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붙잡힌 팔을 비틀어 빼내려는 순간, 어깨가 거칠게 밀렸다.
“아...?”
몸이 크게 휘청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침대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차인후의 표정도, 눈빛도, 행동도.
다정함이나 배려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자신을 대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역시나구나. 내가 알던 강인후가 아니구나. 긴 세월 동안 사람이 이렇게나 변해버렸구나.
오솔의 위로 몸을 기울인 인후는 거침없이 가운 자락을 벗겨 냈다.
하지 말라고 붙잡을 겨를도, 잠깐만이라며 멈춰 달라고 할 겨를도 없었다.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는 순간, 인후의 숨이 뜨겁게 흐트러졌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
한때는 품에 안고 잠드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던 여자가, 지금은 잔뜩 긴장한 채 제 아래에서 겨우 숨만 쉬고 있다니.
이 부드럽고 새하얀 살갗에 얼마나 파묻히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눈만 감으면 네 망할 웃음소리가 자꾸만 환청처럼 들려서, 얼마나 많은 수면제를 삼켜왔는지 알기나 하냐고.
인후의 눈동자에 비치는 오솔의 모습은 스무 살, 처음으로 그에게 모든 걸 내어주던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아름답고 눈이 부셨다.
그래서 더 미웠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이런 일이 꽤 많았나 봐? 속옷도 안 입은 걸 보니까?”
오솔이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
“그냥... 빨리.... 빨리하세요.”
“엿같이 굴지 마. 빨리하기엔 투자금이 무려 50억이야.”
마음 같아서는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며 입술만 짓씹었다.
'나쁜 놈, 진짜 나쁜 놈. 사람이 큰돈을 만지면 이렇게도 달라지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당당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양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버렸다.
인후는 그런 오솔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손길은 거칠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오솔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아흣, 하아....”
입도, 혀도, 숨도.
모든 게 난폭하기 그지없는데,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벌써부터 아랫배가 간질거렸고, 발끝마저 위태롭게 곱아들었다.
더 미치겠는 건 따로 있었다.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벌거벗고 있는데, 강인후는 여전히 말끔한 셔츠에 슬랙스 차림이라는 것.
'손을 뻗어 단추라도 풀어낼까....?'
아무래도 벨트까지는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온몸이 밀착되어 있었다.
아니다. 솔직히 그럴 만한 여유도, 자신도 없었다.
“하으.... 으읏!”
오솔의 반응을 느낀 인후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넌 조금만 자극해도 움찔거리는구나.
“몸은 여전하네. 예전에도 조금만 건드려도 정신을 못 차리더니.”
“하....”
퍽 치욕스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몸이라도 팔아 회사를 살리기로 결심했고, 그래서 이곳에 왔다.
이미 모든 건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그 말이 서러워 그만두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었다.
잠시 떨어졌던 입술은 다시 오솔의 어깨와 목덜미를 찾아 내려왔다.
인후는 마치 오래전부터 기억해 온 감각을 확인하듯 느릿하게 입을 맞추었다.
동시에 반대쪽 손은 허벅지 위를 따라 위험하게 움직였다.
더 이상은 익숙하지 않은, 낯설기만 한 손길에 오솔은 파르르 떨었다.
내내 수치심이 밀려왔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마음속의 감정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읏, 아흣...!”
“고 대표님, 이렇게까지 좋아하시면 제가 좀 억울한데요.”
“....”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주셔야 재미있죠. 안 그래요?”
어쩜 이렇게 못돼졌을까. 어쩜 이렇게 상처주는 말만 골라서 하는 걸까.
내뱉는 말마다 가시처럼 심장에 콕콕 박혀 올 지경이었다.
“그, 그만....”
“짜증나게 굴지 마.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거, 딱 질색이니까.”
“대표님....”
“남자친구는 없나 봐? 이렇게 좋다고 몸부림치는 걸 보면?”
인후는 몹쓸 말을 내뱉으며 오솔을 몰아붙였다.
말도 행동도 자비라곤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오솔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하는 거 좋아해? 어?”
아래를 유린하는 그의 손길은 조금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오솔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몸을 굳혔다.
수치심과 모멸감이 뒤엉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이 거지 같은 상황을 어떻게는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스스로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괴로워 미칠 것만 같았다.
"싫어... 흑.. 잠깐만...."
참지 못한 오솔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애원했다.
이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흣, 제발... 아흣, 그, 그만해....!”
인후는 오솔의 애원을 듣고도 태연하게 웃었다.
“여기서 멈추면 투자금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어떻게 해줄까?”
순간, 붙잡힌 허벅지가 양옆으로 쫙 벌어졌다. 율립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다급해졌다.당당하게 군 건 맞긴 하지만, 마음도 확실히 먹긴 했지만... 창피한 그 곳을 꼭 보여줘야 하는 건가 싶었다.“선배님, 거, 거기를 왜...”“왜긴, 핥아주려고.”“네? 그건 안돼요...!”이제 와서 뭐가 또 안 된다는 건지. 그 말은 당연히 통할 리 없었고, 가랑이 사이에 처박힌 고개는 그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할짝, 두꺼운 혀가 그곳을 탐닉한 순간.“아흑....!”율립은 눈앞이 아찔해지고 온몸에 솜털까지 바짝 서 올랐다. 당연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고, 그 이상형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 그 이상형은 자신의 그곳을 짐승처럼 빨아대고 있었다. 이건 꿈인가? 아니,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고 정신이 자꾸만 혼미해졌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잔다는 건 생각보다 더 짜릿하고 야릇한 일이고, 생각보다 더 창피한 과정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인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율립의 음부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얼마 빨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투명한 애액을 잔뜩이나 흘려대는 모습이 새삼 기뻤다.이곳저곳 핥다 보니, 혀끝이 자꾸만 음핵을 건드렸다.그리고 그곳을 핥아줄 때, 율립의 신음 소리가 유독 간드러졌다. “으응, 읏, 으으응...!”딱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율립의 하반신이 멋대로 튀어 올랐다. 달큰한 체향마저 보란 듯이 짙어져서 그런가, 입술을 떼기 싫었다. 몇 시간이고 기절을 할 때까지 핥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율립이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아무리 신음이 비명처럼 변해도. 허벅지를 붙잡아 벌린 손에는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선배님, 선배님...! 하읏! 잠, 잠시만요! 아앙!”어떡하지 율립아? 자꾸 그러면 진짜로 밤이 새도록 빨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음부를 빨아대는 소리가 할짝할짝, 쉴 새 없이 울려 퍼졌고 이제는 엉덩이 아
자취방 건물 1층에 다다랐을 때, 활짝 펴졌던 우산이 접히고 공동 현관 등이 노란빛을 밝혔다. 우산, 가방, 옷. 모든 곳이 축축했지만, 그중에서도 분위기가 가장 축축했다.“서율립.”“네.”“지금이라도 가고 싶으면 가던가.”인후의 말은 오는 내내 한참을 고민하다 내뱉은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율립은 물방울이 튄 치맛자락을 털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벌써 다 젖었어요.” 처음으로 여자라는 존재를 온전히 갖고 싶다는 욕구가 가슴 속에서 끓어올랐다. 진짜로 젖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후배님,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했으니 뒷감당은 알아서 하셔야겠죠.'결국 굳게 닫힌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손에 들린 우산과 가방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고, 인후는 율립을 벽쪽으로 몰아세웠다.“우리 후배님, 겁이 없어도 너무 없네.”“겁... 내야 해요?”“알아서 판단해.”입술이 맞닿고, 허리는 그의 손에 완전하게 휘감겼다. 모든 건 본능이었다. 거기에 청춘이라는 식지 않을 열기까지 더해졌으니, 율립은 그런 인후의 입술에 완전히 먹혀버렸다. “선, 선배, 읍...”혀가 혀를 감싸고, 타액과 함께 정신없이 엉키는 순간이 얼마나 뜨겁던지. 불도 켜지 않은 자취방 안, 그들은 신발장에 서서 한참 동안 입술을 떼지 못했다. 두려움은 없었다. 율립에겐 갈망이었고, 인후에게 시작이었다. 잠시 입술이 떨어졌을 때, 인후가 팔을 엑스자로 꼬아 티셔츠를 벗어냈다. 남자의 탄탄한 가슴을 코앞에서 목격한 게 처음이던 율립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그 모습이 더 꼴렸다. 서율립의 얼굴은 늘 하얗기만 했는데. 지금은 비에 잔뜩 젖은 머리칼 사이, 두 뺨이 붉은 복숭앗빛을 내고 있었다. 일단은 손목부터 붙잡아 침대 앞으로 이끌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커다란 손이 연둣빛의 셔츠 원피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율립은 그 느릿한 감각을 느끼며 인후의 복근을 손끝으로 더듬었다.“단단해요, 선배....”
"남들 다 클때 혼자 뭐 했어? 우유 알레르기라도 있는 건가?""선배님! 저 아니었으면 지금쯤 비에 젖은 생쥐거든요? 이럴 땐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주셔야죠!""예, 그래요. 고마워 죽겠습니다, 후배님."이제야 오솔의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더욱이 환해졌다.“근데요 선배님! 선배님은 왜 맨날 도서관에만 계세요?”“대학생이 그럼 도서관에 있어야지. 어디 있어야 되는데?”율립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인후 선배는 매번 툭툭 쏘는 말투로 대답을 하긴 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웠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던지.사실 율립은 인후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렸다.본인보다 훨씬 큰 키에 넓은 어깨, 아무런 표정 없이도 꼭 그림체 같은 이목구비까지.동기들은 세상에 없는 싸가지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율립에게는 결코 아니었다.그래서, 처음으로 제 마음을 고백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맞아요. 근데 저는 선배님 때문에 맨날 가는 거예요.”“뭐?”“저, 선배님 보러 도서관 가는 거라고요.”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당돌한 고백일까. 내년이면 졸업반인 인후에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율립이 숨김없이 마음을 내비친 순간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연애 따윈 관심 없던 인후였기에, 그대로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쓸데없는 소리.”“왜요?”“공부나 열심히 해.”“치이.”그때부터 쫑알대던 율립이 조용해졌다. 그러다 정문을 지나는 순간, 하늘이 잠시 번쩍하더니 우르르 쾅쾅, 심상치 않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꺄악...!”귀를 찢는 비명소리와 함께, 율립의 팔이 인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애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우산 속 두 사람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췄다. 여자랑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것도 처음인데, 허리까지 내어준 건 꽤나 이상한 기분이었다. “좀 놓지.”“아, 아.... 죄송합니다. 선배님.”“별게 다 무서워.”율립은 그런 인후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천둥
“어?”인후의 대답에, 오솔은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축제장 가세요?”“아니.”“그럼 어디 가세요? 축제 보러 안 가세요? 가수들도 엄청나게 왔다던데.”자꾸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 당돌하면서도 나름 귀여워 보였다. 적은 학번 차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들이대는 신입생은 입학 이후 처음이었으니까.다른 후배들은 차갑고도 무뚝뚝한 모습에, 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만 겨우 하기 바빴으니까.“넌?”“저는 사람 많은 거 싫어해서요!”“나도.”“우와! 저랑 똑같네요?"어이가 없었다.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어떻게 된 애가 이런 한심한 공통점을 찾으며 씰룩씰룩 웃어대는 거냐고.혹시.... 좀 덜떨어진 애인가?아닌데, 세명대는 덜 떨어진 애가 입학할 만한 학교는 결코 아닌데.하긴. 좀 덜 떨어진 애들이 지능이 높은 경우도 더러 있다고는 하더라."뭐래."쌀쌀맞은 인후의 반응에도 율립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들이대기 시작했다."있잖아요, 선배님!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뭐.”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율립이 전공 서적을 당당하게 펼치더니, 느닷없는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베버의 관료제는 근대 사회의 대규모 조직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하잖아요. 근데 왜 관리 스태프는 생산 수단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대놓고 명시되어 있는 거예요?”“뭐?”“소유라는 말을 꼭 붙여야 하나 싶어서요. 굳이 선을 긋지 않아도 지배랑 관리의 차이는 이미 명확한 것 같아서요.”당연한 걸 묻고 있는 꼴이 기가 막히면서도 묘하게 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이제 막 경영학개론을 공부하고 있는 모양새였다.그래서 대답을 해주기로 결심했다.쫑알거리는 신입생이 예뻐서가 아니라, 타오르는 열정을 꺼뜨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더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지.”“네?”“그건 설명이 아니라 선언이야. 네가 느낀 ‘굳이’라는 위화감도 정상적인 반응이고.”인후에게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솔의
그때였다. 차가 살짝 움직이더니, 서서히 속도를 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갓길에 혼자 남은 인후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결국 개무시구나, 볼 장 다 봤다 이거야?’그래도 괜찮으니까 다시 운전을 하는 거겠지. 별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분노의 심지에 불이 붙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는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확인 못 했잖아." 오솔의 차는 여전히 속도가 달라지길 반복했다. 이따금씩 흔들리는 모습마저 마찬가지였다. 지켜보는 내내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뒤에서 확 박아버리든, 추월해서 저 차에 박혀버리든. 솔직히 그딴 폭력적인 방법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목적지가 코앞이라 간신히 참아냈다.“다 왔어. 다.”잠시 후, 익숙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두 대의 차는 지하 주차장이 아닌 야외 주차장에 세워졌다. 인후는 주차라인 따윈 가볍게 무시하고 시동을 껐다. 드디어 오솔의 모습을 확인한 인후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두 번 다시 이딴 개무시는 하지 말라고, 명확한 갑과 을의 관계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오솔의 상태가 영 이상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좌우로 흔들리던 자동차처럼, 아니... 그거보다 더 흔들리는 걸음과 창백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심지어 걷는 내내 배를 움켜쥔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너, 어디가 아픈 거구나.' 성큼성큼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입술을 질끈 깨문 그 얼굴을 또다시 마주한 순간이었다.“정신 나갔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오솔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인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지만, 미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은 닦아내지 못했다.“뭐가요?”“이 지경인데 운전대를 잡아? 생각이 씨X, 있는 거야 없는 거야?”“죄송한데, 제가 대표님께 욕까지 들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요.”참으로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여자임이 틀림 없었다.아니, 그보다 나는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 화만 내고 있는 것인가.
50억과 그 절반은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투자가 거의 확정된 건이라 믿고, 이미 여러 일을 벌려 놓은 상태였다.당장 지불해야 할 대금만 해도 상당한 현실과, 직원들도 나 하나만 바라보며 의기투합을 하고 있는 상황.그런데,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못된 말들을 들으면서도 몸이 제멋대로 반응하는 스스로가 끔찍했다.애써 부정하려 해도 밀려드는 수치심에 차라리 자기 목을 조르고 싶을 지경이었다.오솔은 결국 인후의 손목을 붙잡았다.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면, 제대로 뒤엉키기 시작한다면....그땐 정말 창문이라도 열고 뛰어내릴 것 같았다.그동안 어떤 시간을 버텨 왔는데. 여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찾아왔는데.“저.... 여기까지만.... 흑 여기까지만요, 대표님....”울먹이는 목소리에 인후의 손길이 짐짓 멈췄다.물기에 젖은 손가락이 반짝였지만, 그의 시선은 눈물이 가득 고인 오솔의 눈망울에 붙들려 있었다.‘차인후, 이 한심한 새끼야.’이렇게 다루면 통쾌할 줄 알았다.그동안 자신이 겪어 온 지옥 같은 시간들. 그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그런데 가슴이 왜 이렇게 저릿한 걸까.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이유는 대체 뭐냐고.“괜찮겠어? 다른 투자처도 없는 걸로 아는데.”“네.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오솔은 잔뜩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몸을 일으켰다.인후는 그 모습을 더는 지켜보지 못하고 등을 돌려, 그대로 침실을 빠져나왔다.손에는 아직 고오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열기가 오른 몸은 여전히 그녀를 원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대로 보내 주고 싶었다.아니, 보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서율립이 울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으니까.“하아... 또 내가 더 아프네.”오솔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에 힘을 바짝 주었다.투자금이고 나발이고, 당장이라도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러면서도 끝까지 버텼어야 하는 게 맞았던 건가.그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