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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리버브

作者: 신도아
last update 公開日: 2026-06-17 08:03:59

“안녕하세요, 우정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자기소개 후 박수가 이어졌다. 정하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하 씨, 우리는 여기서 본명 안 써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잔 의미에서? 그러니까 우리 플랫님 이름은 잊어줄게요? 콜?”

“아, 네!”

낯선 분위기 속 누군가 정하에게 설명했다.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야겠죠? 전 디스토션이에요.”

“저는 4분의 4박자.”

“피아노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본인의 닉네임을 소개했다. 디스토션, 4분의 4박자, 피아노맨.. 각각 성격은 달랐지만 모두 음악과 관련된 이름이었다. 정하는 처음 듣는 닉네임이 쏟아지자 무엇이 누구인지 정리할 틈도 없었다.

“저는 피치예요.”

본인을 ‘피치’라고 소개하는 여자를 끝으로 모두의 소개가 끝났다. 맑은 목소리였다. 마지막 여자의 목소리에 정하는 정신이 번뜩 드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순간 피치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치도 정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마주친 적 있는 걸까. 누군지 딱 떠오르진 않는데, 익숙했다. 하나의 단어로 형용할 수 없었다. 블루문의 사장님은 그런 둘을 유심히 지켜보는 듯 했다.

“오늘은 저번주에 피치님이 신청해주신 대로 드뷔시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피아노맨이 손뼉을 마주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으곤 얘기했다. 그러자 모두들 좋다며 본격적인 모임 시작을 할 준비를 했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 메모장을 꺼냈고, 어떤 사람은 노트와 볼펜을 펼쳤다. 연보라색 표지의 노트가 정하의 눈에 들어왔다. 피치는 연보라색 노트를 펼치고 파란색 하트 장식이 달린 볼펜으로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

“저는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면서 되게 재밌었어요. 뭔가 얽매이지 않은 느낌이라 그런가.”

“맞아요. 과연 인상주의 음악의 표본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저는 특히 ‘달빛’을 들으면서 감성이 섬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막연한 환상, 그러니까 운명 같은 거요. 드뷔시가 시대에 반항적인 사랑론을 믿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

모임은 두 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정하는 빨리 집에 가서 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조금 아쉽기도 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오늘 재밌었어요, 플랫님. 다음주에 봬요.”

제일 먼저 정리를 끝낸 피치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녀가 나가고, 정하가 멍하니 그녀가 나간 자리를 쳐다봤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디스토션이 정하에게 다가왔다.

“너무 들뜨지 마세요.”

“네?”

“은근히 사람 헷갈리게 하는 타입이거든요, 피치님”

디스토션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그리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정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홀린 듯 했던 기분이 알 수 없는 불쾌함으로 바뀌었다.

-

며칠 후, 정하의 출근길이었다. 본인도 모르게 며칠 전 모임에서 감상했던 드뷔시의 ‘달빛’을 흥얼거렸다. 빨간불.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누군가가 정하에게 말을 걸었다.

“플랫님?”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리버브 모임에서 본 피치라는 여자가 서 있었다. 민트색 가디건에 청바지, 가벼운 차림이었다.

“어? 피치님! 이 근처 사시나봐요. 어디 가세요?”

모임에서 감상한 음악을 흥얼거리다가 모임의 멤버를 만났다. 반가웠다. 그게 피치라서 더.

“네. 아르바이트요. 건너편 카페에서 일하거든요.”

“아, 요즘 취업이 어렵긴 하죠.”

“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요..!”

말을 내뱉자마자 정하는 속으로 후회했다. 왜 하필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말을 꺼낸 정하보다 피치가 더 태연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힘내시고요.”

“네, 시간 되시면 카페 놀러 오세요. 서비스 드릴게요.”

그렇게 피치와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고 정하는 조금 더 걸어 학원에 도착했다.

‘아, 그러고 보니 본명도 모르네.“

정하는 생각했다. 같은 모임에, 일하는 곳도 가깝고, 동네도 같은 것 같은데 이름이라도 물어볼 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연속에서 수업 3개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횡단보도 앞에서 웃던 피치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

”쌤 안녕히 계세요.“

학생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정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심히 가~“

학생들도 모두 하원을 하고, 다른 강사들도 퇴근했다. 정하 혼자 연습실에 남았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꺼냈다. 음악 스트리밍 어플 맨 위. ’드뷔시 – 달빛‘. 정하는 한동안 그 제목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결국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리버브 모임, 횡단보도, 카페, 그리고 그 피치라는 여자..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띠링-

그때 드뷔시의 ’달빛‘만이 흘러나오던 휴대전화에서 문자음이 들렸다.

J- ‘정하야 형 곧 앨범 작업 들어간다. 할 말 있으니까 시간 날 때 연락해’

정하는 문자 내용을 몇 번 더 읽었다. 오랜만의 앨범 작업 제안이었다.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시간 되시면 카페 놀러 오세요’

그러나 정하의 마음 속에는 낮에 만난 피치의 목소리만 메아리처럼 생각났다. 정하가 낮게 웃었다.

설명되지 않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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