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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Author: 민들레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통화를 마친 신지아의 안색이 심상치 않자 윤형우가 물었다.

신지아는 멍하니 윤형우를 바라보았다.

“할머님이 돌아가셨어요.”

...

신지아는 연성시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했다. 신지아는 이코노미석이 매진됐다는 것을 알고는 돈을 더 내고 일등석을 끊었다.

그런데 비행기에 올라타자 또다시 변도영과 마주쳤다.

변도영의 두 눈은 붉어져 있었고 슬픔을 억지로 참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굳어 있었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듯한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신지아가 자신의 좌석을 확인해 보니 공교롭게도 변도영의 바로 옆자리였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이번에는 분명 우연이었다.

일등석의 두 좌석은 서로 가까워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옆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변도영은 창밖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듯했지만, 신지아는 그것이 그가 극심한 슬픔에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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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5화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무슨 일이야?”통화를 마친 신지아의 안색이 심상치 않자 윤형우가 물었다.신지아는 멍하니 윤형우를 바라보았다.“할머님이 돌아가셨어요.”...신지아는 연성시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했다. 신지아는 이코노미석이 매진됐다는 것을 알고는 돈을 더 내고 일등석을 끊었다.그런데 비행기에 올라타자 또다시 변도영과 마주쳤다.변도영의 두 눈은 붉어져 있었고 슬픔을 억지로 참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굳어 있었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듯한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신지아가 자신의 좌석을 확인해 보니 공교롭게도 변도영의 바로 옆자리였다.이전에는 몰랐지만 이번에는 분명 우연이었다.일등석의 두 좌석은 서로 가까워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옆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변도영은 창밖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듯했지만, 신지아는 그것이 그가 극심한 슬픔에 잠겨 있을 때의 반응이라는 것을 알았다.박수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5년 동안 함께 지낸 자신조차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가족인 변도영은 오죽할까.그가 얼마나 슬플지 짐작이 갔다.예전에 변승주에게 사고가 났을 때도 변도영은 저런 모습이었다.당시 신지아는 변도영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달래 주려고 애썼다.이후 변승주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정작 신지아의 어머니는 수술 중 사고로 수술대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그때 변도영은 어떻게 했더라?변도영은 신지아에게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신영호가 임문영과 신하나를 집으로 데려왔다.그 사실을 알게 된 변도영은 몹시 화를 내며 신지아를 대신해 억울함을 풀어 주겠다고 나섰다.신지아의 세상에서 한때 변도영은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났었다.어쩔 줄 몰라 막막해하던 신지아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낯선 사람이라 해도 사정을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4화

    신지아가 깜짝 놀라 물었다.“어디서 찾으셨어요?”그런데 묻고 보니 반지가 예전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이아몬드에 은은한 분홍빛이 감돌고 있었다.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작은 차이였다.윤형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신지아의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못 찾았어. 설계도대로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지.”“그런데 이런 다이아몬드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시간도 품도 좀 들었어.”신지아는 잠시 멍해지며 마음이 복잡했다.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죄송해요.”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이번에는 정말 잘 간수할게요.”예전 반지는 윤형우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 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그가 쏟은 정성은 둘째 치고, 다이아몬드의 값만 생각해도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윤형우는 오히려 웃으며 신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왜 사과해? 네 잘못도 아닌데. 애초에 네 안전을 생각해서 만든 반지잖아. 잃어버리면 다시 만들면 그만이야.”신지아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본 윤형우는 몸을 살짝 숙여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 없을 때는 몸 잘 챙기고, 안전하게 지내.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신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윤형우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형우 씨도요. 이번에 와 보니까 이전보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그녀의 시선이 윤형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러다 가까이서 그의 눈을 들여다보던 신지아가 흠칫했다.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윤형우의 눈에는 실핏줄이 잔뜩 서 있었다. 동공도 이전과 조금 달라 보였다.“형우 씨의 눈이...”신지아가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윤형우가 시선을 피했다.신지아는 윤형우의 얼굴을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눈이 아까랑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어디 좀 봐요.”신지아가 다시 그의 얼굴을 돌렸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찰나, 윤형우가 손을 들어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3화

    방으로 돌아온 변도영은 곧바로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그는 상대가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한바탕 따져 물었다.프런트 직원이 몇 번이나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변도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그는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신지아와 윤형우가 함께 있던 모습만 떠올랐다.윤형우를 바라보며 부드럽고 행복하게 웃던 신지아의 얼굴, 그리고 윤형우의 팔짱을 끼고 서로 달콤한 눈빛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모습까지.갑자기 온몸의 기운이 쭉 빠지며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회사 일 때문에 사흘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을 때보다 더 지친 기분이었다.그는 고우빈과 윤형우 모두 직접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고우빈은 이성적이지만 감정 문제에서는 쉽게 물러서는 편이었다.만약 신지아의 지금 상대가 고우빈이었다면 그나마 상대하기 쉬웠을 것이다.하지만 상대는 윤형우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놈이었다.그가 사람을 시켜 퍼뜨렸던 기사들은 모조리 묻혀버렸고, 윤형우는 그런 스캔들 따위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더 짜증 나는 건 오늘이었다.윤형우는 소리 없이 도발하며 몇 번이나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그리고 신지아는 시선이 온통 윤형우에게만 향해 있었다.변도영 따위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다.그 생각을 하자 변도영의 가슴속에서 정체 모를 불길이 치밀어 올랐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변도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쯤 됐으면 그냥 포기하자.”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신지아가 없다고 못 살 것도 아니지 않는가.홧김에 밀려오는 씁쓸함을 애써 삼키며,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귀국행 비행기 표를 예매하라고 지시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그런데 전화를 걸기도 전에 변하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호텔.신지아는 바닥에 캐리어를 펼쳐 놓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며칠 전 쇼핑할 때 고우빈과 연미주에게 주려고 산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2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변도영은 신지아와 윤형우 생각에 정신이 팔려 방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누구야?”변도영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경계하듯 바라봤다.한 남자가 거실 반대편에서 천천히 걸어와 변도영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남자는 명함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여자들은 대부분 능력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죠. 변 대표님이 재결합을 원하신다면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변도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한층 더 경계하는 눈빛을 내뿜었다.“날 미행했나?”눈앞의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 남자는 분명 자신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었다.그래도 상대의 목적이 뭔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명함을 다시 변도영 앞으로 내밀었다.변도영은 명함을 받아 들고 아래를 훑어봤다.“양승우.”그러다 명함에 적힌 회사명을 보고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UME의 클라이언트였던 회사라고?”예전에 UME에서 사람을 스카우트하려고 했을 때,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고우빈에 관한 정보를 전부 조사하게 한 적이 있었다.그래서 명함에 적힌 회사명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것이다.양승우가 웃었다.“변 대표님께서 알아봐 주신다니 영광이네요. 굳이 제 소개를 더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최근 부성 그룹과 UME 사이에 있었던 일도 들었어요. 변 대표님도 UME 때문에 골치가 아프신 것 같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그래서 변 대표님과 협력할 일이 있을까 해서 찾아왔지요.”변도영이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협력하자는 거죠?”양승우가 말했다.“변 대표님 회사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UME 물량이 일부 있을 겁니다.”그건 예전에 변도영이 신지아에게 보상하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하나 인수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UME를 돕기 위해 받아 준 물량이었다.양승우가 그것까지 알아냈을 줄은 몰랐다.양승우가 말을 이었다.“그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1화

    그래도 그녀는 외투를 벗지 않은 채 소매를 여미며 윤형우와 대화를 이어갔다.그녀가 남자 정장을 걸친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멀지 않은 곳의 부스석, 양준명은 맞은편에 앉은 변도영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신지아를 발견한 순간부터 변도영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게다가 지금 신지아가 윤형우의 재킷까지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자, 변도영의 손에 들린 숟가락이 거의 휘어질 지경이었다.“변 대표님, 아니면 우리 다른 식당으로 옮길까요?”양준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단지 인터넷 여행 후기를 보고 이 식당을 예약했을 뿐이었다.세상이 이렇게 좁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밥 한 끼 먹으러 왔다가 하필 신지아를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신지아 혼자였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문제는 윤형우까지 같이 있었고, 두 사람의 사이가 누가 봐도 무척 좋아 보였다.변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거둔 채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변 대표님?”양준명이 다시 조심스럽게 불렀다.변도영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며 혼잣말하듯 읊조렸다.“이나은이 귀국했을 때 클럽에서 환영 파티를 열어준 적이 있었지. 그날 밤 신지아가 날 찾아왔는데 난 귀찮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사람을 시켜 문밖으로 쫓아냈어.”“그 뒤에 신지아는 클럽 문 앞 화단에 앉아서 밤을 꼬박 새우며 날 기다렸어.”‘그때의 신지아도 지금 이런 기분이었을까?’양준명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지난 몇 년 동안 비슷한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사실 그가 줄곧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하나 있었다.변도영이 아무리 애써 다시 쫓아간다 해도, 신지아가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뒤 신지아는 윤형우와 근처 시장도 구경하며 고우빈과 연미주 일행에게 줄 현지 기념품도 몇 가지 샀다.그렇게 볼일을 모두 마친 뒤에야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다.그 후 이틀 동안 신지아와 윤형우는 근처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50화

    신지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창밖에서 어스름한 노란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침실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신지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저녁이라는 걸 보자 거의 침대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서둘러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거실 소파에 윤형우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잠이 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지아는 얇은 담요 하나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윤형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예상치 못한 힘에 휘말린 신지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놀란 가슴을 안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윤형우의 팔이 단단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놓아주질 않았다.“널 먹고 싶은데 당장은 먹지도 못하니 잠깐만이라도 안고 있게 해 줘.”윤형우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신지아는 조금 어이없었지만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막 잠에서 깬 탓인지 윤형우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조명을 받아 맑고 예쁜 빛이 번졌다.이 얼굴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나가서 뭐 좀 먹을래요?”신지아가 물었다.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탓인지 신지아도 허기가 느껴졌다.윤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몇 군데 있어. 네 입맛에도 잘 맞을 거야.”“그럼 옷 갈아입고 올게요.”신지아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돌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로 갈아입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위에 작은 숄을 하나 더 걸쳤다.“숄 없는 게 더 예쁜데.”윤형우가 문틀에 느긋하게 기대선 채 의견을 냈다.신지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요?”윤형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뽀얀 피부를 가진 신지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으니 피부가 한층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청순한 얼굴과 은근히 요염한 몸매가 어우러져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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