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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21:03:04

이서의 입에서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경비 요원의 표정이 굳었다.

강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084번이 아니라 오민주예요. 이름도 있고, 돌아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도 있어요.”

강혁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네가 아직도 이곳을 잘 모르는군.”

그는 이서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네가 사람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니다.”

이서는 손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감각이 들었지만, 그보다 강혁의 말이 더 선명하게 가슴에 박혔다.

“시신은요?”

그녀가 겨우 물었다.

강혁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뭐?”

“민주가 정말 죽었다면…… 시신은 어디 있어요?”

복도에 서 있던 경비 요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강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장갑 끝을 정리했다.

“네게 보여 줄 의무는 없다.”

“그럼 제가 어떻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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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7화

    소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더니 자신의 손목 보호대를 조이며 대답했다.“믿지 않아도 돼. 대련이 시작되면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확인하면 되니까.”이서는 더 묻지 않았다.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적어도 소희는 자신에게 믿음을 요구하지 않았다.***첫 번째 대련은 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호루라기가 울리자 이서는 다친 오른손을 몸 가까이에 붙이고 자세를 낮췄다.소희는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왼발을 조금 움직였다가 멈추고, 상체를 기울이는 듯하다가 다시 세웠다. 이서는 상대가 어느 쪽으로 들어올지 판단하려 했지만, 시선이 어깨와 손 사이를 오가는 동안 소희의 발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오른쪽.그렇게 생각한 순간 소희가 방향을 바꿨다.이서는 반사적으로 왼발을 옮겼다.허벅지 안쪽에서 통증이 치솟았다.그 찰나 소희의 손이 이서의 어깨를 건드렸다.힘껏 밀린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이미 체중이 잘못 실린 상태였다.이서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등이 매트에 부딪치면서 폐 속의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뻗은 오른손이 매트에 닿는 순간 손바닥 안쪽에서 무언가 뜯어지는 감각이 전해졌다.“아악……!”짧은 비명이 터졌다.이서는 손을 끌어당겼다.붕대 아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처음에는 작은 얼룩이었다. 그러나 손가락을 움직이자 거즈의 붉은 부분이 빠르게 넓어졌고, 매트 위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중지!”호루라기가 울렸다.보조 교관이 다가와 손을 확인했다.“상처가 다시 벌어졌습니다. 지혈이 필요합니다.”이서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거즈를 떼자 상처 가장자리에서 붉은 피가 스며 나왔다. 찢어진 피부가 아직 붙지 않은 상태였고, 손을 펴려고 할 때마다 벌어진 틈이 당겼다.교관은 초시계를 확인했다.“첫 대련 십 초 미만. 117번, 자세 유지 실패.”소희가 교관을 돌아보았다.“지금은 결과보다 상처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손을 짚지 않도록 넘어지는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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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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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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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3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음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대상자의 주요 관심 사항.관련 인물과 정보 접근 경로를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 칸이었다.시온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084번 오민주.이서가 특별 평가에서 돌아온 지 겨우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훈련장에서 진흙탕에 쓰러졌던 모습과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던 피 묻은 손바닥이 차례로 스쳤다.그녀가 다시 끌려간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견뎌야 할까.시온은 펜을 내려놓고 보고서를 반쯤 접었다.그 순간 책상 한쪽에 놓인 하은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뒷면에는 동생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오빠, 이번에는 꼭 와.’시온은 사진을 뒤집어 놓았다.관리자가 보여 준 영상 속 하은은 웃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소매 안으로 감춘 오른손과 이전보다 야위어진 얼굴을 떠올리자 시온은 다시 보고서를 펼쳤다.펜 끝이 종이에 닿았다.‘084번 오민주의 사망 경위에 관한 의심을 지속하고 있음.’문장을 완성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이서가 특별 평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지만, 자신은 그녀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조직에 넘기고 있었다.시온은 보고서를 구기려다가 멈췄다.손안에서 종이가 작게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놀란 듯 손을 펴고 구겨진 자국을 손바닥으로 눌러 폈는데, 종이 위에 적힌 이서의 이름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마지막 항목에는 향후 관찰 계획을 적어야 했다.시온은 빈칸을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글씨를 적었다.‘대상자와의 접촉을 유지하며 추가 정보 확보.’문장을 완성하자 펜 끝에서 검은 잉크가 조금 번졌다.시온은 손가락으로 번진 부분을 문지르려다가 멈췄다. 이서가 자신을 믿고 했던 말들이 보고서의 항목마다 다른 형태로 옮겨져 있었다.그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봉투를 봉인하는 동안 하은의 사진은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새벽 점호를 앞두고 관리동의 서류함에 시온의 보고서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2화

    하지만 하은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볼이 조금 더 야위었고, 목둘레가 헐렁해진 옷 아래로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으려는 순간 입꼬리가 어색하게 떨렸는데, 시온은 그 표정을 알아보았다.하은이 울음을 참을 때 짓던 얼굴이었다.“오빠.”짧은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시온은 저도 모르게 책상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하은아.”그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영상이 끊겼다.화면이 검게 변한 뒤에도 시온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상 속 하은은 오른손을 소매 안쪽에 감추고 있었는데, 긴장하면 손톱 주변의 살을 뜯던 버릇이 떠올라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다시 보여 주십시오.”관리자는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보호 대상자 상태는 양호해.”“언제 촬영한 영상입니까?”“최근 자료야.”“정확히 언제입니까?”관리자는 답하지 않고 서류의 빈칸을 가리켰다.“직접 통화는 정기 보고가 안정적으로 들어온 뒤에 검토하지.”시온은 꺼진 화면을 바라보았다.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영상이 언제 촬영되었는지, 누가 곁에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관리자가 말하는 ‘보호’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시온에게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백시온.”관리자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서류를 조금 더 가까이 밀었다.“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보호 대상자의 관리 조건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어. 불필요한 절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협박이라고 부를 만한 단어는 없었다.그러나 시온은 그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은의 영상이 끊긴 순간부터 관리자는 한 번도 동생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시온은 책상 위의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알겠습니다.”관리자는 그제야 다음 질문을 꺼냈다.“117번은 널 신뢰하나?”시온의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눌렀다.세면장에서 이서가 붕대를 감은 손을 거두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는 선배를 믿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그는 그 문장을 떠올린 채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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