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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그녀가 알고 있는 것

作者: 움냠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8 22:00:00

호텔에 도착한 뒤에도 도현에게서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서연은 받지 않았다.

[어디야.]

[전화 받아.]

[서연아.]

마지막 메시지는 한참 뒤에 도착했다.

[적어도 어디 있는지는 알려줘.]

서연은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믿었던 첫 만남부터 거짓이었다.

도현은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재하와 어떤 사이였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숨긴 채 자신에게 다가왔고, 결국 결혼까지 했다.

그런데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도현이 왜 자신을 찾아 봤는지.

재하가 떠나는 데 그의 집안이 얼마나 깊이 관련돼 있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걸 알면서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잠시 뒤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재하였다.

[괜찮아?]

서연은 한참 고민하다 짧게 답했다.

[응.]

곧 답장이 왔다.

[거짓말.]

피식 웃음이 나올 뻔했다.

예전에도 재하는 그랬다.

괜찮다고 하면 가장 먼저 거짓말이라고 알아채던 사람.

서연은 답하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다.

⸻

다음 날 오전.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한서연 님, 1층에 방문객이 와 계십니다.]

서연은 미간을 좁혔다.

약속된 미팅은 없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민채원 님이라고 하십니다.]

서연의 손이 멈췄다.

몇 초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민채원.

사진과 메시지로만 봤던 이름.

자신의 남편과 세 달 동안 관계를 이어온 여자.

서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궁금했다.

왜 이제 와 자신을 찾아왔는지.

⸻

민채원은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사진보다 차분한 인상이었다.

과하게 꾸미지도 않았다.

서연을 발견한 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서연 씨?”

“네.”

“앉으세요.”

서연은 맞은편에 앉았다.

채원은 주문해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건 서연이었다.

“왜 찾아 오셨어요?”

채원이 서연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침착하시네요.”

“제가 어떻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적어도 물 한 잔 정도는 맞을 줄 알았어요.”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채원의 입가에서 짧은 웃음이 사라졌다.

“도현 씨가 왜 이혼하기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서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제 남편 평가하러 오신 거라면 돌아가세요.”

“그 얘기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

채원은 잠시 손가락으로 잔을 만지작거렸다.

“도현 씨가 어제 저한테 끝내자고 했어요.”

“잘됐네요.”

“안 궁금해요?”

“뭐가요?”

“제가 왜 그 사람을 만났는지.”

서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별로요.”

채원이 이번에는 정말 웃었다.

“도현 씨가 말한 그대로네.”

“제 얘기도 했어요?”

“많이는 아니고요.”

서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채원이 말을 이었다.

“오해하실까 봐 하나만 먼저 말씀드릴게요.”

“……”

“도현 씨랑 제가 관계를 시작한 건 석 달 전이 맞아요.”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게 된 건 훨씬 전이에요.”

“얼마나요?”

“8년 정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서연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채원은 그 반응을 살피며 말했다.

“집안끼리 오래 알고 지냈어요. 회사 일로도 자주 봤고.”

“그래서요?”

“그러니까.”

채원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저는 도현 씨가 서연 씨를 만나기 전부터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서연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채원이 잠시 침묵했다.

“서연 씨.”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현 씨가 왜 서연 씨한테 접근했는지 정말 모르죠?”

서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요?”

“그 사람이 말해줬다고 생각해요?”

채원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서연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윤재하 씨.”

그 이름이 나오자 서연의 손이 멈췄다.

채원은 그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다시 만났나 보네요.”

“재하를 어떻게 알아요?”

“저도 직접 아는 건 아니에요.”

채원이 천천히 말했다.

“이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뿐이지.”

“도현이한테 들었어요?”

“네.”

서연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과 결혼한 뒤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 이름을 도현은 다른 여자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사실 자체가 기분 나빴다.

“무슨 얘기를 했는데요?”

“서연 씨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윤재하 씨 이야기 때문에 온 거예요.”

“돌려 말하지 마세요.”

채원은 잠시 서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도현 씨가 서연 씨를 처음 만난 게 전시회가 아니라는 건 이제 알고 있죠?”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듯 채원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훨씬 전부터 서연 씨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것도 알아요.”

이번에는 채원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고 계셨네요.”

“어제 알았어요.”

“도현 씨가 말해줬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서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뭔지만 말하세요.”

채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잠시 뒤 그녀가 물었다.

“서연 씨는 윤재하 씨가 왜 떠났다고 생각해요?”

서연의 손끝이 굳었다.

“집안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도현이네 집안도 관련돼 있었다고 들었고요.”

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 알고 계시구나.”

“그다음은요?”

채원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의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나기 시작했다.

“절 만나자고 한 건 그쪽이에요.”

“알아요.”

“그러니까 말하세요.”

채원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다시 서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서연 씨를 위해서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솔직한 말이었다.

“저도 도현 씨한테 화가 나 있으니까.”

“……”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채원이 말했다.

“도현 씨는 서연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윤재하 씨 일에 관여돼 있었어요.”

서연의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어느 정도로요?”

“그건 직접 물어보세요.”

“지금 장난해요?”

“아니요.”

채원이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더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제가 말하면 안 믿으실 것 같아서.”

서연은 화면을 바라봤다.

오래된 날짜가 적힌 메시지 캡처였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윤재하, 이번 주 안으로 출국한답니다.]

그 아래 답장이 있었다.

[알아.]

서연의 시선이 멈췄다.

다음 메시지.

[서연 씨한테는요?]

그리고.

[모르게 해.]

숨이 막혔다.

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게 누구 대화예요?”

채원은 잠시 침묵했다.

“도현 씨.”

서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누구랑 한 대화인데요.”

“그건 저도 정확히 몰라요.”

“그럼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우연히 봤어요. 도현 씨가 쓰던 예전 휴대전화에서.”

채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때는 서연 씨가 누군지도 몰라서 신경 쓰지 않았어요.”

“……”

“근데 도현 씨가 결혼한다면서 사진을 보여줬을 때 알았죠.”

서연은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자신의 이름.

재하의 이름.

그리고 도현.

모든 것이 한곳에 있었다.

“날짜가….”

손끝이 떨렸다.

재하와 헤어진 바로 전날이었다.

서연이 숨을 삼켰다.

채원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서연 씨.”

그녀가 화면을 껐다.

“윤재하 씨가 당신한테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날.”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

채원이 낮게 말했다.

“차도현 씨를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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