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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작가: 수박빙수
윤하경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저었고 조심스럽게 강현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강현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고 그녀의 커다란 눈이 벽에 쓰러져 있는 이석훈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별다른 감정 없이 뒤에 서 있던 우지원에게 지시했다.

“여긴 네가 정리해.”

우지원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은 위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방은 이미 준비됐어요.”

강현우는 그를 흘끗 보더니 더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뒤돌아보며 바닥에 쓰러진 이석훈을 내려다봤다.

“아까 네가 썼던 그 손, 필요 없겠네. 부숴 버려.”

그의 말은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 나가버렸다.

윤하경은 그의 냉정함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이렇게까지 가혹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현우가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지만 이곳에서는 그를 따라가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갔다.

뒤에서 이석훈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갑자기 그의 가슴 위에 거대한 발이 내려앉았다.

우지원이 내려다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오호, 이거 이석훈 씨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친근해 보였지만 발에 실린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파티는 즐거웠어?”

이석훈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의 규칙을 네가 잊었나 보군, 우지원.”

우지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설마. 너야말로 이곳의 규칙을 깡그리 무시한 것 같군. 여긴 상호 합의가 원칙이거든. 강요는 금지야. 그런데 아까 그 짓은 뭐지?”

이석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 이곳에서만 1년에 20억은 쓰는 단골이야. 감히 날 이렇게 대해?”

우지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비꼬듯이 웃었다.

“20억이라, 꽤 큰 돈이네.”

그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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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우는 윤하경의 말을 들은 순간, 마치 자기 등에 기대어 괜히 기세부려보는 여우를 보는 것처럼 피식 웃었다. 그리고 슬쩍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더니 말랑한 살을 가볍게 꼬집었다.윤하경은 몸이 순간 얼어붙었더니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그러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 남자,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여긴 어쨌든 강현우의 구역이었고 윤하경은 조용히 눈빛으로 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제발... 제발 지금은 진짜 아무 짓도 하지 마.’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손을 거뒀고 윤하경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일어나 임수연 앞으로 다가섰다.“그럼, 그날의 일. 전부 말씀해 주세요.”윤하경은 핸드폰을 꺼내 녹음기를 켜더니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았다.“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제가 묻는다는 건, 이미 손에 증거와 증인이 있다는 뜻이니까요.”그리고 싹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거짓말하면... 그땐 진짜 피곤해지실 거예요.”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미소는 차갑고 서늘했고 임수연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린 듯 심하게 떨렸다.한참이나 입을 떼지 못하던 그녀는, 마침내 말하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네 엄마한테 손댄 건 나야. 하지만 그 여자는... 원래 죽어야 했어!”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어 윤하경을 노려보며 외쳤다.“그 여자가 아니었으면... 윤수철이 날 그렇게 버렸겠냐고?”짝!작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린 건, 단단한 뺨을 때리는 소리였다. 윤하경은 너무 세게 손을 내리친 나머지, 손끝까지 얼얼했다.“말, 똑바로 하세요.”윤하경의 목소리는 냉정했고 밝고 단정한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 자체로도 상대의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했다.뺨을 맞고도 당황한 듯 멍하니 있던 임수연은, 피가 맺힌 입술을 닫고 잠시 침묵했다.“그때... 윤수철한테 버림받고 나서... 진짜 끔찍했어. 생활은 엉망이고 나... 임신까지 했었거든.”“결국 하는 일도 없는 건달이랑 결혼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7화

    임수연의 몸 어딜 봐도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완전히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그녀는 바닥에 풀썩 쓰러진 채, 일어날 힘조차 없는 듯 보였다.하지만 윤하경과 강현우가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임수연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노려보았다.“윤하경... 너, 반드시 비참하게 죽을 거야!”방금 전 고함을 너무 질렀는지,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지만 그 분노는 오히려 더 진하게 실려 있었다.윤하경은 무심하게 그녀 앞에 다가가 무릎을 굽혔고 눈동자엔 단 한 줌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내가 비참하게 죽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어요.”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잔잔하게 웃었다.“하지만 당신은... 아마 나보다 먼저 죽을지도 모르죠. 지금처럼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으니까요.”강현우 곁에 오래 있다 보니 말투까지 점점 닮아가고 있었고 말끝에 서린 위압이,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렸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고 입가엔 아주 옅은 미소까지 맴돌았다.임수연도 그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강현우가 작정하면 이 방에서 죽어도 세상 누구도 모를 수 있다는걸, 그 사실이 더없이 무서웠다.입술을 꾹 깨물며 이를 갈던 임수연은 결국 겁에 질린 눈빛으로 변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윤하경은 여유롭게 웃었다.“아줌마,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말 안 하셔도 돼요. 아줌마부터 처리하고... 그다음엔 하연이에요. 그 애가... 당신처럼 버틸 수 있을 것 같나요?”윤하경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너무도 날카롭고 잔혹했다.그러자 임수연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고 진심으로 겁에 질린 눈빛이었다.윤하경은 그녀가 끝내 말을 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 쪽으로 돌아섰다.“강 대표님, 아마... 또 민진혁 씨 손 좀 빌려야 할 것 같아요.”“윤하경... 네가 어떻게 죽는지 꼭 볼 거야... 저주할 거야...”임수연의 외침은 절망에 찬 비명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6화

    주변 시선 신경 안 쓰고 한껏 구경하겠다는 듯, 완전히 남 일 보듯이 바라보던 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자리에 다가갔다.“제가 좀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 같네요? 먼저 위로 올라가 있을까요?”얼마나 센스 있는 배려인가. 하지만 강현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흘깃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다음 순간, 윤하경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단단한 허벅지 근육에 엉덩이가 아찔하게 찔려 아프기까지 했고 윤하경은 참지 못하고 작게 혀를 찼다.그 모습을 본 모연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방금까지 웃으며 말하던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자 강현우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모연 씨가 아까 하신 제안, 나름 흥미롭던데. 근데 내가 뭘 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네.”모연은 애초에 강현우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곳까지 나온 것이었다. 예전에 한창 주가를 올리다 찍히고 한순간에 사라졌고 지금은 다시 주목받기 위해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그런 의미에서 강현우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윤하경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모연은 자신의 외모와 몸매로 승부를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강현우의 시선이 오롯이 윤하경에게만 가 있는 걸 보며 판단을 바꿨고 결국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이 저한테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만약 저를 써주신다면... 강 대표님이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선 뭐든 드릴 수 있어요.”말 그대로 배수진을 친 셈이었다. 강현우의 사업 스타일을 생각하면 뭐든 뽑아먹고도 버릴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강현우는 가볍게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연락할게.”거절이 아니란 말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기에 모연은 피식 웃으며 잽싸게 일어나 깍듯이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자리가 비자, 윤하경은 무릎에서 내려가려 했지만 강현우는 그녀를 제자리에 그대로 앉히고 움직일 틈도 주지 않았다.윤하경은 주변에 다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5화

    배지훈이 술병을 꾹 쥔 채 투덜댔다.“너희 둘 좀 사람 취급 좀 해주면 안 되냐?”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사람 대우받으려면 일단 사람이긴 해야지.”그 말에 배지훈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마음 좀 달래볼까 하고 온 건데 이건 뭐 일부러 내 심기 건드리는 거지?”그러고는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술병을 들어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켰다.윤하경은 그 모습이 꽤 상처받은 사람처럼 보여서 잠깐 시선을 돌렸지만 그 순간, 그녀의 고개는 강현우의 손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다른 남자 쳐다보긴 왜 쳐다봐? 내가 훨씬 낫지 않아?”“그건 맞아요.”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대답했고 강현우는 그 말에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반면 배지훈은 이가 부서질 듯 이를 악물며 분을 삭였고 이 상황에서 자기가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그때 무대 위로 비키니 차림의 여자가 올라왔고 윤하경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저 사람, 설마...”분명 몇 년 전까지 꽤 유명했던 가수였다. 한동안 활동이 뜸하더니 어느 순간 완전히 모습을 감췄었다.‘이름이 뭐더라? 모연?’당시에 청순 콘셉트로 인기 끌던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클럽 무대에 서 있다니 정말 밑바닥까지 내려온 모양이었다.그런데 모연의 노래가 시작되자, 시끄럽던 공간이 서서히 조용해졌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청아했다. 노래가 끝나자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어떤 이들은 현금을 무대에 던지기까지 했다.모연은 그런 관객을 지나쳐 윤하경 쪽을 바라봤지만 윤하경은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강현우에게 조용히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화려한 조명 아래 시야가 흐릿한 공간을 지나가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말했다.“죄송합니다...”말을 끝내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그 남자도 윤하경을 알아보고 반가운 듯 웃었다.“윤하경 씨 맞죠?”“하 대표님.”윤하경은 짧게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4화

    강현우는 윤하경의 허리를 가볍게 감싼 채 일어나면서 무심하게 말했다.“말을 좀 안 들어. 잘 좀 챙겨줘.”그 말에 임수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뭔가 말하려고 앞으로 다가섰지만 강현우는 이미 윤하경을 데리고 방을 나서고 있었다.문 앞에서 윤하경은 용천수와 마주쳤고 그는 지난번보다 상태가 훨씬 나아 보였다.역시 평소에 몸을 많이 써서인지 회복 속도가 일반인과는 달랐다.윤하경은 그를 힐끗 보고 시선을 거둔 채 강현우를 따라 밖으로 나왔지만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며 서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 임수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은 갔다.강현우 주변에 평범한 인물은 없었고 특히 용천수는 손이 빠르면서도 잔인한 성향이 있었다.그 소리에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윤하경은, 허리를 짚은 강현우의 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분명 강현우는 차갑고 냉철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눈빛부터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는데 문제는, 이 사람의 손은 왜 이렇게 항상 바쁘냐는 거였다.윤하경이 뭐라 한마디 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 소리 뭐 하러 들어. 괜히 기분만 상해. 오늘 새로 들어온 애 중에 노래 꽤 잘하는 애가 있다던데 같이 가서 들어볼래?”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웠다.딱 봐도 위로해 주려는 의도였고 윤하경도 그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네.”그래서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헤븐’ 2층은 개방형으로, 일반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홀 중앙엔 높은 무대가 있었고 무대 위에선 가벼운 복장의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강현우의 손에 이끌려 소파에 앉은 윤하경은, 그곳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배지훈이었다.그는 모르는 여자와 바짝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강현우가 들어서자 그제야 여자를 밀어내듯 떨어졌다.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배지훈과 진해리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3화

    윤하경이 조용히 입을 열자 바닥에 웅크린 채 앉아 있던 임수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윤하경.”그녀가 이름을 부를 때,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감격은 아니라 분명히 분노였다.윤하경의 뒤에 서 있던 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옆 소파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았다.길게 뻗은 다리를 느긋하게 꼬고 앉은 그는 마치 주변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손끝으로 코를 한번 문지르며 흥미롭다는 듯 임수연을 바라봤다.그 시선을 받은 임수연은 눈을 피하지 못했고 꽤 오랜 시간 버티던 기세도 점점 사그라졌다.임수연은 본능적으로 강현우 앞에선 감히 날뛸 수 없다는 걸 알아챈 듯했다.임수연은 이를 꾹 다물었고 야위어서 광대뼈만 도드라진 얼굴이 더 날카롭게 보였다.“네가 여길 왜 와?”소리는 작았지만 말끝엔 독이 잔뜩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예전부터 임수연과 윤하연 모녀의 단순한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항상 그렇게 정면으로, 무식할 만큼 솔직하게 나오는 그 태도 말이다.윤하경은 무릎을 굽혀 앉았고 어둑한 공간 속에서도 눈빛은 또렷했다.“왜요, 지금은 도망도 못 치는 신세인데 제가 오면 안 되는 자리라도 되나요?”임수연은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잘난 척하지 마. 결국 네가 날 잡은 건... 네 힘이 아니라 남자 힘 빌린 거잖아.”“맞아요.”윤하경은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맞아요, 현우 씨 도움 없었으면 못 잡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요...”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날카롭게 웃었다.“그럼 당신이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그 남자는요? 왜 당신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을까요?”윤하경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임수연의 급소를 찔렀고 임수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듯 어깨가 움찔했지만 강현우가 눈길 한 번 보내자 그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윤하경은 그걸 놓치지 않고 똑똑히 지켜봤다. 강현우가 며칠간 그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었는지 겁먹은 임수연의 눈빛을 보면 말하지 않아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2화

    윤하경은 몸이 점점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고 마음은 아니라고 외치는데도, 이상하게 강현우 앞에만 서면 그녀의 몸은 늘 말을 듣지 않았다.윤하경의 작은 체구는 그에게 기대 그대로 녹아들 듯 풀어졌고 숨이 막힐 정도로 숨이 가빠질 무렵이 돼서야 강현우는 입술을 떼어냈다.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차 안에 촉촉하고 은밀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좁은 공간에서 그 소리는 유독 자극적으로 들렸다.겨우 정신을 되찾은 윤하경은 강현우를 향해 억눌린 분노가 담긴 눈빛을 던졌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발그레해진 입술을 보며 여유롭게 웃었다.“질투했네. 다 티가 나. ”윤하경은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화가 나는 것도 모자라서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니.그녀는 몸을 돌려 문을 열려 했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허리를 꼭 붙잡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그 순간, 순찰 중인 경비원과 눈이 마주친 윤하경은 황급히 강현우에게 말했다.“놔요, 지금 누가 보고 있잖아요.”“진짜로?”“당연하죠.”강현우는 그녀를 붙잡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풀었고 윤하경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그런데 그때였다.“임수연 보러 가기 싫은 모양이네.”“뭐라고요?”윤하경은 순간 멈춰 섰다. 방금 전까지 얼굴 가득하던 화가 단번에 사라졌고 그 자리를 반짝이는 기대감이 채웠다.“찾았어요? 진짜로?”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젖히며 천천히 대답했다.“응.”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끄고 그녀를 힐끔 보며 그렇게 한 마디 던지곤 턱으로 문밖을 가리켰다.“근데 뭐,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 내려.”그 말에 윤하경은 도로 앉더니 입술을 깨물며 강현우를 올려다봤다.“그게요. 전, 보고 싶어요.”강현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뭐라고? 잘 안 들려.”윤하경은 눈을 질끈 감고 그의 귀에 입을 바짝 대더니 또렷이 말했다.“보고 싶다고요.”“야, 귀 터지게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강현우는 그녀를 밀어내며 코웃음을 쳤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부드러웠다.윤하경은 웃음을 흘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31화

    윤하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고 눈앞의 장면에 잠시 갈등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고개를 돌렸다.소지연은 당황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저 신인아라는 애, 강현우랑 무슨 사이야?”윤하경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몰라. 나도.”“그럼 너랑 강현우는...”“가자.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윤하경은 짧게 말한 뒤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현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민진혁에게 말했다.“신인아 데려다줘.”신인아는 고개를 들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오빠는... 같이 안 가세요?”강현우는 그녀를 보며 차분하게 답했다.“괜찮아. 너 먼저 가. 시간 나면 갈게.”신인아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조심히 오세요.”그렇게 말하고는 민진혁에게 출발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윤하경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던 찰나, 갑자기 조수석 문이 열렸다.놀라서 발을 브레이크에 올린 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강현우가 몸을 살짝 숙인 채 소지연에게 말했다.“미안. 윤하경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소지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현우 씨랑 저, 가는 길 다르잖아요.”명백한 거절의 뉘앙스를 담았지만 강현우는 개의치 않았다.그는 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차 안으로 뻗고 앉더니 느긋하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운전해.”윤하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저...”“아니면 내가 운전할까?”강현우가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예전에 강현우가 몰았던 미친 듯한 속도가 생각나 윤하경은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차가 조용히 주차장을 빠져나온 후, 강현우가 물었다.“신인아, 어떻게 알게 된 거야?”그 말투. 마치 자신이 신인아에게 일부러 접근이라도 한 것처럼 들렸고 윤하경은 속으로 혀를 찼다.“그 말, 제가 신인아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라고 들리는데요?”강현우는 대꾸하지 않고 그저 창밖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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