다시 눕혔다. 지금은 침상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어려운 몸이었다. 이 상태로 입궁하는 것은 무리였다.“어머님, 이 일은 제게 맡겨 주세요.”계연수는 숨을 고르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폐하를 몰아붙이면 당장은 뜻을 굽히실 수도 있습니다. 헌데 훗날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 심씨 가문이 지난 은혜를 내세워 자신을 압박했다고 여기실 테니까요. 지금은 부군도 안 계시니, 강경하게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폐하께서는 늘 황실의 체면을 중히 여기셨습니다. 더구나 태후는 폐하의 친어머니입니다. 저희가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맞서 폐하의 위엄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심씨 가문에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아이를 되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일은 아이를 찾은 뒤에 차근차근 도모하면 됩니다.”노부인은 눈물 어린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부저에 이토록 큰일이 닥쳤는데도 계연수는 침착하게 앞일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 아이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막막했다.부군도 곁에 없으니 의논할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데 태후와 내통한 자가 다름 아닌 백씨라니. 그 은혜도 모르는 자가 집안에서 이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이 노부인을 더욱 무너뜨렸다.노부인은 계연수의 손을 꼭 쥐었다. 안쓰러움에

  • 주문춘귀   제11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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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59화

    계연수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얼굴에 일제히 놀라움이 번졌다. 이 시각에 계연수가 이곳에 나타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어제 계연수가 산기를 보였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납작해진 배를 보고도 선뜻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더구나 계연수는 월백색의 수수한 옷을 입고 있었다. 진주나 비취 장식 하나 없는 차림이 지나치게 소박해, 가뜩이나 여윈 몸이 더욱 가냘파 보였다. 그나마 눈치가 빠른 이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문안을 올렸다.계연수는 곱게 단장한 얼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향기로운 옷과 화려한 머리 장식에 둘러싸인 이들은 따뜻한 방 안에서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었다. 아무런 근심도 없는 듯, 지금 심씨 부저에서 벌어진 일조차 자신들과는 무관한 듯했다.노부인은 계연수를 보자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기침 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거칠게 쉬어 있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이어 걱정 어린 꾸지람이 쏟아졌다.“이런 무모한 짓이 어디 있느냐. 본래 몸도 약한 아이가 어쩌자고 이리 몸을 돌보지 않아? 평생 갈 병이라도 얻으려는 것이냐?”계연수는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갔다. 노부인의 얼굴에는 심신이 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가의 눈물 자국은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머리에는 하룻밤 사이 백발이 가득 내려앉은 듯했다. 늘 정정하던 사람이 이제는 반쯤 몸을 일으킨 채로도 금방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계연수의 형편도 그보다 나을 것은 없었다. 다만 가슴에 맺힌 한을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아이를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하인이 의자를 가져오자 계연수는 침상 곁에 앉았다. 그러고는 다른 이들에게 잠시 바깥방으로 물러나 있으라고 했다. 이제 이 부저에서 계연수의 말을 거스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이수옥도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물었다.“헌데 어머님은 어디 계세요? 아침 내내 뵙지 못했는데, 오숙모님께서는 보셨나요?”계연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방 어멈에게 이수옥도 내보

  • 주문춘귀   제1158화

    손끝에 닿은 따스한 온기가 계연수의 온몸으로 번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그러자 또다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지금 심서준이 곁에 있다면, 이렇게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떠나기 전에도 그는 계연수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하루빨리 돌아와 계연수와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어떤 기억은 깊이 떠올려서는 안 되었다. 생각이 이어질수록 애써 붙들어 둔 마음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계연수는 눈을 꼭 감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이미 잠겨 있었다.“용춘, 부저에 남아 아이를 잘 지켜다오. 이 아이마저 잘못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용춘이 서둘러 대답했다.“염려 마세요, 부인. 제 목숨을 잃더라도 의아 아가씨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계연수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아이를 가만히 토닥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어멈이 발소리를 죽여 들어왔다. 계연수는 몸을 조금 일으켜 아이를 작은 침상에 눕히려 했다.그런데 작은 몸이 침상에 닿자마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우렁차고 기운찬 울음소리가 곁방을 가득 채웠다. 곁에 있던 용춘도 느닷없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한쪽으로 물러나 있던 취낭과 하녀도 황급히 다가왔다.계연수 역시 당황해 아이를 다시 품에 안고 달랬다. 다행히 아이는 달래기 어렵지 않았다. 조금 토닥여 주자 울음을 그치더니, 몇 번 훌쩍이고는 다시 깊이 잠들었다.이제 괜찮겠다 싶어 조심스레 침상에 내려놓았으나, 아이는 어미의 품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눕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울기 시작했다.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계연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배가 고픈 것이냐?”취낭이 다가와 아이를 받아 안으며 조용히 대답했다.“부인께서 안아 주시기를 바라는 모양입니다. 아직 깊이 잠들지 못해서 그러니, 조금만 더 달래면 괜찮을 겁니다.”취낭의 품에서는 아이도 제법 편안해 보였다. 계연수는 그제야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춘에게 다시 한번 잘 돌보라 당부

  • 주문춘귀   제1157화

    “노부인께서 몸이 편치 않으시니, 제가 아이를 안고 와 보여 드리라고도 하셨습니다.”이수옥이 궁금한 듯 한 걸음 다가섰다. 어제 계연수가 정신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아이는 무사한지, 출산은 순조로웠는지 알고 싶었다.초췌한 계연수의 얼굴을 보자 여러 짐작이 떠올랐다. 이수옥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숙모님, 아이는 어디 있나요? 저도 한번 안아 보고 싶습니다.”한 걸음 더 다가가 말을 이으려던 이수옥은 계연수의 싸늘한 눈과 마주쳤다. 순간 가슴이 움찔해 입을 다물었다.계연수는 이수옥을 한 번 바라보고 물었다.“어머님께서 깨어나신 지 얼마나 되었느냐?”평소와 다른 냉담한 낯빛에 이수옥도 신중히 대답했다.“방금 깨어나셨습니다. 눈을 뜨시자마자 한바탕 우시고는 숙모님을 찾으셨습니다. 오숙부의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하셨고요.”계연수는 입술을 다물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짧게 말했다.“돌아가거라.”이수옥은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그럼 아이는요?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노부인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요? 숙모님께서도 이유는 알려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계연수가 차갑게 이수옥을 바라보았다.“지금 내게 이유를 대라는 것이냐?”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이수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어 더욱 싸늘한 말이 떨어졌다.“돌아가라고 했다.”이수옥은 서 있었지만, 계연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마음이 떨렸다. 분명 지치고 부드러운 눈매였다. 그런데 그 눈길을 받고 있자니 더는 한마디도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수옥은 황급히 대답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망토를 매만지던 방 어멈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셋째 아가씨께서는 정말 예법을 모르시는 건지, 일부러 저러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부인 앞에서도 가끔 너무 분별없이 말씀하시니…”“셋째 도련님께서는 어쩌다 저런 부인을 맞으셨을까요.”계연수는 입술을 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방 어멈에게 창고에서 단검 하나를 가져오라 일렀다.방 어멈이 놀라 얼굴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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