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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Penulis: 말린땅콩

제1화

Penulis: 말린땅콩
“하 대표님, 사모님이 출산하셨는데... 지금 산모가 대량 출혈 중입니다.”

“포기해.”

“아기는요?”

“죽으면 버려.”

...

송별아가 힘겹게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차 안에 앉아 있었고, 재단이 주최하는 자선 만찬이 열리는 시내 특급 호텔로 향하는 중이었다.

가을바람은 서늘하고, 햇살은 눈부셨다.

별아의 콧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나... 분명히 수술대에서 죽었는데...’

그때 피는 멈출 기미가 없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 속에 얼마나 많은 거즈가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의식이 서서히 멀어져 가던 순간, 별아는 하강준의 차갑고 무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응급처치 그만둬.”

목이 막혀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별아는 끝까지 강준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제발... 포기하지 마... 제발...’

뒤이어 들려온 건, 더욱 잔인한 목소리였다.

“애는 죽었어?”

“아직 살아 있습니다, 대표님.”

“보육원에 보내.”

그는 자신의 친자식마저 버렸다.

절망 속에서 별아의 죽음은 의사가 예상한 시간보다도 빨리 찾아왔다.

...

“사모님, 도착했습니다.”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문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별아는 마음을 다잡고 한참이나 호흡을 고른 후 차에서 내렸다.

이어서 멀리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강준을 바라봤다.

맞춤 제작한 정장 차림의 강준은 키가 크고 날렵했다.

그는 깊은 눈매, 손짓 하나에도 품위가 묻어났고, 소매 끝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커프스 버튼은 더욱 눈에 띄었다.

그건 별아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준의 뒤에 선 여자아이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여보.”

성큼 다가와 별아 앞에 선 강준의 곁에는 어린 여자가 따라붙어 있었다.

“이 친구는 소시정이라고 해. 우리 회사가 구조 활동 나갔을 때 알게 된 아이지. 지진으로 가족을 전부 잃고 불안장애까지 생겨서...”

“내가 집으로 데려오려 해. 우리가 직접 돌봐주다가 상태가 좀 나아지면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데, 어때?”

강준은 시정을 향해 눈길을 주며 말했다.

“인사해.”

“별아 언니.”

시정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별아의 시선이 시정의 겁먹고 수줍은 얼굴에 머물렀다.

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별아는 자신이 다시 살아나 죽기 전으로 회귀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이제 별아에게 더는 의심은 없었다.

자신이 진짜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돌아온 시점은, 하강준이 소시정을 별아 앞에 데려왔던 바로 그날이었다.

별아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강준은 자선 활동을 한다고 했지만 그건 늘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

돈을 내든 물품을 기부하든, 언제나 모든 건 강준의 비서가 대신 처리했다.

어쩔 수 없을 때만, 강준은 학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거나 요양원에 들러 노인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 모든 행보는 결국 회사의 이익을 계산한 결과일 뿐이었다.

그런 강준이 지금처럼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안달이 난 적은 없었다.

이번만큼은 분명, 강준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었다.

별아는 그 눈빛 속에서 ‘갈망’을 보았다.

그래, 갈망이었다.

강준은 시정을 곁에 묶어 두고 싶어 했다.

그리고 별아라는 아내를 자신의 세계에서 지워내고 싶어 했다.

“그래.”

별아가 이렇게 쉽게 대답하자, 강준은 순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

“여보... 진짜 허락한 거야?”

별아는 강준 눈빛 속, 터져 나오려는 기쁨을 애써 누르고 있는 흔적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응.”

지금의 별아는 강준을 바라보며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

별아와 강준은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남들이 보기에도 딱 어울리는 집안의 소꿉친구였다.

예전, 별아가 좋아하던 달콤한 마카롱을 직접 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강준은 무려 세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카롱은 별아의 손 위에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그때 모두가 말했다.

하강준은 송별아를 사랑한다. 사랑에 미쳐 있다고.

강준은 무려 7년 동안이나 별아에게 마음을 쏟으며 뒤를 따라다녔다.

별아가 마침내 강준의 진심을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였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고 결국 결혼까지 이어졌다.

결혼 후 3년 동안, 강준은 별아를 극진히 아꼈다.

별아가 눈살만 찌푸려도 강준은 금세 가슴 아파했다.

별아에게 중요한 날은 그가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 강준 덕분에, 별아는 착각에 빠졌다.

‘세상 모든 남자가 바람을 펴도, 우리 남편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하지만 별아는 틀렸다.

강준이 사랑할 땐 진심이었다.

별아를 하늘 위에 올려놓고, 세상을 발아래 짓밟을 수 있을 만큼.

그러나 사랑이 식은 뒤엔, 그만큼 진심으로 별아를 지옥으로 내던질 수도 있었다.

별아는 강준의 사랑을 과대평가했고, 마음이 변한 남자의 잔혹함을 과소평가했다.

소시정의 등장은 하강준 마음속 ‘송별아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불씨’를 기어이 지펴냈다.

전생, 별아가 죽기 전에도 바로 이 순간이었다.

결혼이 위태로워졌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순간.

그때 별아는 본처의 위엄을 세우듯, 시정을 여러 차례 불러 은밀하게 경고했다.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상간녀가 되지 마.”

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강준에게는, 그 어떤 도덕적 경계도 남아있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은, 시정이 목덜미 가득한 키스 자국을 달고 별아 앞에 나타났을 때였다.

그 순간, 별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별아는 돈을 쥐여주며 시정을 K시에서 몰래 떠나게 했다.

두 번 다시 강준과 마주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날 밤, 시정은 불행히도 사고를 당했다.

깡패들에게 끌려가 모욕을 당하고 살해당한 것이다. 현장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사건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송두리째 흔든 불씨가 되었다.

시정의 죽음은 강준에게 지워지지 않는 붉은 점, 평생의 집착이 되어버렸다.

그 후로 강준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별아가 연예 뉴스에서 강준을 볼 때마다, 남편의 곁엔 어김없이 시정을 빼닮은 여자가 있었다.

그건 강준의 방식이었다.

‘소시정의 대역이라도 송별아보다 귀하다’고 세상에 알리며, 별아를 조롱하는 방식.

별아는 알았다. 강준은 자신을 증오했다.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라는구나.’

그래서 산고 끝 대량출혈로 생사가 오갈 때, 강준은 서슴없이 말했다.

“포기해.”

“...”

하지만 운명은 달랐다.

별아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믿기 힘든 기회였다.

이번 생에서 별아는 결심했다.

하강준과 소시정을... 끝까지 이어주겠다고.

...

별아가 돌아서려는 순간, 강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여보, 화났어? 시정이 오래 안 있을 거야. 애가 착해서 우리한테 부담 안 줄 거야.”

“그래?”

별아는 다시 고개를 들어, 속눈썹을 길게 떨군 시정을 바라봤다.

희고 맑은 피부, 반짝이는 긴 속눈썹, 은은하게 빛나는 분홍빛 입술.

열여덟의 나이에 단정하게 묶은 포니테일마저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별아는 다시 고개를 들어, 수줍음에 속눈썹을 살짝 떨군 시정을 바라봤다.

투명할 만큼 희고 매끄러운 피부, 또렷하게 빛나는 긴 속눈썹,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든 입술.

갓 성인이 된 열여덟 살, 단정히 묶은 포니테일조차 위험할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시정은 감히 별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별아가 말을 꺼낼 때마다, 시정은 무의식적으로 강준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런 본능적인 보호 본능의 반응은, 두 사람이 오늘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즉, 강준과 시정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다.

별아만 이제야 알아차렸을 뿐.

별아의 시선이 시정의 얼굴에서 서서히 강준의 눈빛으로 옮겨졌다.

강준의 표정에는 복잡한 기색이 깔려 있었다.

마치 별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신이 체면을 잃을까 은근히 신경 쓰는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

전생의 별아라면, 강준이 다른 여자에게 신경 쓰는 낌새만 보여도 당장 울고 소리 지르면서 죽겠다고 매달렸을 것이다.

‘하강준은 내 거야. 죽을 때까지 내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준의 마음이 이미 떠났다는 걸 안 이상, 별아는 더 이상 집착할 이유가 없었다.

“시정이가 집에 들어와 산다니까... 편히 있어. 내가 잘 챙길게.”

별아의 말이 끝나자, 강준의 어깨에서 힘이 풀린 듯 안도의 기색이 드러났다.

그는 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역시 우리 여보는 이해심이 깊다니까.”

별아는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가 정말로 개의치 않는 게 아니었다.

전생에서 그 끓어오르는 ‘의식’은 결국 수술대 위의 피투성이 시신으로 돌아왔으니까.

별아는 아기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젠 절대 바보처럼 굴지 않아.’

“시정아, 나랑 같이 갈래? 쇼핑몰 가서 네가 좋아하는 거 좀 골라야지. 괜히 우리 남편이 내가 사람도 제대로 못 챙긴다고 뭐라고 하겠어.”

별아가 조용히 시정을 바라봤다.

시정은 속눈썹을 떨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아 언니가 준비해주시는 건 다 괜찮아요. 전 까다롭지 않아요.”

“얘가 망고 알레르기가 있어서, 음식이나 음료 고를 때만 피하면 돼.”

강준이 덧붙였다.

그 순간, 별아의 가슴이 콕 하고 찌르듯 아려왔다.

그럼에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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