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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알고 있던 이름

Autor: 움냠냥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08 02:32:00

다음 날 아침, 도현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인했습니다.]

그 아래 처음 보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윤재하의 현재 번호.

도현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 봤다.

몇 년 전 마지막으로 알고 있던 번호와는 달랐다.

한국을 떠나면서 바꾼 모양이었다.

도현은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쯤 울렸을 때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도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년이 흘렀는데도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조금 낮아졌을 뿐이었다.

— 누구시죠?

“나다.”

잠깐의 침묵.

재하가 먼저 이름을 말했다.

— 차도현?

도현의 입가가 차갑게 굳었다.

“기억은 하네.”

— 네 번호 아니잖아.

“내 번호도 기억하고 있었나 봐.”

— 무슨 일이야?

반가움은 없었다.

재하의 목소리는 단숨에 경계로 바뀌었다.

도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한국 들어왔다며.”

이번에는 재하가 잠시 침묵했다.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한 달 됐다던데.”

— 그래서?

“왜 돌아왔어.”

재하가 낮게 웃었다.

— 내가 한국 들어오는 것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해?

“그건 아니지.”

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서연이만 안 만났으면.”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이번 침묵은 이전과 달랐다.

도현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한참 뒤 재하가 물었다.

— 네가 서연이를 어떻게 알아?

도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역시 몰랐다.

“어제 만났다며.”

— 내 질문에 대답해.

재하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 네가 서연이를 어떻게 아냐고.

도현은 책상 가장자리에 기대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 아내니까.”

말이 끝나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현의 손가락이 천천히 책상을 두드렸다.

하나.

둘.

셋.

한참 만에 재하가 입을 열었다.

— 뭐?

“못 들었어?”

— 다시 말해봐.

도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한서연.”

잠깐 말을 끊었다.

“내 아내라고.”

이번에는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재하는 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현은 그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놀라워하는 것까지는 예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응을 직접 듣고 있으니 속이 뒤틀렸다.

“왜.”

도현이 먼저 물었다.

“몰랐어?”

재하의 목소리가 한참 뒤 돌아왔다.

— 몰랐어.

“서연이도 말 안 했나 보네.”

— 결혼했다고만 했어.

재하의 말이 짧아졌다.

— 상대가 너라는 얘기는 안 했고.

도현은 피식 웃었다.

“굳이 네가 알 필요 없었겠지.”

— 차도현.

“왜.”

— 언제 결혼했어?

“그게 궁금해?”

— 언제냐고.

도현은 잠시 침묵했다.

“3년 전.”

다시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는 재하가 계산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도현이 미간을 좁혔다.

“이제 알았으면 됐지.”

— 뭐가.

“서연이 만나지 마.”

재하의 짧은 헛웃음이 들렸다.

— 네가 왜 그걸 정해?

“남편이니까.”

— 서연이는 이혼 중이라고 하던데.

도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 얘기까지 했어?”

— 어제 들었어.

“그리고도 만났고?”

— 그게 왜.

도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윤재하.”

— 나도 묻자.

재하가 말을 잘랐다.

— 왜 이혼하는데?

“네가 알 거 없어.”

— 서연이 표정이 예전 같지 않던데.

도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네가 무슨 짓 했어?

“말 조심해.”

— 왜. 찔려?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하가 낮게 말했다.

— 네가 서연이랑 결혼했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고, 왜 이혼하는지도 난 몰라.

잠시 숨을 골랐다.

— 그런데 한 가지는 알겠다.

“뭘.”

— 걔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도현의 턱이 굳었다.

“몇 년이나 버리고 사라졌던 네가 그런 말을 해?”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도현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이제 와서 서연이 얼굴 한 번 보고 네가 뭘 알아.”

— 적어도 넌 모르는 걸 알아.

“뭐?”

— 서연이가 힘들 때 어떤 얼굴 하는지.

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그렇게 잘 알던 사람이 왜 떠났는데.”

이번엔 재하가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 후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 그 얘기는 너랑 하고 싶지 않아.

도현의 손가락이 멈췄다.

“아직도 그 일 때문이야?”

짧은 침묵.

— 너야말로.

재하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네.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로 오래된 침묵이 흘렀다.

서연은 모르는 시간.

서연이 재하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던 일.

하지만 어느 쪽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도현이 먼저 말했다.

“어쨌든 서연이한테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

— 쓸데없는 얘기?

“과거 이야기.”

재하의 목소리가 단숨에 차가워졌다.

— 그걸 네가 왜 결정하지?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하가 말했다.

— 이상하네.

“뭐가.”

— 아까부터.

잠시 뜸을 들인 뒤 재하가 물었다.

— 너, 서연이랑 내가 만났던 건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 결혼하고 알게 된 거야?

“…….”

— 아니면.

재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

도현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게 지금 중요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재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 역시.

“윤재하.”

— 나중에 보자.

“볼 일 없어.”

— 난 있는 것 같은데.

통화가 끊겼다.

도현은 한동안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검게 변한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재하는 몰랐다.

서연이 자신과 결혼했다는 걸.

그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재하가 돌아오자마자 서연과 다시 만났다는 것.

그리고 이제.

자신이 서연의 남편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도현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연이었다.

[오늘 이혼 관련 서류 보낼 거야.]

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곧이어 한 줄이 더 왔다.

[확인하고 연락해.]

예전 같았으면 전화부터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화면만 오래 바라봤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재하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서연이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도현은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껐다.

⸻

재하는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었다.

차도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름이었다.

다시는 엮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

그런데 그가 서연의 남편이었다.

재하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3년 전.

그때 서연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누구와 결혼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물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먼저 떠났으니까.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당연했다.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는.

재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제 카페에서 반지가 보이지 않았던 서연의 왼손이 떠올랐다.

‘이혼하려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눈빛은 전혀 덤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차도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재하는 휴대전화 연락처를 열었다.

서연의 이름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당장 전화해서 묻고 싶었다.

도현과 어떻게 만났는지.

왜 결혼했는지.

그리고 왜 하필 그 남자였는지.

하지만 결국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껐다.

아직 서연은 모른다.

자신과 도현이 서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더 정확히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이 서연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재하는 창밖을 바라봤다.

아주 오래 묻어두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묻어둘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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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이 돌아온 날, 나는 이혼했다   Chapter 7.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

    이혼 관련 서류는 그날 저녁 도현에게 전달됐다. 서연이 집에 돌아왔을 때, 봉투는 이미 뜯긴 채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도현은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서연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봤어?” “응.” “변호사 연락처도 적혀 있어.” 그제야 도현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꼭 여기까지 해야겠어?” 서연은 대답 대신 그를 바라봤다. 며칠째 같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도 달라질 게 없었다. “응.” “민채원은 정리했어.” “잘했네.” “그게 끝이야?” “뭘 더 말해야 해?”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네가 원했던 거잖아.” “내가 원한 건 당신이 그 여자랑 헤어지는 게 아니야.” 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결혼 생활에서 나오는 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예전 같았다면 저 침묵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화가 났는지, 실망했는지 눈치를 살폈을 테고 결국 자신이 먼저 말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서연이 먼저 몸을 돌렸다. “할 말 없으면 들어갈게.” “윤재하.” 걸음이 멈췄다. 서연이 천천히 돌아봤다. 도현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또 만날 거야?” “그 얘기가 왜 나와?” “대답해.” 서연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당신이 물어볼 자격 없다고 했잖아.” “그 사람이니까 묻는 거야.” 그 말이 이상했다. 서연은 몇 초간 도현을 바라봤다. “그 사람이라니?” 도현의 입이 다물렸다. “재하가 왜?” “……” “당신 며칠 전부터 이상해.” 서연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사진 한 번 보고 이름을 기억했다고 했지.” “맞아.” “내가 술 마시고 헤어진 얘기까지 했다고도 했고.” “그래.” “근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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