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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여기 지금 헤이데이고요. 환자가 지금 막 발병해서 상태가 매우 위독해요! 가능한 빨리 와주시겠어요?”

무릇 다른 선택권만 있다면 백아영은 절대 이성준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결정했다.

“기사님, 헤이데이로 가주세요.”

가는 길에서 위정에게 전화해 조금 늦게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전원이 꺼졌다.

‘어쩔 수 없지 뭐. 돌아가서 다시 설명해야지. 어차피 성준이도 빨리 돌아오라고 다그칠 뿐 진짜 날 기다린 건 아니잖아.’

창밖에 해가 저물고 밤이 점점 더 짙어졌다.

이씨 별장 안에는 가라앉을 것만 같은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성준은 넓은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문 방향만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는 얇은 입술을 앙다문 채 싸늘한 기운만 내뿜었다.

옆에 있던 위정은 간담이 서늘해져 허겁지겁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백아영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감히 이성준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다니, 백아영은 홀로 제 무덤을 판 거나 다름없었다!

“사장님, 지금 당장 사모님을 찾아오겠습니다!”

이성준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좀 더 기다려.”

‘더 기다린다고? 사장님이 언제 이렇게 인내심이 많아졌지?’

위정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만 그날 밤 그 여자가 정말 백아영이었다면 이성준은 더는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위정은 그제야 큰 깨달음을 얻었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백아영은 하룻밤 사이에 가장 빛나는 별이 된다!

“뚜뚜뚜...”

이때 위정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재빨리 대답했다.

“구 사장님의 전화입니다. 선우 일가의 단서를 찾았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헤이데이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헤이데이라는 네 글자를 듣는 순간 이성준은 증오가 확 밀려왔다.

겉보기엔 고급스러운 클럽 같지만 실제로는 남자들이 애인을 찾고 여자들이 그물에 걸려드는 의도 불순한 남녀들이 한곳에 모인 장소였다.

그곳은 더러운 난장판이라 응큼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이성준은 그런 곳에 절대 발을 들이지 않지만 선우 일가의 단서에 연관된 일이라 반드시 직접 찾아가야 했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부했다.

“넌 집에서 아영이 기다리고 있어.”

...

헤이데이는 빌딩으로 된 건물이고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명이라 몽롱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안에는 수많은 남녀가 득실댔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뚱뚱한 몸매에 대머리인 남자가 예쁘장한 젊은 여자를 껴안고 거침없이 여자의 몸을 더듬는 장면들이었다.

한편 젊은 여자들도 대부분 거절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가까이 달라붙었다.

백아영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실로 거북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애써 더러운 장면을 피해가며 신속하게 오인호 환자가 있는 룸을 찾아갔다.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생각하며 그녀는 노크할 겨를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어두운 조명 아래 소파에 훤칠한 체구의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분명 병이 발작했다고 들었는데 주변에 왜 아무도 없는 걸까?

전화를 받았던 중년 남자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백아영은 룸을 잘못 들어온 게 아닌지 재차 확인하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오인호, 오 사장님 맞으세요?”

“오인호는 아니지만 그쪽을 이곳에 부른 오 사장은 맞아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아영에게 다가왔다. 백아영은 가까이 다가온 그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한 순간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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