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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안개종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5 09:08:58

「안개가 부두를 삼키자 불빛은 젖은 솜 속으로 가라앉았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만 물 위로 멀리 퍼져 나갔다.」

안개는 해가 진 뒤에 왔다.

9월 8일 저녁, 나는 일몰 시각에 맞춰 불을 켰다. 수잔나 가게 기름이었다. 어제 시험에서 30셈이 나온 기름이었다. 빛은 곶 앞 암초 부표를 지나 먼바다까지 곧게 뻗었다. 나는 일지에 정시라고 적고 펜을 놓았다.

그때 창밖 바다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수평선부터였다. 회색 벽이 물 위를 미끄러져 왔다. 부표가 먼저 사라지고, 암초가 사라지고, 곶 아래 마을 지붕들이 사라졌다. 렌즈의 긴 빛이 안개에 부딪혀 하얗게 번졌다. 멀리 나가지 못하고 곶 바로 앞에서 흩어졌다.

마게가 계단을 올라와 창가에 섰다. 이번에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말했다.

“오늘 아침에 고깃배 열두 척이 나갔소. 아직 하나도 안 들어왔소.”

“이 안개에서 칼메 부두 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까?”

“등대 불로는 곶이 어디 있는지만 알지, 부두 입구는 못 찾소. 그래서 부두 끝에 안개종이 있는 거요. 종소리 듣고 들어오라고.”

“그럼 누가 그 종을 칩니까?”

마게의 장갑 낀 손이 창틀을 짚었다.

“종지기는 작년 봄에 그만뒀소. 그 뒤로는 비 오는 날 부두 사람들이 돌아가며 쳤지. 근데 그 종줄이 낡았소. 추도 녹슬고. 한 번 세게 당기면 끊어질 거요.”

나는 창밖을 봤다. 안개는 이제 곶 마당까지 올라와 있었다. 렌즈의 빛이 안개 속에서 둥근 덩어리로 부풀었다가 꺼지기를 되풀이했다.

“부두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마차로 40분. 걸어서는 안 되오. 이 안개에 곶 비탈길을 걸으면 바다로 떨어지오.”

마차가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마당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안개 속에서 등불 두 개가 흔들리며 다가왔다. 마차였다. 해군 마차.

*

마차 문이 열리고 하그 제독이 내렸다. 마부석에는 붉은 머리의 군인이 앉아 있었다.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 관리실 문 앞에서 제독과 마주쳤다.

“하그 제독님, 저녁 점등은 확인하고 가셨지요.”

“예. 칼메로 내려가다 19시 30분에 안개를 봤습니다. 되돌아왔습니다.”

“칼메 부두까지 태워 주십시오. 고깃배 열두 척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개종 줄이 낡아서 종을 칠 사람이 필요합니다.”

군 기름은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게 나흘 전이었다. 그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바다에 있는 건 내 등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제독은 묻지 않았다. 마차 문을 열고 비켜섰다.

“타십시오.”

나는 돌아서서 계단 위를 올려다봤다. 마게가 렌즈실 창에 서 있었다. 도리가 그 옆에 있었다.

“마게 씨! 등대를 부탁드립니다. 불을 꺼뜨리지 마세요!”

창이 열렸다. 마게의 흰 수염이 안개 속에서 흔들렸다.

“아가씨가 내 불을 걱정할 처지요? 가시오!”

도리가 소리쳤다.

“관리인님, 심지는 제가 볼게요!”

내 불이라고 했다. 마게가 이 등대 불을 자기 것이라고 부르는 걸 처음 들었다. 나는 그 말을 쥐고 마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기 전에 렌즈 빛이 한 번 더 마당을 쓸고 지나갔다.

*

마차 안은 어두웠다. 바퀴가 비탈길 자갈을 밟을 때마다 몸이 기울었다. 제독은 맞은편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밖은 온통 흰색이었다.

마부석 쪽 작은 창이 열렸다. 붉은 머리 군인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다.

“세바스 룬드입니다, 관리인님. 제독님 부관이요. 꽉 잡으세요, 내리막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룬드 씨.”

“세바스라고 하세요. 다들 그래요.”

세바스는 창을 닫기 전에 제독 쪽을 한 번 보았다. 그러고는 내게 목소리를 낮췄다. 제독에게도 다 들리는 목소리였다.

“제독님이 걱정해서 한 번 더 확인하러 오신 거예요. 원래 하루 한 번이거든요.”

“세바스. 앞을 보게.”

“예, 예.”

창이 탁 닫혔다. 나는 제독을 보았다. 제독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주머니 속 손이 움직였다. 시계 뚜껑을 여는 작은 소리가 났다. 닫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차가 크게 기울었다. 나는 창틀을 붙잡았다. 맞은편의 제독은 손잡이도 잡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바다 위 갑판에서 몸에 밴 균형이었다.

마차는 40분을 달렸다. 나는 그동안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종을 어떻게 칠지 생각했다. 줄이 끊어지면, 추가 움직이지 않으면.

‘손으로 친다. 종은 쇠니까, 쇠로 때리면 소리가 난다.’

*

부두 끝 안개종 탑은 돌로 쌓은 낮은 탑이었다. 꼭대기에 커다란 청동 종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굵은 줄이 늘어져 있었다. 탑 벽에는 작은 등이 하나 걸려 있었다. 등 앞에 쇠 가림판이 경첩으로 달려 있었다.

부두에서는 젖은 그물 냄새와 타르 냄새가 났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고깃배를 기다리는 아낙들과 노인들이었다. 누군가 줄을 당겨 종을 치고 있었다. 종이 둔하게 한 번 울렸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탑 아래로 갔다.

“제가 하겠습니다. 회색곶 등대 관리인입니다.”

줄을 잡고 있던 노인이 비켜섰다. 나는 줄을 잡았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거칠었다. 섬유가 군데군데 풀려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당겼다.

종이 울렸다. 낮고 길게. 안개 속으로 소리가 퍼졌다.

한 번 더 당겼다.

툭.

줄이 머리 위에서 끊어졌다. 끊어진 줄이 내 어깨를 치고 발밑에 떨어졌다. 종이 한 번 흔들리고 멎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추를 매단 고리 근처에서 줄이 끊겨 있었다. 녹슨 추는 꿈쩍하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졌다.

제독이 끊어진 줄 끝을 주워 들었다. 손가락으로 섬유를 벌려 보았다. 겉은 멀쩡해 보였는데 속이 갈색으로 삭아 있었다. 그는 줄 끝을 내게 내밀었다.

“속부터 삭았습니다. 적어도 1년 넘게 갈지 않은 줄입니다.”

“새 줄은 제가 달겠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그때 알려 주십시오.”

그는 줄 끝을 탑 문간에 걸어 두었다. 버리지 않았다.

“사다리 있습니까?”

“탑 안에…… 있긴 한데.”

나는 탑 안으로 들어가 사다리를 끌어냈다. 종 아래 벽에 걸쳤다. 세바스가 달려와 사다리 다리를 붙잡았다.

“관리인님, 뭘 하시려고요?”

“종을 손으로 칩니다. 망치나 쇠막대가 필요합니다.”

세바스가 허리춤을 뒤지더니 마차 바퀴 조이는 쇠막대를 꺼냈다. 나는 그걸 받아 들고 사다리를 올랐다. 종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자 청동의 차가운 냄새가 났다.

쇠막대로 종 가장자리를 쳤다.

쾅.

귀가 먹먹했다. 소리가 아까 줄로 당겼을 때보다 높고 날카로웠다. 안개를 찢고 멀리 나갔다.

“그런데 소리만으로는 방향을 못 잡아요!”

아래에서 누군가 외쳤다. 그 말이 맞았다. 안개 속에서 소리는 사방으로 퍼진다. 배는 종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 알 뿐, 입구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나는 탑 벽의 작은 등을 봤다. 가림판.

“세바스 씨! 올라와서 종을 쳐 주세요. 제가 숫자를 셀 테니 거기 맞춰서요.”

“제가요?”

“팔 힘은 저보다 세시잖아요.”

세바스가 웃는 소리를 냈다. 우리는 자리를 바꿨다. 세바스가 사다리 위에서 쇠막대를 잡고, 나는 탑 벽의 등 앞에 섰다.

나는 가림판 손잡이를 잡았다.

아버지 일지에 적혀 있던 것이 떠올랐다. 안개 낀 밤, 불을 가렸다 열었다 하면 빛이 안개 속에서 깜박이며 덩어리로 보인다. 그 깜박임이 일정하면 배는 그쪽이 사람이 내는 신호라는 걸 안다.

“지금 칩니다. 하나.”

세바스가 쳤다. 쾅. 나는 가림판을 열었다. 빛이 안개 속으로 번졌다.

“둘, 셋.”

가림판을 닫았다.

“치세요.”

쾅. 열고. 세고. 닫고. 쾅.

소리와 빛이 한 박자로 묶였다. 안개 속에서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탑의 불이 깜박였다. 소리가 오는 곳과 빛이 깜박이는 곳이 한자리라는 걸 배가 알 수 있게.

나는 숫자를 세는 일만 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팔이 저려 왔다. 가림판 손잡이가 손바닥 쓸린 자리를 파고들었다. 세바스의 쇠막대 소리가 점점 둔해졌다가, 그가 이를 악무는 소리와 함께 다시 커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두 끝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불빛이다! 뱃불이야!”

안개 속에 노란 점 하나가 떠올랐다. 점이 커지더니 뱃머리가 나타났다. 고깃배 한 척이 부두 입구를 정확히 지나 미끄러져 들어왔다.

아낙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한 척.”

나는 세던 숫자를 놓지 않고 말했다. 제독이 내 뒤에 서 있었다. 손에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부두 아낙들에게 물어 적은 배 이름이었다. 열두 줄. 그가 낮게 말했다.

“제가 배를 세겠습니다. 관리인은 박자만 세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종이 울렸다. 불이 깜박였다. 제독이 셌다.

“두 척. 20시 51분.”

“세 척.”

“네 척, 다섯 척. 21시 9분.”

배가 하나씩 안개를 뚫고 나왔다. 부두에 사람들이 늘었다. 밧줄이 던져지고, 젖은 남자들이 뭍으로 뛰어올랐다. 누군가 내 이름을 물었고, 누군가 그건 등대 아가씨라고 대답했다.

배가 들어올 때마다 제독은 종이의 이름 하나에 줄을 그었다. 아낙들이 그 종이를 넘겨다보며 제 남편 배 이름을 찾았다. 이름에 줄이 그어지면 누군가 부두 끝으로 달려갔다.

“열한 척. 21시 47분.”

마지막 한 척이 남았다. 안개는 더 짙어졌다. 세바스의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림판을 쥔 손을 바꿨다.

“한 척 남았습니다.”

“압니다. 계속하겠습니다.”

탑 아래에 아낙 하나가 서 있었다. 숄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다른 아낙들이 남편을 데리고 하나둘 부두를 떠나는 동안 그 사람만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 배는 제일 커요. 제일 늦게 들어와요. 늘 그래요.”

아낙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림판을 여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빛이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기를 바라면서.

종이 울렸다. 불이 깜박였다. 또 울렸다. 또 깜박였다.

안개 저편에서 뱃고동이 짧게 울렸다. 이어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부르는 고함이었다.

열두 번째 배가 나타났다. 다른 배보다 컸다. 뱃머리에 수염 난 사내가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배는 부두 입구에서 한 번 휘청하더니 바로 들어왔다.

“열두 척. 22시 2분. 전부입니다.”

제독이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가림판에서 손을 뗐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세바스가 사다리를 미끄러져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 팔, 내일 없을 거예요.”

나는 웃으려고 했는데 숨만 나왔다. 손바닥을 펴 보니 손잡이 자국이 붉게 패여 있었다.

열두 번째 배가 부두에 닿았다. 수염 난 사내가 뱃전을 짚고 섰다. 목소리가 부두 전체를 울렸다. 그는 나를 똑바로 가리켰다.

“거기 탑에서 불 깜박이던 사람! 거기 아가씨!”

나는 탑 벽에 기댄 채 그를 보았다.

사내가 소리쳤다.

“……그 불 간격, 몇 번 세어서 맞추는 거요?”

(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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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를 돈 빛이 유리 벽에 푸르게 번졌다.아래에서 타는 심지 소리가 낮게 올라왔다.」마게는 렌즈 아래에 놓인 청소포를 펴고 있었다.한쪽 끝이 접혀 있었다. 마게는 손끝으로 천을 밀어 접힌 자리를 바로잡았다. 모서리를 맞춘 뒤 손바닥으로 눌렀다.나는 렌즈를 살피다 그를 돌아봤다.“그건 제가 할게요.”“됐소, 관리인님. 손이 아직 움직일 때 해 두면 되오.”“천을 개키는 일은 손가락이 불편하잖아요.”“불편하다고 못 하는 건 아니오.”마게는 청소포를 한 번 더 가지런히 접었다. 오른손 장갑의 손가락 끝에서 반쪽만 남은 가운뎃손가락이 보였다.“렌즈는 괜찮습니까?”“괜찮아요. 닦인 자리도 깨끗하고요.”“그러면 됐소.”마게는 천을 들어 빛에 비춰 봤다. 가느다란 먼지가 붙어 있었다. 그는 천을 다시 펼쳐 먼지를 털었다. 손목에 힘을 주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만 잡았다.“마게 씨.”“말씀하시오.”“아까 하신 말, 정말로 등대국에 직접 알리실 생각이에요?”그는 청소포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가지런히 접어 선반 위에 올렸다. 천의 모서리가 선반 끝과 나란했다.“그렇소.”“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실 수 있어요.”“바꾸지 않겠소.”“청문에서 이미 말씀하셨잖아요.”“내가 한 일과, 내가 숨긴 일은 따로 적어야 하오.”나는 렌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빛은 일정한 간격으로 유리 벽을 지나갔다. 마게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제가 켈러 감사관님께 말씀드릴게요.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달라고요.”“그럴 필요 없소.”“마게 씨가 혼자 가서 말씀하실 수 있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등대국에 알릴 내용은 정확해야 해요.”“그래서 관리인님께 말하는 거요.”마게는 장갑 낀 손을 내려다봤다.“그날 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왜 입을 다물었는지. 빠뜨리지 않고 말하겠소.”“마게 씨가 받은 지시도요?”“그것도 말하겠소.”“그리고 그 지시를 따랐다는 것도요.”“그것도.”마게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접은 청소포 위에

  • 파혼당한 영애가 등대지기가 되었더니 제독이 밤마다 불을 확인하러 온다   75화. 겨울 휴가

    「눈발이 해안 돌담에 붙었다가 바람에 떨어졌다.등대의 불은 낮빛에 가려졌고, 곶 아래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그 말은 일지에 적어도 되겠네요.”내가 대답하자 유리안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어떤 말입니까?”“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는 말이요.”“적으셔도 됩니다.”“오늘은 밤이 아닌데요.”“오늘 밤에도 켜질 겁니다.”유리안은 그렇게 말한 뒤 눈밭을 내려다봤다. 그 앞에 쌓인 눈은 아직 눈사람 모양이 아니었다. 도리가 바닥에 굴린 눈덩이가 두 팔 사이에 들어갈 만큼 커져 있었다.“유리안, 불을 확인하러 오신 거예요?”“오늘은 눈사람을 만들러 왔습니다.”“제독님이 눈사람을요?”도리가 눈덩이를 굴리다가 고개를 들었다.“그렇습니다.”“눈사람 만들어 본 적 있어요?”“없습니다.”“그럼 제가 알려 드릴게요. 여기서 더 굴리면 돼요.”도리는 손바닥으로 눈덩이 옆을 밀었다. 눈이 뭉친 면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몸집이 조금씩 커졌다. 도리의 구멍 난 장화가 눈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졌다. 발자국마다 눈이 부서졌다.“손이 시리지 않습니까?”유리안이 물었다.“조금요. 그래도 이건 거의 다 됐어요.”“장갑을 쓰십시오.”“장갑 끼면 잘 안 굴러가요.”“손이 얼면 멈춰야 합니다.”“그럴게요.”도리는 대답은 했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게가 그 모습을 보고 짧게 혀를 찼다.“관리인님, 저 아이는 손이 시린 줄도 잊었소.”“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했어요.”“조금만 더가 길어지는 법이지.”마게는 장갑을 낀 손으로 눈덩이의 기울어진 곳을 눌렀다. 반쪽인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이 장갑 끝에서 드러나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눈을 다져 둥근 면을 고쳤다.“이쪽은 낮춰야겠소. 위에 얹을 눈덩이가 기울겠구려.”“제가 밀다가 한쪽을 많이 눌렀어요.”“다시 굴리면 됩니다.”도리가 눈덩이 뒤로 돌아가려 하자 내가 손을 들어 막았다.“잠깐. 아래쪽은 바위에 걸렸어. 그쪽 말고 이쪽으로 굴리자.”“여기요?”“응. 셋이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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