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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딱그만큼
한기범은 이지혜의 수액이 끝날 때까지 곁을 지킨 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내가 보기에도 이지혜는 한기범이 돌아가길 원하지 않았고, 한기범 역시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한기범의 팔을 붙들고 연약한 얼굴로 말했다.

“기범 씨, 요즘 정말 우울해요. 이제 좀 괜찮아지면 저랑 어디 좀 다녀와 주실래요?”

한기범의 얼굴에 곧바로 안쓰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래.”

이지혜네 아버지가 경영 악화로 파산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잘나가던 부잣집 아가씨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한 집안의 딸이 된 이지혜의 심정을 한기범은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감정의 영향을 받아 몸조차 좋지 않으니 한기범은 온통 그녀를 챙겨줄 생각뿐이었다.

“지혜야, 어디 가고 싶은지 말해. 내가 다 알아볼게. 너도 알잖아. 이제 나는 널 챙겨줄 능력이 있어.”

이지혜의 얼굴이 환해졌다.

“기범 씨, 고마워요. 기범 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들 앞에 서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기범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할 때 신혼여행조차 가지 못했다.

그는 결혼한 지 5년이 되도록 나와 여행을 가자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나와 함께 쇼핑하러 간 횟수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그가 힘들게 일한다는 걸 알았기에 불평 한마디 없이 그의 생활을 세심하게 챙겼다.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그를 뒷바라지했지만 내게 돌아온 건 냉대와 무시뿐이었다.

나도 한때는 한기범의 마음을 다시 나에게 돌려보려고 애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화장을 해도, 예쁜 옷을 입어도 한기범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지혜만 나타나면 그의 눈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가 이지혜 때문에 나와 집을 버려두고 나갈 때마다 나는 그와 다투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나를 무시하며, 오히려 내가 철이 없다며 비난했다.

나는 의식을 잃기 전에도 이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죽음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한기범은 이지혜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같은 침대에서 잔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애매한 감정은 이미 한층 깊어져 있었다.

다음 날, 나는 한기범을 따라갔다.

일밖에 모르던 그가 업무 시간에 틈틈이 비싼 여행 코스를 알아보고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부터 럭셔리 호텔까지, 그는 사소한 것도 전부 직접 챙겼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한기범은 이지혜와의 여행을 준비하며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그는 내 상황을 전혀 몰랐다. 아니, 자신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

엄마가 병상 옆을 지키며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고 있을 때, 내가 평생을 바쳐 사랑한 남편은 다른 여자와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기범이 이지혜의 인생 샷을 찍어주며 웃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기범은 이지혜를 예우하며 밤마다 반드시 방을 따로 잡아 잠을 잤다.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그 모습은 오히려 그가 이지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 줬다.

이지혜의 얼굴에 달콤하고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는 걸 봐도 나는 마음이 잔잔했고, 이제는 질투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그 두 사람이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둘이 정말 이어진다 해도 행복해지지는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손에 넣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저런 남자는 행복을 붙잡을 능력이 없었으니까.

나는 말없이 두 사람의 뒤를 한 달 동안 따라다녔다.

한 달 뒤, 여행은 끝났다.

한기범은 잔뜩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잠시 쉬려 했다.

하지만 문을 열자 그를 맞이한 것은 식탁 위에서 이미 썩어 악취를 풍기는 음식과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이었다.

엉망이 된 집과 코를 찌르는 역한 악취에 결벽증이 있는 한기범의 얼굴이 새파랗게 굳었다.

그는 생각하지도 않고 휴대폰을 꺼내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소파 위에 내버려진 채 배터리가 다 되어 꺼진 휴대폰을 보지 못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무리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네 번째로 전화해도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자 한기범은 참을성을 잃고 버럭 소리쳤다.

“설연아,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런 식으로 사람 무시할 필요 없잖아. 집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뭐 하는 짓이야? 할 말 있으면 당장 돌아와. 바로 이혼 도장 찍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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