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94화

Author: 경옥
“덜컥 겁이 나서 아가씨 처소로 바로 달려갔죠. 부인은 늘 몸상태가 안 좋으셨지만 오늘처럼 피를 토한 적은 없으셨어요.”

계연수는 고개를 돌려 창백하게 질린 어머니의 안색을 바라보았다.

오늘 저녁까지 상태가 괜찮아 보였는데 왜 떠나기 직전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용춘은 문지기를 시켜 말을 타고 가서 의원을 모셔오도록 했다.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멍하니 있는 계연수를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가씨. 의원이 곧 도착하실 거예요.”

계연수는 이마를 짚고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목안이 썼다.

춘화가 흐느끼듯 물었다.

“큰 부인께 알려야 할까요?”

계연수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의원이 안으로 들었다. 계연수는 시녀를 시켜 초를 추가하게 하고 불을 밝혔다.

늙은 의원은 얼른 소매를 걷고 다가가서 고씨의 진맥을 보았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모두의 시선이 의원에게 쏠려 있었다.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전jy
장씨가 주연이야?메인 조연?하아.. 기승전 장씨 독설.슬슬 짜증나려고하네.진전은 없고.매회차에서 장씨독설은 빠지지않네.내가 내돈 내고.이걸 계속 봐야하나.심각하게 고민되네.ㅡ.ㅡ;;돈아까워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주문춘귀   제337화

    “어머니께서 남에게 짐이 되기 싫으시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계연수의 말에 고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그토록 붙들고 있던 자기 위안이 딸의 한마디에 산산이 깨져버렸다. 마음속에서 가장 가깝고 화목하다고 믿어온 친정 식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이 멀어져 있었다.하지만 고씨 부인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여전히 오라버니와 형수님이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던 그 옛날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었다. 세월은 이미 달라졌는데도 말이다.이제 그녀는 짐이 되었다. 고씨 가문의 짐이 되었고 결국 딸까지 끌어내린 존재가 되었다.그녀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계연수는 그 눈빛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입술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어머니 품에 몸을 기댔다.“어머니… 아버지께서 예전에 말씀하셨지요. 세상일은 늘 오르내림이 있다고.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삶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잠깐의 어려움은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잘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고씨 부인은 그 말을 듣고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크게 울음을 쏟았다.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계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용춘을 불러 짐을 마차에 싣게 했다.원래 짐이 많지도 않았다. 고씨에게는 옷도, 장신구도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처음 계씨 저택을 나섰을 때도 모녀는 수수한 차림 그대로였다.앞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신시 무렵이었다.유씨는 계연수가 말없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어머니 병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어찌 가려 하느냐? 며칠 더 머무르거라.”그러고는 한 걸음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큰 외숙모 말은 신경 쓰지 말거라. 그 사람이 좀 지나치긴 해도 나는 네 편이다.”계연수는 둘째 외숙모를 바라보며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예전에는 큰 외숙모가 더 다정하다 여겨 그녀와 가까이 지냈다. 그러나 한 번 일을 겪고 나니 둘째 외숙모의 꾸밈없는 성정이야말로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 주문춘귀   제336화

    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 점주를 향해 말했다.“이 집으로 하겠다.”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정말 다 이야기가 끝난 것이냐? 나는 길어야 두 달 남짓 머물다 나갈 것이다.”명 점주는 고개를 숙였다.“아가씨, 염려 마십시오. 모두 상의해 두었습니다.”계연수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명 점주와는 삼 년을 함께 일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허투루 처리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그를 믿고 있었다.명 점주는 이어서 예전에 가게 앞에 오물을 퍼붓던 건달 둘의 근황도 전했다. 병마사에서 형을 맞고 어젯밤 풀려났는데 가게로 찾아와 일거리를 구걸했다는 것이다.계연수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쓸 데가 있으면 쓰거라.”명 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무릎 꿇리고 쑥물로 벽돌을 닦게 했습니다. 냄새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요.”계연수는 가볍게 웃었다.“그 정도면 충분하다.”그때, 이웃한 집 누각 위에 서 있던 심서준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 불어와 계연수의 치맛자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허리에 맨 가는 띠가 흩날리고 검은 머리 위에 맺은 장식이 미세하게 빛났다.명 점주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얼굴은 생기롭고 부드러웠다. 바라보는 이의 시선까지도 자연스레 누그러뜨릴 정도였다.계연수는 본디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다만, 자신의 앞에서는 좀처럼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집을 둘러본 뒤 돌아온 계연수는 외조모에게 이사할 뜻을 전했다.외조모는 마음이 아팠지만, 계연수의 단단한 눈빛을 보고는 결국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보석 연화 머리 장식 한 세트를 꺼내와 억지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이건 원래 네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네 셋째 여동생에게 몇 점 나눠주고 나머지는 다 네 것이다.”목이 잠긴 목소리였다.“사양하지 말거라. 너는 네 어미를 돌봐야 하지 않느냐?”계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붉어진 외조모의 눈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품에 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 주문춘귀   제335화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명 점주에게서 소식이 왔다. 괜찮은 집을 하나 찾았으니 계연수가 직접 와서 보라는 전갈이었다.계연수 역시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구해 이곳을 떠나고 싶었던 터라 그날 오후 곧장 명 점주와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나섰다.편지에 적힌 주소를 따라 성동으로 향하면서도 그녀는 마음 한켠이 묘하게 걸렸다. 이런 일이 어째서 자신에게 굴러들어 왔는지 선뜻 믿기지 않는 기분이었다.경성에는 오래된 말이 하나 있었다.‘동성은 귀하고, 서성은 부유하며, 선무는 가난하고, 송무는 낡았다.’동성에는 대개 고관대작과 황친국척이 거주했다. 심서준의 심부도 그중 가장 좋은 자리, 한 골목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사옥현이 있는 사부 역시 동성에 자리하고 있다.계연수가 운영하는 가게는 송무문 앞에서 남가로 이어지는 곳에 있었다. 그곳은 소상인과 행상들이 모이는 자리였고 점포 값도 높지 않았다. 오가는 이들 역시 평범한 백성들이었다.처음에는 서성 어딘가에 평범한 집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두 달 머물 생각이었으니. 그런데 명 점주가 어째서 동성까지 찾아낸 것인지 의아하기만 했다.더구나 사부도 동성에 있었다. 동성이 넓다 해도 수백 개의 골목이 있으니 혹여라도 사부와 가까운 곳이라면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었다.다행히 만보골목은 동성 남쪽에 있고 사부는 북쪽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같은 동성이라 해도 서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그 생각에 계연수는 조금 안도했다.명 점주는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계연수의 마차가 멈추자 서둘러 다가왔다.계연수는 휘모자를 고쳐 쓰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어찌 이곳을 찾은 것이냐?”명 점주는 그녀를 골목 안으로 안내하며 경위를 설명했다.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다가 직접 아행에 들렀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집을 급히 세놓으려는 이를 만났고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입지며 값이며 모두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한두 달 단기 임대

  • 주문춘귀   제334화

    “법이 사사로운 정에 흔들리지 않아야 비로소 천리가 서는 법입니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로 나누어야 백관들이 제 자리에 앉아 제 일을 다할 줄 알 거예요.”심서준의 말에 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너는 어떻게 처분할 생각이냐?”심서준은 담담히 답했다.“율법에 따르면 그는 공죄를 범했습니다. 큰 화를 빚지는 않았으나 직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은 분명합니다. 장형을 내리고 관직을 강등해야 마땅합니다.”황제의 손끝이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잠시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네 말대로 하겠다.”심서준은 뜻을 관철한 것을 확인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나려 했다.“신, 도찰원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 먼저 물러가겠습니다.”황제가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띠고 물었다.“보경은 보았겠지? 어떠하더냐? 네 누이도 그 아이를 몹시 마음에 들어 하더구나.”심서준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깊이 예를 올렸다. 그의 눈은 낮게 깔려 있었다.“신에게는 이미 마음에 둔 이가 있습니다.”황제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오? 어느 집 규수냐?”심서준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폐하의 용서를 구하오나 밝힐 수 없습니다.”“어째서?”그가 고개를 들었다. 창밖에서 스며든 환한 빛이 그의 옅고 서늘한 눈동자에 비쳤다.목소리는 옥이 포개인 듯 맑았다.“그녀는 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황제의 호탕한 웃음이 울렸다.“그 여인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였느냐? 아니면 짐을 속이려 핑계를 지어낸 것 아니냐?”심서준의 얼굴에는 거짓 없는 담담함이 어려 있었다.“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신은 폐하를 속인 적이 없습니다.”황제는 오히려 더욱 흥미가 동했다.“어찌 그 여인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느냐? 여인들은 본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잠시 망설이던 심서준이 결국 입을 열었다.“그녀가 신의 청을 거절하였습니다.”황제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더

  • 주문춘귀   제333화

    이튿날 이른 아침, 계연수는 용춘을 불러 서둘러 그 물건들을 의원에게 가져가 보이라 했다. 그런데 용춘이 문을 나서자마자 마침 일찍 찾아온 고준안과 마주쳤다.고준안은 용춘의 품에 안긴 종이 꾸러미들을 흘낏 바라보았다. 은은한 약 냄새가 스쳤고 종이 사이로 상등품 송이버섯 한 귀퉁이가 살짝 드러나 있었다.이른 시간에 둘째 도련님과 마주칠 줄 몰랐던 용춘은 급히 예를 올렸다.고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웃었다.“고모를 뵈러 가는 길이다. 너는 어디로 가느냐?”계연수의 당부를 기억한 용춘은 담담히 답했다.“약을 가지러 나갑니다.”고준안은 더 묻지 않고 한 걸음 비켜섰다.“가거라.”용춘이 먼저 지나가고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고준안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앞으로 향했다.오전 무렵, 계연수는 어머니께 약을 떠먹이고 있었다. 그때 뜻밖에도 큰 외숙모가 찾아왔다.그녀의 얼굴빛은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사람이 바뀐 듯, 고씨 부인의 침상 곁에 앉아 살뜰히 안부를 묻고 손을 잡은 채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거듭 확인했다.계연수는 큰 외숙모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일이 지나치게 달라지면 반드시 그 이면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정오가 가까워질 즈음, 용춘이 돌아왔다. 의원에게 보인 물건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송이버섯 또한 최상급이라 했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물건에 문제가 없다면 문제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방 안에 있던 두 시녀는 이미 내보냈고, 오늘 아침에 팔려 나갔다고 했다. 음식은 모두 부엌에서 올라오는데 그곳은 사람도 많고 드나드는 이도 많다. 정말로 조사를 벌인다면 집안은 금세 소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상이 드러난다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누군가 독을 썼다는 확증도 없었다.계연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 일은 결국 밝혀내기 어려우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으로서는 이곳을 떠나는 것이 최

  • 주문춘귀   제332화

    고준안은 담담한 눈으로 장씨를 바라보았다.“어머니와 상의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세상에서 계연수 말고 저는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겠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어머니께서 끝내 막으신다면 저는 저승에 가서라도 연수의 복을 빌겠습니다. 연수는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합니다.”장씨는 완전히 경악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무게를 지닌 말 앞에서, 차라리 이 순간 자신이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마저 스쳤다.자식이 저승에 간다니. 제 목숨을 끊어 복을 비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이혼한 여인을 위해 기도하겠다니.그 순간, 장씨의 가슴은 재처럼 식어버렸다. 돌연 미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온돌 위 작은 탁자에 놓인 바느질 바구니에서 가위를 집어 들고는 제 가슴을 향해 들이밀었다.“네가… 네가 어미를 죽게 만들 셈이냐?”고준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정의 파문 하나 없이 소름 끼치도록 평온한 음성이 흘러나왔다.“어머니께서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 죄는 제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 안 된다면 함께 가겠습니다.”말이 끝나자 그의 손에 들린 칼이 다시 한 치 아래로 내려갔다. 핏줄이 터지듯 붉은 피가 솟구쳤다.장씨의 손에서 가위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녀는 비틀거리듯 달려가 아들 앞에 엎드려 울부짖었다.“어미가 허락하마! 어서 칼을 치워라… 더 내려가면 정말 죽는다…!”고준안은 이미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끝까지 차분했다.“어머니께서 다시 마음을 바꾸신다면 저는 곧장 고모부 묘 앞에서 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장씨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머리가 백지상태가 된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제야 고준안은 낮게 신음하며 칼을 떨어뜨리고 한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의원이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발치에는 이미 피가 한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방 안은 비린내로 가득 찼다.장씨는 제 소매로 아들의 상처를 감싸 막아보려 했다. 고준안의 얼

  • 주문춘귀   제114화

    비록 마중을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연일 억압되어 갑갑하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는 계연수가 생각을 정리하고 처소로 돌아온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역시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녀는 비록 토라졌어도 오래 가지 못하는 성격이었다.사옥현은 괜히 걱정스러운 어투로 어멈에게 물었다.“작은 마님은 좀 괜찮아졌느냐?”어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작은 마님께서는 탕약을 드시고 오후에 깊게 잠드셨더니 이제는 통증이 많이 가셨는지 별말씀이 없으셨습니다.”사옥현은 안심하고 약간은 조급한 걸음걸이로 안방을 향해

  • 주문춘귀   제128화

    그는 은자를 계연수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지난번 그림은 9백냥에 낙찰되었습니다. 여기 560냥을 넣었으니 확인해 보세요, 부인.”계연수는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장 선생도 그녀의 신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양반가문인 사씨 가문에 시집을 간 부인이 그림 팔이를 한다고 하면 집안의 체면이 상하는 일이었다.계연수는 자연스럽게 은자를 챙겨 품에 넣었다. 지난 2년 동안 믿고 거래해온 장 선생이기에 굳이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수고가 많으십니다, 장 선생님.”장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수고는요. 오히려 부인께서 그림을 안 가

  • 주문춘귀   제112화

    영향관, 이명유는 흰 소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한참 울었는지 빨갛게 부은 눈과 선명한 눈물자국까지… 누가 봐도 측은지심을 느낄만큼, 안쓰러운 모습이었다.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는 사옥현을 보자 눈가에 기쁨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오라버니는 역시 내게 달려와줄 줄 알았어.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까….’그녀에게 있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사람이 바로 사옥현이었다.힘들게 그와 계연수가 이혼 얘기가 나오기까지 버텨왔는데 사옥현이 이혼을 거절했다고 생각하니 서러움이 북받쳤다.원래는 계연수가 결백과

  • 주문춘귀   제122화

    옆에 있던 어멈이 냉소를 지었다.이 집안 자제도 아닌데 학당에 안 가는 걸로 누굴 협박한단 말인가? 나이가 어려서 고집만 앞서는 어리석은 소년이었다.사옥현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명청의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가며 노부인에게 직접 사죄드릴 테니 시종들에게 전갈을 전하라 명했다.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노부인이 노곤하여 쉬러 들어가셨으니 만나기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사옥현은 이명청에게 화가 난 노부인이 방문을 거절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짜증이 치민 그는 그대로 소년을 끌고 밖으로 향했다.한편, 이명유는 처소에서 조바심을 태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