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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손유신
소운금이 파혼서를 챙겨 넣자, 초현진은 결국 자리를 떠났다.

그가 나가고 나서야 동이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아가씨!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태자 전하께서 어렵게 아가씨를 보러 와 주셨는데, 어찌하여 전하의 화를 돋우신 겁니까? 그리고 이것도요! 어서 찢어 버리셔야 합니다. 다행히 이 일은 우리 셋만 알고 있지 않습니까. 찢어 없애기만 하면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동이는 허둥지둥 파혼서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소운금은 그것을 곱게 접어 챙겨 넣었다.

“왜 없던 일이 되어야 하는데? 이건 내 자유야.”

동이는 다급히 말했다.

“아가씨, 그게…”

소운금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너, 너무 시끄러워.”

동이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결국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물러섰다.

오늘의 아가씨는 어쩐지 이상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일까?

그렇게 막 방을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관리인 차림의 중년 부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께서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울고불고 소란을 피우신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끊으려 하여, 온 승상부 사람들을 놀라게 하셨습니다. 태자 전하를 하루 종일 난처하게 하신 데다, 선량하신 셋째 아가씨까지 크게 놀라게 하셨지요. 그러니 큰도련님의 분부에 따라, 아가씨께서는 깨어나시는 즉시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하루 동안 근신하셔야 합니다. 내일이 되면 큰도련님께 이번 일을 잘 설명드리시고요.”

그 여인은 오만한 태도로 말한 뒤 문가 쪽으로 물러섰다.

“아, 그리고 태자 전하께서는 방금 화가 나 떠나셨습니다. 이제 아가씨를 대신해 사정해 줄 이도 없으니, 어서 가시지요.”

“임 집사님, 아가씨께서는 오늘 절벽에서 떨어지셔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십니다. 큰도련님께 말씀 좀 전해 주세요. 오늘 밤만큼은 쉬실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동이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임 집사가 곧장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짝!

“내가 말하는데 네가 끼어들 차례냐? 규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것 같구나!”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싸늘한 시선으로 소운금을 바라보았다.

“태자 전하께서 이미 큰도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는 애초에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았다고요. 뛰어내리려던 순간 태자 전하께서 구해 내셨다더군요. 멀쩡한 몸으로 여기서 불쌍한 척은 그만하시지요. 울고불고 목을 매는 수작이 한두 번도 아니고, 참 가관입니다.”

그 말에 놀란 것은 동이뿐만이 아니었다. 소운금 역시 얼어붙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게다가 해명까지 하라고?

머릿속 기억이 없었다면 소운금은 자신이 시녀 몸에 빙의한 줄 알았을 것이다.

이게 어디 친오라버니가 여동생에게 할 짓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쓰레기 태자.

혹시 자신이 죽을 뻔한 사실이 알려지면 명성에 흠이라도 갈까 두려웠던 걸까?

그래서 이렇게 큰 거짓말까지 한 건가?

순간 소운금은 어느 일부터 화를 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소운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임 집사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임 집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 저를 때리신 겁니까?”

짝!

또 한 번 손바닥이 날아갔다.

“첫째, 나는 네 주인이다. 내 앞에서 네가 그렇게 고개를 치켜들 자격은 없어.”

말을 마친 소운금은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렀다.

짝!

“둘째, 동이는 내 사람이다. 그 애를 때리기 전에 내 허락은 받았어?”

임 집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킨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소운금은 비웃듯 그녀의 손을 쳐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잘못한 게 없어. 그런데 왜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어야 하지? 돌아가서 큰도련님에게 전해. 무릎을 꿇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꿇으라고. 그리고 해명은 내가 아니라 소명월이 해야 할 일이야. 내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왜 그 애가 기절했는지, 나한테 설명해 보라고 해. 아무 이유 없이 승상부 사람들 모두를 걱정하게 만든 건 오히려 그 애잖아. 내가 보기엔 사당에 가야 할 사람도 그 애고.”

옆에 있던 동이는 이미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임 집사는 더욱 눈을 부릅떴다.

“당신…!”

“꺼져.”

소운금은 그대로 발을 들어 그녀를 문밖으로 걷어찼다.

“또 손가락질해 봐. 그 손부터 잘라 버릴 테니까.”

임 집사는 겁에 질린 채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이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동이, 손님을 배웅해.”

동이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아... 아가씨, 오해예요! 태자 전하께서는 큰도련님과 셋째 아가씨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정말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요. 셋째 아가씨는 아가씨께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했다는 말만 듣고도 울다 기절하셨잖아요. 태자 전하께서는 아가씨께서 이미 뛰어내렸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셋째 아가씨께서 더 자책하실까 봐 걱정하셨어요. 어차피 아가씨도 크게 다친 곳은 없고, 일을 크게 벌려 봐야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면서 숨기기로 하셨던 거예요. 제게도 분명 말씀하셨는데, 제가 아가씨께 전하는 걸 깜빡한 겁니다.”

말을 마친 동이는 다시 겁먹은 얼굴로 임 집사를 바라보았다.

“임 집사님, 저희 아가씨는 정말 절벽 아래로 떨어지셨어요. 온몸이 상처투성이시고요. 큰도련님께서 모르셔서 벌을 내리신 겁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아신다면 절대로 저희 아가씨를 벌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니 제발 큰도련님께 좋게 말씀 좀 전해 주세요.”

“그만!”

소운금은 어이없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나가.”

말을 마치자마자 소운금은 쾅 소리를 내며 방문을 닫아 버렸다.

방 안에 자신만 남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은 조용해졌다.

정말 피곤했다.

새로운 몸으로 들어온 게 아니었다면 진작 공간 속 은침으로 저 사람들 입을 모조리 막아 버렸을 것이다.

하나같이 사람을 화나게 하는 재주만 있었다.

그 순간 문득 그 공간이 떠올랐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딩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녀의 의식은 거대한 환영 공간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설마 공간까지 함께 넘어온 건가?

소운금은 크게 기뻐하며 곧장 안에 있는 물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저장된 물자는 풍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만든 독과 약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밖에도 몸을 지키기 위한 무기들이 조금 보관되어 있었다.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고대에서는 충분히 유용한 물건들이었다.

게다가 공간 자체가 엄청나게 넓었다.

살아 있는 생물만 보관할 수 없을 뿐, 대부분의 물건은 안에 저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소운금은 곧장 공간에서 약을 꺼내 상처마다 다시 약을 발랐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맥까지 짚어 보았다.

원래는 어디를 더 다쳤는지 확인해 보려던 것뿐이었는데 맥을 짚고 난 순간, 그녀는 자신이 맹독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통통한 손과 둥글게 나온 배.

그제야 그녀는 왜 초현진이 자신을 두고 소명월 둘을 합친 것만큼 뚱뚱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독에 중독된 이상, 매일 물만 마셔도 공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소운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 독은 분명 소명월의 작품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공간 안에는 마침 이 독의 해독제가 있었다.

소운금은 눈을 감고 공간에서 약환 하나를 꺼내 삼켰다.

그 후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몸을 눕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은 철저히 무시한 채 머릿속을 비우고 최대한 깊이 잠들기 위해 애썼다.

굳이 저들과 따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몸이 너무 지쳐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었다.

무엇보다 내일은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같은 시각. 이왕부.

밤은 이미 깊어 고요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금벽휘황한 대전 안에서는 때때로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문 앞 바닥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 하나가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고, 그 곁에는 청묵이 공손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왕야, 자객들은 전부 심문을 마쳤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자는 저 한 명뿐입니다.”

“끌고 가거라. 계속 심문해.”

상석에 앉은 초군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예!”

청묵이 몸을 일으켜 손짓하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내가 끌려 나갔다.

하지만 청묵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절벽 위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조사했습니다.”

그 말에 초군혁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차갑고 아름다운 이목구비에도 비로소 약간의 변화가 스쳤다.

“말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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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운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답답해졌다.이왕부라니? 설마 조금 전 그 두 사람이 이왕부의 사람이었던 건가?어쩐지 둘 다 지나치게 잘생긴데다 성격까지 오만하다 했다.그러고 보니 그들도 아까 분명 아침부터 자신을 기다렸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 남매는 대체 왜 그 초대가 소명월을 향한 것이라 단정했던 걸까?심지어 시종이 말을 잘못 전한 것이라며 우기기까지 했다.그 순간, 소운금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어째서 아무도 자신에게 그 일을 알려 주지 않았는지.이왕부 사람이 자신을 초대했을 때부터, 이 남매는 이미 제멋대로 판단해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17화

    “그렇게 오래나 걸린다고요?”소운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청묵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소운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럼요.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당신들도 이렇게 몇 해씩이나 끌지는 않았겠죠.”청묵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정말 말 한마디도 지지 않는 여자였다.반면, 초군혁은 의외로 차분했다.“해독만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그러다 문득 덧붙였다.“그런데 끝내 해독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겠지?”소운금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좋은 마음으로 독을 풀어 주겠다는 건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16화

    소운금은 순간 멈칫했다.이 사람, 대체 누구지? 태자라는 존재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다니.게다가 저 말투를 보니, 분명 자신에 대해 조사까지 해 둔 모양이었다.그 생각에 그녀의 경계심은 한층 더 짙어졌다.“저와 태자 전하는 이미 파혼서를 썼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신경 쓸 일은 아니죠.”“황금 십만 냥을 더 얹겠다.”초군혁의 목소리는 지극히 담담했다.마치 눈앞의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어조였다.소운금은 처음엔 의아했지만 곧 정신이 번쩍 들었다.황금 십만 냥.그건 엄청난 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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