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셰이커에
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 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 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 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꽃이 보랏빛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 또는 저주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원래 그런 건 이 칵테일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건네주곤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정하를 향해 작게 입 모양을 움직이더니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예쁘네요.” 정하가 블루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블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정하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칵테일을 말한 건지, 눈앞의 여자를 말한 건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아, 아니. 칵테일이요!” “아, 물론 블루님도 엄청 아름다우시고요..” 고장난 듯 횡설수설하는 정하를 보고 블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변명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저, 보라요. 본명 류보라예요.” “아..” 정하가 홀린 듯 감탄했다. 보라는 그런 정하가 재밌고, 좋은 사람 같았다. “일단 마실까요? 문위스퍼.” 보라가 먼저 잔을 들고 정하를 보며 눈짓했다. 한 모금 들이키니 향긋한 꽃향과 허브향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목 끝이 은은하게 뜨거워졌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더운 어른의 맛이었다. “맛있네요.” “그래요?” 정하도 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순간이었다. 둘은 낯선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단둘만 남은 기분. 찰나였지만 바의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보라가 정하를 쳐다보았다. 정하 역시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둘은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서로를 보았다. 이상했다. 확실히 무언가를 느끼긴 했는데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둘은 정신이라도 차리듯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맛.. 있네요.” “그러게요.. 하하..” 둘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보라는 다시 한 번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여전히 맛있고 향기로웠지만 아까와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블루님, 아니 보라 씨는 원래 작사가가 꿈이었어요?” “아, 아니요. 저는 사실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이에요. 한국대학교 19학번.” ‘한국대학교 19학번’이라는 보라의 말에 정하의 눈이 커졌다. “진짜요?” “네, 원래 가수가 꿈이었는데 여건이 안돼서 포기했었거든요. 근데도 음악은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보라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조금 쓸쓸해보였다. “....” “저도 한국대학교 실음과에요! 보컬 전공이고, 14학번이요” “정말요?” 정하의 대답에 보라도 놀라운 듯 눈이 커졌다. 정하와 교집합이 많았다. 그래서 신기하고, 더 무서웠다. “근데 왜 노래 안 하세요?” “J 형이 대단한거죠. 가수가 되는 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대신 학원에서 아이들 보컬을 가르치고 있어요.” “멋있네요..” 정하는 괜히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하 같은 사람이 왜 가수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정하가 잔을 만지작거렸다. 희한하게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멋있네요..'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달의 속삭임이 서서히 저무는 밤이었다.셰이커에 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 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 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 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꽃이 보랏빛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 또는 저주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원래 그런 건 이 칵테일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건네주곤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정하를 향해 작게 입 모양을 움직이더니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예쁘네요.” 정하가 블루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블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정하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칵테일을 말한 건지, 눈앞의 여자를 말한 건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싫어, 안 해. 귀찮아.” J의 정식 제안을 듣기도 전에 정하는 J가 전화를 받자마자 거절 의사부터 밝혔다. 그러나 정하의 그런 반응을 예상한 건지, 전혀 당황하지 않은 J였다. “이번에 블루도 앨범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순간 ‘블루’라는 이름이 정하의 귓가에 꽂혔다. 볼멘소리를 하려던 기색을 감추고 잠자코 J의 말을 들었다. “너 블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심지어 너 블루가 쓴 가사라면 네가 평소에 극혐하는 아이돌 노래라도 다 찾아 듣잖아.” ‘블루’ 두 글자에 정하의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귀찮기만 했던 J의 프로듀싱 제안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런 정하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J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싫으면 말고. 너 말고도 나랑 작업하고 싶다는 프로듀서 널렸다. 끊어~” “잠깐, 잠깐만 형! 할게, 나 할게!” 몇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고, 만족한 J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정하는 홈 화면이 떠 있는 휴대전화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현실이 맞나 싶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야” 아팠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정하는 허벅지까지 꼬집었다. 역시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새로운 바람이 부는 느낌이었다. 마치 미니멀한 어쿠스틱 트랙 같던 일상에 처음으로 시티팝이 스며든 기분이었다. -
“안녕하세요, 우정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자기소개 후 박수가 이어졌다. 정하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하 씨, 우리는 여기서 본명 안 써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잔 의미에서? 그러니까 우리 플랫님 이름은 잊어줄게요? 콜?” “아, 네!” 낯선 분위기 속 누군가 정하에게 설명했다.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야겠죠? 전 디스토션이에요.” “저는 4분의 4박자.” “피아노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본인의 닉네임을 소개했다. 디스토션, 4분의 4박자, 피아노맨.. 각각 성격은 달랐지만 모두 음악과 관련된 이름이었다. 정하는 처음 듣는 닉네임이 쏟아지자 무엇이 누구인지 정리할 틈도 없었다. “저는 피치예요.” 본인을 ‘피치’라고 소개하는 여자를 끝으로 모두의 소개가 끝났다. 맑은 목소리였다. 마지막 여자의 목소리에 정하는 정신이 번뜩 드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순간 피치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치도 정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마주친 적 있는 걸까. 누군지 딱 떠오르진 않는데, 익숙했다. 하나의 단어로 형용할 수 없었다. 블루문의 사장님은 그런 둘을 유심히 지켜보는 듯
“쌤, 내일 수업 없죠?” “네. 확실히 학교 시험 기간이라 그런가, 토요일 수업이 다 캔슬이네요.” “좋겠다, 그럼 정하 쌤 내일 쉬겠네.” 부러움이 섞인 원장선생님의 말에 정하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인사를 하는 정하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작은 배낭을 멘 그가 학원을 나왔다. 학원 문 위쪽엔 ‘리버브 음악학원’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열댓 발자국을 걸으니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그제서야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정하가 익숙한 듯 바 안쪽 끄트머리에 앉았다. 아까 학원에서의 표정과는 다르게 왠지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어쩐지 살짝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아, 왔어요? 오늘도 늘 마시던 걸로?” “네, 감사합니다.” 정하의 대답에 바텐더는 웃으며 위스키병을 찾았다. “여기 있네, 손님 전용 위스키.” 바텐더가 진열장 앞 작은 공간에서 위스키 잔과 웰컴 스낵을 꺼내 세팅했다. 웰컴 스낵은 작은 치즈 조각이었다. “부나하벤 12년입니다. 오늘 하루도 부디 이대로 편안하게 지나가면 좋겠네요.”
6월의 어느 목요일 밤. 70 lux(룩스, 조명의 단위) 정도의 아주 어둡지 않은 조명이 번지는 곳. 바 안쪽엔 턴테이블 두 개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LP가 보였다. 스피커를 통해 빈티지한 질감의 클래식이 잔잔하게 공간을 물들였다. 낮게 깔리는 첼로 선율 위로 피아노 음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중간중간 노이즈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공간 특유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잘 다려진 흰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남성. 그의 흰 머리카락은 헤어스프레이로 잘 고정되어 있었다. “문 룰러바이 (Moon Lullaby – 달의 자장가) 나왔습니다.” 바텐더가 테이블의 손님에게 마티니 잔을 건넸다. 작은 바다가 빛나는 것처럼 푸른색의 칵테일이 찰랑거렸다.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시겠네요, 손님. 어쩌면 기다리던 소식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편안하게 즐기다가 가세요.” 손님을 향한 인자한 웃음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그는 왼쪽 가슴팍에 ‘제이(Jay)’라고 쓰여있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제이를 향해 손님 또한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6월임에도 밤공기는 제법 찼다. 잠시 밖으로 나온 제이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 직전의 달빛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이뤄지길 바라는 소망,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 같기도 했다. 제이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유리창 너머 가게 안에는 서넛의 사람이 음악과 술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