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씨, 저 자식은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서 변우진 도련님 옆에 앉아요!”“이따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지켜줄 거예요!”모두가 김예훈을 무시하고 깍아내리는 것을 본 조효임은 다급히 하은혜를 끌어당겨 앉혔다.“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보호하고 계셨어요. 주인으로서 변우진 도련님에게 술 한 잔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먼저 술 마시고 춤도 추세요! 있잖아요, 변우진 도련님은 프로예요. 기술이 아주 어린애들을 압살해 버린다니까요. 난 이런 기회를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했는데, 오늘 밤엔 은혜 씨가 잘 생각해야 해요!”조효임은 김예훈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하은혜에게 집적거리는 게 싫어서 필사적으로 변우진과 하은혜를 엮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조효임 씨, 그건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하은혜 씨께 축배를 들어야죠. 어쨌든 은혜 씨가 저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진정한 고수와 싸울 수 있는 기회도 주셨으니 감사를 표하는 것은 저여야 합니다. 그건 평생 동안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이 순간 변우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그는 샴페인을 꺼내 오른손 손가락으로 뚜껑을 튕겨 바로 날려버렸다.이 멋진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강남미인들은 흥분하여 박수를 쳤다.김예훈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하은혜는 이미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우진 씨,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에 일이 좀 생겨서 지금은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변우진 씨가 먼저 술을 권하셨으니 샴페인 대신 차로 건배를 제안하겠습니다.”말하면서 하은혜는 이미 차 한 잔을 들고 마시려고 했다.그러자 조효임이 옆에서 말했다.“은혜 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변우진 씨가 이렇게 적극적인데 어떻게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솔직히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 사람들인데 무슨 사고가 있을 수 있겠어요?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좋은 일일 거예요! 오늘은 취할
곧바로, 가라테 도복을 입은 남자 열댓 명이 들어왔다.키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 몸이 튼튼해 보였고, 하나같이 일본 특유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김예훈은 한눈에 이 사람들이 모두 일본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방금 구타를 당한 일본인 쿠보 하루키가 있었다.“보스, 저를 덮친 건 이 한국인들입니다! 저놈들은 무덕도 모르는 놈들이에요!”쿠보 하루키는 우지환과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분개한 얼굴로 말했다.바로 그 순간, 어두운 표정에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한 일본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의 키는 170이 거의 돼 보였는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큰 키였다.그리고 그에게서 일본 특유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때 그는 작은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우지환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었다.“흥미롭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배짱이 대단하구나!”그의 한국어는 매우 표준적이었지만 어조는 밋밋하고 로봇 같았다.그가 내뱉은 말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날카로움과 살의가 담겨 있었으며, 한눈에 봐도 그는 손에 피를 묻혀본 사람이었다.“당신 사람을 건드린 게 뭐가 문제야?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우지환은 지금 변우진을 등에 업고 거만해져서 바로 술병을 들고 달려들었다.그러나 그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가 바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때렸다.찰싹 소리와 함께 우지환의 몸 전체가 수평으로 날아가 테이블 한끝 깊숙한 곳에 심하게 부딪 혔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웃고 있던 강남미인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변해 떨고 있었다.우지환은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벽 아래로 미끄러졌다.순간 몇몇 남성 동료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고 하나둘씩 병을 들고 달려들었다.일곱 여덟 명이 나서서 한 명과 싸우려 했지만 그들은 빠르게 돌진했다.그러나 그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일본 남자는 제때 피하지 못하고 변우진의 따귀를 맞아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어지럽고 머리가 윙윙거렸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변우진은 다시 그의 뺨을 때렸다.퍽.한 번 더 맞자 일본 남자의 이빨이 날아갔다.두 번의 따귀를 날리고 나서야 변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위에 놓인 수건을 들어 손바닥을 닦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자, 이제 내가 너희들을 건드렸는데 어떻게 할 거야?”그 일본 남자는 얼굴을 움켜잡고 한동안 멍해 있었다.그는 야마자키 파에서 꽤나 지위가 있었는데,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겠는가?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우진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뜨렸다.“바까!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이봐! 이 개자식을 죽여!”그의 명령에 따라 주위에 있던 가라테 복장을 한 십여 명의 일본 사람들이 일제히 변우진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퍽퍽퍽.변우진은 자주 멋있는 척했지만, 싸움왕의 명성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이때 그는 침착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풍당당함으로 연달아 펀치를 날렸다.잠시 후 십여 명의 일본 남자들이 수평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쓰러져 비참한 비명을 연신 질렀다.반면에 변우진은 무사했고, 오히려 손을 등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선두에 있던 서늘한 기운의 남자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변우진은 이미 발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바로 발로 차서 입에서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바까! 감히 날 때려!”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가슴을 움켜잡고 계속 몸부림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난 야마자키 파의 나카노 지로다! 감히 나를 건드리면 내 형인 나카노 타로우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카노 타로우’라는 이름을 듣고 방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고, 심지어 조효임도 바로 얼굴을 찡그렸다.야마자키 검도관에서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카노 타로우가 야마자키 검도관의 최고 칼잡이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사람을 불러오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해주게, 한국의 격투왕이 여기 있다고만 전해. 그런데도 감히 나타날지 보자고!”이때 변우진은 무패의 전쟁의 신처럼 무적의 기운을 뿜어내며 두 손을 등 뒤로 놓았다.나카노 지로는 코웃음을 치며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형, 나 맞았어요! 여기 위치는...”그가 정말 사람을 부르기 위해 전화한 것을 보고 이때 조효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변우진 도련님, 이러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들은 외국인인데...”옆에 있는 하은혜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요.”김예훈은 무표정으로 그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그는 소위 부산 야마자키 파 최고 칼잡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이 일본인들이 뭘 믿고 이러는 건 지, 왜 감히 부산에서 대담하게 나대는 건 지 알고 싶었다.“효임 씨, 은혜 씨, 이런 사소한 문제로 도망칠 거예요? 나 변우진의 명성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내가 이정도로 못 견딜까 봐요? 오늘은 누가 감히 내가 있는 이곳에 와서 우리를 건드리는지 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드릴 테니까.”변우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로 테이블 바깥쪽 문 앞에 기대어 무심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이 모습은 단순히 그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감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변우진의 잘생긴 얼굴과 거침없는 태도는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열광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일편단심으로 1호 팬만 생각하던 조효임도 이 순간에는 살짝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1호 팬은 돈이 많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그녀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변우진이 가까이 있으니 조효임은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여인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연회장 입구
이때 나카노 지로는 더없이 거만하게 걸어와 변우진의 코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감히 나를 때리다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 오늘 너희들을 죽이지 않으면 나 나카노 지로는 이름을 거꾸로 쓸 거야! 남자들은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여자들은 모두 잡아서 우리 집으로 보내! 예쁜 아가씨들 많네, 아주 좋아. 오늘 이 한국 놈들이 감히 우리 신성한 일본인들 앞에서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는지 보고 싶군!”나카노 지로는 변우진을 가리키며 노란 이를 갈면서 말했다.“특히 이 자식, 널 금호강에 던져서 감히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주마!” 이 순간 나카노 지로는 자신감이 넘쳐서 조금 전 뺨을 맞았던 분노가 순식간에 분출되었다.“무슨 일이야?”이때 사람들 뒤쪽에서 몇 사람이 더 나왔다.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175에 가까운 체격의 일본인이었는데, 흰색 정장을 입고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사람을 본 주변 사람들은 중얼거렸다.“정말 나카노 타로우가 맞잖아? 그가 나타났으니 이 뭣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끝장이야!”“나카노 타로우는 예전에 부산 용문당 전 회장 최종호를 검으로 찌르고 반 수 차이로 승리해 용문당 검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검도관을 열 자격을 얻었다고 해요!”“난 항상 그걸 전설 같은 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사실인 줄은 몰랐어요.”“칫, 생각해보면 알죠. 용문당이 그렇게 강한데 겨우 반 수 차이로 패했으면 자기 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도관이 생기는 걸 지켜보고 있었겠어요?”“말도 안 돼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은 나카노 타로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이제 야마자키 검도관에 가서 검도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있었다.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부산에서는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나카노 지로가 인사를 건네며 재빨리 말했다.“형님, 제 부하 중 한 명이 단지 여자를 꼬시러 왔을 뿐인데, 어떤 자
조효임은 아주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인플루언서가 재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겁먹었다는 것이다. 변우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상대 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돈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조효임? 인플루언서라고?”나카노 타로우는 잔뜩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인터넷에서 몸뚱이 흔들 줄밖에 모르는 여자가 어디서 감히 체면 타령이야? 그리고 이건 체면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야.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대가를 치러야지. 내가 아직 기분 좋을 때 무릎 꿇고 사과하면 약간 봐줄 수도 있어.”“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때 변우진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서 나카노 타로우를 노려봤다.“야마자키파의 최고 고수라고 했나? 이번 일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내 의견을 주장할 거야. 폭력도 물론 서슴지 않을 거고. 내 사과는 꿈도 꾸지 마, 사과를 해도 그쪽들이 해야지. 하기 싫으면 어디 한 번 붙어보든가. 야마자키파 검도와 한국 격투기의 자존심을 걸고!”변우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목 쪽에서는 관절을 푸는 소리가 났다.“나는 말이야. 한국 제일 격투기 선수라는 이름을 받은 후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본 적 없어.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관부터 준비해야 하니까.”자신만만했던 변우진은 살기를 뿜어냈다. 나카노 타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그는 야마자키파의 중요한 일원이다. 실력은 전쟁의 피바다 속에서 살아 돌아올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니 당연히 살기와 기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그가 오른손을 내밀자, 부하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검 하나를 건넸다. 곧이어 나카노 지로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이 검으로 돼지 새끼의 멱을 따십시오! 우리 일본 사람만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인종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십시오!”나카노 타로우는 머리를 쳐들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한국 격투기의 자존심이라... 흥미롭군. 한국에서 내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은 전설 속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나카노 지로는 넋이 나간 듯 얼굴을 부여잡고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초점을 맞춘 그는 자신을 때린 사람이 다름 아닌 나카노 타로우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효임 등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기세등등하던 나카노 타로우가 왜 갑자기 자기 동생을 때리는 거야? 부산 최고의 검객이 이렇게 물러난다고? 아무래도 우진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야. 아무렴,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지. 그렇게 대단한 나카노 타로우도 우진 도련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네.’“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나카노 지로는 자신이 왜 맞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막연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서 김예훈은 잘 아는 것 같았다.나카노 타로우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상대가 일본군으로 참전한 적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심지어 전장에서 그와 마주친 적도 있는 것 같았다.일본군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나카노 타로우가 그를 두려워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도 일본군 따위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않았다.퍽!나카노 타로우는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또 나카노 지로의 뺨을 때렸고, 인사불성이 된 나카노 지로는 이빨이 떨어져 있는 바닥에 쓰러졌다.“내가 왜 이러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나카노 타로우는 나카노 지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이를 악물면서 말을 이었다.“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으며,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당장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해? 스스로 뺨을 백대 정도는 때려야 할 거야! 성의 있게 사과해!”“뭐라고?!”나카노 타로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숱한 고수를 거느린 나카노 타로우가 사과를 요구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조효임 등의 표정은 놀라움에서 변우진에 대한 존경함으로 변했다. 모두 나카노 타로우가 한국의 최고 격투기 고수인 변우진에게 겁먹었다고 생각한 모양이
나카노 지로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나카노 타로우의 공포를 보아낸 순간 바로 조효임 등의 앞에 달려가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대단하신 분들을 못 알아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이 비천한 목숨을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자기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도 따라 무릎을 꿇고는 애원하기 시작했다.불안하다 못해 눈꺼풀이 툭툭 튀었던 나카노 타로우는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 나가더니 허리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희 잘못입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사과를 하면서도 그는 불안한 듯 김예훈을 힐끗거렸다. 그가 과연 만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나카노 타로우 님이라고 했죠?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돼요.”나카노 타로우가 겁먹은 것을 보고 조효임은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리고 나카노 지로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다들 부산에서 힘들게 일하는 입장인데, 저희도 그렇게 난감하게 굴지는 않을 거예요. 성의만 보여준다면 일을 크게 만들 생각도 없고요. 대신 오늘 일은 따지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한국에서 지내려면 그 못 돼먹은 성격은 좀 고쳐야 하거든요. 괜히 건드려서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누구나 우리처럼 관대한 건 아니니까요.”조효임은 나카노 타로우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물론 그와 같은 사람과 척을 져서 좋을 건 없기에 선은 지켰다.지금은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 없지만, 변우진이 영원히 그녀의 편에 서줄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당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나카노 타로우는 식은땀을 닦으면서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단속하겠습니다. 제 무식한 동생이 한국 땅에서 활개 치지 못하도록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사과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오늘의 식사는 제가 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