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28화

Author: 풍월
허경빈이 송씨 집안에 정식으로 혼담을 넣으러 가는 것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가까웠다.

양가는 의논 끝에 우선 약혼부터 서둘러 치르기로 했다. 거창하게 사람을 많이 부를 생각은 없었다. 정말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 불러 함께 식사하며 조촐하게 축하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요즘 허경빈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의기양양했다.

특히 방주헌만 만나면 괜히 약을 올렸다.

“네가 연애는 먼저 시작했어도 결혼까지 나보다 먼저 한다는 보장은 없지.”

결국 열받은 방주헌이 그를 걷어찼다.

허경빈은 맞고도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그냥 결혼식 같이 할까?”

“꺼져! 내 섬에 숟가락 얹을 생각 하지 마.”

방주헌과 강희진은 올해 연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 무렵이면 경성은 이미 한겨울이라 날씨가 꽤 추웠다. 마침 방씨 집안에서 몇 년 전 사 둔 섬 하나가 있었는데, 사계절 내내 기후가 온화해 두 사람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허경빈은 치사하다며 방주헌을 놀렸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9화

    “너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한 건 별로 없는걸요.”“부모님께 들었습니다. 요즘 지아 일 때문에 여기저기 같이 다녀 주셨다고요.”송지아는 경성에 가까운 친구가 많지 않았다. 약혼을 준비하다 보니 이것저것 의견을 물을 사람도 필요했는데, 마침 서은주는 이미 결혼을 치러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요즘은 학교도 그리 바쁘지 않아서 저도 마침 시간이 있었어요.”서은주는 웃으며 멀리서 놀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봤다.길고양이인 만큼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고 한 번 더 일러 두었지만, 아이들은 제법 야무졌다. 고양이와 실컷 놀고 난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옷에 묻은 털까지 깨끗이 털어 낸 다음에야 집 안으로 들어왔다.그때 육민찬이 송윤재를 바라봤다.“삼촌, 저 부탁 하나 드려도 돼요?”“그래, 말해 봐.”송윤재가 아무리 딸바보라 해도 어린아이를 상대로 진심으로 질투할 정도는 아니었다. 평소에도 육민찬을 꽤 예뻐했다.“민정이 우리 집에 데려가서 놀아도 돼요?”*잠시 후, 제 딸이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며 서은주의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던 송윤재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아무래도 내가 육씨 집안 며느리를 대신 키워 주고 있는 것 같네.”송민정이 서은주를 따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경빈이 찾아왔다.송윤재를 보자마자 연신 형이라고 부르며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했다.그러더니 곧 송지아까지 데리고 나갔다.약혼식장에 가서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였다.동생도 가고 딸도 가 버리자, 송윤재는 갑자기 집 안이 휑해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허경빈은 송지아를 약혼식장으로 데려갈 생각 따위 애초부터 없었다.차는 곧장 라비엘 레지던스로 향했다.“식장 보러 간다며? 그런데 왜 여기로 온 거야?”송지아가 안전벨트를 풀기가 무섭게 허경빈이 그녀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차 안은 비좁은 데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시간이었다.“뭐 하는 거야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8화

    허경빈이 송씨 집안에 정식으로 혼담을 넣으러 가는 것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가까웠다.양가는 의논 끝에 우선 약혼부터 서둘러 치르기로 했다. 거창하게 사람을 많이 부를 생각은 없었다. 정말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 불러 함께 식사하며 조촐하게 축하하는 정도면 충분했다.요즘 허경빈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의기양양했다.특히 방주헌만 만나면 괜히 약을 올렸다.“네가 연애는 먼저 시작했어도 결혼까지 나보다 먼저 한다는 보장은 없지.”결국 열받은 방주헌이 그를 걷어찼다.허경빈은 맞고도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 그냥 결혼식 같이 할까?”“꺼져! 내 섬에 숟가락 얹을 생각 하지 마.”방주헌과 강희진은 올해 연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그 무렵이면 경성은 이미 한겨울이라 날씨가 꽤 추웠다. 마침 방씨 집안에서 몇 년 전 사 둔 섬 하나가 있었는데, 사계절 내내 기후가 온화해 두 사람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허경빈은 치사하다며 방주헌을 놀렸다.하지만 정작 속이 타는 쪽은 방주헌이었다.허경빈과 송지아의 진도를 보면 정말 자신들보다 먼저 결혼식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미 잡아 놓은 혼인 날짜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 때문에 방주헌은 요즘 툭하면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참다못해 허경빈에게 한마디 했다.“고작 약혼 한 번 하는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좋냐? 적당히 좀 해. 입이 귀에 걸리다 못해 찢어지겠다.”“주헌아, 나 지금 엄청 자제하고 있는 건데?”“내 마음 같아서는 온 세상 사람들한테 지아가 내 여자라고 떠들고 다니고 싶어.”허경빈은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너도 그 기분 알지? 그냥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은 거. 옆에 붙어 있기만 하면 돼.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좋고. 얼굴만 보고 있어도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방주헌은 어이가 없었다.자기가 무슨 연애 한 번 못 해 본 모태 솔로도 아니고, 누가 그런 기분을 모른단 말인가.그런데 허경빈은 방주헌의 시큰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7화

    허경빈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끝자락에는 좀처럼 감추지 못한 불안이 묻어 있었다.그런데 송지아가 문득 입꼬리를 올렸다.환하게 번지는 미소가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좋아.”아주 작은 목소리였다.허경빈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 모양만으로도 무슨 대답을 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순간 얼굴이 환해진 허경빈은 벌떡 일어나 그대로 송지아를 와락 끌어안았다.“역시! 난 네가 받아 줄 줄 알았어!”바로 그때, 어둑한 상영관 한쪽에서 느닷없이 고함이 터져 나왔다.“허경빈, 이 멍청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반지부터 끼워 줘야지!”방주헌의 목소리였다.“아, 맞다. 반지!”그제야 정신이 든 허경빈은 허둥지둥 반지함에서 반지를 꺼냈다.너무 흥분한 탓인지 송지아의 손을 받쳐 든 채 한참이나 손가락을 살펴보던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약지가 어느 손가락이지?”송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허경빈, 너 진짜…!”참다못한 방주헌이 구석에서 뛰쳐나왔다. 당장이라도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얼굴이었다.우여곡절 끝에 반지를 끼워 주고 나서야 방주헌은 송지아에게 그동안 쌓인 울분을 터뜨렸다.“나 진짜 저 자식 때문에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어. 프러포즈한다고 나 붙잡고 몇 번이나 예행연습을 했는지 알아? 그렇게 연습해 놓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 저렇게 어버버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심지어 뭐? 안 받아 줘도 괜찮아?”송지아가 웃으며 물었다.“연습할 때는 뭐라고 했는데?”“야, 너 입 다물어.”허경빈이 황급히 방주헌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하지만 자타 공인 소문난 수다쟁이의 입을 그깟 손 하나로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방주헌은 잽싸게 몸을 피하며 폭로했다.“네가 프러포즈 안 받아 주면 그냥 납치해서 집에 숨겨 놓겠다고 했어. 결혼하겠다고 할 때까지 절대 안 풀어 준다던데?”“야!”“그때는 아주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정작 본게임 들어가니까 저렇게 쫄 줄 누가 알았겠어.”방주헌은 신이 나서 한마디를 더 얹었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6화

    그동안 경성은 별다른 사건 없이 평온했다.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하이준조차 대부분의 시간을 자선 활동에 쏟으며 대외적인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본인부터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이었기에 사람들의 동정과 호감을 얻기도 쉬웠다.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어느새 하이석과 권력을 다투던 당시, 하이준이 얼마나 비열한 수단을 서슴없이 썼는지조차 잊은 듯했다.무엇보다 경찰도 끝내 그에게서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하채린 역시 오빠에게 경고를 받은 뒤로는 한동안 잠잠하게 지냈다.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이어지자 하이준도 차츰 그녀에게 신경을 끄기 시작했다.한편 송지아는 허경빈에게서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워낙 평범한 데이트 코스라 별생각 없이 약속 장소로 향했는데, 막상 영화관에 들어서자 넓은 상영관에 두 사람밖에 없었다.그러자 송지아가 웃으며 물었다.“네가 대관한 거야?”두 사람의 자리는 상영관 한가운데였다.그런데 영화가 영 재미없었다.한참 지루함을 견디던 중 허경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허경빈이 나간 뒤 송지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영화가 끝나려면 무려 사십 분이나 남아 있었다.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일 분 일 초가 고역이었다.송지아가 한숨을 삼키며 휴대전화를 집어넣으려던 그때였다.갑자기 스크린이 꺼지며 넓은 상영관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가슴이 철렁한 송지아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대전화를 꺼내 손전등을 켜려던 순간, 스크린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것은 영화가 아니었다.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부터 대학 졸업식 날까지.송지아의 지난 시간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겨 흘러가기 시작했다.가족,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송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그 순간, 문득 어떤 예감이 가슴을 스쳤다.사진 속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흘렀다.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곁을 채우던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에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5화

    하이석 역시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자 방주헌이 발끈했다.다들 듣기 싫다고? 그럼 더더욱 말해 줘야지!“설조경이 데리고 사는 그 여자, 대학생이래. 그런데 누가 학교까지 찾아가서 현수막 걸고 폭로문까지 붙였대. 남의 가정 깨뜨린 불륜녀라고. 일이 워낙 커지니까 학교에서도 일단 수업에 나오지 말라고 했나 봐. 학교도 못 가고, 설조경도 바빠서 같이 있어 주질 못하니까 맨날 밖으로 싸돌아다녔는데, 어젯밤에 누군가한테 된통 맞았다나 봐.”방주헌이 혀를 찼다.“상태가 꽤 심각하다더라. 얼굴도 망가지고, 애도 유산했대.”허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설조경 아내가 그런 거야?”“설조경이랑 그 여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대.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조사해 보니 아내랑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더라고.”방주헌이 어깨를 으쓱했다.“애초에 그 아내한테 그 정도 수완이 있었으면 그 여자가 내연녀 노릇 할 기회도 없었겠지.”“그럼 누가 그런 건데?”“누가 알겠어. 그래도 다들 자업자득이라고 하더라. 부모가 애써 대학까지 보내 줬는데, 젊은 나이에 할 게 없어서 굳이 나이 든 유부남의 내연녀가 됐냐고.”허경빈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화제를 돌렸다.“그 집안 더러운 얘기는 그만하고, 너희가 나 좀 도와줘 봐. 나 지아한테 어떻게 프러포즈해야 할까?”육강민이 그를 바라봤다.“프러포즈? 너무 빠른 거 아니야?”“결혼할 생각도 없이 연애하는 건 무책임한 거지! 나 같은 건실한 청년이 여자 한 명 만나면 당연히 평생 책임질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혼할 마음도 없으면서 사귀면 그게 나쁜 놈이지!”허경빈이 육강민을 바라보며 덧붙였다.“내 말이 틀려?”이 문제만큼은 육강민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처음 서은주와 관계를 시작했을 당시, 자신 역시 결혼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순간 룸 안에 미묘한 정적이 흘렀다.허경빈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멋쩍게 헤헤 웃었다.“그냥… 내 여자 친구가 너무 좋으니까. 누가 채 갈까 봐 불안해서 그래.”그 말이 떨어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24화

    설도윤의 어머니도 바보는 아니었다.하채린이 몇 마디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다고 덥석 손을 잡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자신을 찾아온 이유야 뻔했다. 결국 자신을 이용해 허경빈에게 복수하려는 것뿐이었다.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아가씨, 저를 찾아온 게 정말 절 도와주고 싶어서인가요? 결국 저를 아가씨 손에 쥔 칼로 쓰고 싶은 것뿐이잖아요.”“그렇게 서둘러 거절하지 마세요.”하채린은 작은 약통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 주며 목소리를 낮췄다.“아드님한테 한번 먹여 보세요.”약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붉은 알약 하나가 들어 있었다.설도윤의 어머니도 하채린의 오빠인 하이준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마약 쪽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니, 수중에 온갖 불법 약물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설마 이 조그마한 알약 하나로 정말 아들을 고칠 수 있다는 걸까?“아, 그리고 선물도 하나 드릴게요.”하채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제 일을 도와주시면 섭섭하게 대하지 않을 테니까요.”설도윤의 어머니는 이미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태였다.남편은 밖에 내연녀를 두고 있었고, 그 여자는 갈수록 기세등등해져 그녀를 늙어 빠진 여자라고 조롱하는 것도 모자라 알도 못 낳는 암탉이라며 모욕했다.하나뿐인 아들은 몸이 망가진 뒤로 정신마저 피폐해져 하루하루 시들어 가고 있었다.이제 그녀의 삶에는 한 줄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러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마지막 도박이라도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알약을 건넸을 때도 설도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어머니는 망가진 자신의 몸을 고쳐 보겠다며 좋다는 민간요법은 이미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본 사람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약을 써도 소용없었다.정말로 남자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약을 먹은 바로 그날 밤.설도윤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땀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샤워를 하던 중, 줄곧 아무런 반응도 없던 하반신에 뜻밖의 변화가 생긴 것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