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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Author: 경옥
그녀의 입술은 물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계연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심서준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마치 몸 안에서 뭔가가 폭발할 것 같았다. 그녀의 등을 잡고 있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녀와의 입맞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 그녀가 물에 빠졌을 때, 그때의 그는 입맞춤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서툴게 입술에 입술을 맞대었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갔다. 영혼이 이탈할 것 같은 낯선 자극에 이성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 그동안 그가 애써 지켜왔던 절제와 금욕은 이 순간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녀에 대한 집요한 욕망만이 소용돌이쳤다. 허리를 감싼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는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고 싶어졌다. 그녀의 몸이 조금 더 자신에게 단단히 밀착되기를 바랐다.

그녀를 밤새도록 안아주고 싶었다.

영혼까지 녹아내리는 이런 경험은 오직 그녀만이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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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553화

    그 시각, 백씨는 귀비탑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심씨 노부인 쪽에서 일어난 소식은 이미 전해졌던 터였다.은향은 백씨에게 발을 주물러주며 물었다. “부인, 이때 가셔서 좀 보지 않으실 겁니까?”백씨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은향을 스쳐보았다. “지금 내가 가서 뭐 하겠느냐? 어머님 앞에서 헛된 걱정이나 하라고? 이런 일이 생기면 어머님은 숨기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떠뜬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지금 가면 안 된다.”백씨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앉아 있던 장 어멈을 향해 말했다. “너는 나 소실에게 가서 말하거라. 내 병이 거의 다 나아서, 이제는 집안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장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러고는 백씨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 저는 요즘 나 소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버릇없이 다니거나, 심씨 노부인에게 아부를 하지 않더군요. 예전보다 훨씬 얌전해졌습니다.”백씨는 차를 마시며 비웃었다. “그 여인은 늘 사람들 앞에서 그런 연기를 잘 하지. 마치 자신만 현명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보인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자신을 잘 포장하는지 두고보자고. 이번에도 얼마나 기고만장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장 어멈은 잠시 후 궁금한 듯 물었다. “헌데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겁니까?”백씨는 장 어멈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일이 진짜 발생했는지, 아닌지는 내가 걱정할 게 아니거든. 진짜 중요한 건 어머님께서 이걸 얼마나 싫어하냐는 것이다. 나는 사실여부 따위에 관심이 없거든.”장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답했다.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그때, 밖에서 하녀가 들어와서 전했다. “유 소실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백씨는 미간을 찡그렸다. 유 소실이 왜 지금 이때에 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유 소실은 아마 부엌에서 들려온 소리에 겁이 나서 여기로 왔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이 걱정되어 백

  • 주문춘귀   제552화

    "게다가 이 일은 밖에서도 전혀 퍼지지 않았습니다. 헌데 왜 집안에서만 퍼진 겁니까? 이 소식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그 속에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니겠습니까?"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그렇다. 이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집안의 소문이 어떻게 생긴 건지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데 어찌하여 심부에만 퍼지게 된 걸까?그것 역시 의문스러운 점이었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건 묻지 않겠다. 지금 딱 하나만 물으마. 내가 방금 물었던 그 말들, 그게 모두 사실이더냐?”계연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아무리 여러 번 말해도, 어머님께서는 믿지 않으실 겁니다. 후작께서 돌아오시면 직접 물으시지요. 저는 후작께서 데려온 사람입니다. 어머님께서 저를 믿지 않아도 후작 말은 믿으시겠지요.”심씨 노부인은 조용히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너무나도 교묘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그녀를 처벌할 수도, 처벌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심씨 노부인은 그녀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제기하려다가도, 계연수가 방금 했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 역시 이 일이 더 이상 퍼지지 않기를 바랐다. 계연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심가의 사람이고, 또한 자신의 며느리이기 때문이다.심씨 노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계연수의 손을 다시 한번 살폈다. 백씨의 말이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단순히 넘어졌단 말인가?소문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굴욕적이고 참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심씨 노부인은 확신하고 싶었다. 이 일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그러나 계연수는 여전히 침착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함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오히려 이 일이 그저 지나치게 확대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심씨 노부인은 다시 한 번 깊은 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 주문춘귀   제551화

    심씨 노부인은 오늘 아침에서야 이틀 사이에 집안에서 떠도는 소문을 알게 되었다.그녀의 시녀가 아침 일찍 부엌에 준비하러 갔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떠드는 말을 듣게 되었다. 계연수가 마적에게 납치되었다는 이야기였다.심씨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오늘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원래 오늘 아침 심서준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심서준이 조정에 가야 할 일이 있어 일단 참았다. 그러다 결국 계연수를 마주하자 참지 못하고 화를 내게 된 것이다.이 일이 사실이 아니라면 집안에서 왜 이런 소문이 돌겠ㅎ는가?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면 밖에선 더 떠들어댈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심가의 명예는 어떻게 되겠는가?계연수는 고개를 숙여 부서진 고급 청자기를 보고 있었다.잠시 생각하다가 심씨 노부인의 얼굴에 가득한 분노를 보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얼굴을 차분히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 심씨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가 여전히 변명한다고 생각해 더욱 화가 났다.그녀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숨기려는 것이냐? 모른다고 할 것이냐? 그럼, 궁 안에 있는 물건이 먼저 돌아왔는데 너는 왜 돌아오지 않은 것이냐? 그날 거리에 마적이 나왔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게 혹시 너때문이었느냐? 도대체 너는 그 마적들에게 어디로 끌려갔던 것이냐?”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했다.하지만 심서준은 그녀에게 그날 거리에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이미 설명해 주었다.고준안은 계연수를 마차에 태운 뒤, 그녀의 명예를 고려해 마차 안으로 철저하게 감춰주었다. 그래서 외부 사람들은 그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또한 마차에는 심부의 표식이 없었고, 그날 호위들은 각자 처리할 일이었으므로, 외부에서는 그 사실을 절대 알 수 없었다.계연수는 마음속으로 안심했다. 그녀가 실제로 산적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을 심씨 노부인은 모르는 게 분명했

  • 주문춘귀   제550화

    그리고 그는 그런 일을 기꺼이 즐겼다.다만 계연수의 백옥 같은 발목에 아직도 붉은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보자, 가슴속에 맺힌 답답한 기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다행히도 그는 언제나 그녀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줄 수 있었다.단장을 마친 뒤, 심서준은 나서기 전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계연수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같이 가겠다.”계연수는 멈칫해 고개를 들었다.“관아에 나가시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으십니까?”심서준은 그녀 곁에 앉으며 담담히 말했다.“괜찮다.”계연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담담해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시녀들에게 가볍게 꾸며달라 일렀다. 큰 병을 앓고 막 일어난 사람에게는, 오히려 수수한 차림이 더 보기 좋을 터였다.준비를 마친 뒤, 그녀는 심서준과 함께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심서준은 계연수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가에는 희미한 새벽빛이 번져 있었다. 계연수는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어느새 다시 평소의 엄숙하고 서늘한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정말이지, 침상 위와 아래에서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문안을 드리러 도착하자, 노부인의 처소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방의 어린 식구들도 모두 와 있었다. 심서준과 계연수를 보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그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문안하는 모습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린 아가씨들이야 그렇다 쳐도, 최씨는 자신보다 나이도 많았다. 그러나 심서준은 이미 익숙한 듯, 그저 짧게 응할 뿐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백씨가 웃는 얼굴로 다가와 계연수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히며, 몸은 좀 어떠냐고 살뜰히 물었다.계연수도 얼른 예를 갖춰 답했다.“형님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몸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백씨는 곁에 서 있는 심서준을 한 번 보고 다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는 문득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 주문춘귀   제549화

    계연수가 보고 있던 건 이 과부 문전의 이런저런 이야기’였다.심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가, 이내 곤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순간,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스치는지 스스로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문득 그날 밤 일을 심정우에게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계연수가 머리 비녀로 말의 살을 찔러, 그 틈에 위오의 말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였다.그렇게 여려 보이는 사람이 저토록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니.어쩌면 계연수는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연약한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그 점이 그로서는 다행스러웠다.그녀를 세상 물정 모른 채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를 지킬 힘 역시 갖추길 바라는 마음. 그 두 가지가 동시에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그가 언제나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그는 아무 말 없이 책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이 책이 그녀가 이번 일을 잊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금 더 읽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심서준은 이른 아침에 나섰고, 계연수는 한참 늦게까지 잠들어 있었다.하지만 계속 누워만 있으니 오히려 몸이 더 뻐근해졌다.계연수는 몸을 일으켜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사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그날 떨어진 곳도 풀밭이었고, 평소에도 몸이 약한 편은 아니었기에 상처 역시 심하지 않았다.용춘은 재빨리 다가와 옷을 챙겨 입히고 단장해주었다.몸을 추스르는 동안, 안채에는 큰 시녀 둘과 어멈 하나만 남겨두었다.그 어멈은 심서준의 사람이었고, 방 어멈이라 불렸다. 이 집안에서 위치가 남다른 사람이었지만, 성정은 온화했고 계연수를 가장 세심하게 돌보는 이이기도 했다.방 어멈 역시 가볍게 걷는 건 좋다며, 뜰 안에서 조금만 움직이라 했다.곁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주니, 계연수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맑게 개인 하늘, 한 점 구름도 없이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번지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자, 마음도 조금은

  • 주문춘귀   제548화

    심서준이 계연수에게 발라준 것은 궁에서 쓰는 생기부용고였다. 흉터를 빠르게 가라앉히는 약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시간이 필요했다.손가락에는 모래에 긁힌 자잘한 상처들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더욱 굳게 다물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지워지지 않는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감정이 그를 더욱 팽팽하게 조여왔다.수많은 계산과 노력을 들여 겨우 맞이한 사람이었다.혼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런 고통을 겪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심서준은 말없이 그녀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다가, 다시 약을 가져와 조용히 상처 위에 발라주었다.계연수는 그의 손길을 바라보다가, 방금 전 용춘이 이미 약을 발라주었다는 말을 꺼내려 했다.하지만 고개를 떨군 그의 얼굴,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어둠이 깃든 표정이 말문을 막아버렸다.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상처는 많지 않았다. 주로 무릎과 팔에 집중되어 있었다.심서준은 그녀의 다리를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길고 단정한 손으로 천천히 치마 끝을 걷어 올렸다.계연수는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촛불 아래에서 반짝이는 그 손은, 마치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그 손으로 날 선 상소문을 써내릴 수도 있었고, 화리서를 건네주기도 했으며,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차갑고 단단한 기운이 깃든 손이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분명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이런 접촉에 더 이상 낯설어하지 않았다.마치 평범한 부부처럼, 서로 마음이 통해 맺어진 인연인 것처럼 느껴졌다.이익과 계산이 아닌, 그저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처럼.그때 문득 생각이 스쳤다.심서준은 어쩌면 좋은 부군이 될지도 모른다고. 다만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부드러운 기색이 드러나지 않아 그 속을 읽기는 여전히 어려웠다.무릎의 상처가 가장 깊었다. 딱지가 앉은 자국을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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