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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빈칸의 당직일지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31 20:35:38

도현의 피 묻은 손가락이 붕대 안에서 굳기도 전, 수안은 401호 밖 간호스테이션에서 오래된 당직일지를 펼쳤다.

자해가 시작된 시각은 분 단위로 적혀 있었지만, 그보다 앞선 관찰 칸은 비어 있었다. 같은 빈칸이 권도현이 병동을 지휘하던 시기의 기록에서도 반복됐다.

당직 책임자가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때는 교수님이 직접 지시했습니다. 면담 내용은 연구실에서 따로 관리한다고 했고요.”

“별도 기록의 보관 위치가 있습니까?”

“확인된 건 없습니다.”

수안은 빈칸 옆에 날짜를 적었다. 야간 억제대 적용 사유가 없는 날, 보호자 연락 여부가 지워진 날, 담당자 서명만 남은 날을 차례로 분리했다. 누구를 탓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멎을수록 스테이션에 선 직원들의 어깨가 굳었다.

병원 행정 책임자가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이미 지난 일입니다. 작성자가 기억하지 못하면 빈칸만으로 문제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은 흔적을 확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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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대병원 폐쇄병동 4층,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서 파견된 특별 의료 감사관 3명이 401호 격리실 철문 앞에 섰다. 징역 25년 및 무기한 치료감호 대상자인 권도현의 인권 실태 및 심신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정기 현장 실사였다.철컥-!감사관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푸른 환자복 차림의 권도현은 황색 안전선 뒤편 바닥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지 않는 완벽한 부동자세였다. 수석 감사관이 도현의 앞에 다가가 서류를 펼치며 공식 질문을 던졌다.“피험자 권도현 씨. 현재 주치의 윤수안의 처치에 부당한 대우나 가혹 행위가 있습니까? 법원에 재심이나 인권 구제 청구를 원하십니까?”외부 사회로 향하는 구원의 손길이 눈앞에 내밀어진 절호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도현은 감사관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바닥 45도로 고정하고 입술을 굳게 닫고 있었다.“권도현 씨? 제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당신을 도우러 온 조사관입니다.”감사관이 재차 묻자, 도현은 벽면에 걸린 [주치의 윤수안 배타적 전속 관리 규정]만을 가리키며 무미건조한 쉰 목소리로 읊조렸다.“전 권도현이 아니라 401호 피험자입니다. 주치의 윤수안 님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타인과도 대화할 수 없으며, 제 유일한 보호자는 윤수안 주치의님뿐입니다.”감사관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켜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과거 오만하던 대한민국 최고 정신분석 권위자가, 외부 사회와의 소통과 구원을 스스로 전면 거부한 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완벽히 종속되어 있었다. 관찰실 유리 너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윤수안의 입가에 매혹적이고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수안은 태블릿에 [피험자 401호: 외부 구원 시도에 대한 자발적 거부 및 완벽한 1인 배타적 종속 확인]을 기록했다.수석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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