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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Author: 수박빙수
기현수는 윤하경의 표정을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왠지 모르게, 지금 그녀의 이 묘한 미소가 강현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은,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그냥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애써 웃었다.

“윤 부사장님 말씀대로죠.”

그가 아무리 계약서에 이름을 올렸어도, 사실상 그는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이 자리는 윤하경을 위한 것이었고 그는 단순히 그녀를 돕는 역할일 뿐이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던 기현수는, 윤하경이 손목시계를 흘끗 확인하는 순간 긴장했다.

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시간 됐네요. 이제 가죠.”

그렇게 두 사람은 한빛 그룹으로 향했다.

한빛 그룹에 도착하자, 윤하경은 건물 곳곳이 새로 단장된 듯한 것을 눈치챘다.

깔끔하게 정리된 로비며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까지, 아무리 봐도, 오늘을 위해 꽤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새로 오는 부대표를 위해 이 정도까지 준비하다니.’

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였다.

과연 윤수철이 자신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녀는 기대가 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눈앞에 윤수철이 서 있었고 그는 손을 내밀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서 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단 한 순간에 굳어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이 윤하경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이 마치 멈춘 듯 경직되었다.

“네가 여길 왜 왔어?”

목소리에는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지만 윤하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왜긴요? 출근했죠.”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오늘부터 한빛 그룹에서 일하게 됐거든요.”

윤수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내가 직접 너한테 회사 오라고 했을 때는 거절하더니 지금 와서 무슨 속셈이야?”

그는 주변에 있던 임원들이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지만 윤하경의 얼굴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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