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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二十九

Author: 김굉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3 17:00:00

“간택이라. 무탄茂坦이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하는구나.”

현덕은 십일 년만에 마주한 어머니의 파리한 모습을 담담히 눈에 담았다. 어머니가 떠날 땐 내가 이리 앙상한 모습이었는데, 이제 반대가 되었다. 현덕은 저주가 풀리자마자 급격히 체격이 불어 때아닌 성장통마저 겪었었다.

어머니는 선대 황후가 아들의 처로 신중히 고른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영민했으며 여인치고 크고 탄탄한 몸이 돋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병색이 완연하다.

아무리 유배를 온 것이라고 하나, 화산은 그리 박한 곳이 아니다. 험한 산이지만 날씨는 매섭지 않고, 맑은 도기가 흘러넘치는 곳이다. 낙양과 가까워 오는 길이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리 몸이 상하신 것은 마음의 병일 것이다.

“어마마마께서 좀처럼 드시지 않으신다고 장문인께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내가 죽으면 편할 것을. 말코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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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향   철향鐵響 五十八

    민하가 폭죽을 쥐고 이리저리 흔든다. 강현은 앓는 소리를 내며 포승줄을 풀었다. 그리고는 민하에게 다가가 폭죽을 빼앗아 입에 물고, 포승줄로 민하의 늘어진 소매자락을 걷어올려 팔에 밀착되게 한 다음 목 뒤에 매듭을 지어주었다. 한결 산뜻해진 팔을 내려다보는 민하의 손에 입에 물고 있던 폭죽의 쇠꼬챙이 부분을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별 일 없었다는듯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벽곡단을 하나 꺼내 베어물었다. 만드는 방법도 아니고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니. 정말 보다보니 더 어린아이 같다. 어른이 되면 동기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들 수 있고, 만들고 싶기에 만든다. 그것보다 결과가 중하고 앞으로 벌어질 파급효과가 훨씬 중요하다. 민하는 손에 든 폭죽이 아닌 우물거리는 강현의 입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아는 향인데.” 킁킁대며 발뒤꿈치를 올려 좀 더 가까이 다가오기에 강현은 상체를 뒤로 조금 젖혔다. 스스럼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자 민하는 강현의 손에 남은 벽곡단 조각을 답삭 입에 물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다! 강현의 손이 재빨리 움직여 민하의 입 밖에 나와있는 벽곡단만 걷어냈다. 차마 입속을 휘저을 수는 없었다. “에이 지지……. 아니, 그걸 왜 먹습니까?” 저도 모르게 아이 취급해버렸다. “네가 아주 맛있게 먹잖아. 궁금해지게.” 정말 궁금한 것도 많다. 다행히 어린애 취급을 한 것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근데 그렇게 맛있게 먹었나?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가. 벽곡단 자체는 모래가 빽빽하게 달라붙은 지푸라기를 씹는 맛이다. 강원이 만들어 온 것이기에 은은한 팔각향이 베어있어 기분만 조금 속여 줄 뿐이다. 씹고 있던 벽곡단을 꿀꺽 삼켜낸 민하가 혀

  • 철향   철향鐵響 五十七

    “그리 주의 깊게 들으셨습니까. 오늘 오드게렐님에게서 음식을 건네받으며 그저 아랫사람을 신경쓰는거라기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요? 하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제가 오히려 그곳에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강원은 안심시키듯 웃어보이며 양손을 펼쳐보였다. 서생같이 여리고 곱단한 얼굴 생김과 달리 손은 흉측하다. 원래는 손도 고왔을 터이나 수행으로 인한 굳은살과 실험으로 인한 화상자국과 흉터가 그득하다. 손마디는 굵게 불거졌고 손끝은 몇번이나 터지고 아물었는지 울퉁불퉁하며 피부가 거칠게 일어났다.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그러나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여겼을 뿐입니다.” 주희가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머리로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 걸까. 궁 안에서 곱고 귀하게 자랐을 터인데, 지나치게 노숙하다. 섬세하고 가려한 얼굴이 어둡게 흐려지는 것을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작고 붉은 입술이 삐죽였다. “공자께선 짝사랑을 즐기시나 봅니다.” 강원은 주희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흰 바탕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크게 펼쳐지고 일그러지자 오히려 서글퍼보였다. 그래서 주희는 그 얼굴에 손을 얹어 보았다. 강원은 주희의 손 아래 구겨진 근육들을 천천히 다스렸다. 그리고 주희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꼭 쥐어 떼내었다. 작은 손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지그시 포개어 잡았다. “마마님. 전 짝사랑에 버릇이 심하게 들어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진하게 해 볼 심산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주 처연하게 해보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주희의 작은 미간이 잘게

  • 철향   철향鐵響 五十六

    울먹이는 매령을 보다 강원은 다 포기한듯 뒤로 철푸덕 주저앉았다. 고운 흙바닥이 살풋 투정을 부리다 이내 가라앉았다. 강원은 흙 묻은 손을 살짝 털고 깍지 껴 무릎 위에 얹었다. “마마님 방만한 모습을 보여 송구합니다. 그러나 오누이처럼 지낸 사람한테 계속 존대를 하는 것도 못해먹겠습니다.” 주희는 하늘로 향한 강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마찬가지로 바닥에 편히 앉았다. 바스락거리며 옷자락을 다리 밑으로 정돈하고 손을 고이 모아 아래에 내려두고 고개만 강원을 향했다. “그럼 저도 편히 대해주십시오.” 강원은 시선을 느릿하게 내려 주희를 바라보고 싱긋 웃었다. “그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겠습니다.” 매령은 둘의 대화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강원의 멱살을 잡고 대답을 종용하고 싶었다. 저 능글맞은 미소도 오늘따라 거슬렸다. 현과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것도 취소다. 현의 미소는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식식대며 서있는 매령을 향해 강원이 메다꽂듯 말을 시작했다. “넌 현이 보여주는 모습만 봤을 뿐이야. 현이 네게 감춘 게 그뿐일까. 우리 집안은 군역을 치르지 않아도 돼. 정복 당해 가주가 볼모처럼 수도로 끌려간 집안이야. 그러나 운남의 백성들은 아직 우리 집안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있지. 멸문시켜 반감을 사느니 제국에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아. 존재만으로 쓸모가 있다는거야. 그래서 삼대는 제국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어. 그러나 우리 집안에서는 둘째 형을 장군으로 만들었지. 그것만 해도 이미 과한 충성이야. 그리고 난 속가제자지만 보통 도관에 적이 있으면 군역을 치룬 것으로 갈음하지. 그런데도 우리집에서는 현이 열다섯이 되자마자 머리에 관을 씌우고 국경으로 밀어넣었어. 우씨네 형제들은 스물이 되어서야 관례를 치렀는데도.”

  • 철향   철향鐵響 五十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요. 오드게렐 마마님께서 연의 아들들이 험지에서 입맛을 잃지나 않으셨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지라, 제가 부탁을 받아들여 야식거리를 조금 챙겨왔습니다. 진작 이것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뒤에 있던 궁녀 하나가 강원에게 보따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강원은 궁녀에게 꾸벅 묵례를 하고 보따리를 받아 양손으로 공손히 받쳐 들고 툴가에게 내밀었다. “마유주와 후쇼르(튀긴 만두)입니다.” 툴가는 섣불리 손을 뻗지 않고 오히려 팔짱을 끼며 강원을 노려보았다. 뒤에 있던 바트가 나서 보따리를 받아들었다. 그 때까지 아무 말 없던 주희가 입을 열었다. “여가 다스리는 궁 안에서는 좀 더 말을 신중히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 타 버린 폭죽을 옆의 궁녀에게 넘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툴가 앞으로 걸어갔다. 강원을 뒤로 물리려 하였으나 강원이 쉽게 물러서 주지 않고 버티자,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여기를 지배하는 자는 주희다. 강원은 턱을 굳히며 반 보만 물러났다. 주희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 툴가를 올려다보았다. 거침없이 말을 쏘아댄다. “손님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지 않게 하고자 애쓰고 있으니, 두 분께서도 객으로서의 예를 다해주십시오. 황궁의 인원만이 아니라, 제국의 백성 그 누구라도 업수이 여기셨다가는 금군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주희는 바트의 손에 들린 보따리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궁녀 하나를 불러 지시를 내리고 툴가를 향해 다소 딱딱하게 말을 이었다. “귀한 음식이 왔으니 안에서 편히 드시지요. 식당을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술이 있다 하니 오늘과 명일 매령님 호위 업무는 다른 금군에게 이양해두겠습니다.” 말을 마친 주희는 더 볼 것도 없다는듯 환관을 불러 안내하도록 명을 내

  • 철향   철향鐵響 五十四

    다른 궁의 건물들과 달리 성탑처럼 지은 설화궁에는 중정이 따로 없다. 건물 주변으로 좁은 정원이 쭉 둘러져 있을 뿐이다. 남쪽에 크게 뚫린 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타닥타닥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장작이 타는 소리보다 작으면서 잦다. 매령은 몇 번 접해 본 소리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홍빛 머리의 주희 마마가 얼굴을 붉게 밝히며 작은 불꽃을 바라보고 있다. 파란 눈 안에도 노란 불꽃이 화사하게 빛난다. 집중한 얼굴에서 어린 아이 특유의 표정이 드러났다. 커진 눈과 살짝 벌어진 입은 평상시의 냉엄한 모습과 달리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작은 아이 옆에 있기에 쪼그려앉아 있음에도 커보이는 강원의 손에도 작은 불꽃이 피어나는 쇠꼬챙이가 들려있다.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본래 성정이 어떠하던간에 무구해보인다. 매령이 다가감에 따라 불꽃이 이는 얼굴에 표정이 들어가고 방향이 생긴다. 강원은 일어나 불꽃보다 밝게 웃으며 손에 든 가느다란 쇠꼬챙이를 매령에게 내민다. “오랜만에 해보시겠습니까.” 매령은 홀린듯이 다가가 폭죽을 받아들었다. 형제이지만 강원과 강현은 영 다르게 생겼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형제인 줄 모를 정도다. 그러나 웃는 표정이 닮았다. 왜 이때까지 몰랐을까? 불쑥 나오려는 질문을 삼킨다.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다. 어쩐 일인지 소우 장군과 다른 금군들도 와 있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아우가 가져다 달라는 물건이 있어서 말입니다.” 강원의 말투에서 귀찮음이 뚝뚝 묻어난다. 강현이 필요한 물건이라고? 이것이? 매령은 이제 화약부분이 짧아져 서서히 사그라드는 불꽃을 내려다 보았다. 강원은 매령이 모르게 혀를 짧게 한 번 차고는 뒤에 선 소우 장군을 향해 말을 걸었다.

  • 철향   철향鐵響 五十三

    “아, 정말 보고 있으면 개 같이 엎드리게 해서 뒤로 막 박고싶어진단 말이지.” “동정 찐따 새끼는 떠올려도 그거 밖에 안되지. 그러면 저 예쁜 얼굴을 못보잖냐. 내 위에 올려놓고 앙앙거리며 큰 가슴 출렁이는 걸 봐야지.” 너무 말도 안 돼서 상상도 안간다. 강현이 얼이 빠진건지 무던하게 서서 가만히 있자 제인이 오히려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 저새끼들 말본새가 원래부터 더럽긴 하지만 오늘따라 더 심하네. 근데 너 가만히 있어도 돼?” 강현은 제인을 마주보며 다 들리게 조금 큰 소리로 말을 한다. 좀 떨어져 있는 목련궁 금군들에게도 들릴 것이다. “현재 본인의 상관은 손민하 소저이며, 개인적인 사유로 근무 중에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소저들은 황족의 예우는 받습니다만, 아직 정식으로 황실의 일원이 된 것은 아니기에 황실모욕죄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도라가 강현의 말투에 눈이 동그래져 쳐다보고, 제인은 강현의 어깨를 짚으려던 손을 거두고 입을 앙다물었다. 강현은 입술을 비죽이며 바트와 툴가를 바라봤다. 그 둘은 강현이 지껄인 말이 무슨 뜻인지 해석하고자 팔짱을 끼고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을 하고 있다. 뒈지게 못생겼다.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강현은 제인과 도라를 향해 속삭였다. “다만 저 둘은 직속 상관에 대한 하극상을 일으켰으므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해. 그러나 지금은 안돼. 내가 소란을 일으키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자 할 것이고 그러면 저 새끼들 입에서 나온 말을 이실직고해야하지.” 매령이 당장 알게 된다. 그것도 다른 소저들과 궁인들 앞에서 음담패설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까발려야한다. 저들이 원하는거다. 매령을 태자비 후보에서 끌어내리려는 거다. 거기다 폭력을 행한다면 나까지 금군 후보 자리에서 위태로워진다. 그걸 피하는 게 우선이다. “굳이 즐거운 다과자리를 망칠 필요 없어. 나중에 소우 장군께 보고 할 거야. 그때 도와줘. 매령이 모르게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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