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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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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9화
“그건 왜요?”서진우가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 직원을 바라봤다.“평소에 비해 웃음이 많아진 것 같아서요.”직원들은 서진우가 별로 신경 쓰지 않자 더 대담해졌다.“정말 그런가요?”서진우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직원들은 그제야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네. 맞아요.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이 있으면 표정도 좋아진다니까요.”맨 처음 이 말을 꺼낸 직원이 서진우를 축복했다.“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지금처럼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게요. 대표님 기분이 좋아 보이니 저희도 기뻐요.”이 말에 서진우의 기분이 더 좋아졌다.“이름이 뭐예요?”이 말에 직원이 넋을 잃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이름을 물으니 당황한 것이다. 설마 잘리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에 두려워진 직원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버벅거리기 시작했다.“저... 저 왜요?”“대표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직원은 정말 잘리기라도 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이 회사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잘해보려는데 한번 입을 잘못 놀린 걸로 잘리게 생긴 것이다.서진우는 두려움에 떠는 직원을 보고 당황했다. 전에는 직원들이 이렇게 재밌는 사람들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를 정리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정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원이 농담한 것 가지고 해고한다면 권력남용이었다.서진우가 두려움에 떠는 직원의 어깨를 다독였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런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니까.”“그냥 우리 팀에 입찰 경험이 있는 사람을 불러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서진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이름을 알아두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이름만 부르면 되잖아요. 간편하기도 하고 친근해 보이기도 하고 얼마나 좋아요.”직원들은 친근하다는 단어에 깜짝 놀랐다. 겉보기에는 차갑기만 한 대표가 그나마 괜찮은 사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8화
다른 건 그때 가서 보기로 했다. 바램이라면 서진우가 쓸모를 발휘해 이런저런 걱정은 집어치우고 그 땅을 따냈으면 하는 것이다. 태안 그룹이 타격을 받으면 훗날 안다혜가 깨어난다고 해도 예전 같지 않은 태안 그룹을 보며 달리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의 노력은 다 미래를 위한 준비였다.이렇게 생각한 심서아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한편으로는 안다혜가 깨어나면 그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기대되기도 했다....스튜디오에서 나온 서진우는 이상한 흥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심서아가 말한 대로만 하면 앞으로의 길이 더 순탄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게 중요했다. 그때가 되면 심서아를 만나겠다고 해도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회사 운영을 서진우에게 맡긴 것 자체가 제일 좋은 증명이었다. 직책이 주어진 이상 회사를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서진우도 확신할 수 있었다. 서동욱에게 아들은 서진우 하나라 때가 되면 무조건 서진우가 회사를 물려받을 텐데 재산 분할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가끔은 서진우도 이렇게 좋은 부모를 만난 것에 감사했다. 좋은 부모를 만난 것만으로도 걱정할 일이 확 줄었고 조용히 때만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지 않으면 회사를 물려받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서진우도 이 점이 퍽 마음에 들었다. 믿음직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자기도 모르는 형제자매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정말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을 것이다.서진우는 자신의 능력이 어떤지,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서진우가 그만큼 뛰어난 사람이라면 서동욱도 지금처럼 걱정하지는 않았을 테고 심서아와의 만남을 반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서진우는 무턱대고 심서아에게 약속했다가 일이 틀어지면 심서아가 실망할까 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심서아가 하는 말을 듣고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가끔은 결과보다 과정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7화
심서아가 봄바람처럼 따듯하고 부드럽게 웃었다.“못 믿었다면 이렇게 계속 곁에 남아있으면서 이런 말을 해주지도 않았겠지.”“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가 조금 더 솔직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끈끈해졌으면 좋겠어.”서진우는 심서아가 한 말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제야 심서아가 예전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의 심서아는 넝쿨처럼 완전히 서진우에게 의지해서 살았다면 지금은 아니었다. 자기만의 사업이 있고 자기만의 생활이 있어 서진우가 옆에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서진우는 진심으로 심서아가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심서아에게서 안다혜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진우는 점점 심서아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심서아를 얻으면 안다혜까지 얻은 거나 마찬가지라 더없이 행복했다.“걱정하지 마. 돌아가자마자 입찰서 적으라고 할게. 그 땅은 무슨 일이 있든 우리 서림 그룹이 따낼 거야.”진지한 서진우의 표정을 보고 심서아도 한시름 놓았다.‘그래도 끈기는 있네. 이제 뭘 해야 할지 아는 것 같으니 내가 더 얘기해줄 필요는 없겠다.’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조금도 성장이 없다면 더 말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그래. 몸 봐가면서 일하고.”심서아가 부드럽게 귀띔했다. 서진우는 그런 심서아를 보며 마음 한편이 따듯해졌다.‘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겠어.’“그럴게. 걱정하지 마.”서진우는 더 지체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이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서진우가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심서아는 서진우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봤다.‘멍청한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렇게 말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면 어떡해? 꼭 톡 까놓고 얘기해야 아나?’‘도대체 나는 전에 서진우의 어디가 좋았던 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심서아는 속으로 이렇게 투덜거렸다. 일에 쏟아야 할 열정을 서진우에게 나눠주고 나니 일하는 게 살짝 짜증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진우에게 신경을 쏟는 건 쓸모없는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6화
이래도 서진우가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한다면 이대로 서진우를 포기할 생각도 있었다. 세상에 남자는 널렸는데 재벌 2세가 서진우 한 명일 리는 없었다. 게다가 이제 스튜디오까지 차렸는데 심서아만 원하면 남자는 얼마든지 있었다.‘여기에만 매달려 있으란 법은 없잖아. 썩은 가지는 쳐내는 게 맞지.’서진우도 이제야 심서아의 뜻을 알아차렸다.“서아야. 네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어.”“뭐가 생각나는데?”심서아는 흥분한 서진우를 보며 따라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이런 사람이 과연 뭘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생각해 낸다 해도 예전과 다를 게 있을까?’서진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기억에 우리 회사에서 확실히 태안 그룹과 경쟁하는 게 있어. 요즘 입찰서 넣기 시작한 것 같던데.”심서아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래. 좋은 기회잖아.”“안다혜도 아직 깨어나기 전이고. 이 기회에 그 땅을 손에 넣어야지. 그러면 서림 그룹이 태안 그룹을 이긴 게 되잖아.”“시작만 좋으면 그 기세를 쭉 이어 나가는 건 별로 문제없을 거야.”심서아는 이 일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러자 서진우도 따라서 환상에 잠겼다.“그래. 입찰서 잘 적어서 넣을 수 있게 힘쓸게. 그러면 그 프로젝트도 한 번에 따낼 수 있을 거야.”기분이 좋아진 심서아는 서진우를 바라보는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래. 이번에는 꼭 힘내서 잘해.”심서아는 서진우와 열애 중인 커플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꿈치를 들어 얼굴에 뽀뽀했다. 격려가 담긴 뽀뽀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서진우는 이 기세를 몰아 한 번 더 관계를 가지고 싶었지만 심서아가 했던 말이 떠올라 욕구를 꾹 누를 수밖에 없었다.안다혜가 전에 못되게 군 것도 있고 심서아가 옆에서 구슬린 덕분에 서진우는 더는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말한 것처럼 쓸모없이 살지 말고 주견이 있는 삶을 살 때가 된 것이다.아니, 쓸모없지 않다고 증명하고 싶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닌 마음만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5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심서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겠다니?”언성이 올라가자 심서아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심서아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서진우는 깜짝 놀랐다.“서아야, 너 왜 그래?”서진우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심서아의 이상한 변화를 모를 리가 없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변화에 서진우는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심서아는 서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제야 반응이 너무 컸음을 알아챘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서진우가 의심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렇게 생각한 심서아는 천천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그래. 알았어. 네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 나 이런 사람 아닌 거 너도 알잖아.”심서아는 아까 보인 모습이 서진우의 환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자 서진우가 벙찐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래.”표정을 정리한 서진우가 화제를 이어갔다.“서아야,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거야?”서진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말 나를 위한 거 맞아?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늘 부드럽게 웃어주며 큰 소리 한번 낸 적 없던 사람이 변했어. 예전처럼 부드럽지가 않아.’‘또박또박 대들기나 하면서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잖아.’이렇게 생각한 서진우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그래. 그러면 네가 말해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서진우는 아예 고민하는 걸 포기했다. 무슨 말을 해도 상대의 환심을 살 수 없다면 아예 상대가 정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진우는 아까 침대에서 힘을 너무 쏟은 바람에 다른 걸 생각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금방 체력 활동을 끝냈는데 바로 머리를 쓰라니 확실히 버거웠다.심서아는 그런 서진우를 속으로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어떻게 남자가 돼서 이렇게 쓸모없이 골골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594화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안다혜가 이끄는 태안 그룹을 상대할 생각을 하라고.”심서아가 인내심 있게 타일렀다.“태안 그룹을 무너트리면 너희 아버지도 우리의 만남을 반대하지는 않을 거야.”“정말 그럴까?”서진우는 막연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전에 결사코 반대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태안 그룹을 무너트리겠다고 하면 아버지가 과연 동의할지 의문이었다. 전에 안다혜와 절대 엮이지 말라며 지나칠 정도로 반대했는데 갑자기 바뀔 리가 없었다. 그때 한번 엮인 걸로 불같이 화를 냈는데 심서아의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심서아는 서진우가 또 흔들리자 다시 짜증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망설이다가 설레다가 뭐가 이렇게 어려워?’게다가 잘 알아듣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몰라주는지 의문이었다.‘꼭 내가 잘근잘근 씹어서 입에 넣어줘야 아는 건가?’심서아는 이제 서진우가 역겨워지기 시작했다.‘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인내심을 되찾은 심서아가 타일렀다.“아니야. 내 말은 안다혜가 전에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라는 거야. 너를 구치소에 두 번이나 보냈는데 정말 그냥 넘어갈 거야? 괜찮겠어?”“내가 다 짜증 나. 다른 건 몰라도 한때는 사귀었던 사이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거지.”심서아가 슬픈 표정을 짓자 서진우는 큰 만족감을 느꼈다. 부모님 외에 자기를 이 정도로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나는 혼자가 아니구나.’사실 서진우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쓰레기 보듯 하는 안다혜의 눈빛에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다혜의 옆에 선 남자도 매우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 남자만 보면 마음이 불안했다.그래도 지금은 안다혜가 혼수 상태에 빠져있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다만 그 남자가 아직 곁을 지키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서진우도 사실 이 점이 무서워 여태 손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