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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유모, 유국공부를 접수하다
쫓겨난 유모, 유국공부를 접수하다
Author: 수리춘

제1화

Author: 수리춘
유민영은 부인들 사이에 끼어 고개를 숙인 채, 유국공부의 유모로 뽑히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남색 비갑(比甲: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여성들이 저고리 위에 덧입던 소매가 없는 긴 조끼 형태의 전통 의상)을 입은 어멈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며, 마치 물건을 고르듯 그들을 훑어보았다.

"모두 고개를 들고 손을 내밀어라."

유민영은 다른 부인들과 함께 시키는 대로 따랐다.

전 어멈이 가장 오른쪽부터 시작해 일차 심사를 진행했다.

“손톱 밑에 때가 있군, 탈락!”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심해, 탈락!”

“머리에 비듬이 있네, 탈락!”

유민영은 가장 마지막 자리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탈락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밤 그녀와 딸 영아가 배를 채울 수 있을지는 이 유국공부 유모 자리에 뽑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유민영은 원래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도 계속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육아 전문가로도 일했고, 요양원 책임자로도 근무했다. 밤낮으로 바쁘게 뛰어다닌 것은 오직 돈을 모아 집을 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야간 근무를 마친 후 갑자기 이곳에 떨어졌고, 눈을 떴을 때는 부군(夫君: 옛날에 아내가 자신의 남편을 높여 부르던 말)의 빈소 앞이었다.

원래 몸의 주인은 팔자 드센 가련한 사람이었다. 기근이 든 해에 팔려 가 민며느리가 되었고, 겨우 혼례를 치르고 딸까지 낳았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부군이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시댁에서는 그녀를 부군 잡아먹은 팔자라며 욕했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며 이제 막 산후조리를 끝낸 그녀와 갓난 딸을 집 밖으로 쫓아냈다. 두꺼운 옷 한 벌조차 내주지 않았다.

비록 현대의 지식으로 평등과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해도, 사람 목숨이 풀잎처럼 가벼운 이 고대 사회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갓난아기까지 딸린 과부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돈 한 푼 없고 도움을 청할 친척 하나 없는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가 이런 고관대작의 집에 요행을 바라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든 일자리만 있다면 유모건 몸종이건 상관없었다. 먼저 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유모로 지원했던 다른 부인들은 하나씩 온갖 이유로 탈락했다.

마침내 전 어멈이 유민영의 앞에 멈춰 섰다. 유민영을 자세히 살펴본 전 어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체격이 풍만하니 젖이 풍부하겠구나. 나를 따르라.”

"예."

마음이 조금 놓인 유민영이 대답했다.

그녀는 전 어멈 뒤를 따라 곁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 안의 정원은 깊고도 깊었으며, 회랑은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유민영은 곁채에 있는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젖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방 안에는 이미 아홉 명의 부인이 서 있었는데, 모두 푸른 무명옷에 소박한 차림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유민영이 들어오자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각자 고개를 숙였다.

유민영은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기에 뒤쪽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섰다.

방금 저택 밖에서 보았던 것은 첫 번째 관문에 지나지 않았다.

의원이 약상자를 들고 와서 그들 열 명을 한 사람씩 진맥하기 시작했다.

몸에 병이 있거나 건강하지 못한 이들은 모두 탈락했다.

남은 사람들은 다시 내실로 불려가 신체 검사를 받았다.

전 어멈이 앞으로 다가와 더욱 세밀하게 검사했다. 입을 벌려 혀의 상태를 보는가 하면 옷깃을 헤쳐 어깨와 목, 그리고 가슴 피부까지 살폈다.

몸에 털이 많지 않고 눈에 띄는 흉터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끝나니 또 네 명의 부인이 탈락했고, 방 안에는 단 여섯 명만이 남았다.

유민영은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역시 고관대작의 집이라 그런지 유모 한 명을 뽑는 것도 후궁 선발하는 것 못지않았다.

이것으로 끝난 줄 알았으나, 전 어멈이 여섯 개의 사발을 가져왔다.

"각자 젖을 조금씩 짜내 거라. 서둘러."

신체 검사를 마친 의원들이 모두 물러가고 남은 건 여인들뿐이었다.

그러나 유민영은 여전히 어색하고 민망하여 몸을 돌려 등을 진 채 젖을 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개의 작은 사발에 따뜻한 액체가 조금씩 담겼다.

전 어멈은 여섯 개의 사발을 쟁반에 올려놓고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다시 굳게 닫히고, 여섯 명의 부인은 초조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유민영은 발밑 벽돌 틈을 바라보며 속만 태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어멈이 문을 열고 들어와 유민영과 다른 두 여인을 가리켰다.

“너, 너, 그리고 너. 합격이다. 소공자님께서 너희의 젖을 드시겠다 하니."

그들은 그제야 마지막 관문이 소공자가 누구의 젖을 마시는지를 보는 거였음을 알게 되었다.

전 어멈이 말을 마치자마자 소매 주머니에서 은자를 꺼내 유민영을 비롯한 부인들 손에 각각 쥐여주었다. 한 사람당 한 냥씩이었다.

"이건 선금이니 잘 간수하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오너라. 반 시진 후에 돌아오지 못하면 이 일자리는 없어질 줄 알아라!”

함께 뽑힌 나머지 두 부인의 얼굴에 환한 기쁨이 번졌다. 그들은 은자를 꼭 쥔 채 연신 대답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다.

반면 탈락한 세 사람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방을 떠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 안에는 유민영 혼자만 남게 되었다.

마침 다른 일을 처리하러 가려던 전 어멈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왜 아직 가지 않느냐?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유민영이 다가섰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라!”

상대가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보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있는 용기를 다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제 아이도 함께 저택에 데리고 와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뭐라?"

전 어멈은 마치 지극히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들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네가 유국공부를 시장 바닥으로 아느냐?”

그러나 유민영은 물러서지 않고 재빨리 말을 이어 울먹이며 자신의 사정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어멈,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정말로 갈 곳이 없습니다. 십 년 전 흉년이 들었을 때, 부모님께서 만두 두 개 값에 저를 남의 집 민며느리로 팔아넘기셨습니다."

"올해에야 비로소 부군과 혼인하여 아이를 가졌는데, 얼마 전 부군이 산에 갔다가 큰비를 만나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유민영은 가련한 모습을 더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

"시댁에서는 제 팔자가 독해 부군을 잡아먹었다며 손가락질하고, 또 딸을 낳아 대를 잇지 못한다며 장례가 끝나자마자 저희 모녀를 내쫓았습니다. 저는 친척도 없어 정말 살 길이 막막해 이곳 유국공부에 와서 살길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이 일자리는 저에게 생명줄과 같습니다.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제 월급의 절반은 어멈께 드리겠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밥 한 입 먹일 수만 있게 해 주십시오!”

처음에는 목소리를 낮추어 하소연했으나, 뒤로 갈수록 그녀의 말에는 점점 진심이 담겼다.

오랜 세월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이제 막 집을 마련하려던 참에 하루아침에 쫓겨난 과부가 되어 있었으니, 울고 싶어도 울 곳조차 없었다.

전 어멈은 유민영이 눈물 흘리며 애원하는 말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 된다! 절대 안 돼! 유국공부가 어떤 곳인지 아느냐? 가문 법도가 하늘보다 높은 곳인데, 여태껏 유모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전례는 없었다. 내가 그런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다!”

대부인은 산후 조리로 몸이 허약해 젖이 적었고, 소공자님은 또 입이 까다로워 아무 젖이나 드시는 게 아니었다.

이번 이틀 동안 경성 안의 적합한 부인들을 거의 다 살피다시피 해, 겨우 이렇게 세 명의 쓸 만한 사람을 골라낸 터였다.

유모가 아이를 데리고 오겠다는 무리한 요구를 들어줬다가 무슨 탈이라도 나면, 이 어멈 보직도 위태로워질 판이었다.

전 어멈은 말을 마치고 유민영을 내쫓으려 했다. 일자리가 날아가게 생겼으니 유민영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밖에서 한 시녀가 급히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왔다.

자주라는 그 시녀는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

"전 어멈, 유모는 어디 계십니까? 찾으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공자님께서 배가 고파 우시는데, 대부인께서 벌써 몇 번이나 재촉하셨습니다!"

방금 전 세 사발의 젖을 먹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쌀뜨물로만 배를 채우던 소공자가 젖 맛을 한번 보고 나니 금세 다시 배가 고파진 것이었다.

전 어멈이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곧 옵니다, 곧 와요. 집으로 짐을 챙기러 갔으니 금방 돌아올 것입니다.”

자주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금방이 도대체 언제입니까? 지금 한시가 급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상황이 반전되는 것을 본 유민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말을 가로챘다.

"낭자, 아까 소공자님께서 드신 세 사발의 젖 중 하나가 바로 제 것입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주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럼 뭘 그리 지체하는 것입니까? 당장 따라오십시오!"

전 어멈이 입을 열어 막으려 하자, 자주가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를 내던졌다.

“만약 소공자님께 무슨 잘못이라도 생긴다면, 어멈이나 저나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 어멈은 입을 다물고는 유민영을 매섭게 한번 흘겨보고는 그 뒤를 따랐다.

유민영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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