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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2화 : 이후(李侯) (2)

Author: DAMYEON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2 07:39:04

그 순간.

그의 시야 위로,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텨야 했던 부족민들.

끊임없는 전쟁과 추위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고 의지하며 살아온 이들.

그리고 그 모두를 지켜야 하는 자.

백호족의 후계자라는 이름 아래 주어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책임.

달빛이 점점 더 짙어지자, 그의 숨결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후는 피하지 않고 푸른 눈동자를 더 크게 뜬 채, 정면으로 달을 마주 보았다.

달은 마치 응답하듯, 축복처럼 맑고 청명한 빛을 아낌없이 쏟아내렸다.

그리고 그 빛은 고스란히, 이후의 두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는 그렇게 백호족의 고귀한 순혈이자 후계자임을, 달에게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 비밀스러운 의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예기치 않게 상국 군사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홀로 고립되었던 이후가 마침내 백호부로 무사히 돌아오자, 부족 사람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했다.

특히 한 사람은,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채, 울음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의 정실이 될 소녀인, 백호부 서군 장군 연운의 딸 연화였다.

그녀의 집안은 비록 순혈은 아니었으나, 백호족의 시조 이완이 백호부를 세울 때부터 곁에서 보필해 온 명문이었다.

그녀는 이후의 처소 월지(月池)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소군(小君)…! 나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는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다는 듯, 그녀를 품에 안고 조용히 다독였다.

미인의 작은 어깨가 그에게 기대어 들썩였고, 고운 눈에서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이 가슴팍을 적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앵두 같은 입술이 제 입술에 닿는 순간… 이후는 순간 칼에 베인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아앗!”

“소군, 얼굴에 상처가!”

 그의 콧등과 입술 한쪽이 붉게 갈라져 있었다.

말라붙은 핏자국도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후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깊은 상처는 아니에요. 적에게 쫓기다, 넘어지면서 그만….”

 말끝을 흐린 이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에게서 한걸음 물러선 모습 또한… 어쩐지 평소와 달랐다.

그제야 이후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상처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것을.

 ‘이게 왜… 이제 와서 아픈 걸까….’

***

 랑하는 수하들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광명군부로 복귀했다.

몸에 큰 상처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어딘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은어곡에서 그들이 마주친 백호족 무리 중, 단 한 명도 붙잡히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바람처럼 사라졌고, 병사들은 더 이상의 추격에 실패했다.

 “은어곡을 샅샅이 뒤져라!”

 랑하의 목소리가 군부 안을 울렸다.

 “그놈들이 대체 거기서 무얼 한 건지, 혹시 단서를 남긴 건 없는지 살펴라! 계곡 초입과 주변에도 두루 매복을 두도록 하라!”

“예! 대장군!”

 그러나 서릿발 같은 명령을 내리는 중에도, 그의 눈빛은 어딘가 혼란스럽고 공허했다.

 랑하는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은 채로, 현궁으로 복귀했다.

속이 여전히 뒤틀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입술에 남은 열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의원이 급히 불려 왔지만, 진찰 결과는 뜻밖이었다.

 “중독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외상도 없고, 체내 기맥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그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의원의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몸은 멀쩡할는지 몰라도, 머릿속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수련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 누운 그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 밤.

꿈에서 그는 어느새 은어곡에 돌아가 있었다.

은은한 달빛 속에… 그 백호족 청년이 눈앞에 서 있었다.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은빛 머리카락.

그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투명한 백옥 같아서, 함부로 손을 대면 그대로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짙푸른 두 개의 눈동자.

어디에도 함부로 닿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그 눈이, 분명하게 랑하 자신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오직 한 사람만을.

 랑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디뎠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사라졌다.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입술이 맞닿아 있었다.

불에 달궈진 듯한 뜨거운 감각.

숨결이 뒤엉키자, 그 청년의 심장 박동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그 순간, 랑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생소했다.

꿈속에서 그는 위풍당당한 대장군도 아니었고, 냉랭하고 무정한 이도 아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렇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

 랑하는 잠에서 깨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제 입술을 이리저리 문질러댔다.

손끝에, 입술에 남은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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