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휴게실에는 온유란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외에도 서은주와 연주, 강희진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이야기의 화제는 자연스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로 흘러갔다.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온유란은 말린 매실과 감귤을 먹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유난히 귀를 기울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현정민이 들어왔다. 그녀는 온유란이 먹을 만한 음식을 따로 챙겨 온 참이었다.“배가 고프지 않아도 조금은 먹어 둬. 저녁에는 손님이 많아서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하다 보면 정작 밥 먹을 겨를도 없을 거야.”낮에 열린 야외 결혼식에는 두 사람과 아주 가까운 친지들만 참석했다. 반면 저녁 피로연에는 사업상 인연을 맺은 이들과 평소 왕래하던 사람들까지 대부분 초대되어, 낮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예정이었다. 그 많은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나누는 데만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이미 결혼식을 치러 본 서은주 역시 지금 미리 배를 채워 두는 편이 좋겠다고 권했다.실제로 피로연에 참석한 사람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애초에 마련한 연회장만으로는 자리가 모자라, 결국 별실을 몇 군데 더 열어야 했다.하이석은 어려서부터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어른스러웠다. 평소에는 누구도 감히 그를 상대로 함부로 장난을 치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거리낌 없이 술을 권해도 되는 날이었다.친척과 사촌 형제, 동창들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더구나 들러리를 맡은 방주헌과 허경빈은 술을 대신 막아 주기는커녕 곁에서 더욱 부추기기 바빴다. 육강민과 육남혁 형제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하이석을 도울 틈조차 없었다.물론 두 사람 모두 애초에 도와줄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하이석은 술이 센 데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점잖았다. 그런 그가 술에 취해 실수하는 모습을 누구나 한번쯤 보고 싶어 했다. 결국 하객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에도 그는 사람들에게 붙들려 계속 술잔을 받아야 했다.한편 온유란은 음료가 담긴 잔을 들고 하씨 가문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가까운 사이인 이들은 축의금과는 별개로
하정현은 영 성에 차지 않았다.기어이 하이석의 입에서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듣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결국 유주만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 모습에 하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는 부케 던지기였다.사람들의 손에 떠밀려 앞으로 나간 강희진이 부케를 받아 들자, 모두가 거의 동시에 방주헌을 돌아보았다.쏟아지는 시선에 방주헌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강정한을 힐끗 쳐다봤다.“다들 나만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좀 부끄럽네요.”강정한은 어이가 없었다.친구들 가운데 낯가죽이 가장 두꺼운 사람이 바로 방주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얼굴 가득 수줍은 기색을 띠고 있으니, 영락없이 부끄럼 타는 새색시 같았다.강정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속으로는 좋아서 어쩔 줄도 모를 테면서, 제법 잘도 숨기는군.예식이 끝나자 많은 하객이 신랑 신부와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가왔다. 하이석은 온유란이 지칠까 염려되어 나직이 물었다.“가서 좀 쉴래?”“괜찮아요.”온유란은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해 피곤한 줄도 몰랐다.육강민의 네 식구와 사진을 찍고 난 뒤, 온유란은 문득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연우진을 발견했다.연우진은 오늘 말쑥한 꼬마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무심한 표정까지 더해져 여느 때처럼 제법 도도한 모습이었다. 온유란이 손짓해 부르자 아이는 어색한 기색으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다가왔다.“이모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온유란은 눈을 내리깔아 아이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었다.“저는…”연우진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망설였다.“이모랑 사진 찍고 싶어?”온유란이 웃으며 묻자 연우진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이석은 슬쩍 눈썹을 치켜올렸다.조금 전 육남혁의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으면서, 이 녀석은 굳이 다시 혼자 찾아온 것이다.더 우스운 일은 사진사가 카메라를 보라고 안내했을 때 벌어졌다. 연우진이 손가락으로 하이석의 다리를 콕 찌르더니 입을 열었다.“삼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반드시 아버지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나 형제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었다.그리고 온유란에게는 이 세상 누구도 도정숙을 대신할 수 없었다.“이석아, 우리 유란이를 부탁하마.”도정숙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온유란의 손을 하이석에게 건넸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그래. 너희 둘만 잘 살면 됐다.”도정숙은 붉어진 눈으로 온유란을 바라보았다. 곁에 있던 사회자가 이제 단상에서 내려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그때, 등 뒤에서 온유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도정숙의 몸이 순간 굳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온유란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평생을 맡겨도 좋을 사람에게 제 손으로 온유란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제 아무런 여한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시 돌아서는 순간, 참아 온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사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온유란이 시집가는 모습을 직접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반면 온창섭은 결혼식장에 들어올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그 시각, 하이석과 온유란은 사회자의 물음에 따라 서로에게 평생을 약속하는 서약을 맺고 있었다. 반지를 교환할 때는 하이석이 고개를 숙여 온유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입을 맞춰도 좋습니다.”사회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온유란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안색이 조금 더 화사해 보이도록 입술에 붉은빛을 더한 것이 전부였다.그러나 그 한 점의 선명한 빛깔만으로도 그녀는 더없이 곱고 화사해 보였다.하이석은 몸을 낮추고 두 손으로 온유란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순간이 절묘하게 가려져, 하객들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곧바로 아래에서 짓궂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하이석 씨, 이건 안 되죠! 다시 한번 하세요!”“맞아, 하나도 안 보였다고!”방주헌까
몇 차례의 게임이 더 이어진 끝에, 사람들의 짓궂은 환호 속에서 하이석은 온유란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온유란이 웨딩카에 오르자 도정숙은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며 거듭 당부했다. 이윽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애써 참아 온 눈물이 기어이 차올라 두 눈이 붉어졌다. 곁에 있던 연위성은 그녀를 부축하며 어깨를 가만가만 두드려 주었다.“이렇게 기쁜 날에 울지 마세요.”“나도 안 울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하니.”“이제 준비하세요. 저희도 예식장으로 출발해야죠.”연위성은 도정숙을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허경빈이 차에 타지 못한 채 홀로 남겨져 있었다.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먹을 것을 찾으러 간 사이, 웨딩카 행렬이 그를 쏙 빼놓고 출발해 버린 것이다.신부를 맞으러 온 사람도 많았던 데다 혼수까지 옮기느라 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출발할 때도 각자 자리가 나는 차에 올라타 곧장 떠나다 보니, 미처 인원수를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허경빈이 단체 채팅방에서 한바탕 아우성을 치고 나서야 하이석도 일행 중 한 명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허경빈: [아내를 얻더니 친구는 안중에도 없지? 하이석, 너 정말 여자에 눈이 멀어 의리까지 저버리는구나!]하이석은 곧바로 그에게 전용 돈 봉투 하나를 보냈다.[돈 봉투 하나로 날 대충 달랠 생각 하지 마. 오늘 내가 춤까지 췄는데, 적어도 세 개는 줘야지.]*호텔.하이석과 온유란의 결혼식은 푸른 잔디밭 위에서 치러졌다.흔히 볼 수 있는 숲속 분위기의 새하얀 예식장이 아니었다. 주황색과 붉은색 장미, 탐스럽게 피어난 동백꽃으로 곳곳을 장식해 전체적으로 따스한 주황빛을 띠었다. 짙고 풍성한 색채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세월을 머금은 고풍스러운 유화 한 폭을 펼쳐 놓은 듯했다.아이들은 드넓은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민찬아, 천천히 뛰어.”서은주가 연신 당부하자 육민찬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연위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방주헌과 허경빈은 염치도 없이 하이석을 앞으로 떠밀었다.“이석아, 네가 나서. 형님은 우리 힘으로 못 뚫어.”신랑 일행이 문을 통과하려면 결국 돈 봉투를 얼마나 두둑하게 건네느냐가 관건이었다.잠시 후, 사람들은 다소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하이석이 연위성을 불러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담벼락 아래로 데려간 것이다.연위성은 군더더기 없이 곧장 본론부터 꺼냈다.“돈 봉투는 얼마나 가져왔어요?”“많이요.”“어디 한번 봐요.”그러고는 두 사람이 정말로 담벼락 아래에 나란히 서서 돈 봉투를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주헌은 할 말을 잃었다.저렇게까지 대놓고 거래한다고?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두 사람이 은밀한 구석에서 전리품이라도 나누는 줄 알겠다.가장 까다로운 연위성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동네 어른들을 달래는 일은 훨씬 수월했다. 돈 봉투와 축하 담배를 넉넉히 돌리자, 모두가 흡족한 얼굴로 길을 열어 주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방주헌과 허경빈이었다. 두 사람은 문틈으로 부지런히 돈 봉투를 밀어 넣었고, 마침내 문이 열리자 누구보다 먼저 안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희진이 첫 번째 관문을 내놓는 순간, 하이석과 네 명의 신랑 들러리는 하나같이 얼어붙고 말았다.“걸그룹 춤 한번 춰 봐요.”다섯 사람의 얼굴에 똑같은 당혹감이 떠올랐다.허경빈은 급기야 강희진을 고모라고 부르며 애원하기까지 했다.“고모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정확하게 출 필요까지는 없어. 하지만 신부를 데려가고 싶다면 반드시 춰야 해.”강희진의 태도에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머지 세 신부 들러리는 일찌감치 모든 결정을 그녀에게 맡긴 채, 강희진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었다.온유란은 화려한 용과 봉황이 수놓인 붉은 예복을 입고 침상에 앉아, 그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저 웃으며 지켜보았다.하이석이 이
마을 어귀.최고급 승용차 여러 대로 이루어진 행렬이 길게 꼬리를 물고 마을길에 늘어서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에 같은 마을은 물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촬영 기사는 장비를 어깨에 멘 채 분주히 현장을 담았다. 카메라에는 마침 전화를 받고 있는 하이석의 모습이 잡혔다.그러다 화면이 옆으로 돌아간 순간, 전혀 뜻밖의 광경이 렌즈에 들어왔다.방주헌이 길가에 쪼그려 앉아 강아지풀 하나를 흔들며 마을의 떠돌이 개를 놀아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연신 하품을 쏟아내면서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소시지를 내밀며 강아지들을 꾀었다.“자, 아빠라고 한 번 불러 봐.”촬영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개에게 아빠라고 불러 보라니.이런 황당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사람은 역시 방주헌밖에 없을 터였다.사실 방주헌은 오늘 아침부터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오늘의 신랑 들러리는 모두 네 명이었다. 방주헌과 허경빈, 얼떨결에 끌려온 강정한, 그리고 하씨 집안의 어린 사촌동생 하재원이었다. 스무 살 초반인 그는 성격이 조용하고 수줍음도 많은 청년이었다.그런데 방주헌이 하이석이 보낸 두 사람에게 침대에서 강제로 끌려 나와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나머지 세 사람은 아직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자신만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방주헌은 발끈했다.“왜 나한테만 사람을 붙여 감시한 건데?”하이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네가 게으르고 늦잠 자는 걸 좋아하니까.”그때 허경빈이 배를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주헌아, 너무 일찍 일어나서 밥도 못 먹었더니 갑자기 배가 고프네.”그러자 방주헌은 개를 놀려주던 소시지를 허경빈에게 불쑥 내밀었다.“아빠라고 한 번 불러 봐. 그러면 이 소시지는 네 거야.”“꺼져!”허경빈은 발끈하여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조를 듯 달려들었다.경성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이었다. 말끔한 정장까지 차려입었기에 겉모습만큼은 멀쩡해 보였건만, 하는 짓은 영락없는 세 살배기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