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하이석과 온유란의 결혼식은 일찍이 온 도시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벌어진 한 가지 일이 사람들의 기대를 다시 한번 작은 절정으로 끌어올렸다.결혼 전에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 얼굴을 마주해서는 안 된다는 관례가 있었다. 이에 온유란은 도정숙과 함께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이곳은 그녀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이었다.결혼 당일이 되면 하씨 집안의 신부 맞이 행렬이 이곳까지 찾아와 그녀를 데려갈 예정이었다.온유란을 따라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운전기사와 경호원, 가사 도우미와 요리사는 물론이고 영양사까지 함께였다.그러나 그중에서도 온유란을 가장 어이없게 만든 사람은 따로 있었다.연위성까지 아무렇지 않게 일행을 따라온 것이다.“오빠는 왜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 거예요? 출근 안 해요?”“이미 경찰서에서 휴가 받았어.”온유란은 미심쩍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경찰서에서 연위성에게 휴가를 내준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충분히 쉬면서 몸을 회복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심리 상담도 받으라는 의미에서 내린 휴가였다.그러나 연위성은 좀처럼 상담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연위성을 붙잡고 병원에 가라고 닦달하는 사람은 언제나 연주였다.연위성이 고향 마을까지 따라온 데에는 여동생의 잔소리를 피해 잠시 숨을 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예전의 여동생은 참으로 귀여웠다.그런데 엄마가 된 뒤로는 어찌나 잔소리가 늘었는지, 이제는 여동생이라기보다 자신을 단속하는 엄마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그래도 굳이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지 않나요?”온유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연위성이 태연히 대답했다.“하이석이 오라고 했어.”“네?”“전에 만났을 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으라고 인사치레로 한마디 했거든. 그런데 네가 시골에 머무는 게 영 마음에 걸렸는지, 나더러 경호팀장을 맡으라고 하더라.”“경호… 팀장이요?”온유란은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연
하채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지난번 웨딩드레스 사건만 해도 제법 훌륭하게 처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빠는 칭찬 한마디는커녕 툭하면 자신을 꾸짖으며 도무지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세상에 연적끼리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오빠가 자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 어야지!한편, 계약 체결식을 마친 육강민은 서은주의 전화를 받았다.손리정이 분만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육지성은 요 며칠 병원에 머물며 줄곧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겉으로는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평범한 상하 관계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였다.육강민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서은주가 딸을 낳을 때도 곁에 있지 못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출산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은 저승 문턱을 한 차례 넘나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지 않던가.그런데 육강민이 서둘러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도 손리정은 벌써 출산을 마친 뒤였다.건강한 아들이었다.손리정은 회음부 열상도 없이 무사히 자연분만을 마쳤다. 그러나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던 육지성은 걱정으로 애가 타들어 가, 어느새 이마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잠시 뒤 손리정이 분만실에서 실려 나오자 서은주가 얼른 다가갔다. 그런데 방금 아이를 낳은 자신의 절친은 놀랍게도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기력까지 남아 있었다.육지성이 다급히 그녀의 상태부터 살폈다.“괜찮아?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괜찮아요. 아주 멀쩡해요. 저는 걸어서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기어코 안 된다고 하시잖아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할 말을 잃었다.서은주는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했다.다들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 봐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건만, 정작 산모는 제 발로 분만실에서 걸어 나오겠다고 했다니.이러다 하늘이라도 날겠다고 할
연우진은 늘 고개를 갸웃한 채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하이석을 바라보곤 했다.“삼촌, 기분이 안 좋아요?”하이석은 마른웃음을 두어 번 흘렸다.이런 상황에서 누가 기분이 좋을 수 있겠는가!그렇다고 연위성이 하씨 저택을 자주 드나드는 것이 마냥 하이석의 속을 긁어놓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하이석은 혼례에 관한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연위성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일 처리가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덕에 하이석도 그의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묘해졌다.아마 세상 어느 혼례에서도 신부의 전 남자 친구가 찾아와 혼례 준비를 돕는 광경은 보기 어려울 터였다.오죽하면 방주헌마저 기가 찬 듯 웃음을 터뜨리며 한마디를 얹었을까.“현 남편과 전 남자 친구가 친구처럼 지내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봐. 역시 너는 대단해!”연위성과 오랫동안 부딪치며 지내다 보니 하이석도 뜻밖의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두 사람은 미적 감각과 취향이 제법 비슷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말이 잘 통했다.물론 때로는 뾰족한 말로 서로를 찌르며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제법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씨 집안이 온통 경사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일주일 뒤 하씨 그룹과 성세그룹은 계약 체결식을 열고 정식으로 협약서에 서명했다.한편 하백규는 뇌물 공여에 더해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과 탈세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정식으로 구속되었다.그는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까지 내놓았는데, 그 안에는 하씨 집안의 친척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소식을 들은 친척들은 줄지어 하씨 저택을 찾아와 하정현과 하이석에게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매달렸다. 하지만 이미 사법기관이 수사에 나선 이상, 두 사람에게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그러자 일부 친척들은 두 사람이 일부러 자신들을 외면한다며 원망을 품기 시작했다.하이
하이석은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했다.아이가 생겼다는 벅찬 기쁨이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차올라,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한밤중이 되자 그는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미친 듯이 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육강민은 낮게 웃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정신이라도 놓은 게 아닐까 싶었다.방주헌은 아예 대놓고 물었다.[본인 맞아? 계정 도용당한 거 아니지?]하이석: [나 맞거든. 잠이 안 오는데, 다들 나와서 잠깐 이야기나 하지?]방주헌은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지금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건데!*흔히 임신 초기 석 달은 유산의 위험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온유란의 임신 소식은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 아직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다.이튿날 하이석은 온유란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두 사람이 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한 하이석이 몸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이라고만 여겼다.검사 결과가 나오자 유주만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에서 가장 실력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갔다.의사는 검사지를 살펴보다가 물었다.“일주일 전에 출혈이 있었습니까?”온유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무렵에 두 분께서는 격렬하게 잠자리를 가지셨지요?”하이석은 순간 굳어버렸고, 온유란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곁에 있던 유주만조차 민망한 듯 가볍게 헛기침했다.의사에게는 진료를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평범한 질문이었으나, 온유란은 좀처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네…”“조심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앞으로 서너 달 동안은 잠자리를 삼가세요.”의사는 다시 검사 결과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이후 태아가 안정기에 접어들더라도 무리하지 마시고, 횟수를 적절히 조절하셔야 합니다.”“정기적으로 산전 검사를 받으시고요.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곧바로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하이석은 살면서 이토록 난처했던 적이 없었다.
“당신...?”결혼식에 초대할 하객 명단을 살펴보던 현정민이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당신, 제정신이에요?”“제정신이 아니긴. 내 머리가 얼마나 멀쩡한데!”하정현은 실없이 몇 번 웃더니, 족욕 통에 빠진 휴대폰을 건져 올리고는 느긋하게 발을 닦았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신이 난 듯 “좋은 날”을 흥얼거렸다.현정민은 한심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체 그때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저런 사람에게 반했는지, 지금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유명 연예인 주윤발에게 한창 빠져 있던 시절이라, 양복을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가 제법 그럴싸해 보였기 때문이리라.그녀가 하객 명단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발을 다 닦은 하정현이 뒤에서 와락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정민아, 나 진짜 너무 좋다.”“갑자기 왜 이래요?”현정민은 깜짝 놀라 몸을 비틀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부부가 거실에서 이렇게 껴안고 있다니. 만약 며느리가 보기라도 한다면 시어머니 체면이 말이 아닐 터였다.“당신, 이제 할머니 되는 거야!”하정현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현정민은 몇 초간 멍하니 서 있다가 느닷없이 남편의 팔뚝을 세게 꼬집었다. 그러자 하정현은 아픔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이고! 갑자기 왜 이래?”“아파요?”“당연히 아프지!”“그럼 꿈은 아니네요.”하정현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꿈인지 확인하고 싶으면 당신 살을 꼬집어야지. 왜 날 꼬집어?”“난 아픈 게 싫으니까요. 그럼 이제 전 뭘 해야죠? 이런 건 처음이라 모르겠네요. 주미한테 전화해서 좀 물어봐야겠어요.”현정민은 조언을 구한다는 핑계로 한주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 기쁜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렇게 올라간 그녀의 입꼬리는 하이석과 온유란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내려올 줄 몰랐다.“유란아, 천천히 앉으렴.”평소에도 온유란을 친딸처럼 아끼던 현정민이었지만, 이제는 귀한 보물이라도 다루듯 온갖 정성을 쏟았다.“내가 아이 이
하이석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비서였다. 교통사고 처리 상황을 보고하려던 것이다.통화를 마치고 다시 룸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연위성과 마주쳤다."왜 나왔어요?"하이석이 묻자 연위성이 담배를 털며 대답했다."안이 너무 시끄러워요."피비린내 나는 삶에 익숙했던 그에게 저렇게 따뜻하고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직도 낯설기만 했다.하이석이 옅게 웃었다."방주헌이랑 허경빈은 원래 저래요."연위성이 담배를 비벼 끄며 말했다."잠깐 걸을래요? 담배 냄새 좀 빼고 들어가려고요."두 사람 모두 언젠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잠시 나란히 걷던 하이석이 입을 열었다."유주만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경찰에서 심리 상담을 받으라고 했는데 거절했다면서요?"연위성은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버텨 온 세월도 길었다.윗사람들은 그 과거가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아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까 걱정했고 전문 상담사까지 붙여 주려 했다.하지만 연위성은 자신은 괜찮다며 끝내 상담을 받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었다."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화제를 돌렸다."당신은 어때요?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하이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아들이요."연위성이 피식 웃었다."딸은 싫어요?"하이석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키운 보물이 나중에 어디서 굴러온 놈한테 홀랑 넘어간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속이 쓰려요."연위성이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앞서 가신다."하이석도 웃었다."딸이 생기면 별의별 걱정을 다 하게 되네요. 첫눈에 반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연위성이 그를 힐끗 바라봤다."하이석 씨, 진짜 한 대 맞아야겠네요."눈을 가늘게 뜬 그가 중얼거렸다."그때 몇 대 더 때려 줄 걸 그랬어요."하이석은 피식 웃었다."분명 연기만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그때 주먹은 꽤 세던데.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