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급하게 마련된 빈소에는 라임의 모친 서정과 진호의 모친 해리의 합동 장례식 준비가 한창이었고, 옆 빈소에는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꽃집 이모의 장례식이 따로 마련되었다.
검은 차림의 부친 세훈과 훈종은 상주 완장을 찬 채 장례식장 안으로 어떨떨한 표정을 한 채 들어오는 자신의 자녀들을 꼭 끌어안았다.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한 빈소에는 함께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입원중에 있는 세 사람의 가족이 찾아와 함께 울었고,
6명이 함께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은 50대 트럭운전사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한시도 떨어지길 싫어했다.
지금, 소중한 엄마를 잃은 허망함과 슬픔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서로가 유일했으니⋯.
한 아이가 울면 한 아이가 안아주고, 또 한 아이가 울면 반대로 한 아이가 안아주면서.. 그러다 둘다 울음이 터질 때면 서롤 부둥껴 앉고 울기를 반복했다.
***
[1년 후]
2층짜리 주택, 1층에는 라임이네가, 2층은 진호네가 함께 살고 있었다.
세훈과 훈종은 아이들을 위해 공간을 합치고 늦게까지 일하는 세훈을 대신해 훈종이 기사식당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일찍 퇴근 후 살림을 맡았다.
세훈은 늘 넉넉하게 생활비를 보태왔고, 그러면서도 늘 미안해 했다.
그렇게 두 집안은 하나의 집에서 진짜 가족처럼 살아갔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캄캄한 밤. 가끔 두 사람이 그리운 제 아내를 기억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함께 추억을 곱씹었다. 그렇게 두 남자의 우정도 더욱더 두터워져 갔다.
라임은 다시 밝고 정의로웠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진호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이 집 안에서 만큼은 웃음도 표현도 자유로웠다.
가끔 라임에게 잔소리를 쏟아 놓을 때면 “얘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라임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진호는 중학생이 되었다
같은 재단인 하일중, 고등학교는 운동장도 급식실도 다 따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각각 교실 옥상에서는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는 거리였다.
각각 중,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이제 일주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초등학교 때부터 유일한 친구였던 문성빈은 옥상이 조용하고 괜찮더라며 진호를 이끌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학교는 나름 괜찮았다.
언제 준비해 두었는지 쓰지 않는 책 걸상 까지 끌어와 나름 아지트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꽤 아늑했다
3월의 햇살을 받으며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유난히 햇살을 좋아하는 진호는 이 곳이 꽤 마음에 들었다
“크크크 야 진호 저기 봐!”
성빈이 배를 잡고 웃으며 진호를 불러 반대 편 건물 옥상을 가리켰다.
성빈이 가리키는 곳에 시선을 가져가자 진호의 입가에 보드라운 미소가 걸린다.
건너편 고등학교 건물 옥상에서 진호를 발견한 라임이 아주 오버스러운 몸 동작으로 진호를 부르고 있었다
두팔을 활짝 펴고 팔딱 팔딱 뛰며 온 몸을 던져 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그리곤
“찐~~~~~~~~ 찐호야!!!”
알파카 울음소리 같은 빽 소리나는 고음 톤이 귀에 박혀들었다.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 난간 쪽으로 가 섰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서서 라임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 모습에 성빈이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휘둥그레 지며 진호를 바라보았다.
‘우와 씨 저 시키 저렇게 웃을 줄도 안다고?’
지금껏 봐왔던 자신이 아는 동상진호가 맞나 싶다.
하도 말도 없고 표정도 없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진호의 별명은 동상진호였다
성빈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진호 옆에 섰다.
진호의 표정과 저기 건너편 엽기적인 누나를 번갈아 바라보다 궁금해 물었다.
“아는 누나야? 누군데”
라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진호가 대답한다
“우리집 귀똘이”
“귀..귀똘? 뭐야 귀똘귀똘 귀또라미야?”
순간 웃음기를 거둔 진호가 성빈을 내려본다
“앗 쏘뤼”
진호가 다시 건너편을 바라보며 미소짓다 슬쩍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집 귀여운 또라이”
*
“림아 옥상가자”
유주가 라임에게 옥상에 가자고 재촉했다
“추운뎅⋯”
라임의 말에 유주가 심각하게 말했다
“우리의 아지트가 잘 있나 궁금하지도 않아? 이제 건너갈 수 없는 우리의 아지트에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왔다고!!”
중학교 건물 옥상은 라임과 유주가 중학교 때 줄기차게 올라가 쉬고 놀던 아지트였다
결국 유주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건너편에서 바라만 보던 고등학교 옥상 위로 올라가 섰다
“어? 림아 진호아니야?”
중학교 때부터 라임의 집에 수시로 놀러를 오던 유주는 단번에 진호를 알아보고,
유주의 말에 건너편 옥상을 바라보던 라임의 얼굴이 반가움에 들뜨기 시작했다.
“찐~~~~~~~~ 찐호야!!!”
손을 흔들어주며 웃는 진호의 모습에 아주 만족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라임
“근데 진호는 교복입으니까 진짜 멋있다. 쟤를 누가 중딩으로 봐. 고딩이라 해도 믿겠구만”
“그러니까 저것이 자꾸 누나라 안 부르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친구로 생각하더라니까”
진호는 언제가부터 라임에게 누나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귀똘 귀똘 그러며 라임의 이름도 아닌 집에서 부르는 별명을 대신 불러 재끼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로 자신을 친구나 동생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근데.. 괜찮겠지?""안 괜찮아도 어쩌겠어.. 부딪혀 봐야지“"근데 난 이제 진짜 라임이를 위한 건지 잘 모르겠다""나머지는 맡겨보자"*[레스토랑 임노하 부오노]“와~~~ 여기 분위기 미쳤다""와~ 토마토 파스타 종류가 이렇게 많아?"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란 성빈에게 라임이 아는 체를 했다."임노하 셰프님이 우리나라 토마토 파스타 1인자거든? 이 정도 종류는 되야지 암~""난 스테이크!"혹여나 라임이 토마토 파스타만 종류별로 시킬까 봐 재빠르게 스테이크를 외치는 유주"근데 성빈. 네 친구 안 와?“"어 거의 다 왔대"4인 식사권이라 성빈의 친구 1명을 더 부르기로 했다.성빈이 친구들이라 해봐야 뭐 거기서 거기, 라임과 유주도 다 아는 얼굴들이기에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누가 와도 상관없다 싶어, 누가 오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어? 왔다"성빈이 손을 들어 위치를 알리자 성빈의 친구가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등을 지고 있던 라임이 슬쩍 뒤를 돌아 친구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몸을 돌려버렸다."야...너 뭐야..."싸늘한 표정으로 성빈을 쳐다보며 말했다.성빈은 침을 꼴깍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어! 친구 왔구나! 어서 앉아"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치며 말하는 성빈의 말에 의자를 빼 앉는 서후..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유주였지만, 자신 또한 10년 만에 처음 보는 서후였기에 못 본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라임은 아랫입술을 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늘 슈트 차림이었던 서후는 편안한 아이보리색 반팔 셔츠에 면바지로 꾸안꾸 남친룩의 상징처럼 하고 나타나서는 레스토랑 안에 모든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아무렇지 않은 척 라임과 마주보고 앉았다"주문 하시겠습니까?"깔끔한 유니폼 차림의 직원이 다가와 주문 요청을 하자,"누나는 뭐 먹을 거야?"하고 10년 전처럼 자연스럽게 유주에게 말을 거는 서후였다."...어...어?... 나는 스테이크.."
무심한 남자는 한 번의 움찔함도 없이 덤덤하기만 했다.그렇게 10년... 20년.. 30년을 꼬박, 숨기고 보여주기를 반복하다 50대가 되었다.그가 다른 사람과 가정이라도 이루면 쉽게 포기라도 할 텐데... 이제는 그냥 익숙해져 버렸다. 이 관계가...모든 걸 포기하고, 지금 삶의 만족하며 살려고 마음 먹더라도, 이렇게 어쩌다 한 번씩 심쿵 포인트를 만들어 재끼는 한바다 때문에 또 다시 흔들리는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하....."세희는 장탄을 뱉으며 졌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죠 그럼"책상을 벗어나 사장실을 가로질러 걷던 그 때,털썩!순간 정신을 놓고 쓰러진 세희를 보고 한바다가 기겁하며 달려가 상체를 들어올렸다."사장님. 사장님!!!"한바다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세희를 두 팔로 안아 들고 빠르게 사장실을 벗어났다.*[VIP 병실]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의 한바다가 누워 있는 세희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과로에 열감기가 겹쳤다는데, 쓰러지기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앉아 있었던 것이 용하다.이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세훈이 사라지고, 안태균 회장까지 서거한 후, 홀로 남은 어머니 서회장 옆에서 고군분투 하며, 아론을 지켜내기 위해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바다였다.세훈의 사망 소식에 펑펑 울다가, 조카인 서후의 존재에 감사했다가, 그 후 안쓰러운 조카를 위해 노심초사 하며 10년을 보냈다.조카는 여전히 마음 열기를 힘들어하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따뜻한 아이라며 늘 걱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당신은 모르지, 당신을 나에게 맡긴다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얼마나 튀어 올랐는지..당신의 혼사를 두고 어른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려 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그런 어른들의 계획을 거스르고, 결국 결혼이 엎어버렸을 때, 내가 얼마나 안심했는지..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서럽게 울 때, 내 마음도 무너졌다는 것을.. 꼭 안
"웃으시니 좋습니다""남비서님""네""제가 10년 동안 멈췄던 걸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어떤 걸 말씀입니까?""양지 바른 진호가 다시 되어보려 합니다"남비서는 서후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든 것이 라임을 향해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13년 전 8월 어느 날]"뭔데~~~"진호는 라임을 끌고 옥상으로 올라갔다.방학이라 늘어지게 낮잠 좀 자보려 했더니 진호 놈이 해 좋을 때 올라가야 한다며 기어이 침실로 향하는 몸을 돌려세워 옥상으로 끌고 올라온 것이다.고등학생이 되더니 어느새 웬만한 남자 어른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 있고, 배구부에 들더니 손힘은 또 얼마나 센지 절대 벗어 날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리다시피 해 올라왔다."귀똘~ 이것 봐봐"진호가 옥상 한 편에 곱게 피어 있는 해바라기를 가리키며 말했다."어? 우와! 우와~~ 이거 해바라기잖아? 너가 봄에 심어 놓은 게 해바라기였어?""응, 오늘 처음 활짝 폈어! 조금 있으면 옆에 것들도 다 필 거야"".....찐호.....""감동이지?""응~~ 내가 해바라기 좋아한다고 일부러 누님을 위해 해바라기를 심은 고야?""누님은 무슨 귀똘이 주제에"퍽!와... 뭐가 이렇게 단단해?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단단하진 않았는데..팔뚝에 내리친 주먹이 더 아픈 것 같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뭐지?8월의 해는 뜨거웠지만, 라임은 좀 더 해바라기를 구경하고 싶었다.평상에 앉아 해바라기에 시선을 맞추며 말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진호의 정성이 고맙고 뭉클해서 옆에 앉아 있는 진호를 바라보았다."왜? 너무 잘생겨서 감동했냐?""흠... 우리 찐호가 잘생기긴 했지~ 근데 마음이 더 잘생겼지?""헐~ 왜 이래 느끼하게""그냥.. 예전 생각나서.. 엄마랑, 이모도 꽃 좋아했잖아""......""네가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버텼을까 싶어"".....""내가 누난데.. 매번 네가 먼저 날 챙기잖아..."진호는 가만히 해바라기
"자~ 회의 자료 다 챙기시고 회의실로 이동합시다“크리스마스 프로젝트 최종 회의를 위해 6층 3회의실로 다함께 이동했다.10분 전 도착한 회의실 앞에서 기세등등하게 문을 열어 재낀 권차준 대리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의도치 않게 숭구리당당 춤을 추는 모양새가 되었다.뒤에 서 있던 직원들이 박장대소를 했고, 당황한 권대리는 얼른 몸을 바로 하고 회의실 안쪽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다.뒤에 서 있던 팀원들이 순간 웃음기를 거두고 슬그머니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먼저 와 앉아 있던 부사장 안서후의 모습에 머쓱하게 몸을 숙이고 들어와 자리에 착석했다.무표정인 서후와는 다르게 웃음을 참으며 주먹을 말아 쥔 손을 입가에 붙이고 있는 남비서는 고운 팀장에게 회의 자료가 든 USB를 받아 PC에 꽂았다.다들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듯 입술을 말아 쥐고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권차준 대리님?""네?"서후의 부름에 깜짝 놀라며 대답하는 권차준."집 근처에 헬스장 있습니까?""네? 아...네!"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서로 쳐다보며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일주일에 두 번""네?""헬스장 끊으시고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나가는 걸 추천합니다. 하체 운동 위주로 하시고요""........."순간 뇌정지가 온 듯 1. 2. 3초 침묵이 일다가 한꺼번에 웃음이 터졌다"푸하하하하하하하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권차준 대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울상을 짓는다."부사장님~ 저 이래 봬도 하체 힘 괜찮습니다~""아니요. 안 괜찮습니다.""네?"또 한 번 웃음이 터지고, 회의실의 무거웠던 분위기도 어느새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풀어진 느낌이었다.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후는 라임의 바라보았다.웃고 있다. 라임이가.예전 모습 그대로, 환한 해바라기 같던 그때처럼..라임을 바라보는 서후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앉았다."캭!"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명서로 인해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명서를 향했다."
라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심희준을 향해 걸어왔다.라임은 심희준에게 매달려 있는 여성을 한 번 쳐다보고 심희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뭐야?""라임아 그게..""오빠 이 여자 누구야?"애교 섞인 목소리로 심희준에게 묻는 여성은 더욱 심희준의 팔을 꼭 붙들었다."그런 그쪽은 누구세요?"라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여성에게 물었다.순간 움찔했지만, 오기가 생겼는지 여성이 눈을 치켜뜨며 라임을 향해 쏘아붙였다"나 희준 오빠 애인인데?""애인?""아님 약혼자라고 해야하나? 오빠 우리 내년 봄에 결혼하니까 약혼자라고 해도 되는 거지?“"결혼?"얼굴이 하얗게 질린 희준이 여성의 팔을 급하게 빼냈다"라임아 그게...""오빠 입으로 직접 얘기해 봐 이 여자 말이 사실이야?""그게... 결혼은...사실인데..""뭐?""부모님이 결혼에 대해 워낙 완강하셔서....""하..."그 사이 테이크아웃 컵 두개를 들고 눈치를 보고 있던 장사장이 조심히 컵을 희준 앞에 내려 놓았다."가져가""어?"라임의 말에 희준이 당황한 눈빛으로 말했다."오빠 약혼자랑 같이 먹으려고 테이크아웃 한 거 아니야? 가지고 나가라고""오빠 가자 나 배고파 룸서비스 시켜준다 했잖아"여자는 라임이 들으라는 듯 룸서비스를 힘주어 말했다.라임은 비소를 흘렸다.희준은 입만 달싹거리며 여자에게 끌려나가다시피 카페를 빠져나갔다.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테이블 손님들과, 장카페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라임은 장사장에게 공손이 머리를 숙였다"사장님 소란 피워서 죄송해요""아닙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그런데...괜찮으세요?""네.. 걱정마세요 사장님 주신 서비스는 다 먹고 갈거예요"라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허무함과 배신감에 울컥 눈물이 올라오려 했지만 애써 참아냈다.오랜 방황 끝에 다시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믿었던 사람에게서의 또 한 번의 배신은 어렵게 열어 놓은 마음의 문을 다시 굳건하게 닫아버리게 만들었다.*다음 날
퇴근 후에 만나기로 했었다. 그때 만나서 심희준의 관한 얘기들을 솔직하게 다 얘기해 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급하게 전화가 와서 다른 큰 일이 생겼나 싶었다. 반차까지 쓰고 달려왔는데, 고작 한다는 얘기가 심희준이라니.."저녁에 만나서 얘기해 준다고 했잖아. 어지간히 궁금했나 보다 못 기다리겠든?""오늘 심희준이 일부러 라임이한테 접근했어""뭐?"서후는 오늘 점심 때 있었던 일을 들은 그대로 성빈에게 들려주었다.성빈의 얼굴이 싸하게 변하더니 급기야 욕설을 퍼붓는다."이제 얘기해 봐 들어야겠어 심희준이 라임이한테 어떻게 했는지"성빈은 한 손으로 찻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머금었다."라임이 누나가 너 떠나고 오랫동안 남자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3년 전 쯤인가? 심희준이 라임이 누나를 엄청 쫓아다녔어. 뭐.. 심희준 말고도 라임이 누나 좋다고 다가오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누나가 엄청 독하게 거절해서 다 나가 떨어졌거든, 근데 그 새끼는 끝까지 버틴거지..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 처럼 지극 정성이었어"= = =퇴근 후에 장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던 라임은, 장카페에서 만난 심희준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그를 받아들였고, 둘은 연인이 되었다."라임아 집이 코 앞인데 왜 맨날 여기서만 데이트를 할까 우린?""여기가 분위기가 좋아. 음악도 좋고, 커피도 맛있고""근데 너를 안고 있을 수가 없잖아""꼭 안고 있어야 해? 이렇게 같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은데 난""아휴...언제 쯤 우리 라임이가 오빠한테 온전히 마음을 열어줄까?"심희준은 라임 앞에서 항상 약자였다.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밖에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처음에는 라임의 연인이 되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했고, 자신만큼 좋아해 주지 않는 것 같아도 괜찮았다 내가 더 좋아하면 되니까...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자신을 더 봐줬으면 좋겠고, 자신을 더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고.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내어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