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성남 국제공항 VIP 통로 밖에는 이미 수천 명이 모여들었고, 인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다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출구 쪽에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그 순간 공항 내부에서 소식이 들려왔는데, 전남산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미 착륙했고 곧 밖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대에 들뜬 마음을 안고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김예훈은 굳이 경쟁할 생각이 없는 듯 구석진 곳으로 물러났다.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소를 터뜨렸다.아무리 데릴사위라고 해도 자기 분수는 알고 있는 듯싶었다.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항복한 꼴이라니.물론 그렇게 납득이 안 가는 일은 아니었다.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인 이장우가 버젓이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그와 경쟁하겠는가?약 3분 뒤, 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맨 앞에서 걸어오는 분은 다름 아닌 전남산이다.어르신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기운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는 의술에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전통 무술도 뛰어나다고 했는데 태극권, 태권도, 합기도, 무술 등 못 하는 게 없을 정도였다.심지어 젊은 시절에는 여러 전국 대회에 익명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이런 인물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에 그가 해외로 출국한 이유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남산은 무려 사비를 들여서 갔는데, 그 나라의 전염병을 종식하는 데 몇 년이나 걸렸다.하지만 이런 위인일수록 더더욱 소탈했다. 새하얀 셔츠를 입은 그의 곁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비서 한 명이 있었다.심지어 백팩마저 직접 메고 있지 않겠는가! 비록 VIP 통로에서 걸어 나왔지만 허세가 전혀 없어 보였다.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외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자세를 똑바로 했다.이때, 이장우가 가장 먼저 나서며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산이 이장우를 거절할 줄이야! 게다가 그는 가스라이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이장우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무슨 말을 하든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어쩌면 괜히 가스라이팅하려다가 전남산이 진주 이씨 가문 전체에 불만을 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어르신, 저는 경기도 정부의 비서실장입니다. 하정민 어르신께서 점심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데, 경기도 의료 체계에 대해 조언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하네요.”하정민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대신 비서실장이 다가와서 전남산을 초대했다.“초대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경기도 관청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는지라 기관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함부로 참석했다가 괜히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어르신께서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전남산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그리고 제일의 명문가를 대표하는 대변인들이 잇달아 나서서 전남산을 초대했다.다들 서로 다른 이유로 접근했지만, 하나같이 거절당했다.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전남산 어르신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을 찾은 걸까?지금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데, 설마 신분이 더 높은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이때, 맨 뒤에 서 있던 임은숙이 정민아를 툭 밀자 휘청거리는 바람에 마침 전남산의 앞길을 막았다.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정민아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이장우마저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을 뿐인데, 감히 전남산의 앞길을 막는 여자라니? 간덩이가 부었군!정민아를 제일 먼저 알아본 임무경은 깜짝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민아야, 뭐 하는 거야? 길막하지 말고 얼른 비켜!”견청오는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정민아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지용아, 나 더는 못 참겠어!”정민아에게 프러포즈한 적이 있는 김세자 때문에 그녀를 알아본 사람이 꽤 많았다.이내 공항은 술렁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휘청거리는 정민아를 보자 임은숙은 참다못해 폭발했다. 안 그래도 막무가내인 그녀는 이참에 앞으로 나서서 주위를 손가락질하면서 맞받아쳤다.“어디서 욕지거리야?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든 말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 게다가 우리 딸이 무슨 사람인지 몰라? 무려 김세자의 프러포즈마저 거절했던 여자라고! 이 중에서 감히 김세자를 거절한 영광을 누린 사람이 있기나 해? 우리 딸이 지금 공사 현장을 구경시켜주려고 전남산 어르신을 초대하는 건 결국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라고.”말을 마친 임은숙은 팔짱을 끼고 전남산을 바라보았다.“어르신도 김세자는 들어보셨겠죠? 우리 딸은 김세자의 약혼녀와 마찬가지예요. 우리 딸은 몰라도 김세자의 체면은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을 듣자 주위에서 야유가 퍼졌고, 전남산도 안색이 어두워졌다.반면, 정민아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차라리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갔을 텐데 말이다.이렇게 낯뜨거울 수가!어머니라는 사람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임은숙은 개의치 않은 듯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능한 김예훈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기로 했다.정민아가 그 병신이랑 이혼할 수만 있다면 만사대길이 따로 없을 테니까.더 높은 곳에 오를 일만 남은 딸인데, 어찌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 있겠는가!이때, 전남산이 조용히 하라는 듯 손짓했다.단지 손만 들었을 뿐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임은숙마저 기가 죽어서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전남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그쪽이 김세자의 약혼녀라고?”정민아는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물었다.“어르신, 우리 엄마가 원래 큰소리 좀 잘 쳐요. 저는 김세자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전남산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진짜 구경시켜주려고 날 공사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둘 다 간덩이가 부었나? 남편은 진주 이씨 가문이나 도발하고, 와이프는 무려 전남산의 앞길을 가로막다니?그리고 자기 주제도 모르는 데릴사위가 또다시 전남산 어르신을 막아서지 않겠는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이때, 참다못해 폭발한 임무경이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얼른 경비원 불러! 전남산 어르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당장 저 자식을 끌고 가!”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말을 보탰다.“제발 그만해! 전남산 어르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만약 모두가 겁 없이 전남산 어르신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대체 일은 언제 처리하겠어?”“얼른 꺼져! 전남산 어르신을 계속 귀찮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그들을 가뿐히 무시한 채 전남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깜빡거렸다.“혹시 전남산 어르신 맞을까요? 저는 우버 운전기사인데, 차는 밖에 있어요.”전남산은 김예훈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2천 원 맞아요?”김예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하지만 카풀이라서 다른 곳도 들러야 할지 모르거든요. 양해 부탁드립니다.”전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카풀을 불렀으니 당연히 기사님이 가는 데로 따라가야죠.”두 사람의 대화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자칫 잘못 들은 줄 알고 자기 귀를 후벼 파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카풀?! 전남산 어르신 같은 분이 카풀을 불렀다고? 게다가 저 데릴사위가 픽업하러 왔다니?사람들은 하나같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전남산에게 접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문과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우버 기사한테 전남산을 빼앗기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이장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때, 누군가 재빨리 치고 나서며 말했다.“어르신, 차가 필요하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밖에 마이바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는데, 어디 가시게요? 제가 모셔다드
정민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김예훈, 장난치지 마!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는 게 중요하지, 자칫 어르신에게 폐라도 끼친다면 책임질 수 있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괜찮아. 어차피 카풀 부르기 전에 오늘 내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된다고 이미 얘기했거든. 2천 원 내면서 빨리 가려는 건 욕심이지.”정민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어르신을 데리고 한 곳만 들르는 게 아닌가?한편, 주위에 있는 사람은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때, 이장우가 다가오더니 호통치기 시작했다.“김예훈, 괜히 전남산 어르신의 시간이나 지체하지 말고 꺼져. 내가 어르신을 모셔다드릴 테니까.”“안 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왜?”이장우는 화가 발끈 났다.“어르신이 다른 차 타고 가시면 누가 결제해줄 건데? 공항까지 오는데 기름값은 안 드는 줄 알아?”김예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건 돈이잖아. 이 정도면 기름값으로 충분하지? 이제 꺼져!”이장우는 지폐 뭉치를 꺼내서 김예훈 앞에 던졌다.김예훈은 무심하게 말했다.“더러운 돈 따위 관심 없어.”“이...!”이장우는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제야 김예훈이 일부러 말썽부리러 찾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이때, 전남산이 이장우를 빤히 바라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이세자, 난 살면서 남의 재산을 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날 모욕하는 겁니까?”폭발 직전까지 갔던 이장우는 겁에 질린 나머지 부르르 떨면서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용서해주세요. 저 무능한 놈이 감히 어르신을 모시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겠다고 하니 마냥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저한테 속죄할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릴게요.”전남산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진주 이씨 가문은 사업하는 집안으로서 이미 신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않나요? 고작 의사에 불과한 나도 일약천금이 무슨
한편, 정민아는 쏜살같이 차를 몰고 백운 별장 공사장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운전하는 내내 그녀는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면서 귀빈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김예훈이 대체 카풀을 어떻게 잡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전남산 어르신을 공사 현장으로 모신다는 자체가 백운 그룹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허둥지둥 일 처리 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뒷좌석에 앉은 정군과 임은숙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오늘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무리 봐도 전남산과 접점이 없는 듯한 데릴사위가 무려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니?다들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곧이어 정민아는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시공사와 회사 직원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현장을 깨끗이 정돈한 사람들은 전남산을 맞이하기 위해 성대한 환영식을 마련했다....한편, 허름한 봉고차는 도로 위를 천천히 달렸다.송준은 운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대시보드에서 소주 팩을 꺼내더니 전남산에게 건네면서 피식 웃었다.“어르신,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정정해 보이시는군요.”전남산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죠. 실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번 사하라에서 예훈 씨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몇 년 전에 이미 사막에서 목숨을 잃었을지 몰라요.”김예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다들 같은 나라 사람 아니겠어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제 능력이 닿는 한 그 누구라도 구해줬을 겁니다.”전남산이 웃음을 터뜨렸다.“괜히 총사령관이 아니네요. 국민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네요. 만약 총사령관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5대 강국의 압박에 못 이겨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쳤을지도 모르죠.”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게 다 최전선에서 혈투를 벌인 수많은 병사 덕분이죠.”전남산은 한숨을 내쉬었다.“예훈 씨 공로만 따져보면 벌
전남산이 웃으면서 말했다.“젊은이 일에 이 늙은이는 빠질게요. 하지만 와이프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날 납치해서 공사장에 데려가는 대신 한 가지 부탁 들어줘요.”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말씀만 하세요.”전남산이 말을 이어갔다.“간단해요. 그때 가서 총사령관 신분으로 경기도 국방부 교대의식에 참석해줘요.”“네? 왜요?!”전남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비록 예훈 씨가 5대 강국을 물리쳤지만, 일본과 미르 제국, 리카 제국이 아직도 못된 심보를 버리지 못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비록 우리나라는 남이 건드리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법은 없으나 망나니 같은 놈들이 자꾸 설치니까 눈에 거슬리긴 하네요. 총사령관은 그야말로 국방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죠. 총사령관님이 현역에서 물러났기에 저놈들이 감히 말썽 피우는 거예요. 하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비추고 몇 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이 야비한 무리를 겁주기 충분하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런 일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전남산이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김예훈도 포기했다.“그럼 박인철한테 공식 발표하라고 할게요.”김예훈은 전남산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곧이어 전국을 뒤흔든 소식이 퍼졌다.이번에 전남산 어르신이 성남시를 찾은 목적은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의 교대의식 때문이며, 새로운 장관의 취임식에서 전남산은 물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국방부의 신화, 당도 부대 총사령관도 얼굴을 비춘다고 했다.이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전남산이 왜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무려 총사령관을 만나러 갔을 줄이야!그리고 전남산이 왜 직접 카풀을 불렀는지도 납득이 갔다.소문에 의하면 총사령관은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로 아주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는데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전남산이 카풀을 부른 이유도 괜히 다른 사람 때문에 조용한 삶을 즐기는 총사령관이 방해받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다만 이번 경기도 국방부 장관의 취임식에 전남산과
“위치는 나쁘지 않네요. 힐링하기 딱 좋은 곳인데, 오래 살다 보면 각종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겠네요.”“혹시 집값이 비싸나? 만약 싸게 나왔다면 나도 한 채 계약할게!”전남산이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마침 특가로 10채 싸게 내놓은 매물이 있는데, 한번 보여드릴까요? 가격이 아주 저렴하게 나왔어요. 만약 당일 계약하신다면 할인해 드릴게요.”정민아는 전남산 어르신의 성격상 공짜로 집을 선물해준다면 절대로 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아니나 다를까 전남산은 여느 어르신처럼 꼼꼼하게 따져보더니 크기도 적당하고 산과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별장을 골랐다.“그럼 이거로 할게.”정민아는 흘끗 보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격은 10억 3천인데, 이 별장으로 하신다면 3천만 원은 안 주셔도 돼요. 그리고 앞으로 관리비도 저희가 부담해 드릴게요.”전남산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계약하는 거로 해.”말을 마친 그는 블랙 카드를 꺼내 정민아에게 건넸다.이 광경은 본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비록 전남산은 겉보기에 수수하지만, 사실 돈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의학 관련 각종 발명품은 둘째 치고, 월급만 해도 꽤 많이 받았기에 별장 하나쯤은 쉽게 살 수 있을 것이다.이내 전남산이 백운 별장에 집을 샀다는 소식이 미디어 채널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반면, 성남시 부동산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했다.백운 별장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지는 아닌지라 투자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전남산이 백운 별장과 계약한 이상 그곳에 입주할 수만 있다면 무려 전남산 어르신과 이웃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10분도 안 되어 백운 별장 영업부에 전화가 폭주했다.심지어 어떤 해외 고객들은 한 두 채만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에 정민아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물론 정민아의 휴대폰도 쉴새 없이 울렸다.이제 성남시 상류층 인사들은 인맥을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