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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Auteur: 신도아

1화. 블루문

Auteur: 신도아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6-17 08:01:56

6월의 어느 목요일 밤. 70 lux(룩스, 조명의 단위) 정도의 아주 어둡지 않은 조명이 번지는 곳. 바 안쪽엔 턴테이블 두 개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LP가 보였다. 스피커를 통해 빈티지한 질감의 클래식이 잔잔하게 공간을 물들였다. 낮게 깔리는 첼로 선율 위로 피아노 음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중간중간 노이즈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공간 특유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잘 다려진 흰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남성. 그의 흰 머리카락은 헤어스프레이로 잘 고정되어 있었다.

“문 룰러바이 (Moon Lullaby – 달의 자장가) 나왔습니다.”

바텐더가 테이블의 손님에게 마티니 잔을 건넸다. 작은 바다가 빛나는 것처럼 푸른색의 칵테일이 찰랑거렸다.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시겠네요, 손님. 어쩌면 기다리던 소식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편안하게 즐기다가 가세요.”

손님을 향한 인자한 웃음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그는 왼쪽 가슴팍에 ‘제이(Jay)’라고 쓰여있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제이를 향해 손님 또한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6월임에도 밤공기는 제법 찼다. 잠시 밖으로 나온 제이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 직전의 달빛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이뤄지길 바라는 소망,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 같기도 했다. 제이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유리창 너머 가게 안에는 서넛의 사람이 음악과 술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사람도, 친구와 온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일주일의 밤을 천천히 지나 보내는 중이었다.

“개기 월식이 얼마 안 남았네.”

-

‘Closed’

도시 전체가 남색으로 물들었다. 해가 뜨기 전의 짧은 시간, 사람들은 그것을 ‘블루아워’라고 불렀다. 대부분이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시각. 제이가 이곳 블루문의 영업 팻말을 뒤집어 놓았다.

다시 가게 안으로 돌아온 제이. 잠시 가게를 슥 둘러 보더니 진열장 안쪽 공간으로 사라졌다. 몇 분 후 다시 나온 제이의 손에는 꽃병이 들려있었다. 꽃잎 끝 옅은 보랏빛이 달빛에 비쳤다. 중심부는 작은 별 조각처럼 반짝였다.

흔한 꽃처럼 보였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향이었다. 은은한 허브향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젖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달콤하면서도 서늘했다. 제이는 진열장 끝에 놓인 거울 옆자리에 꽃병을 비치했다. 아늑한 공간과는 다르게 장식이 유독 화려한 거울이었다. 정 가운데 유리 밑에는 바이올렛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섞인 루비가 박혀 있었다. 루비를 누르면 무언가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이는 꽃병의 위치를 여기저기 옮겨 보았다. 어울리는 자리를 찾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제이의 모습이 거울에 스쳤다. 제이가 거울 앞을 지나니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새빨간 입술에, 묘한 비현실감이 서려 있었다. 분명 사람의 모습인데 이상하게 생기가 없었다. 죽은 꽃 같았다.

“곧 재밌는 일이 시작되겠네요. 그죠?”

거울 속 여자를 보며 제이가 중얼거렸다. 그도, 거울 속 존재도 웃고 있었다.

냐옹-

그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제이의 곁에 다가왔다. 순백의 털을 가진 터키시 앙고라였다. 한눈에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루루”

제이는 익숙한 듯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루루,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니? 아무래도 네가 그 사람들을 이리로 잘 안내해야 할 것 같구나. 이번에도 잘할 수 있지?”

고양이 루루가 꼬리를 느리게 살랑거렸다. 알아들었다는 대답 같았다.

“새로운 술을 준비해야겠어.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될 거야.”

거울에 박혀있는 루비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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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커에 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 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 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 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꽃이 보랏빛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 또는 저주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원래 그런 건 이 칵테일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건네주곤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정하를 향해 작게 입 모양을 움직이더니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예쁘네요.” 정하가 블루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블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정하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칵테일을 말한 건지, 눈앞의 여자를 말한 건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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