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45화

Author: 금붕어
주민혁은 순간 몸이 얼어붙더니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주 대표님! 주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 주민혁은 재빨리 휴대폰에 답장을 남겼다.

[갑자기 일이 생겼어.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메시지를 다 전송하고 나서는 의자에 걸려 있던 방한복을 낚아채듯 집어 들어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장병욱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에는 눈발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표정은 이미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진정해요.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요.”

주민혁은 방한복을 걸치며 낮게 말했다. 단추를 채우는 손놀림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테스트 칩이... 핵심 테스트 칩이 사라졌습니다!”

장병욱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였어요. 길어야 10분이었는데 돌아와 보니까 칩이 없어졌습니다!”

“뭐라고요?”

그 칩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2화

    간신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강지안은 층수를 누른 뒤,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기대었다.차가운 감촉으로 몸 안에서 치솟는 열기를 억누르려 한 것이다.하지만 그 미약한 냉기만으로는 미친 듯이 퍼지는 약효를 막을 수 없었다.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귓가에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쿵쿵 울렸다. 온몸은 뜨겁고 힘이 풀려 손끝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어느 순간에는 진료실의 새하얀 벽이 떠올랐고 또 어느 순간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고양이의 몸이 떠올랐다.그리고 뜬금없이 장성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그 얼굴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위해 강지안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안 돼. 그 사람은 생각하면 안 돼. 절대로.’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지안은 거의 넘어지듯 밖으로 뛰쳐나갔다.열쇠를 꺼냈지만 손이 너무 떨려 몇 번이나 열쇠 구멍을 맞추지 못했다.“찰칵.”마침내 문이 열렸다.강지안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간 뒤, 급히 문을 닫았다.그런 다음 문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고요한 집 안에 들리는 건 오직 흐트러진 그녀의 숨소리뿐이었다.약효는 이미 완전히 퍼진 상태라 몸 안에 수많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괴로웠다.뜨겁고 간지럽고 견디기 힘든 감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이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었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건 그저 너무 괴롭다는 것뿐이었다.약을 사야 했다. 약국에 가서 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구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버티다가는 정말 견디지 못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강지안은 이를 악물고 바닥을 짚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아직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눈앞은 계속 캄캄해졌다.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그녀는 벽을 짚은 채 한 걸음씩 겨우 움직여 문 앞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그녀가 비틀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온 순간, 아래층에 그 검은 승용차가 조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1화

    “그럼 돌아가서 민채영 씨나 잘 챙겨요. 지금 한창 속상해하고 있을 텐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마지막 말에는 은근한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 한마디가 장성훈의 가슴을 찌르듯 아프게 파고들었다.단호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강지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성훈은 더 억지로 붙잡아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자신이 조금이라도 강요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 거부감을 느끼고 더 멀어질 뿐이었다.그래서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장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안 데려다줘도 돼요.”“그럼 조심해서 가요. 차 타기 전에 차 번호 나한테 보내고 집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해 줄 수 있어요?”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강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장성훈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녀가 차를 기다리는 데 방해되지 않는 곳에 서서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강지안은 곧바로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올라탔다.처음부터 끝까지 장성훈을 돌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그를 완전히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듯했다.차 문이 닫히고 택시는 천천히 출발했다.강지안은 뒷좌석에 기대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장성훈과 대화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고 매 순간 경계해야 했으며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과 분노를 꾹 눌러 참아야 하니 말이다. 이제는 그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일에 집중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고양이를 해친 사람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강지안은 몰랐다.택시가 출발한 순간, 어둠 속에 있던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소리 없이 뒤를 따라붙었다는 것을.장성훈은 뒷좌석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앞서가는 택시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약속했었다.강지안의 삶을 방해하지 않겠다고.억지로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0화

    프로젝트 회의장 입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가로등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바람에 따라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했다.민채영은 여전히 장성훈의 품에 매달린 채 흐느끼며 한마디 한마디 강지안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하지만 장성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도 안쓰러워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싸늘하게 식은 눈빛이 민채영을 꿰뚫고 있었다.잠시 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쪽 어둠 속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곧 두 명의 경호원이 다가왔다.“채영 아가씨 먼저 차에 모셔.”장성훈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 내리지 못하게 해.”민채영은 순간 몸이 굳어서는 장성훈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러고는 눈가가 붉어진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성훈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내가 괴롭힘당한 사람이잖아!”하지만 장성훈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조용히 있어. 그게 너한테도 좋아.”곧 경호원들이 다가와 민채영의 양팔을 붙잡았다. 몇 번이나 몸부림쳐봤지만 그녀가 상대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결국 반쯤 부축되고 반쯤 끌려가듯 민채영은 차 쪽으로 향했다.강지안 옆을 지나갈 때, 민채영은 그녀를 노려봤다.눈빛에 독기가 가득했지만 더 이상 감히 입을 열지는 못했다.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단락되는 듯했다.행사장 입구에는 이제 강지안과 장성훈, 두 사람만 남았다.늦은 밤바람이 불어와 마른 낙엽 몇 장을 굴렸다. 한동안 주변은 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그제야 장성훈은 마음껏 강지안을 바라볼 수 있었다.연한 살구빛 정장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차가운 눈매, 흔들림 없는 표정, 분명 자신이 억울한 상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으며 당황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아름다운 얼굴에는 온기가 없었다.장성훈을 바라보는 눈빛 역시 마치 아무 의미 없는 낯선 사람을 보는 듯했다.이에 장성훈은 덜컥 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39화

    “나 너무 무서워... 오늘 프로젝트 회의에서 누가 나를 괴롭혔어. 나 정말 억울해. 빨리 와주면 안 돼?”민채영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흐느끼며 한마디 한마디에 교묘하게 의미를 심었다.마치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강지안인 것처럼 말이다.휴대폰 너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곧 장성훈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누가 너를 괴롭혔는데?”민채영은 입술을 깨물며 애써 울음을 참는 척했다.“그게... 지안 씨야. 회의에서 내가 인사했는데도 무시한 건 그렇다 쳐도, 내 프로젝트까지 빼앗아 갔어. 그리고... 그리고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일부러 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어. 사람들이 전부 보고 있었다고... 나 정말 더는 거기 못 있겠더라.”말 하나하나가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강지안을 비난하는 것이었다.때마침,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비상구 앞을 지나고 있던 강지안은 그 말을 들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민채영을 바라보았다.차갑고 날카로운 눈빛, 마치 칼날처럼 민채영이 애써 꾸며낸 모든 거짓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민채영은 순간 몸이 굳으며 휴대폰을 쥔 손끝이 떨렸고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강지안은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의 거짓말을 바로 폭로하지도 않았다.소리를 지르거나 따지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민채영을 바라볼 뿐이었다.그러다 비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눈빛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계속 연기해요. 그쪽이 어디까지 꾸며낼 수 있는지 지켜볼 테니까.”작은 고양이의 빚, 오늘 프로젝트에서 당한 모욕, 그 모든 걸 강지안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었다.민채영은 그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등골이 서늘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진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빨리 와줘...”그러고는 황급히 통화를 끊었다.더 이상 강지안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38화

    그때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후반부 시작을 알렸다.이제부터 본격적인 프로젝트 입찰 발표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민채영은 강지안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이 프로젝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가져가고 말겠어. 사업도 빼앗고 자존심도 짓밟는 거야. 강지안이 업계에서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입찰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여러 기관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계획안과 데이터, 사례, 인력 구성, 실행 방안을 설명했다.민채영은 중간 순서였다.무대에 오르자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막힘없는 말솜씨를 뽐냈다.준비한 계획안은 화려했고 수치는 보기 좋게 포장되어 있었다.게다가 뒤에 있는 대형 기관의 지원까지 내세우며 신뢰도를 높였다.발표가 끝날 무렵, 객석 곳곳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보였다.민채영은 내려오기 전 일부러 강지안을 바라봤다. 마치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하지만 강지안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마지막 순서는 강지안이었다.화려한 PPT도 없었고 과장된 홍보 문구도 없었으며 감정을 자극하는 말도 없었다.그녀는 무대 중앙에 조용히 섰다.조명이 그녀를 비추자 차갑고 깨끗한 분위기 속에서 전문적인 기류가 흘렀다.평온한 눈빛, 그러나 그 안에는 누구도 쉽게 흔들 수 없는 힘이 있었다.곧 강지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사위원 여러분, 저는 개인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강지안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가 제안드릴 계획의 핵심은 단 세 글자입니다. 바로 현장성이에요.”군더더기 없이 강지안은 곧장 핵심으로 들어갔다.청소년 심리 선별 검사 체계. 지역사회 기반 상주 관리 모델,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 대응 시스템, 그리고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실제 임상 사례 데이터까지...낮은 비용, 높은 접근성, 확장 가능한 구조...그녀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프로젝트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37화

    굳이 애써 기억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전문가로서의 판단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그렇게 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중, 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행사장 입구로 낯익으면서도 보기 싫은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바로 민채영이었다.그녀는 공들여 고른 듯한 연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정교하게 꾸민 화장, 우아하게 말린 머리카락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게다가 사회적으로 꽤 지위가 있어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등장하자마자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었다.민채영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러 온 모양이었다. 곁에는 몇 명의 실무진까지 함께 있었고 여유로운 태도에서는 이미 결과를 확신하는 듯한 자신감이 느껴졌다.강지안은 옆으로 늘어뜨린 손으로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머릿속을 스친 것은 차갑게 식어 있던 작은 고양이의 몸이었다.‘이 집의 안주인은 나예요.’민채영이 했던 그 말도 떠올랐다.떠나기 전, 자신에게 쏟아냈던 악의적인 비웃음과 독기 어린 눈빛도 떠오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서서히 분노가 차올랐다.그러나 강지안은 그것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이곳은 사적인 감정이 오가는 자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지금 강지안이라는 의사였지, 사랑과 원망에 휘둘리는 여자가 아니었다.굳이 이곳에서 감정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민채영의 시선은 곧 행사장 전체를 훑었다. 그러다 정확히 강지안에게 멈춰 섰고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처음 민채영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곧 원망, 독기,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거두고 가식적인 미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그녀는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의 팔을 자연스럽게 놓고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강지안에게 다가왔다.우아한 모습이었으나 그 안에는 날카로운 독이 숨겨진 듯했다.마치 아름답게 꾸민 독 있는 공작새 같았다.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이쪽 상황을 눈치채고 시선을 돌렸다.민채영은 강지안의 앞에 멈춰 서서 환하게 웃더니 주변 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