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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hor: 빠우

비서와 함께 올라 온 조준만은 눈앞의 광경을 목격하고는 곧장 크게 외쳤다.

“멈춰!”

건장한 체구의 남자 열몇 명이 움직임을 멈췄다.

“아빠?”

조성준은 놀라 멍해졌다.

“여긴 웬일이에요?”

조준만이 물었다.

“무슨 일이냐?”

조성준은 작은 목소리로 조준만에게 일의 경과를 이야기했다.

조준만의 두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대략적으로 그는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아마도 여진수가 마침 한형걸을 도와줬지만 동시에 한여름의 원한을 샀고, 그래서 눈앞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이지 조준만은 늙은 여우가 따로 없었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시작하거라.”

그때, 여진수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당신이 조준만입니까?”

이곳은 형원 그룹의 빌딩이었고, 스승님이 그에게 남긴 유언에는 조준만에 관한 정보도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조성준이 버럭 화를 냈다.

“우리 아빠 이름이 네가 감히 부를 수 있는 이름인 줄 알아? 이 촌뜨기야!”

여진수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말했다.

“역시 당신이 맞았군요. 잘됐네요. 전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오호?”

조준만은 조금 의아했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나에게는 무슨 볼일로?”

“이념이 제 스승님이십니다.”

쿵!

간단한 한마디에 조준만은 심신이 크게 흔들리며 동공이 확 수축했다.

“아빠, 왜 그래요?”

조성준은 깜짝 놀라 조준만의 얼굴을 살폈다.

“당시에 제 스승님이 당신을 구해주었고, 당신은 스승님께 지분 5%을 주었었죠. 현재 시장가로 당신에게 팔 테니 저에게 현금을 주세요.”

조준만의 낯빛이 이리저리 바뀌더니 끝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인의 제자였군. 당연히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사무실로 오게,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말을 마친 뒤,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

조성준은 깜짝 놀라 말했다.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설마 저 촌뜨기가 정말로 우리 회사 지분 5%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조준만마저도 고작 15%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도 형원 그룹의 최대 주주였다.

그런데 여진수는 오자마자 3대 주주가 되다니. 그렇다면 지위가 그보다도 높다는 것 아닌가?

조준만이 호통을 쳤다.

“닥쳐!”

그런 뒤 한껏 미소 지은 얼굴로 여진수를 향해 말했다.

“이쪽으로.”

여진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조준만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살기가 가득 찼다.

“문 닫아. 저 자식을 죽여!”

“네!”

열몇 명의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뛰어 들어가자 조성준은 철문을 닫았다, 그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 저 자식을 죽이고 나면 그 지분 우리가 가지게 되는 거예요?”

조준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시의 계약은 저 자식이 사인을 해야만 효력이 생겨. 저 자식을 죽이고 나면 그 지분은 영원히 우리의 것이야!”

5%의 지분은 현재 시가로 따졌을 때 약 400억에 달하는 값으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퍽, 퍽, 퍽…

안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시선을 마주한 부자는 잔혹한 미소를 띄며 웃었다.

이내, 안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사라졌다.

조성준은 휴대폰을 든 채 다급하게 철문을 열었다.

“공으로 지분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여름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니, 정말 일타쌍피네요.’

콰당.

문이 열렸지만 조성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여진수가 참혹하게 죽어 있는 모습이 아니라,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그의 앞에 서 있는 여진수였다.

그리고 그가 육성하던 그 수하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진 채 하나같이 게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왜, 놀랍나?”

여진수가 차갑게 말했다.

역시, 스승님의 말이 맞았다! 참으로 음험한 세상이었다!

자신의 것을 되찾으러 온 것뿐인데 계략에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그가 무예에 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비명횡사했을 게 분명했다.

조성준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

조준만 역시도 놀라 슬쩍 뒤로 물러섰다.

여진수는 혼자서 열 몇의 남자를 상대하고도 옷자락에는 주름 하나 없었다.

이는 여진수의 실력이 그들의 용병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당신 무사였어? 1급? 아니면 2급인가?”

조준만이 잔뜩 굳은 얼굴로 물었다.

여진수의 나이에 1급 무사만 돼도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했다.

여진수가 대답했다.

“내려가서 계약서에 사인부터 하죠. 다른 볼일도 있거든요.”

그는 몹시 평온해 보였다.

여진수의 아량이 넓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조준만의 이마에 있는 검은 기운과 손등에 있는 반점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시반이었다!

그 말인즉슨 그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당시 스승님은 그를 구할 때, 만에 하나를 위해 한꺼번에 완전히 치료해 주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말을 바꿀까 봐 미리 예방을 한 것이었다.

조준만은 살짝 멈칫했다. 그는 여진수가 분노에 못 이겨 그들 부자를 불구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대는 몹시도 침착했다.

생각이 바뀐 조준만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절 따라오세요”

현재 두 부자의 목숨이 전부 그의 손에 달린 상황이라 감히 다른 수작은 부리지 못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조준만은 곧바로 서랍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

“사인하세요.’

여진수는 서류를 살펴봤다.

비록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쌓아둔 지식은 적지 않았다.

그것들은 다 그의 스승님 덕이었다.

서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됐습니다. 현재 주가에 따라 가지고 게신 지분의 가치는 400억입니다. 지금 바로 입금해 드릴까요?”

몹시 겸손한 태도의 조준만에게는 평소의 날 선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준만은 서울 재계에서 가히 승냥이라고 불리는 자였다.

잔인한 수완에 전부 몰살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얌전하기 그지없는 꼴이었다.

만약 남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턱이 빠지게 놀랄 게 분명했다.

여진수는 자신의 은행 카드를 꺼냈다.

“여기로 입금해 주세요.”

조준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송금했다.

그런 뒤 컴퓨터 화면을 여진수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보세요, 이미 이체했습니다. 하지만 금액이 워낙 큰 탓에 아마도 12시간은 지나야 입금될 겁니다.”

그 점은 여진수도 알고 있었다.

볼일을 마친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준만은 조성준을 향해 눈짓했다.

“은인을 배웅하거라.”

조성준은 불쾌한 심정을 꾹 누른 채 여진수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들이 떠나자 조준만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사라지고 굶주린 늑대 같은 음험함이 들어찼다.

휴대폰을 집어 든 그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행 쪽인가? 방금 이체한 그 돈 문제가 좀 생겼네. 송금 좀 막아주게나.”

거액 송금은 이렇게도 할 수 있었다.

은행 쪽의 확인까지 받고 통화를 마친 조준만의 입꼬리에 냉기가 서렸다.

“나에게서 돈 받기란 그리 쉽지 않아!”

이내, 그는 자신이 키우고 있던 용병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들에게 정장을 입히고 무기를 들린 채 형원 그룹에 배치했다.

조준만이 보기에 설령 여진수가 2급 무사라고 해도 그의 휘하에 있는 백여 명의 사람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감히 다시 찾아온다면, 반드시 그 목숨값을 가져가 주지!”

그리고 한편, 형원 그룹을 떠난 여진수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쳐다봤다.

그는 우선 새 옷부터 사고 그 김에 가방도 살 생각이었다.

지금 이 꼴은 너무 궁상맞아 보여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게 됐다.

그리고, 막 한 옷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대로 쫓겨나고 말았다.

“썩 꺼져, 꺼져. 웬 거지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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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수의 도시 생활   제27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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