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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손목도 서비스예요

مؤلف: 루니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7 17:08:21

다음 날, 윤서하는 어제 대걸레로 밀어버린 남자가 회장 손자라는 사실을 들었다.

문제는 놀란 게 아니었다.

조금 더 세게 밀 걸 싶었다.

“차이준 도련님 몰라봤어요?”

김미자가 청소용 장갑을 끼며 묻자 서하는 쓰레기봉투 입구를 묶던 손을 멈췄다.

“도련님이요?”

“어제 동관 서재에 있던 사람.”

“아.”

“그게 끝이에요?”

“그럼 절이라도 해야 돼요?”

미자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서하는 봉투를 카트에 얹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회장 손자든 회장 증손자든 밤마다 쌓이는 먼지가 알아서 피해주진 않을 테고, 월급명세서에 ‘재벌 손자 비위 맞춤 수당’이 붙는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말조심은 좀 해요.”

“제가 먼저 시비 건 것도 아닌데요.”

“도련님이 원래 좀 그래.”

“좀?”

서하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남편 있냐고 캐묻고, 얼굴 가까이 들이밀고, 이름 대신 유부녀 씨라고 부르던 인간.

“많이 같은데.”

미자가 카트를 밀다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괜히 엮이지 마요.”

“제가 미쳤어요?”

대답은 빨랐고 진심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미자가 떠난 뒤에도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입안에 남았다. 서하는 카트 손잡이를 밀며 혼자 중얼거렸다.

“도련님은 무슨. 도른님이면 몰라도.”

“그건 나 부르는 거?”

등 뒤에서 바로 답이 떨어졌다.

서하가 멈췄다가 천천히 돌아보니 이준이 복도 기둥에 기대 있었다.

“엿듣는 취미도 있어요?”

“내 이름 비슷한 게 들려서.”

“도른님이 이름이에요?”

“차이준.”

“안 물어봤는데.”

“이제 모른다는 핑계 못 대게.”

“알아도 안 불러요.”

“왜?”

“입 아까워서.”

“그럼 도련님이라고 해봐.”

서하는 일부러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아주 조금 숙였다.

“도련님, 청소하는 데 방해되니까 저쪽으로 꺼져주시겠어요?”

이준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졌다.

“그건 하지 마.”

“왜요? 잘 어울리는데.”

“소름 돋아.”

“좋네요. 앞으로 자주 해야겠다.”

서하는 그대로 지나쳤고, 뒤에서 투덜거림이 따라왔다.

“칭찬 고맙습니다, 도련님.”

“야.”

그 한마디가 꽤 통쾌해서 서하는 입술을 꾹 눌러 웃음을 감췄다.

동관 복도를 맡은 서하는 유리문부터 닦기 시작했다. 전날보다 손이 익어서 속도가 붙었고, 얼룩 하나 없이 투명해진 문을 보며 꽤 만족했는데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붙었다.

“오.”

서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벌써 알아듣는다는 사실부터 기분 나빴다.

“뭐요.”

“내 이름 모른다며.”

“지금도 몰라요.”

“방금 속으로 욕하면서 불렀을 것 같은데.”

“자기애가 병이네.”

이준이 유리문 옆에 기대섰다. 오늘은 셔츠 단추도 멀쩡했고 머리도 정리돼 있었으나, 입만 열면 어제 그 재수 없는 인간 그대로였다.

“유부녀 씨.”

“그렇게 부르지 마요.”

“그럼 이름 알려줘.”

“싫어요.”

“봐. 그럼 선택지가 없잖아.”

“아줌마라고 부르면 죽여요.”

“그건 나도 싫은데.”

“왜요?”

이준이 서하를 위아래로 한번 훑었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 어울려.”

서하 손이 잠깐 멈췄다.

아무 뜻 없이 던진 말처럼 들렸는데,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장갑 안 손가락까지 간질였다. 그래서 바로 표정을 구기며 유리 세정제를 뿌렸다.

“작업 방해하지 말고 가요.”

“나 여기 볼일 있는데.”

“무슨 볼일.”

“구경.”

“동물원 가세요.”

“이미 재밌는 거 보고 있잖아.”

“돈 내요.”

“얼마.”

“당신이 감당 못 할 만큼.”

이준이 또 웃었다.

서하는 그 웃음이 싫었다. 더 정확히는, 저 인간이 웃을 때마다 자기도 받아칠 말을 찾고 있다는 게 싫었다. 그냥 무시하면 끝인데, 이상하게 한마디는 꼭 더 해주고 싶었다.

“바쁘니까 비켜요.”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존재가 방해예요.”

“상처받네.”

“회장 손자도 상처받아요?”

“유부녀한테는 좀.”

“그 단어 한 번만 더 하면 걸레 물 먹여요.”

“왜, 남편 생각나?”

서하가 고개를 홱 돌렸다.

“우리 남편 얘기 좋아하네.”

“궁금하잖아.”

“뭐가요?”

“어떤 사람이길래 당신 같은 여자랑 8년을 살았나.”

이번엔 서하가 웃었다.

“인내심이 아주 좋아요.”

“그건 알겠다.”

“왜.”

“나였으면 하루 만에 싸웠을 것 같아서.”

“우린 지금 하루도 안 됐는데 이미 싸우고 있잖아요.”

“그러네.”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서하는 반사적으로 경계했으나 그 손은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

쓱.

방금 닦아놓은 유리문 한가운데 손바닥이 찍혔다.

서하는 말이 없었다.

손자국 다섯 줄이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뭐 했어요?”

“흔적 남겼는데.”

“봤거든요.”

“잘 닦였나 확인.”

“확인은 눈으로 하지 손바닥으로 해요?”

“난 체험형이라.”

이준이 한 번 더 손을 대려는 순간, 서하가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랐는지 이준도 잠깐 멈췄다.

서하는 그대로 손을 유리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더럽히면.”

“더럽히면?”

“손도 닦아버려요.”

둘의 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장갑 낀 서하 손 안에서 이준의 손목이 생각보다 따뜻했고, 이준은 빠져나가기는커녕 잡힌 자리를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아주 뻔뻔하게 웃었다.

“유부녀 씨.”

“왜요.”

“손 잡는 건 서비스야?”

서하는 잡은 손목을 한 번 더 비틀었다.

“손목 꺾는 것도 서비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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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만 하기로 했잖아 유부녀씨   26화. 삭제했는데 왜 남아 있어

    암실 구석 카메라의 빨간 불이 켜진 순간, 윤서하는 차이준보다 먼저 벽을 봤다.“저거 뭐예요.”“잠깐.”“차이준 씨.”“나도 지금 봤어.”“그 말을 믿으라고?”서하는 방금 전까지 잡고 있던 그의 셔츠깃을 놓고 곧장 카메라 쪽으로 갔다. 빨간 표시등은 아직 살아 있었고, 렌즈 방향은 정확히 둘이 서 있던 쪽을 향하고 있었다.심장이 확 식었다.키스한 게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찍혔다는 순간부터 문제 크기가 달라졌다.“이거 당신 거죠?”“응.”“응?”“아카이브 촬영용.”“촬영용?”서하가 그대로 돌아섰다.“나 찍은 거예요?”“일부러는 아니야.”“그럼 실수로 찍은 건 괜찮아요?”“안 괜찮지.”“근데 왜 이렇게 침착해!”서하는 카메라를 당장 뜯어버릴 듯 손을 뻗었고, 이준이 먼저 메모리 장치를 꺼냈다.“기다려.”“뭘 기다려요.”“확인하고 바로 지울게.”“지운다는 말 믿어도 돼요?”“직접 봐.”그 말에 서하가 잠깐 멈췄다.이준은 핑계를 대지도 않았고, 카메라를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트북을 바로 켜 화면을 서하 쪽으로 돌렸다.“이거 타임랩스 장비야.”“타임 뭐요?”“몇 초 간격으로 사진 찍는 거.”“그러니까 우리가 몇 초 간격으로 찍혔다는 거잖아요.”“그 표현 진짜 무섭다.”“지금 농담이 나와요?”“안 나와.”이번엔 진짜 웃지 않았다.파일 목록이 화면에 떴고, 서하는 이준 어깨 옆으로 바짝 붙어 하나씩 확인했다. 처음에는 빈 암실, 다음에는 사진을 정리하는 둘, 그 뒤로 갈수록 거리가 가까워졌다.서하 손이 멈췄다.“넘겨요.”“봐야 지우지.”“보기 싫으니까 빨리.”“알았어.”다음 사진.서하가 이준 셔츠깃을 잡고 있었다.그다음.입술이 닿기 직전.다음.서하가 바로 손바닥으로 화면을 가렸다.“꺼요.”“지울게.”“지금.”이준은 바로 전체 선택을 눌렀다.“원본도.”“응.”“임시파일도.”“응.”“휴지통까지.”이준이 서하를 한번 봤다.“나 못 믿어?”“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 키스만 하기로 했잖아 유부녀씨   25화. 더 아쉬운 쪽

    “우리 둘 다겠지.”차이준이 그렇게 말한 뒤부터 윤서하는 그 문장이 자꾸 걸렸다.둘 다 나쁜 거라면, 왜 저 인간만 태연해 보이는지. 왜 자기만 남편 얼굴을 볼 때마다 죄라도 들킨 사람처럼 목이 막히는지, 그것도 짜증났다.그리고 그날 밤, 서하는 결국 먼저 차이준을 암실 벽으로 밀었다.“왜 또 도망가요.”이준 등이 벽에 닿자 그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었다.“내가?”“요즘 자꾸 멀쩡한 척하잖아요.”“멀쩡하면 싫다며.”“재수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그래서 지금 따지러 온 거야?”“일하러 왔어요.”“사람을 벽까지 밀면서?”서하는 그제야 자기 손이 이준 셔츠 앞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놓으면 됐는데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더 꽉 쥐었다.“암실 정리하러 왔다고요.”“응. 근데 지금 정리되는 건 나 같은데.”“그 입부터 정리할까요?”“키스로?”“진짜 죽어.”“또 그 말.”이준이 웃었다.오늘 촬영할 오래된 필름과 사진을 정리하러 들어온 암실은 문을 닫자 바깥 소리가 거의 끊겼고, 붉은 안전등 하나만 켜져 있어 서로 얼굴도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서하는 그게 싫었다.차이준이 평소보다 더 위험해 보여서.“사진이나 꺼내요.”“잡은 거부터 놔주면.”“내가 언제 잡았다고.”“유부녀 씨.”그가 아래를 한번 봤다.서하도 따라 내려다봤다가 바로 손을 놓았다.“착각하지 마요.”“뭘.”“당신 좋아서 그런 거 아니니까.”“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다 불었네.”“미친놈.”“좋아한다는 말만 빼고 계속 고백하는 것도 재주다.”서하는 필름 상자를 집어 그의 가슴에 밀어붙였다.“이거나 들고 있어요.”“오늘 성질 더럽네.”“누구 때문에.”“남편?”서하 눈이 바로 올라갔다.이준이 작게 웃었다.“역시 그건 건드리면 바로 보네.”“당신이 제일 싫은 이유 알아요?”“잘생겨서?”“양심이 없어서.”“너도 요즘 좀 없어 보이던데.”“뭐요?”“내 앞에서만.”서하는 할 말을 잃었다.맞는 말이라 더 짜증났다.이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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