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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6화

Author: 무가
“흥, 뭐 좀 손해 본 거 가지고 호들갑이야? 난 하씨 가문 사람이야. 이 정도 돈은 잃어도 하나도 가슴 아프지 않아.”

하경준은 체면을 위해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

“맞아, 하씨 가문은 워낙 체급도 크고 카지노도 한두 개가 아니니 이 정도 돈쯤이야 그냥 물 뿌리는 수준이지.”

오영수가 비꼬듯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너희 집안 사람들이 네가 이딴 걸 샀다는 거 알면 과연 뭐라고 할까?”

하경준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하경준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바로 집안 사람들이 이 멍청한 짓을 알게 되는 거였다.

하씨 가문 3세대 중 가주 후보자 선발이 곧 시작되는데 하경준 역시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1조3000억을 들여 500년짜리 영지를 샀다는 게 들통나면 가주 자리 경쟁은 그냥 끝장일 것이다.

하경준은 아예 탈락이 확정될 것이고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십시오. 아직 경매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회자가 재빨리 분위기를 정리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사회자의 말에 집중했다.

“다음 물건입니다. 다들 눈을 크게 뜨세요. 이건 가공되지 않은 천연 백 보석입니다. 수집 가치가 대단해서 보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양손 크기만 한 하얀 보석이 무대 위로 올려졌다.

그 보석을 본 순간, 진서준의 눈이 번뜩였다.

“이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오늘 그냥 시간 낭비나 하고 가겠구나 했는데 끝판왕이 마지막에 등장한 느낌이었다.

“쳇, 그깟 백 보석 하나 나왔다고 호들갑이야? 세상 물정 모르는 티 좀 그만 내지?”

하경준은 다시 체면을 회복할 기회다 싶어서 진서준을 깔보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저런 하얀 보석이 수두룩해. 지금 저기 올라온 것보다 훨씬 더 값진 걸로 말이지.”

그 말에 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다행이네. 너랑 이거 두고 경쟁하게 될까 봐 걱정했거든.”

“내가 이딴 걸 탐낼 것 같아? 웃기지 마. 근데 네가 쉽게 가져가게 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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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8화

    “저 녀석을 이대로 보내선 안 됩니다.”형제 둘은 얼굴이 새파래진 채 외쳤다.“내가 비키라고 했어. 내 말 안 들려?”안국성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안국성이 진짜로 화가 난 걸 본 형제 둘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진서준에게 길을 비켜줬다.진서준은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씨 가문을 떠났다.“아빠, 왜 저 녀석을 보내신 거예요? 설마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안가인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네 말을 믿지 않는 게 아니야. 하지만 진 신의는 우리 안씨 가문에 큰 은혜를 베푼 은인이야. 우리가 오늘 그 은혜를 배신한다면 앞으로 명문대가라고 자칭할 수 있겠어?”안국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좋아요, 아빠가 그렇게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신다면 저 안가인은 이 집을 떠나겠어요.”말을 마친 안가인도 그대로 돌아서서 떠나버렸다.“가인아, 가긴 어딜 가?”안진각이 급히 따라가려 했다.“놔둬.”안국성이 안진각을 불러 세웠다.“아버지, 왜 그 진서준이라는 외부인을 그렇게 믿으세요?”안진각과 안진아 형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 신의는 인품도 훌륭한 분이야. 너희는 그런 분이 이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다고 믿고 싶어?”안국성이 오히려 되물었다.“그 녀석이 의술은 뛰어난 건 알지만 인성이 어떤지는 나도 알 수 없죠.”안진아가 냉정하게 분석했다.“맞아요, 우린 그 녀석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안진각도 고개를 끄덕였다.정체불명의 외부인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그만하자. 이 일은 여기까지야. 그리고 앞으로 너희 둘이 가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 항상 경계해.”안국성이 조용히 경고했다.“아버지, 나이 드니까 진짜 사고방식에 문제가 생겼네요...”“정말 답답하네.”형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방을 나갔다.그들이 떠난 후, 안진천이 조심스레 물었다.“아버지, 정말 이 모든 게 가인의 소행이라고 믿으십니까?”“나도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진 신의가 거짓말할 분이 아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7화

    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아빠, 진 신의님은 저를 모함하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셋째 오빠를 죽이겠어요? 우리 형제는 피보다 더 진한 사이잖아요.”안가인은 여전히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눈물에 얼굴을 적신 안가인의 모습을 보며 다들 안가인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진 신의님 말이 맞다면 가인이 진해를 죽였다는 건데, 확실한 증거는 있습니까?”안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안국성은 진서준이 이런 문제로 농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그 누구도 설득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안국성과 안진천이 진서준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순 없었다.“맞아요, 진 신의님. 무슨 말에나 다 책임이 따릅니다.”안진천 역시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자기 친여동생이 안진해를 죽였다는 걸 안진천 역시 믿고 싶지 않았다.피를 나눈 가족이 서로를 해치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증거는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없습니다. 이 여자 팔에 있는 문신 하나가 유일한 증거입니다.”진서준은 안가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그 문신이 대체 무슨 증거라고 그러는데요? 가인은 몇 년 전부터 그 문신을 하고 있었어요.”안진각은 그 증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그 문신은 묘강 고위층만이 새길 수 있는 문신입니다.”진서준은 불필요한 말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걸 진 신의님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설마 묘강에서 살아본 적이라도 있나요?”안진각의 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다.“문신 하나로 가인을 범인이라 단정 짓는 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잠자코 있던 안진아도 나섰다.셋째 안진해는 지금 생사도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만약 이 모든 게 안가인의 소행이라면 이건 충격을 넘어서 비극이라고 봐야 했다.다들 안가인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 않았다.“진 신의님, 우리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저를 이렇게까지 모함하세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6화

    그러자 안가인은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맞아.”안가인은 확실히 용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안씨 가문에 이 정도로 무자비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이유는 뭐지?”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진서준은 이 상황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안가인은 안씨 가문의 직계인 데다 안국성의 친딸이기도 했다.안씨 가문 전체가 용맥 일족의 정통을 따르고 있었는데 오직 안가인 혼자만이 등을 돌려 용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이유는 말할 수 없어. 자, 진 신의, 나 이제 소리 지른다?”안가인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진 의사님, 미쳤어요? 손대지 마요! 더 만지면 사람 부를 거예요! 도와줘요! 강간이에요! 성추행이에요!”안가인은 소리를 지르며 일부러 머리를 헝클어뜨렸다.진서준은 열심히 자작극을 벌이고 있는 안가인을 차분하게 바라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곧바로 바깥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가인아, 무슨 일이야?”밖에서 안진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나 좀 살려줘! 진 신의님이 나를 강간하려 했어!”안가인은 문으로 달려가 방문을 활짝 열었다.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옷차림을 본 안진천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안진천은 마음속으로 진서준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 믿고 있었다.게다가 안가인은 진서준보다 열 살도 더 많았다.물론 나이를 모르고 보면 안가인도 꽤나 매력적이긴 했다.아직 풋풋한 10대 여자애들보다 더 성숙하고 더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으니 남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일단 옷부터 제대로 입어.”안진천은 자기 외투를 벗어 안가인에게 덮어주었고 방 안으로 들어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저 여자가 날 모함하고 있다면 내 말을 믿겠어요?”진서준은 의자에 앉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준이 너무도 침착한 데다 옷차림도 찢어진 흔적이 없자 안진천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가인아, 진서준 씨가 널 강간하려 했다는 게 사실이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5화

    “네?”안가인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진 신의님, 갑자기 왜 그래요? 제게 홀려서 정신 상태가 이상해진 거 아니에요?”안가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배시시 웃었다.“난 네게 홀리지 않았어.”진서준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럼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안가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안진해는 제 친오빠예요. 제가 왜 제 친오빠를 죽이겠어요?”“형제끼리 서로 죽이는 꼴은 수도 없이 많이 봤어. 이익 앞에선 부모도 죽이는 세상이야.”진서준은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럼 묻고 싶네요. 진 신의님은 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셋째 오빠를 죽였다고 하는 거죠?”안가인은 슬며시 진서준의 손을 놓았다.안가인의 직감이 눈앞의 이 남자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내가 그냥 단순하게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겠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제 생각엔 진 신의님이 일부러 저를 겁주려는 것 같은데요?”안가인의 웃음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진서준이 결정적인 증거를 쥐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안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연회장에 퍼졌던 독가스 냄새와 아주 흡사해.”진서준이 자기 추측의 근거를 내들었다.“그건 진 신의님이 착각한 거예요. 저도 그때 중독됐었고 진 신의님이 직접 제게 해독제를 줬잖아요?”안가인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진 신의님, 근거 없는 억측으로 무고한 사람을 밀어붙이면 안 되죠.”안가인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진짜 널 모함한다고 생각해? 정말 완벽하게 살인의 증거를 숨겼다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진서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이익을 위해서라면 친오빠도 죽이는 넌 정말 독사보다 더 독한 지독한 여자야.”진서준은 안가인의 손을 확 잡더니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러자 안가인의 팔뚝 안쪽에 엄지손톱만 한 문신이 드러났다.“예전에 묘강에 갔을 때 이 문신 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4화

    안서현은 눈을 반짝이며 궁금한 표정으로 안세린을 바라봤다.“그건 그 사람이 할아버지를 구했고 오늘 우리 안씨 가문도 구했으니까 예의상 그런 거지.”안세린은 담담하게 해명했다.“서현아, 내가 얼마나 남자 싫어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난 세린 언니 말 믿어. 언니는 거짓말 안 하잖아.”안서현은 새근새근 웃었다.하지만 이어진 한 마디에 안세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세린 언니가 진서준 오빠 안 좋아한다면 그럼 나 언니 눈치 안 볼래.”“서현아,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안세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나 진서준 오빠 좋아해. 그날 날 구해준 순간부터 이미 진서준 오빠에게 푹 빠졌어.”“그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베푼 은혜에 감동한 거야. 서현아, 좋아하는 거랑 고마운 거는 다른 거야.”안세린은 곧장 바로잡았다.“으응...”안서현은 이해한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각.진서준은 안가인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섰다.안가인은 손을 뻗어 진서준을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진 신의님, 앉으세요. 제가 차 한 잔 갖고 올게요.”“안가인 씨,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진료만 보고 바로 갈 거니까요.”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진 신의님은 저랑 있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안가인은 억울하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제가 세린이나 서현처럼 젊진 않아도 외모는 절대 안 밀리는데요?”“안가인 씨, 저는 안가인 씨가 싫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진서준은 급히 해명했다.“근데 행동이 다 말해주잖아요?”안가인이 집요하게 밀어붙이자 진서준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후후... 농담이에요. 진 신의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안가인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표정을 확 바꿨다.안가인의 감정 변화는 책장 넘기는 수준보다도 빨랐다.진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런 스타일은 진서준이 대응하기 제일 피곤한 타입이었다.“안가인 씨, 진찰 시작하죠.”진서준이 안가인을 재촉했다.“네.”안가인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3화

    피가 흥건한 바닥 위에서 벌레들이 꿈틀대며 기어다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진서준은 손바닥을 뒤집어 내리치더니 벌레들을 단숨에 박살 냈다.“이런 독충을 조종하려면 주술사가 최소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어야 합니다. 즉...”진서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안진해를 죽인 범인은 바로 이 연회장 안에 있단 말이죠.”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연회장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살인범이 아직도 연회장에 있을 줄은 몰랐다.안국성 역시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자리에 있는 건 전부 안씨 가문의 손님입니다. 하나하나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일단 연회를 계속 진행합시다.”“좋습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짜 안진해가 죽은 건 어쩌면 범인이 이미 도망쳤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이 상태에서 전면 조사를 하면 오히려 안씨 가문의 체면만 구길 뿐이다.이 사건으로 인해 안씨 가문의 연회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괜히 본인에게 불똥 튈까 봐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안국성은 즉시 아들과 딸들을 불러 모았다.“지금 당장 셋째를 찾아. 살아 있으면 얼굴이라도 봐야 하고 죽었으면 시체라도 데려와야 해.”안국성의 표정은 짙은 살기로 가득했다.“그리고 그 용왕이라는 놈에게 안씨 가문이 무릎 꿇게 허락할 수 없어. 안씨 가문은 오직 용주만을 따를 뿐,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르는 용왕 따위는 필요 없어.”“네, 알겠습니다.”형제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눈빛을 교환했다.아버지가 이번엔 제대로 화난 것 같았다.“진서준 씨, 오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서준 씨가 없었다면 우리 안씨 가문은 진작에 멸문당했을 겁니다.”안국성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앞으로도 안씨 가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진서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십시오. 안씨 가문은 진서준 씨를 전력으로 도울 것입니다.”안국성의 말투는 어느 때보다 더 단호했다.진서준의 등에는 오조금용의 문신이 있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2화

    “넌 연기력이 너무 딸렸거든. 진짜 중독된 사람은 너처럼 기운 넘치지 않아.”진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하, 인정하지. 이번엔 내가 졌어.”가짜 안진해가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내가 죽는다 해도 다른 내가 또 올 거야. 안씨 가문이 전멸할 날이 머지않았어.”“이 개자식이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안진천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며 따귀를 날렸다.“우리 셋째는 어딨어? 지금 어디 있냐고?”“알고 싶어? 그럼 날 풀어줘. 날 풀어주면 알려줄게.”가짜 안진해는 여유롭게 웃었다.“그럴 가능성은 하나도 없지.”진서준은 단숨에 가짜 안진해를 바닥에 내던졌다.그러자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가짜 안진해는 온몸을 비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으아악!”가짜 안진해의 비명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내가 한의사인 거 잘 알지? 그럼 한의사 방식의 고문법도 잘 알고 있겠지?”진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가짜 안진해를 내려다보았다.“안진해의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살아서 끔찍한 생지옥을 맞이하게 해줄게.”그 말에 가짜 안진해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너 적당히 해. 나한테 손대기라도 하면 용왕님이 절대 가만 안 있을 거야.”“용왕은 뭔데? 정말 강한 놈이면 직접 이 자리에 나왔겠지.”진서준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자기 실력이 바닥을 치니까 너 같은 허접하고 비겁한 놈을 대신 보낸 거잖아.”진서준의 비웃음에 가짜 안진해는 분노를 터뜨렸다.“감히 우리 용왕님을 모욕해? 너 진짜 어떻게 죽을지 기대되는구나.”“진서준 씨, 말 섞지 마시고 그냥 고문 시작합시다.”안진천이 급박하게 외쳤다.동생이 사라진 시간이 길면 길수록 동생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진서준은 바로 은침을 꺼내 가짜 안진해의 몸에 하나씩 꽂아 넣었다.몇 방 찌르자마자 가짜 안진해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너 뭐 하는 거야...”“혈액을 역류시키는 침이야. 봉쇄된 혈 자리가 3분 안에 폭주하겠지. 혈액이 다시 돌아가도 넌 그냥 껍데기만 남을 거야.”진서준의 아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1화

    “봤지? 이 녀석 지금 화나서 본성이 드러났잖아?”안진해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말이지, 네가 날 죽일 수는 있겠어? 여기 있는 사람 전부 우리 안씨 가문 사람이야.”안진해는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계속해서 진서준을 자극했다.안진해는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안진해는 안씨 가문의 직계 혈족인지라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면 온 가문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다.“죽이면 되지. 그게 어려울 것 같아?”진서준은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안진해의 목을 움켜쥐었다.엄청난 기운이 안진해를 순식간에 감쌌고 안진해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었다.안진해의 얼굴은 극심한 고통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진서준 씨, 안 됩니다.”안진천이 기겁했다.안진해가 막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은 안씨 가문 사람이었다.진서준이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죽이면 안씨 가문은 이 상황을 수습할 수도 없고 체면도 챙길 수 없었다.게다가 안진천은 진서준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진서준 씨, 제발 진정해 주십시오. 이 못난 자식은 제가 직접 혼내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너그럽게 봐주십시오.”안국성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아무리 한심해도 결국은 자기 친아들이었기에 눈앞에서 죽게 둘 수는 없었다.“진서준, 지금 당장 우리 셋째 형님을 풀어줘.”“안씨 가문 사람을 죽이면 오늘 넌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어.”“지금 당장 그 손 놔. 내 말 들려?”안씨 가문 사람들 전부 격앙된 상태로 진서준을 둘러쌌다.다들 진서준이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고 안진해의 추측대로 진서준이 진짜 독을 퍼뜨린 범인이라고 믿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안진해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이제 전부 다 날 범인으로 몰아가게 되었네. 이거 네가 원하던 그림 맞지?”“내가 원하는 그림이 맞으면 어쩔 건데?”안진해가 쌀쌀하게 받아쳤다.“네가 다른 속셈을 품고 벌인 더러운 짓을 내가 까발린 거잖아. 더 이상 할 말이라도 있어?”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침착하게 입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10화

    “어르신, 과찬이 심합니다. 이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안씨 가문이 망한다고 해서 진서준에게 득 되는 일은 없었다.무엇보다 진서준은 남은 용맥의 일족을 찾기 위해 용의 호위대 겸 아홉 후손 가문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아버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그때, 잠자코 있던 안진해가 입을 열었다.“우리는 전부 중독됐는데 왜 저 사람만 멀쩡한 거죠?”“셋째야,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진서준 씨가 독을 뿌렸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안진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용자인 진서준이 안씨 가문을 해칠 이유 따윈 없었다.물론 안진해는 진서준의 정체를 모르니 의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내가 의심하는 건 단순해. 저 녀석의 정체가 수상하다는 거야.”안진해는 진서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안씨 가문 사람이거나 신원이 확실한 손님들이야. 하지만 저 녀석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잖아.”진서준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가 독을 퍼뜨렸다면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해서 너희를 살리겠어?”“그야 당연히 우릴 속여서 신뢰를 얻으려는 수작이지.”안진해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아마 나 빼곤 전부 너를 믿게 됐을 거야. 우릴 구해준 은인이니까 당연한 거지.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과연 진실일까? 모두가 바닥에 쓰러졌는데 너만 멀쩡했고 독의 출처도 너무 쉽게 찾아냈잖아.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가설은 바로 이 모든 게 네 각본대로 진행한 시나리오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사람들 일부가 슬금슬금 진서준을 주시하기 시작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진해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진서준이 안씨 가문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다들 진서준에 관한 정보가 결핍했다.그나마 알려진 건 안국성을 치료해서 살려낸 것뿐이었고 다른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헛소리 작작 해.”안진천이 단단히 화가 난 듯 외쳤다.“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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