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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Penulis: 경옥
계연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옷깃을 여몄다. 움직임은 여전히 조용하고 우아했다. 허리띠까지 매고 고개를 든 그녀가 마주한 것은 꾸짖음과 실망이 가득 담긴 사옥현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 속에는 뚜렷한 불만과 경악도 있었다.

사실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에 부부의 정분은 별로 없지만 크게 싸운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차갑게 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 순간 그녀는 사람이 싫으면 싸움마저 귀찮게 느껴지는 그런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동안 받은 냉대와 억울함을 그에게 호소할 마음이 없었다.

아마 예전의 사옥현도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다툼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옥현은 늘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은 늘 한켠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와 논쟁해 봐야 상처를 다시 후비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때 그 찻잔을 이명유가 엎질렀다고 말할까? 항상 시어머니께 꾸중을 들었지만 단 한마디도 그에게 말한 적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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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42화

    계연수는 백씨가 몸을 피하는 모습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곁에 놓인 의자에 앉은 뒤, 심태숙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아주버님, 형수님과 몇 마디 나누어도 되겠습니까?”심태숙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백씨를 바라봤다.“이 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오. 결백하다면 제수씨에게 잘 설명하면 될 일이오. 제수씨도 아무 까닭 없이 당신을 억울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오. 묻는 말에 답하면 되오. 서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해 봅시다.”그는 백씨를 이끌고 맞은편에 앉았다.심태숙이 곁에 있으니 백씨도 조금은 기세를 되찾았다. 굳은 얼굴로 계연수를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나를 묶어 끌고 온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무 근거도 없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만 있을 줄 아느냐? 황후마마께 고해서, 동서가 심씨 부저에서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구는지 부인들 모두가 알게 할 것이다.”계연수는 그 말을 받아 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 겨를도 없었다.그저 백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양아는 형수님의 사람이지요?”백씨의 눈빛이 찰나 굳었다. 그러나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소리야? 양아는 어머님 곁에서 시중드는 시녀인데, 어째서 내 사람이라는 것이냐?”백씨는 곁의 심태숙에게 고개를 돌려 하소연했다.“부군, 보세요. 또 이렇게 저를 모함하잖아요. 동서 때문에 지금 집안 꼴이 어찌 되었습니까? 이 사람도 의심하고 저 사람도 의심하니, 이 집에는 떳떳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요? 양아는 십 년 넘게 어머님을 모셔 온 아이예요. 그런 아이까지 이리 모함하다니요. 제 사람이라고 하려거든 증거부터 내놓으라 하세요. 후작께서 돌아가셨다고, 우리가 이렇게 휘둘려야 하나요? 부군께서 나서 주세요.”백씨의 날카롭고 드센 목소리가 뜰 안을 가득 울렸다.심태숙도 계연수의 말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양아가 노부인에게 신임받는 시녀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다. 백씨가 노부인 곁으로 들여보낸 아이도 아닌데, 어째서 백씨의 사람이라고 단정하는가.그가 미간을

  • 주문춘귀   제1141화

    더구나 이제 심서준도 죽고, 그의 유일한 적자마저 죽었다. 심씨 집안의 뒤를 이을 사람이 사라졌으니, 결국 모든 것은 심태숙을 거쳐 자신의 두 아들에게 돌아올 터였다.이 일만 아무도 모르게 묻어 버리면 되었다.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흠잡힐 곳은 없지 않은가.백씨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태후가 심서준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제 뒤에는 여전히 태후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태후는 어디까지나 태후였다. 아무리 큰일이 벌어져도 황실 사람이니, 계연수가 감히 어쩔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심서준은 자신에게도, 백씨 집안에도 너무나 매정했다. 자신도 이 울분을 한 번쯤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백씨가 심태숙을 바라봤다.“하지도 않은 일을 어찌 인정하란 말씀이세요? 저를 믿어 주세요. 저는 정말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백씨는 심태숙의 소매를 꼭 움켜쥐었다.“어서 저를 데리고 나가 주세요. 계연수가 저를 이리 대하는데, 화도 나지 않십니까? 정녕 보고만 계실 겁니까?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아랫것들이 저를 어찌 보겠습니까? 부군의 체면은 또 어찌 되겠어요? 어머님께서도 아직 깨어나지 못하셨잖아요. 저도 어머님을 돌봐야 하는데, 계연수가 이렇게 제멋대로 굴도록 내버려두실 건가요?”계연수의 아이가 없어져 자신들에게 이로울 뿐이라는 말은 지금 심태숙에게 꺼내서는 안 되었다. 그런 속내를 드러냈다가는 그가 당장 등을 돌릴 것이 분명했다.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심서준은 죽었고, 뒤를 이을 자손도 없었다. 노부인이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달리 도리가 없을 터였다.백씨는 다시 눈물을 쏟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저는 그저 집안일을 잘 꾸려 갈 생각뿐이었어요. 평소 동서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해도, 어찌 감히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겠어요?”심태숙은 눈물로 얼룩진 백씨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럽게 우는 모습이 꼭 세상에 둘도 없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같았다.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 보였다.평소 사소한 계산을

  • 주문춘귀   제1140화

    심태숙은 성큼성큼 백씨에게 다가가 묶인 줄을 풀고, 입에 물린 헝겊을 빼 주었다.자유로워지자마자 백씨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울음에 목이 메면서도 억울함을 쏟아 냈다.“부군, 계연수가 이리도 안하무인일 줄은 몰랐습니다. 감히 저까지 묶어 두다니요. 후작이 떠났다고 해서 심씨 부저가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은 아니잖습니까. 저도 엄연히 이 집안의 큰부인인데, 무슨 자격으로 이리한답니까? 저를 업신여기고 마음대로 욕보이는 건 부군까지 안중에 없다는 뜻이지요.”심태숙도 처음 백씨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계연수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백씨는 자신의 정실이자 심씨 가문의 큰마님이었다. 그리고 지난날 집안 살림을 맡아 다스리던 사람이기도 했다. 아직 의심만으로 이렇게 묶어 두다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하지만 옆방에서 계연수가 듣고 있었다. 지금 그 일을 따질 때도 아니었다. 심태숙은 백씨를 부축해 일으키고 엄한 얼굴로 물었다.“제수씨의 아이를 태후마마가 매수한 사람이 바꿔치기해 데려갔다고 하오. 당신도 이 일을 알고 있었소?”그는 백씨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긴장한 탓에 손아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 백씨의 손목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이 배어 있었다.가장 두려운 것은 백씨가 제 짓이라고 털어놓는 일이었다. 사실이라면 백씨는 벌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자신까지 그 죄에 휘말리면 어쩐단 말인가.심태숙의 물음에 백씨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놀란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부군께서 어찌 제게 그런 걸 물으십니까? 제가 태후마마와 결탁해 동서씨의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리가 있습니까? 게다가 동서의 방에는 그 사람의 하인들뿐인데, 제가 어떻게 들어가겠습니까?”백씨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심태숙은 심씨 집안의 어른들에게 지나치리만큼 순종했고, 몸소 그를 가르친 심 수보에게도 깊은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일이 이토록 커졌으니, 사실대로 말하면 부군조차 자신을 감싸 주지 않을 터였다.백씨

  • 주문춘귀   제1139화

    백씨가 갇힌 뜰에는 나이 든 하인 둘이 지키고 있었다. 계연수가 다가오자 두 사람이 황급히 인사를 올리려 했다.계연수는 손을 들어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어느 방에 있느냐?”하인 하나가 서둘러 가운데 방을 가리켰다. 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심태숙을 돌아보았다.“저는 먼저 옆방에 들어가 있겠습니다. 아주버님께서는 제가 들어간 뒤에 가시면 됩니다.”심태숙은 가까이 선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과 달리 눈빛은 단호했다. 날이 막 밝아 오는 쓸쓸한 빛 속에서,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여위어 보이면서도 날카로운 기세를 잃지 않았다.말없이 서 있기만 해도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던 심서준의 모습이 문득 겹쳐 보였다.심씨 집안에 지금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여파가 자신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심태숙은 비로소 실감했다. 계연수가 이 일을 어물쩍 넘길 리 없었다.심서준이 벼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까지 떠올리자 마음이 어지러웠다. 만에 하나 백씨의 짓이라면, 황후와 태자가 자신을 가만두겠는가. 불안이 서서히 밀려왔다.심태숙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간청이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제수씨,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한집안 식구요. 한집안 식구끼리는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지 않겠소.”계연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입가로 비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눌렀다.그러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심태숙이 마음을 바꾸면 곤란했다.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었다.사실 그를 온전히 믿는 것도 아니었다. 심태숙과 백씨는 부부였다. 백씨가 죄를 지었다면 자신까지 연루될까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했다.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안심하세요, 아주버님. 저도 우리가 한집안 식구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제게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을 제가 해칠 일은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말을 이었다.“정말 형수님께서 하신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털어놓으

  • 주문춘귀   제1138화

    계연수는 백씨가 순순히 진실을 털어놓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당장 백씨를 불러 물어야 했다. 심태숙이 나서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럴 참이었다.그녀는 눈을 들어 심태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형수님께서 끝내 부인하시면, 아주버님은 그 말을 믿으실 건가요? 반대로 형수님께서 인정하시면, 감싸 주실 건가요?”심태숙은 말문이 막혔다. 계연수의 서늘한 눈빛에는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 선명했다.늘 온화하고 너그러웠던 제수씨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에 그는 낯이 뜨거워졌다. 본래 한집안 사람이지 않은가. 심서준이 계연수를 얼마나 아꼈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런 아우에게 변고가 생긴 데다, 제수씨의 아이까지 누군가에게 바꿔치기당했다. 그 일에 자기 부인이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니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계연수의 눈빛이었다. 마치 그도 백씨와 한패가 되어 심씨 집안을 탐내고, 심서준의 하나뿐인 아들을 없애려 한 사람처럼 보이는 듯했다.어느새 날이 희미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심태숙은 관직이 좌천된 뒤로 조회에 나갈 필요는 없었지만, 관아에는 가야 했다. 그는 시종을 보내 오늘은 조금 늦겠다고 먼저 전하게 했다. 고위 관직은 아니어도 그 정도 사정은 봐줄 터였다.그런 뒤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제수씨가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곁에 숨어 이야기를 들으시오.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결코 감싸지 않겠소.”계연수 역시 백씨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심태숙이 먼저 물어보게 하는 편도 나쁘지 않았다.“형수님은 바로 옆뜰에 계세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계연수가 의자 팔걸이를 짚고 일어나려 하자, 심태숙의 얼굴에 안쓰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만큼 여위고 위태로워 보였다.“제수씨는 이제 막 아이를 낳았소. 밖은 바람도 세고 추운데 또 몸이 상할까 걱정이오. 제수씨는 안쪽 방에 들어가 있고, 그 사람을 이리 데려와 이야기하면 어떻겠소?”계연수는 끝내 팔걸이를 짚고 일어섰다.백씨는 눈

  • 주문춘귀   제1137화

    “제 부군이 돌아오지 않은 틈에 넷째 형수님께서 이렇게 일을 꾸민 겁니다.”계연수는 심태숙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제 곁을 지켜 줄 믿을 만한 사람만 있었어도, 산파가 제 첫아들을 바꿔 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호위를 부르러 나간 시녀는 아직 행방도 몰라요. 제가 부군의 일로 경황없이 아이를 낳는 틈을 타 이런 일을 꾸민 사람이 누구겠습니까?”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물었다.“그럴 수 있는 사람이 또 몇명이나 되고요?”“아주버님, 형수님이 범인이든 아니든 의심이 든 이상 끝까지 밝혀낼 겁니다. 제 아이를 되찾지 못한다면, 저를 해친 사람은 누구도 무사히 넘어가지 못할 거예요.”심태숙은 흠칫하며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불씨처럼 타오르는 빛이 있었다. 어느 순간 그 눈빛은 심서준을 닮아 보였다.그는 입을 열었지만 백씨를 위해 변명할 말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두려웠다. 이 부저 안에서 태후와 손을 잡을 수 있고, 그럴 이유까지 있는 사람은 백씨뿐이었다.바꿔치기당한 아이는 황후도 마음 쓰시는 아이이자 심서준의 유일한 핏줄이었다. 정말 백씨가 저지른 일이라면 자신도 화를 면하기 어려웠다. 심태숙은 밀려오는 두려움을 누르며 물었다.“제수씨는 태후마마께서 부저 안의 누군가와 손잡았다는 걸 어찌 아시오?”계연수의 입가가 희미하게 비틀렸다.“증거가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아주버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넷째 형수님께 확인할 것을 모두 확인하기 전에는 놓아드릴 수 없습니다.”심태숙의 가슴이 다시 철렁했다. 계연수의 눈을 마주하니 마음이 더욱 다급해졌다.“제수씨가 억울한 건 아오. 심서준에게 그런 일이 생겼으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너무 서두르지는 마시오. 정말 백씨가 한 짓이라면 나도 감싸지 않고 당장 내쫓겠소.”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다만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하는 게 어떻소. 밖에까지 알려 일을 키울 필요는 없지 않소. 서로 의논하면 풀 방법이 있을 거요.”“서로 의논하자고요?”계연수의 입가에 서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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