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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مؤلف: 움냠냥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8 22:00:00

“우연 아니었을 수도 있어.”

서연은 한동안 재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도현이가 나한테 일부러 접근했다는 거야?”

재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서연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확실한 거야?”

“그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거야.”

재하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나도 최근에 알게 된 게 있어.”

“뭔데.”

“내가 한국 떠난 뒤에 도현이가 너에 대해 물어봤대.”

서연의 미간이 좁아졌다.

“누구한테?”

“나랑 같이 일했던 형이 있었어. 우리 집 일 터지고 나서 정리 도와주던 사람.”

재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도현이가 그 사람한테 연락했었대.”

“뭐라고.”

“네가 잘 지내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등 뒤로 서늘한 감각이 지나갔다.

“언제?”

“내가 떠나고 몇 달 뒤.”

몇 달 뒤.

그리고 서연이 도현을 처음 만난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 기억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친구의 부탁으로 참석했던 작은 전시회 오프닝.

사람들 사이에서 실수로 와인을 쏟았고, 가장 먼저 냅킨을 건넨 사람이 도현이었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그 후 같은 카페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세 번째는 지인의 식사 자리였다.

당시에는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서연이 낮게 중얼거렸다.

“뭐가?”

“나 도현이 처음 만났을 때….”

재하가 그녀를 바라봤다.

“우연히 만난 줄 알았어.”

“어디서?”

“전시회.”

재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다음에는?”

“카페.”

서연은 말을 이어가다 멈췄다.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두 번쯤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운명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재하와 헤어진 뒤 오래도록 아무도 마음에 들이지 못했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꾸준히 다가온 사람.

차도현.

그는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늘 필요한 순간 나타났다.

늦은 밤 집에 돌아갈 차가 없을 때.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출근하지 못했을 때.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항상 우연처럼.

“서연아.”

재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응.”

“괜찮아?”

“아니.”

이번에는 솔직했다.

서연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럼 너는 왜 이제야 이걸 말해?”

재하가 입을 다물었다.

“너도 몇 년 동안 알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럼 언제 알았는데?”

“한 달 전.”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 들어오고 나서?”

“응.”

“왜 알아봤어?”

재하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너 때문에.”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국 돌아오기 전에 네 소식이 궁금했어.”

“그래서?”

“예전에 알던 사람한테 물어봤고, 그때 네가 결혼했다는 걸 들었어.”

재하는 씁쓸하게 웃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남편이 차도현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

그 부분만큼은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그러다 옛날 얘기가 나왔어.”

재하가 말했다.

“내가 떠난 뒤 도현이가 너에 대해 물었다는 것도 그때 처음 들었고.”

서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럼 도현이는….”

말끝이 흐려졌다.

무엇부터 의심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왜 자신을 찾아 봤는지.

왜 아는 척하지 않았는지.

왜 재하의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결혼했는지.

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봐야겠어.”

재하도 곧바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도현이한테 물어봐야지.”

“지금?”

“더 미룰 이유 있어?”

재하가 잠시 망설였다.

“서연아.”

“왜.”

“혼자 가지 마.”

그 말에 서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도현이가 나한테 뭘 하겠어.”

“그런 뜻 아니야.”

“그럼?”

재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서연은 가방을 들었다.

“나 지금 네 걱정 해 줄 여유 없어.”

“알아.”

재하가 그녀의 앞을 막지는 않았다.

대신 마지막으로 말했다.

“도현이 말 전부 바로 믿지 마.”

서연이 멈췄다.

“왜?”

재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걔는 예전부터 자기가 말하고 싶은 만큼만 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현은 서재에 있었다.

서연은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도현이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었다.

“왔어?”

“물어볼 게 있어.”

그는 서연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노트북을 닫았다.

“뭔데.”

“우리가 처음 만난 거.”

도현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서연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우연이었어?”

짧은 침묵.

“갑자기 무슨 소리야.”

“대답해.”

도현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당연히 우연이었지.”

“그래?”

“왜.”

서연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재하가 한국 떠난 다음에 당신이 내 얘기 물어봤다던데.”

도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누가 그래.”

“중요해?”

“윤재하가 그랬어?”

서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꼭 재하라고 생각해?”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 진짜 알고 있었네.”

“서연아.”

“내가 어디 사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알아봤어?”

“그건—”

“왜?”

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나를 찾아 봤어?”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하고 얘기해.”

“나 지금 굉장히 침착해.”

“……”

“그러니까 대답해.”

도현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낮게 말했다.

“궁금했어.”

서연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가.”

“윤재하가 그렇게까지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도현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서연이 천천히 되물었다.

“지키려고 했다고?”

“말이 잘못 나왔어.”

“아니.”

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말 무슨 뜻이야.”

“서연아.”

“재하가 나 때문에 떠난 거야?”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인데!”

처음으로 서연의 목소리가 서재 안을 울렸다.

도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너무 길었다.

“당신 처음부터 나 알고 있었지.”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시회에서 만나기 전부터.”

도현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단 한 글자.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번에는 더 분명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우연이라고 믿었던 만남.

조금씩 가까워진 시간.

연애.

청혼.

결혼.

그 시작부터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왜.”

서연이 가까스로 물었다.

“왜 나한테 접근했어?”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이 다시 물었다.

“재하 때문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야.”

“그럼.”

서연은 숨을 한번 삼켰다.

“나랑 결혼한 것도 처음부터 계획한 거야?”

“그건 아니야.”

이번만큼은 대답이 빨랐다.

도현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처음 접근한 이유가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던 건 맞아.”

“……”

“근데 결혼은 아니야.”

서연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다가오는 것조차 싫었다.

“만지지 마.”

도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서연아.”

“당신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그녀가 허탈하게 웃었다.

“나는 우리 결혼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애초에 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어졌어.”

“내가 설명할게.”

“처음부터 했어야지.”

“……”

“왜 이제 와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

외도를 발견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가슴 깊숙한 곳이 더 아팠다.

바람보다 더 오래된 거짓말이었다.

서연은 돌아섰다.

“오늘은 나가 있을게.”

도현이 곧장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 마.”

“놔.”

“서연아.”

“놓으라고.”

도현은 몇 초 뒤 손을 놓았다.

서연은 그대로 방으로 향했다.

급하게 옷 몇 벌과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었다.

뒤에서 도현이 따라왔지만 더 이상 막지는 않았다.

서연이 현관문을 열었다.

그때 도현이 말했다.

“윤재하한테 가려고?”

서연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말 하나로 남아 있던 감정까지 식었다.

서연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그게 제일 궁금해?”

문이 닫혔다.

혼자 남은 도현은 한동안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잠시 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민채원이었다.

도현은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으려다 멈췄다.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도현 씨, 나 이제 더는 못 기다려.]

그리고 바로 다음 메시지.

[서연 씨한테 내가 직접 말할게.]

도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종류의 불안이 스쳤다.

민채원이 알고 있는 건,

단순히 두 사람의 외도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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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이 돌아온 날, 나는 이혼했다   Chapter 11. 헤어지기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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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이 돌아온 날, 나는 이혼했다   Chapter 8. 그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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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이 돌아온 날, 나는 이혼했다   Chapter 6. 알고 있던 이름

    다음 날 아침, 도현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확인했습니다.]그 아래 처음 보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윤재하의 현재 번호.도현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 봤다.몇 년 전 마지막으로 알고 있던 번호와는 달랐다.한국을 떠나면서 바꾼 모양이었다.도현은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두 번쯤 울렸을 때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도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년이 흘렀는데도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조금 낮아졌을 뿐이었다.— 누구시죠?“나다.”잠깐의 침묵.재하가 먼저 이름을 말했다.— 차도현?도현의 입가가 차갑게 굳었다.“기억은 하네.”— 네 번호 아니잖아.“내 번호도 기억하고 있었나 봐.”— 무슨 일이야?반가움은 없었다.재하의 목소리는 단숨에 경계로 바뀌었다.도현은 창밖을 바라봤다.“한국 들어왔다며.”이번에는 재하가 잠시 침묵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한 달 됐다던데.”— 그래서?“왜 돌아왔어.”재하가 낮게 웃었다.— 내가 한국 들어오는 것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해?“그건 아니지.”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서연이만 안 만났으면.”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이번 침묵은 이전과 달랐다.도현은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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