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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9화

مؤلف: 금붕어
장성훈은 강지안의 눈동자에 어린 조심스러운 기대를 바라보며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약해졌다.

도저히 밀어낼 수 없는 청이었다.

“그래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보고 싶은데요?”

강지안은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태블릿을 챙겼다. 오는 내내 챙겨왔던 태블릿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들이 몇 편 담겨 있었다.

화면을 몇 번 쓸어 넘기던 그녀는 자극적인 갈등 없이 일상의 소소함과 온기만을 가득 채운 호흡이 느린 잔잔한 영화를 골랐다.

태블릿을 침대 한쪽에 세워두고 음량을 줄이자, 부드러운 화면의 빛이 두 사람의 얼굴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았다.

방안을 채우던 무거운 침묵이 걷히고, 영화의 잔잔한 음악과 나직한 대사가 흘러들며 굳어 있던 공기가 단숨에 느슨해졌다.

강지안은 침대 헤드에 기댔고, 장성훈은 의자에 앉아 둘이 나란히 화면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다그쳐 묻지도, 구태여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으며, 어색함도 억지스러운 친밀함도 없었다.

그저 고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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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22화

    “출발합시다.”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천막 안의 인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대열을 정비한 차량들이 차례로 시동을 걸며 어둠을 가르고 국경 도로를 따라 부두로 맹렬히 질주했다.길은 몹시 덜컹거렸고 바닷바람은 축축하고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며 사정없이 몰아쳤다.부두에 도달했을 때 밤은 한층 더 깊어 있었다.사방이 텅 빈 화물 부두에는 거대한 크레인 몇 대가 침묵의 수호자처럼 서 있었고 컨테이너들만이 가지런히 쌓여 있을 뿐이었다.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의 둔탁한 소리 외엔 정적이 가득했다.해면 위로는 대기 중인 해경 쾌속정들의 엔진 소리가 웅웅 울렸고 서치라이트가 차가운 바다에 은빛 궤적을 남겼다.육상 매복팀은 숨소리를 죽이고 총구를 겨눈 채 어둠 속에 완벽히 녹아들어 표적을 기다렸다.장성훈과 주민혁은 컨테이너 그림자 뒤에 몸을 숨기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장을 지켜보았다.시간은 고요 속에서 일 분 일 초 늘어졌다. 고요함이 깊어질수록 팽팽한 활시위 같은 긴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예정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주민혁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어선 세 척이 진작 내항을 빠져나왔어야 할 시간인데요.”장성훈은 묵묵부답으로 먼바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얼음장 같은 컨테이너 외벽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이례적인 분위기 속에 잠시 후, 해안 초소에서 대기하던 부하가 다급히 접근해 보고했다.“도련님, 주 대표님, 인근 해상에 진입 선박이 없고 내항 항로에도 출항 선단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주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CCTV 화면을 조회해 봐.”“CCTV가 부분적으로 교란되어 핵심 시간대 화면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단편적인 잔상 외에는 선박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장성훈이 문득 눈을 들어 저 멀리 더 작고 허름하며 이미 폐쇄된 지 오래인 다른 야산 부두 쪽을 바라보았다. 칼바람 같은 목소리가 내려앉았다.“저쪽 인원들에게 연락해서 즉시 수색해.”결과는 지체 없이 날아왔다.“폐부두는 텅 비어 있습니다. 배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21화

    캠프에는 군데군데 불빛이 밝혀진 채 사람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무전기 소리와 나지막한 보고, 시동을 거는 차량의 배기음이 뒤섞이며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이 다시 팽팽하게 죄어왔다.그녀는 장성훈이 오롯이 자신만의 남자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따뜻한 죽을 가져다주고 아플 때 정성껏 약을 먹여주며 위험지대에 멋대로 침입했을 때 화를 내면서도 안타까워해 주던 다정한 남자이기 전에, 그는 이 어둠의 질서를 지탱하는 중심이었으며 주민혁과 사선을 함께한 동료였고, 군과 공조해 국경을 침범하는 위험 분자들을 차단하는 수장이었다.이번에 맞서야 할 적은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간 노련한 엘리아스였다.강지안은 살포시 커튼을 내리고 더는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곳에 얌전히 머물며 방해되지 않도록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그 시각, 임시 지휘 천막 안은 한낮처럼 밝았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장성훈이 천막을 들치고 들어서자 몸에 남아 있던 온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지휘관의 위엄이 그를 감싸 안았다.막사 중앙의 테이블에는 대형 국경 지형도와 부두 위성 사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몇몇 주요 요충지에는 붉은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고 한쪽 스크린에서는 실시간 감시 영상과 군에서 전송해 오는 동기화 정보가 연신 갱신되고 있었다.주민혁은 이미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짙은 색 롱 트렌치코트 차림에 소매깃까지 단단히 채운 그의 얼굴은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장성훈이 들어서자, 그는 곧장 눈길을 올리며 목소리를 바짝 낮췄다.“방금 전선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군에서 넘겨받은 레이더와 포구 감시 화면도 마찬가지고요. 엘리아스 쪽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장성훈이 빠른 걸음으로 테이블 앞까지 다가와 계속 깜빡이는 데이터를 바라보며 손끝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운송 경로, 시간, 선박 정보는?”“확실한 정보에 따르면 녀석들은 오늘 밤 부두 수로를 이용해 이동할 예정입니다.”주민혁이 지도상의 한 외딴 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20화

    숨결이 고스란히 맞닿는 극도로 어색하고 묘한 구도였다.강지안은 전신이 굳어버렸고 뺨은 순식간에 터질 듯 붉어져 귓가에서 목덜미까지 뜨겁게 타올랐다.그녀는 몸을 지탱해 일어나 이 지나치게 밀착된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손을 짚은 곳이 하필 그의 가슴팍이었다. 손끝에 닿는 단단하고 뜨거운 근육의 감촉에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가 쓰러지듯 덮쳐오는 순간, 장성훈 역시 잠에서 깼다.눈을 뜬 그의 눈동자에는 아직 잠기운이 서려 있었지만, 이내 품을 파고든 온기와 머리칼의 은은한 향을 인지하자마자 그 역시 딱딱하게 굳어졌다.고개를 내리자 당황하여 붉어진 그녀의 눈망울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그의 품에 엎드린 그녀는 머리칼이 살짝 흐트러진 채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갈 곳을 잃은 어지러운 눈빛으로 입술을 가볍게 다문 모습은, 마치 길을 잃고 겁에 질린 순진한 아기 사슴 같았다.두 사람의 거리는 믿기 힘들 만큼 가까웠다.숨결이 뒤엉키고 체온이 섞여들며 심장박동이 동일한 박자로 사납게 질주하기 시작했다.공기는 순식간에 뜨겁고 진득하게 달아올랐고 아슬아슬한 기류가 사방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며 두 사람을 완전히 집어삼킬 듯 옥죄어왔다.장성훈은 울대를 크게 들썩였고 전신의 근육이 순간적으로 팽팽해졌다. 눈동자에 서려 있던 몽롱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그 자리에는 소용돌이치는 어둠과 억누르기 힘든 격정이 들어찼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아주려 했지만 손은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만졌다가 행여 무례가 될까 봐, 거칠게 다루게 될까 봐, 그리고 이 어렵게 찾아온 짧은 밀착의 순간을 깨버리게 될까 봐 감히 손을 대지 못한 것이었다.강지안은 전신이 녹아내릴 듯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숨결마저 데워질 듯 야릇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 바로 그 순간, 문밖에서 급박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노크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뒤이어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부하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9화

    장성훈은 강지안의 눈동자에 어린 조심스러운 기대를 바라보며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약해졌다.도저히 밀어낼 수 없는 청이었다.“그래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뭐 보고 싶은데요?”강지안은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태블릿을 챙겼다. 오는 내내 챙겨왔던 태블릿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들이 몇 편 담겨 있었다.화면을 몇 번 쓸어 넘기던 그녀는 자극적인 갈등 없이 일상의 소소함과 온기만을 가득 채운 호흡이 느린 잔잔한 영화를 골랐다.태블릿을 침대 한쪽에 세워두고 음량을 줄이자, 부드러운 화면의 빛이 두 사람의 얼굴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았다.방안을 채우던 무거운 침묵이 걷히고, 영화의 잔잔한 음악과 나직한 대사가 흘러들며 굳어 있던 공기가 단숨에 느슨해졌다.강지안은 침대 헤드에 기댔고, 장성훈은 의자에 앉아 둘이 나란히 화면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다그쳐 묻지도, 구태여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으며, 어색함도 억지스러운 친밀함도 없었다.그저 고요하게, 함께 영화 한 편을 볼 뿐이었다.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평범한 나날 속에서 서서히 다가서며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갔다. 뜨겁게 불타오르지는 않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보는 이의 마음을 안심하게 만드는 다정함이었다.강지안은 꽤 진지하게 영화에 몰입했고, 이따금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기도 했다.그녀는 곁에 있는 장성훈을 슬쩍 곁눈질했다.그는 여전히 몸을 곧게 세우고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평온한 표정 밑으로 깊은 피로가 점점 더 짙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모습이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딴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영혼은 이미 막사의 소란과 임무,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풍파 속으로 떠돌고 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일어나지도 않았고 자리를 비울 핑계를 대지도 않은 채 그저 그녀의 곁에 묵묵히 앉아 있어 주었다.강지안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조용히 번졌다.사실 대답 따위는 진작부터 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8화

    강지안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곳에 도착해 지금까지 적어도 서너 시간은 지났음을.그토록 치열하게 현장을 조율하고 생사의 경계를 다투는 상황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을 그가 배고프지 않을 리 없었다.그저 자신을 먼저 배려하고 싶었을 뿐이리라.자신이 먼저 든든하게 먹고 안정을 찾기를 바란 것이다.강지안은 그를 바라볼 뿐 더는 캐묻지도, 같이 먹자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소박한 식사가 끝나고 강지안은 따뜻한 국물을 조금씩 홀짝이며 이따금 고개를 들어 장성훈을 살폈다.그는 탁자 옆 의자에 가만히 앉아 수저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녀를 조용히 눈에 담고 있었다. 허리는 여전히 꼿꼿이 세우고 있었지만 온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피로감마저 숨기지는 못했다.눈 밑의 그늘이 유독 도드라졌고 긴장으로 굳어 있던 턱선마저 살짝 풀려 있어 오랜 시간 한계 속에서 버텨왔음이 분명해 보였다국경을 넘나들며 작전을 짜고, 퇴로를 확보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하느라 그는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을 터였다.아까까지는 현장을 지휘하느라 정신력 하나로 버텼겠지만, 이 고요한 방으로 들어와 팽팽했던 끈이 느슨해지자마자 해일 같은 피로가 물밀듯 밀려오는 모양이었다.강지안은 그릇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다.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언제나 그녀를 먼저 살피고 자신은 늘 가장 나중으로 미뤄두었으며 항상 그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모든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장성훈은 그녀가 식사를 마치자 식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소리라도 나서 그녀에게 방해가 될까 봐 손길은 한없이 조심스럽고 덤덤했다.이윽고 몸을 일으킨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는 어서 쉬세요.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밖에 아직 수습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요.”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마음이 다급해진 강지안은 거의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다.“잠시 앉아서 얘기 좀 나누면 안 될까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 스스로도 아차 싶어 멍해졌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17화

    강지안은 대체 두 사람이 어떻게 연을 맺게 된 것인지 생각했다.기억을 잃어 세세한 흔적도, 얽히고설킨 애증도 모두 잊었건만 뼈에 새겨진 듯한 의지처와 설렘만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지금처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밖은 생사를 넘나드는 임무가 한창일지라도, 그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지키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어떤 감정은 정말이지 기억을 초월하는 모양이었다.어떤 존재는 뼈에 새겨진 듯 깊어서, 모든 걸 잊어도 기어이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다.얼마나 기다렸을까, 창밖의 어둠은 깊어 가고 희미하던 소음마저 잦아들며 긴박하던 공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임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거나 잠시 일단락된 듯했다.강지안의 마음 역시 그제야 한 시름 놓였다.이제 그가 올 시간이었다.그녀는 척추를 세워 몸을 바로 앉히고는 방문을 바라보며 가만히 기다렸다.이윽고 문밖에서 묵직하고도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걸음걸이였으나 특유의 위압감은 여전한 채 한 걸음씩 분명하게 다가왔다.강지안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요동쳤다찰칵,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장성훈이 걸어 들어왔다.그는 이미 전투복을 벗고 심플한 검은색 캐주얼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전장에서의 서슬 퍼런 예리함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차분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가의 그늘은 한층 더 짙어, 오랜 시간 잠 한 자락 자지 못한 채 고도의 긴장 상태를 견뎌왔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보온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는데, 몸짓과 발걸음에는 빈틈없는 차분함이 배어 있었다.침대에 얌전히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강지안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의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미세하게 빠졌다.불이 꺼진 방 안에서 머리맡의 전등만이 아늑한 황색 불빛을 흘려보내며 그의 날카로운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눈동자 깊이 감추어둔 안타까움과 피로를 은은히 비추었다.그는 곧장 말을 거는 대신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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